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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3부>_6화
작성일 : 17-11-28 09:40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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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사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두 발이 땅에 붙어버린 것 같았다.

  “중력?”

  사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품엔 여울이 안겨 있었다.

  “이근택, 오랜만이네.”

  “가여린!”

  근택의 시선 끝에 여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에 날리는 트렌치코트 사이로 보이는 검은 색 바지정장을 입은 모습이 마치 패션잡지에서 걸어 나온 사람 같았다.

  “뭐하는 짓이지?”

  “너야 말로 뭐하는 거지? 상관에게 예의를 갖추기는커녕 미친개마냥 으르렁거리기나 하고.”

  여린의 말에 근택이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녀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상관? 네가 왜 내 상관이야? 내 상관은 아시아총책임자인 이완우님 밖에 없다.”

  “이래서 개는 주인 따라 간다는 얘기가 있는 거야. 주인부터가 위아래도 모르고 설치고 있으니.”

  “뭐? 설쳐?”

  “다행히 내가 너무 늦지는 않은 것 같네.”

  여린은 흥분한 표정으로 분노를 뿜어내는 근택을 외면한 채 서희를 돌아보았다. 여린이 등장하자 서희를 억누르던 멀미의 기운이 서서히 옅어졌다. 서희는 겨우 몸을 일으켜 그네의 기둥을 의지한 채 서 있었다. 서희가 무사한 걸 확인한 여린은 다시 근택에게 시선을 돌렸다.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근택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인 여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번 주선의 결혼식에서 봤던 태욱과 서희의 딸인 여울에게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이유는 그녀 자신도 몰랐다. 그걸 알고 싶어서 아무도 모르게 며칠 동안 멀리서 지켜본 게 전부였다. 근택이 그런 자신을 수상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뒤까지 밟았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알아차렸더라면 이미 여울은 근택과 함께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인거냐?”

  “알면서 뭘 물어?”

  근택은 서희를 보는 여린의 눈빛을 보았다. 적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여린이 적으로 대하는 인물은 자신뿐이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린은 그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얌전히 사라진다면 그냥 보내줄게.”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알고 있어.”

  근택은 할 말이 없었다. 여린은 지금 자신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근택은 SA그룹의 실세인 아시아총책임자 이완우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그의 오른팔이었다. 그 사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근택을 막아선다는 것은 그녀 자신의 직속상관이기도 한 이완우에게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의미였다.

  “후회할 텐데.”

  근택은 비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게. 아무래도 그냥 보내줘서는 안되겠지?”

  “뭐?”

  여린이 근택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잠깐!”

  손이 허전해졌다. 방금까지 자신이 안고 있던 여울이 어느새 여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여린은 여울을 아주 소중한 물건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옆에 내려놓았다.

  “흥!”

  근택은 여린의 행동에 비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그는 여울을 향해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다.

  “크아!”

  그의 입에서 높은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놀이터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유리가 깨지고 도난경보음이 울렸다. 서희는 귀를 부여잡았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서희는 여울이 걱정이 되었다. 여울에게 가기 위해 일어서는 그녀의 눈에 여울의 귀를 막고 있는 여린의 모습이 들어왔다. 서희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그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다간 머리 전체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하아!”

  서희는 겨우 숨을 내뱉었다. 소리가 갑자기 그쳤다.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아프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여울아!”

  정신을 차린 서희는 여울을 먼저 찾았다. 여울은 여린의 발치에 눕혀져 있었다.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입술에서 흘러내린 피가 옷의 윗부분을 붉게 불들이고 있었다.

  “안 돼!”

  서희는 단숨에 여울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 여울을 품에 안았다. 모든 게 꿈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괜찮아. 잠깐 기절한 거야.”

  서희는 여린을 올려다보았다. 서희와 눈을 마주친 여린은 엷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마음이 놓였다.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꿈에서는 봤을 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서희에게서 눈을 뗀 여린이 다른 곳을 응시했다. 서희도 여린의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여린의 시선 끝에는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는 근택이 있었다. 그의 온몸에는 깨진 유리가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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