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평이한 시체 이야기 (1)
작성일 : 17-11-27 23:04     조회 : 602     추천 : 1     분량 : 521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보세요, 젠장, 며칠 전부터 꿈자리가 안 좋더라니, 시체입니다, 시체라고요!”

 

 그날 저녁, 탐정사무소에 걸려온 전화는 언제나처럼 평범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다급한 목소리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는 보통 다급하거나 걱정스럽거나 비밀스럽다. 게다가 사무소에 취직한 이래로 전화 응대는 거의 내가 하고 있었고, 그런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며…

 덕분에 나는 지나치게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말았다.

 

 “안녕하시유…”

 

 아차, 소장님이 사투리 쓰면 경성 사람들이 시골뜨기라고 무시한다고 했는데. 나는 급하게 목소리를 야무지게 바꿔서 서울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안녕하세요.”

 “지금 인사할 때가 아니라, 시체라니까요?”

 

 사투리인지 서울말인지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다급한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물론 이 불친절한 태도가 이 사람의 탓만은 아니다. 보통 이렇게 당황한 사람들은, 특히나 우리 사무소에 연락을 해야 할 정도의 일을 겪은 사람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나는 최근 몇 개월 간의 경험을 살려서, 상대의 이야기에서 현재의 상황을 도출해내기로 했다.

 

 “그, 시체라 하셨는데. 혹시 살인사건에 연루되신 것이면 저희 사무소가 아니라 경찰서에 연락했을 것이고… 그냥 누워있는 시체를 보신 거였어도 연락했을 리가 없고…

 그럼 혹시 시체가 움직이는 걸 보신 건가요?”

 

 나무랄 데 없는 논리 전개였고, 전화 너머의 남자는 격렬하게 동의했다.

 

 “네, 네, 네. 꿈자리가, 꿈자리가 안 좋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괜히 흉흉하고, 그게…”

 

 또 꿈자리 이야기다. 사람들은 이럴 때 별로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경향이 크다. 나는 전문가답고 침착하게 남자의 말을 막으며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해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고인이 고객님의 친족이나 생전에 아는 사람이셨나요?”

 “아니, 아는 사람이니까 죽은 줄을 알죠, 딱 보기에도 시체가 썩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지금 아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혼비백산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 야. 그렇다면 혹시 고인의 상태는 어떤가요?”

 “죽었죠, 아니, 죽었는데 움직이고 있죠!”

 

 아니, 음, 이 상황을 잘 표현하는 합리적인 대답이긴 한데, 확실히 맞는 대답이기도 한데… 그걸 물어본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정도로 진정하진 않은 모양이다. 나는 한숨을 꾹 눌러참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다시 질문했다.

 

 “고인이 지금 고객님께 위해를 끼치고 있나요? 혹은 그냥 마음을 심란하게 할 뿐인가요?”

 “아… 아, 예. 그런 상태군요… 당연히 고인이 제게 현재 위해를 끼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랬으면 벌써 저도 죽어서 바닥에 누워있지, 이렇게 전화나 하고 있겠습니까?”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 이거죠.”

 

 “자, 그럼 의뢰자 분 성함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혹시 가능하시면 고인의 성함이랑 은원관계도?”

 “제 이름은 최송현인…데.”

 

 전화기 너머 상대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침착한 상담자의 태도로, 나는 재촉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려줬다. 상대는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거 급하긴 한데 말씀 좀 물읍시다.”

 “예에.”

 “혹시 이런 전화가 자주 옵니까?”

 

 안타깝게도 그랬다.

 

 “음, 어, 좀 그런 편이쥬.”

 

 이따금씩 보통은 잘못 걸려온 전화, 그게 아니면 놀랐거나 걱정스럽거나 비밀스러운 목소리의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고, 그걸 듣고 소장님에게 전달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최대한 조심해야 할 부분은 ‘항시 서울말을 써야 한다’ 정도였으니까. 실은 그게 제일 어려웠다.

 내 평이한 대답에 전화기 너머 남자는 눌러참은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체가… 자주 움직입니까?”

 “뭐, 그럭저럭… 드물지 않게 움직입니다.”

 “세상에...”

 

 깊은 한숨.

 물론 나도 나대로 이런 상황 덕분에 막연히 탐정이라는 것이 으레 ‘이상한 사안, 귀신, 괴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조사하는 직업’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내 이야기를 들은 총독부 도서과 근무자 준 상은 크게 당황하며 ‘탐정은 보통 밀실 살인의 진실을 밝히거나, 사라진 유언장의 행방을 찾거나, 누명을 쓴 살인범 대신 진범을 찾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은 그냥 우리 소장님의 기괴취미 때문이다’ 라고 폭로한 바 있었다.

