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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국내 최초(어쩌면 그 이상으로) 국회를 배경으로 한 호러와 스릴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미스터리. . . . .

======

#. 1506년, 9월 1일, 조선, 잉화도 양말산(현재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

- 전날 밤 대전에서 연산군에게 겁탈을 당한 8살 생각시 꽃님이는 이날 밤 자정 박수무당 ‘천명’에게 미혹된 중전에 의해 역모(중종 반정)를 막을 주술의 산제물이 되어 혀를 잘린 뒤 10명의 다른 궁녀들과 함께 양말산 기슭에 생매장 당한다.

##. 2016년 12월 30일 자정,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던 국회의사당이 돌연 외부와 차단되며 이세계화(異世界化)된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나타난 생각시 유령 꽃님이는 500년 전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혹은 그랬었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 간다.
- 그때 마침 청와대 최고위층 여성으로부터 탄핵을 저지시키라는 사주를 받고서 국회에 잠입해 있던 박수무당 신민철에 의해 ‘24시간 안에 국회의원들을 11명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를 살해함으로써,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억울하게 죽은 생각시 유령의 원혼을 달래줘야 살아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 그러나 이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가슴 속에 감춰져 있던 욕망, 야망, 원한, 본능 등이 거리낌 없이 드러나며 사태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의 이면엔 ‘유령인 꽃님이조차 끝내 통제할 수 없었던 진짜 내막’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저마다의 10시간 - ③
작성일 : 17-11-28 15:23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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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2016년 12월 31일, 16:44

 

 

 31. 저마다의 10시간 - ③

 

 

 본청 5층 남자 화장실.

 

 오전에 광열과 함께 의원 수색을 다니던 남자가 혼자 세면대 앞에서 무언가를 씻고 있다. 남자의 손에 있는 건 다름 아닌 군데군데 핏자국이 남아 있는 의원 배지다. 지하 배드민턴 연습장에서 나오다 말고 죽은 배주호 의원 옷에서 슬쩍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의 얼굴은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처럼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이윽고 피가 어느 정도 씻긴 듯하자, 그는 배지를 들어 천장 조명에 대고 여기저기 살핀다. 이리저리 방향이 바뀔 때마다 빛이 반사되어 광채가 난다. 눈이 부실만도 하지만, 눈살이 찡그려지는 대신 오히려 입가로 미소가 번진다.

 

 잠시 후 세면대 앞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양복 깃에 의원 배지를 단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노래까지 흥얼거려진다. 그런데 목에 걸고 있는 빨간 식별표 때문에 영 폼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식별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거울을 본다. 그제야 완벽하게 그럴싸해 보인다.

 

 “잘 어울리는데? 이제부터 난 전형수 의원님이시다. 흐흐흐.”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의원 흉내를 내는 그의 입술이 거울 속에서 히죽거린다.

 

 “이번 일로 의원들이 싸그리 죽게 되면 의석이 텅 비게 될 것이고 …… 그러면 민보협(‘민주평화당 보좌진 협의회’의 약칭) 보좌관들을 모아서 당을 재건한다는 핑계로 비대위를 만드는 거야. 그 다음에 공천을 나눠 먹으면? 하하, 하하하하! …….”

 

 형수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의원이 다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마침 의원들을 수색하며 근처를 지나가던 학현이 그 웃음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온다. 인기척을 느낀 형수가 옆을 돌아본다. 그때 형수의 재킷에 달려 있던 의원 배지가 학현의 눈에 띈다. 학현은 다급하게 밖에다 대고 소리친다.

 

 “여기요! 여기!”

 

 그러자 곧바로 7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화장실 안으로 우르르 들이닥친다. 형수는 기겁하여 바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려 하지만, 갑작스러움에 입이 미처 떨어지지 않는다.

 

 “그, 그게 아니라 …….”

 

 그러나 이미 5명이 넘는 의원들을 발견하는 족족 죽여 온 학현에게 망설임 따윈 없다. 학현은 형수에게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든다.

 

 “시끄럿!”

 

 “나, 난 아냐! 으악!”

 

 학현이 휘두른 도끼가 곧장 형수의 가슴팍으로 날아가 찍힌다. 형수는 그 충격으로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그러나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형수는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며 중얼 거린다.

 

 “의원 …… 쿨럭 …… 아니 …… 라니까 …… 커억 …….”

