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5화 크로우 공터
작성일 : 17-11-28 01:16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172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 아침은 하얗고 차가웠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세상을 뒤덮던 하얀 함박눈은 커티슨 산 위의 낯선 이들에게는 푸근한 이불이 되어주었지만, 허벅지까지 오는 눈 사이를 겨우겨우 뚫고 걷는 약초꾼 노인에겐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쯧!"

 

 늙고 앙상한 노인의 혀 차는 소리가 쌀쌀한 새벽 공기를 깨웠다. 그는 커티스 산등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약초꾼의 도착지는 다름 아닌 커티스 산맥 왼쪽 봉우리 정상에 있는 '크로우'라는 공터였다.

 

 

 '크로우'는 노인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보다 먼저 있었던 이름으로, 클라온 제국의 창세가 그곳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네 대 째 커티슨 산 아랫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는 노인의 할멈은 그 사실을 퍽이나 자랑스러워했다.

 

 '얘야, 처음에 세상은 바다뿐이었단다.‘

 

 눈 위를 걷는 노인의 기억 저편에 있던 할멈이 말을 걸어왔다.

 

 “바다는 무슨..“

 

 짜게 식은 표정의 노인이 중얼거렸다.

 할멈은 바다가 세상을 삼킬 만큼 깊고 짠 검푸른 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인은 팔십이 넘도록 그 '바다'의 '바'도 본 적이 없었다.

 

 ‘푸른 바다가 저 장막 넘어 그리고 그 넘어 펼쳐 있었지. 그래서 에멤쿠트님의 사자가 까마귀의 몸으로 세상에 내려왔을 때, 앉을 자리가 없었어요.'

 

 궁시렁거리는 노인을 무시하고 할멈은 눈을 감고 사랑하는 아이에게 꿈을 꾸듯이 이야기했다. 그녀는 소녀처럼 볼을 붉게 물들이며, 계단도 걷기 힘들만큼 약해 오르지도 못할 커티스 산 공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찾다 찾다가 내려앉은 곳이 바로 저 크로우 공터였단다. 그때는 바위섬이었지. 하지만, 그가 "땅이 되어라!" 외치니, 자꾸만 땅이 되었어.'

 

 할멈의 목소리는 비밀을 얘기하는 그것보다 작았고, 은밀했다.

 

 '하지만 땅만 있고 세상은 여전히 캄캄했지. 아주 아주 많이.... 그래, 칠흑 같았단다.'

 

 바느질을 하는 의자 발치에 앉은 기억속의 자신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어둠을 무서워했다.

 

 '밤보다 더요?'

 

 '그럼!'

 

 겁을 주려는 듯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쪼글쪼글한 주름이 가려 보이지도 않은 눈이었지만, 순진한 아이를 겁주기엔 충분했는지, 아이가 히끅 히끅 딸꾹질을 했다.

 

 '후후. 하지만 아가, 두려워 마렴. 하늘나라 할아비가 해와 별을 모두 큰 궤짝에 숨겨두어 세상이 컴컴했지만, 까마귀님이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을 훔쳐 세상에 낮과 밤을 비추게 하였단다.'

 

 할멈은 아이를 토닥이며, 마치 그게 자기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다는 듯이 뿌듯이 속삭였다.

 

 '그뿐인 줄 아니? 까마귀님이 페트렐 신이 꽁꽁 숨겨둔 세상의 모든 물도 훔쳐, 온 세상에 흐르게 했지.'

 

 "휘이이잉"

 

 이가 거의 다 빠진 입으로 자상하게 웃는 할멈과 순진한 아이의 모습이 겨울바람에 흔들렸다.

 그녀는 완성된 천을 기쁘게 바라보며 아이에게 선물했다. 하얀 천 가장자리엔 까마귀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야. 기억하렴-‘

 

 산 위에서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이의 손에 잡힌 천이 날라 가고 목소리가 작게 멀리서 들렸다.

 

 ‘우리가 해와 달의 빛을 받고 물을 미시고 살 수 있는 까닭은-’

 

 “윽!”

 

 그때 세찬 바람이 눈보라를 휘날리며 아이의 앞을 가렸다. 그가 주름 진 눈을 떴을 때는 할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백지장에 찍힌 검은 점처럼 새까만 까마귀가 새하얀 세상에 앉아 있었다.

 

 "..노망난 노인네."

 

 할멈과 같은 나이가 된 아이는 불쾌한 표정으로 옷을 털어내며, 머릿속 안개처럼 희미한 그녀를 비웃었다.

 

 커티스 산의 공터는 그저 돈도 안 되는, 까마귀가 사는 공터일 뿐이었다.

 

 다음화에서 계속..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11-1화 바다로 2017 / 12 / 23 239 0 1090   
10 10화 회의장 2017 / 12 / 12 245 1 2810   
9 9화 로렌 2017 / 12 / 9 258 0 2440   
8 8화 바다 (수정) 2017 / 12 / 8 275 0 2239   
7 7화 검 2017 / 12 / 3 271 0 1429   
6 6화 약초꾼 2017 / 11 / 29 262 0 2331   
5 5화 크로우 공터 2017 / 11 / 28 272 0 1725   
4 4화 붉은 세상 2017 / 11 / 28 261 1 742   
3 3화 참수 2017 / 11 / 24 268 1 2354   
2 2편 순백의 기사 2017 / 11 / 23 277 1 1708   
1 1편.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는다. 2017 / 11 / 21 425 1 211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백작가 아가씨
몬밍
마이 퍼펙트 싱
몬밍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