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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새벽으로 이끄는 자
작가 : 바다그늘
작품등록일 : 2017.11.23

마족들의 세상에서 마수를 이끄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

-매일 연재-

 
02. 검의 의미 (3)
작성일 : 17-11-28 15:57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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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종이에는 학교 낙인과 함께 4등급 도장이 찍혀있었다. 울은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4등급 의뢰. 물건을 이동시키는데 산을 통과해야 합니다. 산의 늑대 때로부터 상단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일 여덟 시간에 1인당 15만랑. 최대 7인까지 가능. 오... 괜찮은데?”

 

  울은 다 읽은 쪽지를 카일에게 건넸다. 당일치기로 15만랑이면 꽤 좋은 의뢰였다. 당연히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의뢰도 많지만, 대부분 높은 학년을 원하거나 위험해서 2학년은 할 수 없는 등급의 의뢰들이었다.

 

  “그런데 4등급이 1인당 15만랑에다가 일곱 명까지 되면 늑대가 얼마나 많은 거야?”

  “보통 한 무리에 몇 마리까지 있지? 열 마리? 스무 마리?”

  “난 여섯 마리까지 봤는데...”

  “근데 15만랑?”

 

  모두들 의뢰종이를 빤히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일반 의뢰회사에서 온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검열을 한 것이니 사기일 리는 없다. 그냥 꿀의뢰인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을까. 다들 반듯한 글자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찾으려 집중하고 있을 무렵 마사가 입을 열었다.

 

  “혹시 늑대 떼가 여러 개?”

  “헐. 정답.”

 

  다들 그럴듯한 마사의 말에 동의했다. 가는 구간마다 몇 무리정도가 살고 있다면 이정도 보수는 적당한 수준이다.

 

  “어떻게 할래?”

  “난 할래!”

 

  마사의 물음에 울이 지체 없이 대답했다.

 

  “울이 하면 나도 할래.”

  “왠일이야? 네가 바로 한다고 그러고.”

  “떼잖아. 많아봐야 소환사를 이기겠어?”

  “물량 승부.”

 

  울과 티아가 동시에 씨익 웃었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 소환사는 편했다. 특히 한 번에 여 러 마리를 소환할 수 있는 마수 소환사에게 물량이란 의무요 숙명이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이따가 돌아가면서 등록할게! 날짜는 이번주 토요일이니까 다들 잊지 말구.”

  “넵.”

  “난 울만 안 잊으면 돼.”

 

  티아가 얄밉게 생긋 웃었다. 하루 이틀 이러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울은 한번 쏘아봐주고 가만히 앉아있는 라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손등에 턱을 괴고 있었다.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모양새였다.

 

  “라이. 넌 갈 거야?”

 

  마사가 부르자 그제야 라이의 파란 눈이 종이로 향했다.

 

  “아... 나는 그날 좀 일이 있어서.”

  “주말인데?”

 

  카일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응. 선약이라.”

  “뭐 어쩔 수 없지. 선약이면. 이번에는 우리끼리 갔다 오자.”

  “알았어. 그럼 라이는 빼고 신청할게.”

  “미안. 다음에는 같이 가자.”

 

  라이의 얼굴에서 그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게 확 느껴졌다.

 

  “에이 미안할 것까지야. 갑자기 빠진 것도 아닌데 뭐.”

  “맞아, 말없이 빠지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말이지.”

 

  카일이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도 난 너무 많이 빠지는 것 같아서....”

  “그거야 맨날 임무를 당일치기 급으로 받아와서 그런 거고. 오래 걸리는 임무들은 맨날 같이 했잖아. 또, 임무 같이 못하면 어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응응. 맞아맞아.”

 

  티아의 말에 마사도 고개를 아래위로 크게 끄덕였다. 울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라이는 원래부터 조용했다. 말도 없고, 감정변화도 거의 없이 언제나 차분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차갑게 혹은 어른스럽다고 평가했지만, 의외로 라이는 감정을 숨기는 데에는 서툴렀다. 누군가는 그런 점이 어른스럽지 못하고, 세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거라 말했지만, 울은 오히려 배우고 싶었다. 감정을 잘 숨기고 표정을 연기하기 쉽다는 건 적에게는 유용할지 몰라도 아군을 연대하는 것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그녀는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습관적으로 가면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울은 아주 가끔 자신이 쓰고 있는 수많은 가면들을 잡아 뜯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늘 가면이 남아있었다.

 

  “그럼, 그렇게 미안하면 라이가 밥 사! 다들 좋지?”

 

  마사의 목소리에 울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아무래도 라이가 계속 미안해한 모양이었다.

 

  “좋아. 라이 돈 많으니까 비이싼데 가서 다 뜯어먹어야겠다!”