 

 그때 근처를 지나다가 비명 소리를 들은 광열이 화장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형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며 학현에게 묻는다.

 

 “지금 뭐 한 거예요?”

 

 학현은 의아해한다.

 

 “뭐 하긴요? 의원 잡았잖아요?”

 

 광열은 아연실색한다.

 

 “의원이요? 이사람 아침부터 저랑 함께 다녔던 사람이에요!”

 

 학현은 당황한다.

 

 “예? 그렇지만 분명 의원 배지를 달고 있었는데 ……?”

 

 그 순간 형수의 숨이 끊어지며, 주머니로 가져갔던 손이 바닥으로 힘없이 축 늘어진다. 그러면서 식별표의 붉은 목줄이 검지에 걸려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온다.

 

 학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황급히 그걸 주워 확인한다. 식별표가 분명하다. 당황한 학현은 마치 광열보고 들으라는 듯이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니 그럼 말을 했어야지, 왜 멍청하게 가만히 있는 거야?”

 

 그러나 학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형수에게 설명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자 문득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본 다른 사람들이 광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 덜컥 겁이 난다.

 

 “의원 배지 그 따위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

 

 그러고는 도망치듯 허둥지둥 그곳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더 이상은 의원 수색을 할 마음이 사라져서,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상황실로 쓰고 있던 당대표실로 돌아가 버린다.

 

 

 - § -

 

 

 본청 지하 1층 동쪽 통로.

 

 평소 사람들의 이동이 뜸한 장소라 다른 데에 비해 조명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그런데다가 오늘따라 형광등도 몇 개씩 나가 있어 평소보다 배로 어스름하다.

 

 2명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그곳을 지나던 광열은 마침 구내 세탁소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에 사람들에게 조용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문 쪽으로 다가간다. 문틈으로 귀를 가만히 가져간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슬며시 문을 밀어젖힌다.

 

 끼이익!

 

 오래 되어 헐거운 경첩에서 나는 소리가 지하 공간에 가지가 뻗어나가듯 퍼진다. 모두들 지레 놀라 더 긴장한다. 하지만 이내 기합을 넣고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천장과 벽이 온통 세탁되어 비닐에 싸인 옷들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어서인지 드라이클리닝의 석유 냄새가 꽤나 코에 거슬린다.

 

 셋은 들고 있는 몽둥이로 옷들 여기저기를 쑤시고 들추고 하면서 누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간다. 그러다 광열은 문득 카운터 뒤 편 구석에 있는 간이 탈의실로 눈이 간다. 그리하여 곧바로 살금살금 다가가 문 안쪽의 인기척을 확인한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광열은 다시 숨을 죽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 문을 확 열어젖힌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없다. 그때 한 남자가 카운터 옆에 있던 커다란 검정색 자루를 가리키며 광열에게 묻는다.

 

 “이 자루 수상하지 않아? 풀어 볼까?”

 

 자루 안은 아직 세탁되지 않은 옷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것은 가슴까지 오는 높이로 건장한 남자 세 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인데다, 자루 입구를 동여매는 끈마저 엉성하게 얽혀 있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인다.

 

 광열은 들고 있던 몽둥이로 자루를 툭툭 건드려본다. 그러자 움찔하는 것 같더니 이내 옆으로 풀썩 쓰러진다. 그러면서 윗동에 쌓여 있던 옷가지 몇 개가 자루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광열은 지레 흠칫 놀랐다가 이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휴, 괜히 놀랐네.’

 

 모두들 자루 주위로 몰려든다. 광열은 쭈그리고 앉아 대충 얽혀있던 자루 입구의 끈을 마저 푼다. 그때 옷가지 사이로 웬 사람의 머리카락이 드러나 보인다. 광열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윤기가 나면서 길고 가는 게 꼭 젊은 여자의 머리카락인 듯하다. 광열은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자루 쪽에 대고 소리친다.

 

 “누, 누구야? 나와!”

 

 그러나 여자는 꼼짝 않은 채 벌벌 떨고만 있을 뿐 대답이 없다. 잠시 후 보다 못한 다른 남자 둘이 자루 밑동을 잡고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그러자 거꾸로 뒤집힌 자루 안에서 한 여자가 다른 옷가지들과 함께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꺅!”

 

 바닥에 엎어진 그녀는 서둘러 자세를 고쳐 앉으며 광열들을 올려다본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다.