 어쨌든 이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익숙한 대응에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좀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상대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뭐, 움직이는 시체를 자주 보신다는 건 알겠으니까, 그럼 좀 저희 집에 오셔서 저 시체 좀… 아… 처리해주십시오.”

 “아, 예.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시려고 전화 주셨겠지요.”

 

 그건 그렇고, 큰일이네.

 나는 흘끗 빈 탐정사무소를 바라보았다.

 소장님은 나한테 자기가 없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가 있으면 받아두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모던걸답게 화려하게 꾸미고 이제부터 시작될 경성의 밤을 즐기러 나갔다. 술과 재즈라면 자기가 본토에서 배워왔다나. 고용인에게 일을 떠맡기고 자신은 자신의 삶을 찾으러 떠나는 아주 훌륭한 고용주의 태도였다.

 뭐,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장님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이 탐정 사무소에서 힘 쓰기, 손님에게 음료 내놓기, 청소하기 등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지금 가지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려나.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그런데 지금 저희 소장님이 안 계셔서…”

 “네?”

 “아무리 봐도, 지금 영업시간은 아니잖아요.”

 

 침착하고 상식적인 대답이었지만,

 물론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소리에요, 그런 일 하는 곳에서 낮에만 일하다니?!”

 

 그런 일은 뭐야…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원한을 품고 이승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이지, 낮이겠습니까?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죽겠어요.”

 

 이럴 수가, 이것도 꽤 그럴 듯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온갖 수상한 일을 도와주겠노라고 써붙여 놓고 자기는 자기대로 화려한 밤을 즐기겠다고 나간 소장님 쪽이 배임행위에 가까웠다. 얄미운 소장님을 원망할 수 있다니, 이것도 제법 괜찮은데.

 하지만 방금 상대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놓치지 않고 상대가 흘린 정보를 노련하게 잡아냈다.

 

 “잠깐, 원한? 있으셨어요?”

 “말하자면 길죠. 하여간… 그… 원한을 품은 고인이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꼴을 보고 기겁해서 저는 숨었습니다. 간단히 집을 훑어보고 저를 찾지 못하더니, 지금은 저희 집 툇마루에 앉아서 문을 흘끔거리고 있습니다. 분명히 제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저 치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하다못해 이 꼴을 이제 출산만 기다리는 집사람이 보기라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저희 집 대 끊길 일 있습니까?”

 “만삭의 부인까지 있으셨어요?!”

 “그러니까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말해준 적도 없으며 되려 성질이었다.

 으음.

 죽은 자가 살아 돌아와 툇마루에 앉아있으며, 죽은 사람과는 생전에 원한 간계가 있었고, 만삭의 부인이 있다.

 그렇다면 적당히 이 밤 지나서 소장님한테 이야기드릴 생각은 접어야겠다. 게다가 저 사람 말대로 원한관계가 있다면, 걱정해야 할 건 그 집안 대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나는 일단 아내의 상황을 파악해봤다.

 

 “아… 혹시 그럼 아내 분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집인가요?”

 “아침에 억지로 친정에 보내놓았습니다. 꿈자리가 안 좋아서… 자고 오라고 숫제 읍소를 했습니다만,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저녁 먹고 좀 있다 오겠노라고 했으니, 이제 몇 시간 후면 돌아올 겁니다. 아내는 오히려 제가 자길 보내놓고 뭘 하는지 의심하고 서운해하는 눈치입니다!”

 

 꿈자리가 안 좋아서라. 이거로 꿈 이야기를 벌써 세 번째 하고 있다. 꿈 이야기도 물어는 봐야 할 것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기가 오늘 내일 하고 있는데, 세상에 남의 편인지 자기 편인지 하는 녀석이 며칠째 시덥잖은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를 집에서 쫓아내니 영 미덥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위험하게 지금 툇마루에 앉아있는 시체라는 녀석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음…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인가.

 

 나는 마음 속으로 슬슬 결심을 세우기 시작하며, 통화 당사자의 상태를 물었다.

 

  “그럼 지금은… 어디서 통화 중이신가요? 전화가 있는 집으로 가셨습니까?”

 “젠장, 이런 내용을 어떻게 남의 집에서 이야기합니까?”