  “오, 그럼 전에 내가 말했던 식당 가볼래?”

  “그 바닷가재 파는 곳?”

  “어! 진짜 맛있어 거기! 비싸긴 해도 바닷가재 생각하면 가격도 괜찮고, 엄청 신선해.”

  “그래. 거기 가자. 내가 살게.”

 

  라이의 말에 세 사람은 환호성을 질렀다. 울도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아싸! 오랜만에 진귀한 해산물이구나아~”

 

  마사는 소파에 몸을 던지며 행복해했다.

 

  “넌 집에 가면 맨날 먹을 해산물이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집에서 맨날 먹다가 학교 오고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봐. 금단 현상 일어난다구.”

 

  티아의 핀잔에 마사는 당당하게 응수했다.

 

  ‘바다라.... 하긴 이것저것 많이 나오기는 하지. 바로 먹으면 신선하기도 하고.’

 

  울은 옛날에 먹었던 그 맛이 기억이 나 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그 맛을 느끼려면 이런 도시에서는 안 되고 마사네 집에 놀러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뜩 울은 마사네 부모님이 궁금해졌다. 티아와 카일의 부모님은 같은 수도에 살고 계시는 지라 방학식 때마다 봤었다.

 

  ‘거기서 티아와 카일의 미래를 봤지....’

 

  부모와 자식은 뗄 수 없는 거울인 걸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만약 마사도 부모님과 비슷한 성격이라면, 바닷가 식당 주방에서 요리하는 마사라.... 꽤 잘 어울렸다.

 

  ‘나는 얼마나 닮았을까?’

 

  안타깝게도 울의 기억은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점점 희미해져 갔기 때문에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다섯 사람은 자잘 구래 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흔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희노애락이 거센 파도처럼 물결쳤다. 한바탕 웃고 나니 울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각자 기숙사로 흩어지고 티아와 울은 같이 푸른 기숙사로 돌아갔다. 어스름이 진 풍경이 추우면서도 상쾌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얼음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웠다. 그때 티아가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라이 말이 없어진 거 같지 않아?”

  “흠... 그런가? 걔는 원래 말 없지 않았어?”

 

  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티아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니야. 그래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즘 딴 생각도 많이 하는 거 같고. 자꾸 미안해하기도 하고. 사실 우리 라이네 부모님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잖아. 좀 주제넘은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에이, 그건 아닐 거야. 애 하는 거 봐. 집에 문제 있는 애가 저렇게 반듯하겠어?”

  “뭐.... 말은 없어도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너무 이야기를 안 해줘서.”

  “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부모님 일이라는 게.... 사람마다 너무 다르니까.”

 

  울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 순간 티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평소보다 두 배나 더 커진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 아하하. 그렇긴 그렇다. 하긴 그렇게 착하고 똑 부러진 애가 집에 뭐가 있으면 우리한테 말하거나 그랬겠지? 맞아 잘 하는 앤데 괜히 내가 걱정하고 그랬네? 하하하. 내가 참 쓸데없는 데 오지랖이 넓단 말이야아? 이것 때문에 맨날 할머니한테 혼나는데 아직도 못 고치니 원. 하하하-. 하아악!”

 

  아무말대잔치를 하며 허둥거리던 티아는 결국 얼음을 잘못 밟고 앞으로 꼴사납게 엎어졌다. 손바닥의 쓰린 감각을 느끼며 티아는 자기 혀를 깨물어버리고 싶었다.

 

  ‘죽어야지, 아주 죽어버려야지. 이 미친년아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하자. 제발!’

 

  “헉, 괜찮아? 손 까졌겠다! 아프겠다....”

 

  울은 티아를 일으켜 세웠다. 제대로 엎어진 바람에 무릎도 쓰리고 손바닥에 피가 맺혔다. 평소라면 엄살에 난리법석을 피웠겠지만, 티아는 차라리 이 편이 더 나았다. 엎어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얼마나 더 말실수를 할지, 어색한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감당이 안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으아악! 제발 생각 좀 하면서 살자. 레인보우 티아!’

 

  티아는 태연한척 웃었다.

 

  “아, 아하하. 괜찮아. 기숙사가서 약 바르면 되지 뭐. 호호호. 요정약이라고 들어봤니이?”

  “어, 그거 전에 잘 듣는다고 유행했던 거 아니야?”

  “맞아! 바로 그거지! 후후. 내 소환수중에 한명이 그걸 만들 수 있거든! 향도 엄청 좋구, 내가 기숙사 가서 보여줄게.”

 

  티아는 일부러 더 과장된 걸음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야, 너 또 그러다 미끄러진다.”

  “아니야! 난 미끄러지지 않아! 빨리 와!”

 

  울은 기름칠이 덜 된 가위처럼 걸어가는 티아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조심조심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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