 

 그런데 그녀는 모두가 아는 얼굴이다. 그때 무리 중 한명이 앞으로 나와 앉아 음흉한 눈초리로 그녀의 몸을 훑으며 입을 연다.

 

 “아니,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한 최연소 의원, 이유진 아냐? 이햐,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쁜데?”

 

 그러면서 남자는 유진의 오른쪽 뺨에 자신의 오른손 손등을 가져다 댄다. 유진은 바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바르르 떤다. 남자는 유진의 그런 반응을 재미있어하며 계속 더듬는다.

 

 “오, 이 뺨 땡글땡글 한 것 좀 봐. 어디 그럼 …… 여기도 탱탱한지 한 번 볼까?”

 

 그러고는 유진의 얼굴을 더듬던 손으로 갑자기 젖가슴을 콱 움켜쥔다. 유진은 기겁하며 뒤로 내뺀다.

 

 “꺅! 꺅!”

 

 남자는 짐짓 역정을 낸다.

 

 “어허, 이거 왜 이래? 너도 좋잖아?”

 

 그리고 발버둥치는 유진의 발목을 붙잡아 자기 앞으로 홱 잡아끈다. 유진은 뒤로 벌러덩 자빠지며 끌려온다.

 

 “꺅!”

 

 남자는 곧바로 그 위에 올라타 유진을 제압한다. 그 옆에 있던 다른 한 명도 곧장 거기에 가세한다. 오직 광열만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다.

 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그녀의 눈은 어느 새 핏발이 서 붉게 충혈 돼 있다. 그때 발악하던 유진의 손톱이 그녀 위에 올라타고 있던 남자의 얼굴을 할퀸다.

 

 “악!”

 

 순간 모두는 멈칫한다. 남자는 놀란 눈으로 유진이 낸 생채기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손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것을 보고는 발끈한다.

 

 “이 씨팔!”

 

 그는 유진의 뺨을 연이어 마구 휘갈긴다.

 

 찰싹! 찰싹!

 

 “꺅! …….”

 

 유진은 처음 맞을 땐 비명을 지르더니, 곧 정신이 아득해져서 두 번째 맞았을 땐 미처 소리도 내지 못한다. 유진의 왼쪽 뺨이 마치 땀구멍마다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처럼 빨갛게 변한다. 뺨을 얻어맞은 충격에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유진은 시야마저 흐릿해진다.

 

 남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진의 옷을 마구 찢어발긴다. 이때 블라우스가 찢겨지면서 튕겨 나온 단추 하나가 바닥을 구르다 광열의 구두 앞쪽에 와서 부딪힌다. 광열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며 허둥지둥 다른 두 사람을 말린다.

 

 “그, 그만들 해요!”

 

 그러자 상반신이 나체가 된 유진의 젖가슴을 막 추행하려다 흥이 깨진 남자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짜증을 내며 광열에게 다가온다.

 

 “아 씨팔. 이봐, 왜 흥을 깨고 난리야? 죽고 싶어?”

 

 광열은 당혹스러워 한다. 그가 지난 10시간 동안 자신과 행동을 함께 해 온 그 사람이 맞나 싶다.

 

 “그,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건 범죄라고.”

 

 하지만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흥 콧방귀를 뀐다.

 

 “뭐? 범죄? 당신 지금 범죄라 그랬어?”

 

 그러더니 유진이 꼼짝 못하게 그녀의 팔을 꽉 누르고 있던 다른 남자를 향해 말한다.

 

 “이봐, 이 자식이 지금 우리보고 범죄 운운하는데?”

 

 그러자 그 남자 또한 낄낄거리며 광열을 비아냥거린다.

 

 “이게 범죄라고? 어이구, 성인군자 나셨네.”

 

 “지금까지 의원들을 신나게 죽이고 돌아다니던 이광열 씨는 도대체 어디로 가셨나?”

 

 광열은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러자 방금 전의 그 남자가 돌연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광열을 협박한다.

 

 “이봐, 입장을 확실히 정해. 우리랑 같이 저년 따먹고 입을 닫을래, 아니면 저년이랑 같이 죽을래?”

 

 그러면서 인상을 쓴 얼굴을 광열의 바로 코앞에 들이밀며 살기등등한 눈초리로 쏘아본다. 광열은 겁을 집어 먹고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친다.

