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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창백한 왕국
작가 : blackplain
작품등록일 : 2016.8.30

백설공주의 생존전략과 투쟁,
미의 제국을 호령하던 왕비의 서늘한 몰락

 
Prologue
작성일 : 16-09-01 02:34     조회 : 602     추천 : 0     분량 : 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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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왕국."

 

 눈이 오고있었다.

 한 여자 아이는 자신의 옛집을 그렇게 불렀다.

 눈이 마른 땅을 점점 뒤덮고 있었다.그녀는 새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회상에 잠기곤 했다.

 

 "나는 창백한 왕국에서 살았었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건물을 ‘마블 하우스’라고 불렀다.

 

 웅장한 15000평 땅에 세워진 건물면적 4500평의 하얀 저택은 드넓은 푸른 잔디밭 위에 장엄하게 세워져있었고

 그 뒤로는 병풍처럼 펼쳐진 오래된 숲이 있었다.

 가문의 유서깊은 세월만큼 자란 거목이 즐비한 그 숲은 수백년 전부터 지금까지 눈부신 백색으로 빛나는 저택과 가문의 영광을 지켜봐왔다.

 

 "누구나 이 저택에 오면 이데아의 성전에 왔다고 찬탄할 것이다"

 "대리석 처럼 영원한 페일린가문의 고귀한 마블 맨션."

 

 데일리 메일, 타임지,미러지 에서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집.포브스에서는 대대로 유서깊은 이 광산재벌가문이 여러새대를 거쳐 만들어낸 예술작품 이라고 칭하며 로열 패밀리의 궁전에 비할 곳이라며 찬사를 아끼지않았다.그리고 그 찬사에 가문의 수장인 에드워드 페일린은 흡족해하며 대리석 테이블위에 신문을 내려놓고 자신의 왕국을 둘러보곤했다.

 

 오직 순수한 백색의 대리석으로만 지어진 이곳은

 가문의 영광을 넘어서서 에드워드 페일린의 성공에대한 신념과 철학,그의 세계관 순수한 지혜와 이성을 땅위에 구현하기위해 존재하는것같았다.

 

 하지만 이 저택은 따스함과 정겨운 아늑함이 자리잡을 감성마저 표백 시켜 까마득한 과거의 영광과 가문의 명예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상위1퍼센트의 정수만을 뽑아 데려다 놓은 곳이다.

 화려한 보석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마굿간에서 최고의 보살핌을 받는 백마들,거대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벽난로와 기둥에 덧입혀진 금박들…

 

 에드워드 페일린의 손길에 닿는 어떤것이든 최상급이어야 했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부시게 하얀 피부를 가진 미인을 이곳에 부인으로 맞이했을때 모든 것들을 하얀색으로 꾸며 동화에서 나올법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의 손을 잡고 저택에 들어서자 언론에서는 세기의 결혼식이라며 동화에서 나올 법한 건물로 입성하는 두사람의 사진을 연일 실어날랐다.

 

 이런 건축물이 등장하는 오래된 구전동화에서 주인공은 흔들리지않는 왕좌에 앉아 왕과 왕비로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었을것이다.하지만 정말 당신은 과연 이상만을 추구하는 배우자와 박물관같은 집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수있을까

 

 그들의 하얀 피부 밑에 흐르고있는 붉은 핏줄조차 가문의 영광이 서린 저택의 유지를 위한 살아있는유물이자 문화유산과같은것이었다.

 

  이상적인 비율로 완벽에 가깝게 조각한 그리스 신들 석상이지나쳐 갈때마다 에드워드 페일린은 그의 아내가 출산의 고통에 신음할때 조차 아이의 몸의 비율이나 피부색이 어떨지 기대하고있었다.

 

 "으앙…으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거대하고 굳건한 기둥이 떠받치고있는 둥근 천장 위로 그 기대감은 부풀어 올랐고 아이를 두팔에 안았을 때 그는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블랑쉐…."

