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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05
작성일 : 17-11-28 07:16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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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낮 시간에는 납골당에 사람이 없었다. 엄마가 좋아하던 노란 개나리꽃을 한가득 들고 있는 영이 안으로 들어갔다. 영이 이곳에 처음으로 온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 영은 차마 엄마를 보러 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날의 일이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주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태주는 영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가벼워지지 않으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영도 어느 부분은 태주의 말에 공감했다. 자신이 평생을 이고 살아야 할 수많은 죄와 원한, 죄책감들도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말은 곧 모든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지독한 사명감에서 해방이 된다 하더라도 엄마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걸 의미했다. 영이 좁은 유리 칸 안에 세워져 있는 수경의 사진을 바라봤다. 수경이 사고로 죽기 딱 한 주 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날은 아주 추운 날이었다. 영은 아침부터 엄마에게 어린이 공연을 보러가자고 말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던 영이 먼저 나서서 어디에 가자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오히려 신이 난 건 수경이었다. 두 모녀가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섰다. 예쁘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는 영의 모습은 여느 일곱 살 어린 아이와 똑같았다. 수경은 그런 영을 보며 앞으로도 딱 이 만큼만 행복하게 해달라고 신께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신은 두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트럭 하나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채 영에게 돌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수경은 영을 빠르게 밀쳤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수경에게 밀쳐진 영의 몸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모든 것은 이미 끝나있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은 일제히 자기 자식들의 눈을 가렸다. 끔찍한 사고 현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들이 몰려왔다. 구급대원들은 넘어져 있는 영을 일으켜 세웠다. 영이 피를 흘린 채 아무 움직임 없이 누워 있는 수경을 쳐다봤다. 영이 구급차에 타기 전까지도 수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영이 작은 유리문을 열어 안에다 개나리꽃을 넣었다.

 

 “올해는 미리 왔어.”

 

 사진 속 수경이 영을 향해 웃어주었다. 차마 사진을 오래 쳐다보지 못하고 영이 고개를 떨궜다.

 

 “내가 그 날 일이 좀 있을 것 같아.”

 

 무미건조하게 말하려고 하는 영의 노력이 무색하게 이미 목소리에는 울음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자신이 죽을 거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 날 엄의 죽음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원망이었다. 영은 수경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자신의 엄마가 그렇게 떠나버릴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적어도 그곳에 가자는 바보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닥을 향해 있는 영의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손이 떨리도록 주먹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렇게 되어버린 게 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너무 미안했는데…. 정말 잘된 것 같아.”

 

 영이 힘겹게 말을 마쳤다. 그리고 소매로 코 주변을 닦았다. 마치 그런 영의 모습이 아직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 같았다. 애초에 오래 살 생각 따위는 없는 인생이었다. 가장 사랑했던 엄마 수경을 잃고 지금까지 외롭게 살아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영을 버티게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날의 일이었다. 영은 늘 자신이 엄마를 죽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해왔지만 사실 그녀의 죽음은 딸인 영을 살리기 위해 수경이 자발적으로 한 선택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영을 살린 것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수경의 당연한 행동이었다. 결국 영의 목숨과 삶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유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일은 결코 할 수가 없었다. 목숨과 맞바꾼 엄마의 선택이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선물 받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쓸모없고 고통만 가득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영에게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한 죽음이 두려움, 공포가 될 리가 없었다. 영의 눈 주변이 어느새 빵빵하게 불어 있었다. 영이 호흡을 가다듬고 납골당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영의 옆으로 한 남자가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영의 눈앞에 반짝하고 펼쳐졌다. 발걸음이 허공에 멈추었다. 영이 고개를 돌려 납골당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초췌한 낯빛의 저 남자는 오늘 밤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군가의 납골함 앞에서 흐느끼고 있는 남자의 인생이 영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금 저 안타까운 남자를 위해 영이 해줄 수 있는 건 마음속으로 자신을 용서하라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영은 단순히 그들의 ‘죽음’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삶은 정해진 운명대로 흐른다. 영이 보는 것은 단지 그들의 삶이 끝나는 운명에 대해 보는 것이었다. 때문에 ‘자살’은 가장 높은 사망 원인으로 꼽히면서도 오히려 영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죽음이었다. 결국 영에게 그 죽음이 보였다는 것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과 같았다.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정말 희망일 뿐이었다. 죽음의 모양이 다를 뿐 그 또한 운명이었기에 그 거대한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영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저 남자의 가혹하고 슬픈 죽음을 미리 알았음에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또 다시 영을 무너지게 했다. 영이 남자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나지막하게 속삭인 영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남자가 뒤늦게 유리 너머 멀어지고 있는 영을 바라봤다. 이미 죽음의 세계에 발을 들인 남자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영을 보는 남자의 눈에 슬픔만큼 그녀에 대한 연민이 가득 차올랐다.