 “그것도 또 그렇네유.”

 “그것도 그렇다, 말고 하실 말은 없습니까? 우리 집입니다. 열쇠는 나 혼자 가진 뒷문으로 들어가서 2층에 숨어서 이야기 하고 있어요. 목소리 작은 거 안 들리십니까?

 

 과연 남자는 다급한 것 치고는 소근소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노련한 전화 상담원으로서 놓칠 수 없는 문제를 발견하고 말았다. 나는 침착하게 질문했다.

 

 “저, 근데 그러면.”

 “네.”

 “뒷 문은 잠겨있다고 했고, 열쇠는 혼자 가지고 계시다고 했는데… 그러면 툇마루에는 시체가 앉아있고, 집 앞 문은 열려있는 건가요?”

 “그, 그렇죠.”

 “…그럼 열쇠랑 아무 상관 없고, 언제든 고인은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2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 상태라는 거죠?”

 “제, 젠장할!!!!”

 

 아무래도 상대는 지식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 정도 욕설이 고작이라니. 나라면 저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욕설을 좀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차분하게 제안했다.

 

 “음, 좀 더 사람이 많고 안전한 곳으로 가시죠.”

 “아니, 그래서 오실 수 있다는 거에요, 아니라는 거에요?”

 “뭐… 이렇게 된 이상 가야죠.”

 

 에라, 이렇게 된 이상 혼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 고용주가 돌아와서 대체 뭐라고 말할 지는 모르겠지만, 뭐 사람을 치겠어, 자르겠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집 말고, 근방에 계실만한 곳 없으시유?”

 

 앗, 순간적으로 다시 사투리가. 나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저, 적당한 곳에서 만나서 집으로 가죠. 제가 최대한 빨리 그 쪽으로 가볼게요.”

 “그… 음…. 좋습니다. 남현보통학교가 저희 집 부근에 있는데… 그쪽으로 와주세요.”

 “남현보통학교면… 그,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용산 쪽인가요?”

 “네, 네. 그 근방에서 물어보시면 다들 알려줄 겁니다.”

 “예에. 종로에서 자전거로 출발하니께, 30분이면 갈 거에유, 아니, 갈 겁니다.”

 

 뭐 대충 통화는 이정도로 끝나면 되겠지.

 내가 수화기를 귀에서 떼고 있을 때, 남자는 마지막으로 애처로운 목소리로 애원했다.

 

 “저, 뭐가 어떻게 되든 좋으니 제발 빨리 좀 와주세요.”

 “예, 예, 갑니다, 가요.”

 

 물론 남자는 뭐가 어떻게 되든 좋은 마음의 준비 따위는 되어있지 않았다. 사람은 닥치기 전까지는 아무 말이나 하는 법이다.

 

 
작가의 말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일정이 꽉 찬 주말이었습니다.

 월요일이지만 앓아 누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1월 셋째 주에 돌아옵니다. (1) 2018 / 1 / 5 798 0 -
19 스토커의 죽음 (2) 2017 / 12 / 27 653 0 9242   
18 스토커의 죽음 (1) 2017 / 12 / 18 536 0 7804   
17 행복한 모녀 (2) 2017 / 12 / 14 548 0 7529   
16 행복한 모녀 (1) 2017 / 12 / 13 561 0 5468   
15 평이한 시체 이야기 (6) 2017 / 12 / 10 515 0 4242   
14 평이한 시체 이야기 (5) 2017 / 12 / 9 509 0 13155   
13 평이한 시체 이야기 (4) 2017 / 12 / 3 547 1 8248   
12 평이한 시체 이야기 (3) 2017 / 11 / 30 511 1 9445   
11 평이한 시체 이야기 (2) 2017 / 11 / 28 522 1 7984   
10 평이한 시체 이야기 (1) 2017 / 11 / 27 603 1 5210   
9 손 (7) 2017 / 11 / 25 542 1 2192   
8 손 (6) 2017 / 11 / 24 530 1 5416   
7 손 (5) (2) 2017 / 11 / 23 598 2 5647   
6 손 (4) 2017 / 11 / 22 548 2 4503   
5 손 (3) 2017 / 11 / 21 546 2 7048   
4 손 (2) 2017 / 11 / 20 563 2 4795   
3 손 (1) 2017 / 11 / 19 735 2 7237   
2 물고기의 눈(2) (2) 2017 / 11 / 18 876 1 7402   
1 물고기의 눈(1) (2) 2017 / 11 / 17 2416 2 1236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