 

 그런데 별안간 남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다. 그러더니 기겁하며 뒤로 벌러덩 주저앉는다.

 

 “으헉!”

 

 이에 덩달아 놀란 광열도 황급히 옆으로 비켜서며 뒤를 돌아본다. 광열이 서 있던 뒤쪽 왼편으로 꽃님이 나타나 있다. 광열은 기겁하며 벽 있는 데까지 마저 뒷걸음질을 친다.

 

 곧이어 광열을 제외한 나머지 두 남자들의 등 뒤로 궁녀 유령들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러더니 대번에 그들을 콱 부둥켜안고는, 등 뒤에 난 다른 차원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으악!”

 

 “으아악!”

 

 느닷없이 벌어진 일에 유진과 광열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다 유진은 이때다 싶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몇 개 주워들고 광열의 옆을 가로질러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쳐나간다. 여전히 얼떨떨한 상태였던 광열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다. 그러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바닥에 떨어트렸던 각목을 다시 집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잠시 후 유진의 외마디 비명이 고요했던 복도의 공기를 갈가리 찢어 놓는다. 꽃님은 그제야 스르르 자취를 감춘다.

 

 

 - § -

 

 

 로텐더 홀에서는 여전히 수십 명의 사람들이 기도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의 수도 9시간 전에 비해 배로 늘어나 있다. 그러나 아직 저마다의 신에게 어떠한 구원의 대답도 듣지 못한 때문인지 얼굴이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치 종교별로 편을 나눠 누가 더 먼저 구원을 받게 되나 경쟁이라도 하듯, 이전보다 더 목청을 높여 기도문을 외고 있다.

 

 그러다 개신교 무리에서 중년의 한 여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마치 신들린 것처럼 지금까지보다 더 큰 소리로 기도문을 외기 시작한다. 저마다 눈을 감고 기도에 열중하고 있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마치 무당이라도 된 것처럼 괴상한 몸짓까지 해가며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로 이상하게 기도 주문을 왼다.

 

 한참을 미친 듯이 기도 주문을 외던 그녀가 갑자기 천장을 올려다보며 “신이시여!”라고 외친다. 그러자 마치 그녀의 외침에 응답이라도 하듯 돔 천장 바로 아래에서 2명의 남자들이 불쑥 나타난다. 그러더니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둘은 방금 전 이유진 의원을 겁탈하려다 궁녀 유령들에게 끌려갔던 남자들이다.

 

 “으아악!”

 

 툭! 털썩! 파직!

 

 남자들은 제각각 둔탁한 소리를 내며 기도를 하고 있던 사람들 사이사이로 떨어져 즉사한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다. 홀 중앙에는 서서 기도하던 중년의 그 여자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다.

 

 여자는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덤덤하게 바라본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을 것처럼 두 팔을 번쩍 치켜 올린다. 그러고는 목청 높여 성경 구절을 읊기 시작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네 사랑하는 독자(獨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가 태워서 제물로 바치라. 이에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단에 올리고 칼을 잡고 목숨을 끊으려 하자 하나님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하셨노라.”

 

 그렇게 암송을 끝낸 여자는 도로 팔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지금 불가사의한 장벽이 나타나 우리를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까닭을 모릅니다. 그것을 극복할 방법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우리를 시험하십니다. 그럼 우리는 그 시험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하나님께 우리의 믿음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응답하시고 우리를 구원해주실 것입니다.”

 

 이어 방금 전 떨어져 죽은 두 남자의 시체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들을 보십시오. 이들은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지 않았기에 이처럼 처참하게 버림받은 것입니다. 여러분! 저 혼자 믿음을 보이기 위해 하나님의 시험에 응하는 것으론 하나님께 닿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해주신다면 전능하신 하나님께선 반드시 우리들 앞에 기적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여러분! 같이 합시다! 같이 하나님께 우리의 믿음을 보여드립시다!”

 

 그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계단으로 내달린다. 뒤이어 망설이고 있던 몇몇도 대뜸 그녀를 따라나선다. 그런데 그 중 한명이 가다 말고 돌연 뒤돌아선다. 그러고는 아직 망설이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여러분, 함께 합시다! 아브라함처럼 우리의 믿음을 하나님께 보여드립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머뭇거린다. 그때 의외의 사건이 발생한다. 불교 신자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선 것이다.