 

  태주가 차를 세우고 조수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현서에게 받아 온 환의 선물이 가득했다. 선물을 받은 순간부터 태주는 괜히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니 환의 반응이 너무 뻔했고 현서에 대해 숨긴다 하더라도 딱히 이 선물 공세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카페에 환은 벌써 와 앉아있었다. 창 쪽에 앉아있는 환을 보고 태주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오는 것이 싫어 한 때 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두 사람 관계를 모른 척 하며 살아왔는데 태주는 현서를 만났던 그 날에 느낀 동정과 연민이 한스러웠다. 태주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손에는 현서가 전해준 환의 선물들이 들려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더 이상의 회피는 불가능했다. 태주의 눈에서 굳은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다.

 카페로 들어서자 환이 밖에서부터 보고 있었는지 태주를 반갑게 맞았다. 환의 시선이 태주가 들고 온 짐에 멈췄다. 방금 전 다진 결의가 부끄러울 정도로 벌써부터 앞이 막막했다. 태주가 적당한 곳에 선물더미를 놓고 환의 옆에 앉았다.

 

 “왜 여기 앉아있어, 편한 곳에 앉지 않고.”

 “삼촌 오는 거 보려고 그랬지.”

 

 태주가 적당히 웃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불과 며칠 전인데 그 사이에 환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생기가 돌았다.

 

 “이사 준비는 잘 하고 있어?”

 “응. 삼촌 덕분에. 그래도 지금 집에서 빼는 보증금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좀 있더라고.”

 “다행이네.”

 

 말은 다행이라 하면서도 목소리에서는 태주의 심란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태주의 직업은 의사이고 그 중에서도 다루고 있는 것은 ‘정신의학’이였다. 태주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난 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인생들은 대게 암울하고 참담했으며 고통스러웠다. 하루에도 많게는 열 명이 넘는 환자들의 그런 인생을 듣고 대신 경험하며 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태주는 오히려 굉장히 차갑고 냉정하게 변해갔다. 적어도 정신의학과 전문의라고 적힌 흰 가운을 입고 있지 않을 때에는 그 어떤 삶에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현서와 환의 관계를 어림짐작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여태 모른 척 피해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태주는 차라리 둘 중 누구라도 환자로서 자신을 찾아왔다면 더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태주의 안색을 살피던 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아파?”

 “어?”

 

 태주가 정신을 차리고 환을 쳐다봤다. 답지 않게 화들짝 놀라는 태주를 보며 환이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태주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두 가지 밖에 없는 보기 중 그 어떤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면 굳이 거짓말 보다는 진실이 낫지 않을까 태주가 마음속으로 답을 내렸다.

 

 “줄 게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

 

 들어올 때부터 양 손 가득 들고 들어온 태주였기에 환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금 알았단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환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최신형 태블릿에 비싼 가방과 옷들. 충분히 환이 설렐 만 한 품목들이었다. 태주가 한 개, 한 개 설명을 하며 환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이건 가방인데 대학생들도 잘 매고 다니고…. 뭐 어쨌든 제일 비싸고 좋은 걸로 샀대.”

 

 정신없이 선물을 받던 환이 태주의 마지막 말에 멈칫했다. 자신이 산 것을 상대에게 선물 할 때는 ‘샀대.’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무엇이 떠오른건지 환의 입 꼬리가 서서히 내려갔다.

 

 “형수님이 너한테 전해 달라고 하셨어.”

 

 태주가 환에게 현서를 지칭할 때 ‘너희 엄마’가 아니라 ‘형수님’이라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 이상 본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남의 인생사가 아님을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인정한 것이었다. 환이 방금 전까지 신이나 이것저것 뜯어보던 선물들을 아무렇게나 봉투에 넣어 다시 태주에게 건넸다. 태주가 예상한 것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었다.

 

 “삼촌이 진짜 날 생각해준다면 오늘 나한테 이걸 전해줬으면 안됐어.”

 “어떤 마음인지는 아는데 나는 형수님의 도련님이고 너의 삼촌이야. 남이 아니라고.”

 

 환이 현서의 선물을 달가워할 리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치 그 책임을 태주한테 돌리는 듯이 말하는 환의 화법에 태주의 감정도 상해버렸다. 물론 맞을 지도 모른다. 현서는 그렇게 평생을 환에게 미안해하며 전해주지 못할 선물을 사고 환은 그런 현서의 마음을 무시하고 모른 척 하며 계속 그렇게 살았으면 그만이었다. 태주 역시 그걸 알고 있어서 더 발끈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 가볼게. 돈은 꼭 갚을 거니까 걱정 말고.”

 

 태주를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마친 환이 밖으로 나갔다. 태주가 생각한 것보다도 환의 마음은 더 굳게 닫혀 있었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태주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골목 끝으로 빠르게 멀어져가는 환을 보며 태주는 처음으로 형이 죽고 난 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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