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11
작성일 : 17-11-27 21:14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403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학교로 가기 전에 집에서 이어폰을 챙겨왔다. 이유라면 간단한데 어제 같은 상황이 이미 한 번 벌어졌던 터라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또 일으키지 않으려면 무시를 당할 입장이었던 내가 이젠 무시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소리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내내 잘 수 있다면 억지로라도 잘 수 있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너무 어지럽다. 그러면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서 필기를 제대로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잠을 자는 듯이 잠을 안 잘 방법을 어제 밤에 좀 고민하다가 방법을 알아냈다. 우선 교복 위에 얇은 외투를 입고 핸드폰을 외투 안에 둔다. 그리고 이어폰을 연결한 다음 이어폰의 한 쪽을 그 쪽 팔에 넣어 귀에 끼는 부분부터 조금 아래까지만 살짝 빼 턱을 괴는 것처럼 손을 두고 귀에 꽂으면 된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턱을 괴고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완벽하다.

  반에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예상한 것처럼 시선이 나에게 확 쏠렸다. 하지만 내가 일부러 하품을 하며 자리로 걸어가자 쏠렸던 시선이 다시 흩어져나갔다. 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미리 생각한대로 준비하고 왔다. 외투 한 쪽을 펼쳐서 핸드폰을 보며 무슨 노래를 들을까 생각하다가 윤영과 노래방에 갔을 때 부르고 들었던 노래들 중 하나를 골랐다. 어차피 기본 음악 어플에서 내가 다운로드 받은 음악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재생됐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시스템이라 뭘 골라도 괜찮지만 그래도 골라서 듣고 싶었다. 아침 조회 시간을 버티고 1교시 수업을 들었다. 그 후 온 쉬는 시간, 왼 쪽 귓가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완벽한 위장을 위해 눈을 감았다.

  ...젠장, 위장을 위해 턱을 괴고 잤건만 눈을 떠보니 시간은 3교시 후반, 턱을 괴고 있어야 할 모습은 함락된 성처럼 무너져서 엎드려 자고 있었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막상 실행하는 내가 완벽하지 못 했던 것 같다. 반성을 해야겠네.

  엎드린 모습을 풀고 일어나 다시 턱을 괴었다. 지금 들리는 음악은 뭔가 했더니 핸드폰을 처음 사고 얼마 안 가 음악들을 다운 받을 때 내가 좋아했던 노래 중 하나다. 지금은 크게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지우기엔 귀찮아서 그냥 남겨뒀다.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며 가방 속에서 공책을 꺼냈다. 칠판에 선생님이 적어 내려가는 수업의 내용, 교과서에 실린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애들의 대답과 잘못된 대답 옆에 적힌 선생님의 풀이들을 공책에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수업의 후반에 일어나서 앞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어제 수업 내용부터 지금 적는 내용을 대충 연결해보면 그 중간에 빈 공백이 내가 못 들은 내용일거다. 나중 가서 적지 뭐.

  3교시가 끝나고 이번엔 완벽한 내 계획대로 자는 척을 하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4교시 시작. 시험 전 날 벼락치기를 해도 괜찮은 부과목 시간이었다. 그냥 잘까 생각을 해봤지만 아까 잠에서 깬 후에 손을 움직여 필기를 한 이후로 잠이 좀 달아나서 안 될 것 같다.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안 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준비만 해두고 있던 작은 공책을 꺼내 폈다. 지금부터 내가 시간도 보내고 생각도 정리할 겸 공책에 적을 것들은 어제 집에 가기 전에 느꼈던 안개 같은 뿌연 생각에 대한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이런 뭔지 모를 생각 같은 것은 다음에 생각이 났을 때 생각하기로 하자고 스스로 타협하고 넘겼을 터다. 하지만 이번엔 그 평소가 아니라 윤영과 비즈니스 적인 연애를 하면서 느낀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면 내 병의 치료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뿌연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가슴 속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과 공허함 같은 것이 나를 감쌌기 때문에 더욱이 이 생각이 무엇인지 나는 여기에서 확실하게 파악을 해둬야 한다.

  우선 파악을 위해 먼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나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을 나열했다.

 

  1. 윤영과의 일련의 일들을 생각하다 떠올랐다.

 

  이 사실은 확실하다. 버스 cctv까지 죄다 뒤져보면 나오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이 내가 그걸 확실하게 증언할 수 있다. 좋은 것들 사이에 껴있던 무언가, 그것이 작은 실수든 흠이든 의구심이든 무언가가 내게 찜찜한 기분을 선사해 줬다. 나는 1번 문항 뒤에 적당한 크기로 o를 적어 넣었다.

 

  2.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찜찜한 것인가?

 

  이것은 고민할 시간이 별로 안 드는 질문이다. 그것이 왜 찜찜한가? 정상적인 연애의 생활을 하고 있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 적도, 장소를 간 적도 없다. 그리고 애초에 병이 호전되고 있는데 그게 왜 찜찜한가? 더욱이 좋은 것들 사이에 그 생각이 들었으면 좋음은 제곱이 되어서 기쁨이 되기 마련이었을 터다. 나는 2번 문항 뒤에 조용히 x를 적어 넣었다.

 

  3.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들과 연관이 되어있을까?