 

 “나도 갈게요! 부처님이든 하나님이든 그게 뭔 상관이에요? 나만 구해주면 되지.”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 분위기를 타 참여하겠다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하긴……. 좋아, 나도 가겠어!”

 

 “나도 갈래요!”

 

 “그럼 나도! 자, 갑시다!”

 

 동행하겠다는 사람들의 수가 순식간에 30여명으로 불어난다. 그들은 먼저 올라간 여자를 놓칠세라 그녀가 간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간다.

 

 잠시 후 7층에 도착한 그들은 로텐더 홀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안쪽을 따라 빙 둘러 선다. 그 열 가운데에 이들을 선동했던 중년의 여자가 서 있다. 사람들은 7층까지 계단을 뛰어서 올라온 탓에 다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다. 하지만 얼굴은 지쳐 보이기는커녕 로텐더 홀에 있을 때보다 더 결연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 이윽고 이들을 선동했던 여자가 난간 위로 올라서며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자, 우리 함께 하나님께 믿음을 보여드립시다! 저를 따라 올라서세요!”

 

 그녀의 말을 따라 나머지 사람들도 난간 위로 올라선다. 그들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 따윈 없다. 모두들 기적을 확실히 믿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밑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같이 죄다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 숨죽인 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개중에는 저 행위가 효과가 있는 걸로 판명되면 자신도 따라 해볼 심산으로 내심 정말로 기적이 일어나 저들이 구원받게 되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을 선동했던 여자가 천장의 돔을 올려다보며 두 팔을 번쩍 위로 치켜 올린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다시 목청 높여 기도문을 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흡사 500년 전 양말산에서 하늘에 기도를 올리던 천명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어린 양들이 믿음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디 하나님을 경외하는 저희들의 심성을 굽어 살피시어 구원해 주 ……!”

 

 그때 홀연히 나타난 하얗고 작은 손이 여자의 등을 돌연 툭 밀친다. 여자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아앗!”

 

 그러다 이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으아악!”

 

 바닥에 내리꽂힌 여자는 몸통이 터지며 사지가 찢겨진다. 여자를 따라 난간 위에 올라서 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녀가 서 있던 곳을 쳐다본다. 그리고 경악한다. 그 자리에 서 있던 건 꽃님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의 등 뒤로 궁녀 유령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오싹한 기운에 뒤를 돌아보던 사람들은 기겁한다. 그 바람에 조금 전의 여자와 마찬가지로 이내 중심을 잃고 홀 아래로 연이어 추락한다.

 

 “으아악!”

 

 “꺄아악!”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연달아 바닥에 내리꽂히며 즉사한다. 그 모습을 위에서 묵묵히 내려다보던 꽃님은 마지막 한명까지 모두 떨어져 죽자, 그제야 다른 유령들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 그녀들이 서 있던 자리엔 을씨년스런 적막만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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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대한민국] 저마다의 10시간 - ③ 2017 / 11 / 28 350 0 8634   
30 [대한민국] 저마다의 10시간 - ② 2017 / 11 / 27 347 0 6907   
29 [대한민국] 저마다의 10시간 - ① 2017 / 11 / 26 355 0 7639   
28 [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⑤ 2017 / 11 / 25 370 0 5468   
27 [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④ 2017 / 11 / 24 347 0 4813   
26 [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③ 2017 / 11 / 23 339 0 4388   
25 [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② 2017 / 11 / 22 343 0 7400   
24 [대한민국]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 - ① 2017 / 11 / 21 339 0 5235   
23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⑥ 2017 / 11 / 20 355 0 6359   
22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⑤ 2017 / 11 / 20 342 0 4026   
21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④ 2017 / 11 / 19 314 0 5346   
20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③ 2017 / 11 / 18 336 0 3888   
19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② 2017 / 11 / 17 333 0 5311   
18 [대한민국] 반목(反目) - ① 2017 / 11 / 16 356 0 4443   
17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⑧ 2017 / 11 / 15 332 0 6913   
16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⑦ 2017 / 11 / 14 334 0 5259   
15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⑥ 2017 / 11 / 13 327 0 4286   
14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⑤ 2017 / 11 / 12 305 0 4157   
13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④ 2017 / 11 / 11 330 0 4914   
12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③ 2017 / 11 / 10 320 0 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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