 

  이 문항을 적고 한 동안 문항에 대해 적절한 생각을 할 수 없었고 당연히 대답을 적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랬다는 것은 이 문항이 그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정답이거나 정답에 가깝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무엇일까? 그것들도 나열해보기로 했다.

 

  1. 올 한 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2. 과연 언제쯤 나을 수 있을까?

  3. 윤영은 왜 모든 것을 안 가르쳐주는 눈치일까?

 

  하나하나 열거하다가 3번 문항을 적고 4번 문항을 적으려던 찰나에 멈칫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내가 이랬다는 것은 3번이 정답이거나 정답에 근접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정리를 해보자. 각 3번 문항을 합쳐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 중 윤영의 태도에 관한 고민 혹은 의구심이 남아있었고 그것이 어제 떠오른 희뿌연 생각의 기본 토대다.

 

  라는 소리가 된다. 그렇다면 윤영의 태도에 대한 것들을 떠올리도록 하자. 그녀는 내가 궁금했던 내 병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내가 병에 관한 내 질문들 중 하나에 대해서만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었다. 그 질문은 내 기억에 대충 ‘왜 이런 보여주기 식의 연애, 비즈니스 적인 연애를 해야만 하는가?’ 이였다. 병의 호전을 위함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무언가 걸리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의 약속, 그 이후의 일들 때문에 잊고 있었던 생각이 어제 불현듯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그럼 이제 방향을 잡았으니 떠올리는 일만 남았다. 눈을 살며시 감고 과거의 내 생각들을 다시 떠올렸다. 과거라고 해봤자 엄청 적은 일수다. 조금만 집중을 하다보면 언제든지 떠오르기 마련이다.

  ...말을 취소한다. 떠오르기 마련은 아닌 것 같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내 생각보다 일을 되게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아, 젠장. 지금 이런 상태가 제일 짜증나는데, 잡힐 것 같다가도 기름칠을 한 것인지 미끄럽게 빠져 나간다. 그리고 기름만 묻어있는 내 손바닥은 볼 때마다 허탈함이 엄청나게 다가온다. 후... 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하... 하고 확 내뱉었다. 그리고 내 한숨과 타이밍이 맞게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된다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은 거르기로 했다. 돈이 좀 아깝지만 그 많은 무리들 사이에 껴서 혼자 먹을 깡은 없는데다가 오늘 메뉴가 별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에 혼자 남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운동장 구석의 벤치를 바라봤다. 오늘 윤영과의 약속은 없는데 왜냐하면 윤영이 오늘 집 안의 일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오늘은 그녀와 만날 생각이 크게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녀에 대한 무언가 때문에 기분이 찜찜한데 평소처럼 대할 용기도 낯짝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추궁하듯 말을 꺼낼 것 같기도 하고 자꾸 머릿속에 뿌옇고 미끄러운 것이 맴돌아서는 제대로 대화가 성립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계속 앉아있자니 허리랑 목이 조금 뻐근해져서 일어나 창가에 기댔다. 장난을 치거나 주번 일, 일인 일역을 할 때 떨어지지 말라는 배려인지 창 앞에 은색 철봉이 두 줄 그어져 있었다. 아침에 했던 거짓된 하품이 아닌 진짜 하품이 나왔다. 찔끔 눈가로 삐져나온 눈물을 닦고 조용한 가운데에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말했다.

  “지루하고 심심하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nonsense love-에필로그 2017 / 12 / 16 317 0 1795   
26 nonsense love-25 2017 / 12 / 15 305 0 3892   
25 nonsense love-24 2017 / 12 / 13 332 0 3854   
24 nonsense love-23 2017 / 12 / 11 332 0 3198   
23 nonsense love-22 2017 / 12 / 9 328 0 3503   
22 nonsense love-21 2017 / 12 / 8 326 0 4062   
21 nonsense love-20 2017 / 12 / 7 331 0 5251   
20 nonsense love-19 2017 / 12 / 6 320 0 4603   
19 nonsense love-18 2017 / 12 / 5 315 0 4101   
18 nonsense love-17 2017 / 12 / 4 309 0 3742   
17 nonsense love-16 2017 / 12 / 3 327 0 3775   
16 nonsense love-15 2017 / 12 / 2 320 0 5214   
15 nonsense love-14 2017 / 11 / 30 326 0 3739   
14 nonsense love-13 2017 / 11 / 29 324 0 3553   
13 nonsense love-12 2017 / 11 / 28 327 0 5743   
12 nonsense love-11 2017 / 11 / 27 323 0 4032   
11 nonsense love-10 2017 / 11 / 25 344 0 4731   
10 nonsense love-9 2017 / 11 / 23 285 0 2895   
9 nonsense love-8 2017 / 11 / 22 320 0 3747   
8 nonsense love-7 2017 / 11 / 21 311 0 3318   
7 nonsense love-6 2017 / 11 / 20 348 0 2545   
6 nonsense love-5 2017 / 11 / 19 303 0 3268   
5 nonsense love-4 2017 / 11 / 18 338 0 3274   
4 nonsense love-3 2017 / 11 / 17 293 0 2978   
3 nonsense love-2 2017 / 11 / 16 321 0 2631   
2 nonsense love-회상 2017 / 11 / 15 333 0 3300   
1 nonsense love-1 2017 / 11 / 13 530 0 48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고양이 전쟁
쑤우
어서와, 우리의
쑤우
살인은 살인일
쑤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