 

 에드워드 페일린은 출산 후 정신을 잃은 아내를 뒤로하고 작은 대리석 세면대로 다가가 블랑쉐를 목욕시켰다.

 

 그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피부색이 대리석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그녀를 자신의 서재에,테라스에,무도회장에 데리고가서 자랑하고싶었다.

 특히 손님을 접대하는 라운지에 데려다 놓고싶었다.그 곳의 바닥은 빈틈없이 정교하게 짜맞추어진 바닥의 패턴은 우아하고 완벽해서 영원히 변하지않는 것들만 채울수있는 바탕이되는것같앗다.마치 완벽한 왕과 여왕이 거닐어야할 궁전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발을 딛는 바닥 밑에서는 인류의 고귀함을 보존하려는듯 모든것을 유지하기위한 노력이 매일매일 숨가쁘게 이뤄지고있었다.

 

  구름처럼 뽀얗게 표백한 앞치마를 입은 노련한 하녀들과 엄격한 표준처럼 검정 정장을 차려입은 집사가 일사분란한 개미와 꿀벌처럼 쉴새없이 대를 이어 일해오고있엇다.

 

 그들은 오늘도 어제와같이 자신에게 배정된 임무를 행하기위해 아침일찍 일어난다.

 바로 왕과 왕비.공주의 삶을 고귀하게 유지시켜주어야할 임무를 가지고 촘촘하게 짜여진 일과를 시작하려고 하고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 작고 늙은 하녀가 다급히 광활한 라운지를 가로질러 달려가고있었다.

 복도를 지나 빨래바구니를 들고가는 하녀들을 스치고 마침내 그녀가 기둥을 잡고 거친 숨을 가라앉히자 주변 하녀들과 하인들은 호기심을 감춘채 각자 도맡은 식기와 그릇들을 가지고 묵묵히 그녀를 지나쳤다.

 

 "흐..흐흠…!"

 숨을 고르고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은 늙은 하녀는 식당에 앉아있는 안주인을 향해 조심스례 다가갔다.

 

 의자에 앉아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하녀는 숙연해졌다. 잘록한 허리와 둥근 두 어깨를 감싼 드레스에 백색 장미무늬가 수놓아져 있엇는데 그녀는 평생 모은 돈으로도 입을 수 없는 드레스를 눈앞에서 보는것만으로도 마치 다른세계를 영접하는것같았던것이다.

 

 "실례합니다 미세스 페일린..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늙은 하녀의 주름진 작은 입술이 꿀빛이 흐르는 진주귀걸이가 걸린 귓가에 다가오자 케이트 페일린 여사는 우아한 목을 비스듬히 하여 하녀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아침에…"

 

 귓가에서 속삭이는 작고 비밀스러운 말 몇마디에 갑자기 그녀의 미간은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더이상 구겨선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무슨일있소?"

 

 바로 자신의 남편 에드워드 페일린이 오랜만에 자신을 바라봐주고있었기때문이었다.

 

 "......"

 

 "부인.무슨일있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케이트는 입꼬리를 쑥 올렷다.

 

 "호호...장미수가 떨어졌다고해서요"

 "흠.그건 얼마든지 주문할수있잖소?"

 

 감정을 읽을수없는 남자의 새파란 눈동자가 그녀를 흛고지나갔다.중년에 갓 들어선 그는 아내의 이마에 잡힌 주름이 도자기인형에 금이라도 간것마냥 불쾌하게 여겼다.

 이 저택의 주인이자 가문의 수장인 에드워드 페일린은 작은 불편이나 단점을 놓치는법이 없는 사업가였으므로.

 

 "주문과정에 문제가 있소?"

 

 그는 위험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진자가 반드시 갗추어야할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장미수가 크게 문제되는것이오?'

 

 그래야 자신이 가진것을 지켜낼수있기때문이다.

 그는 서리가 서린것처럼 하얀 순은 포크와 나이프를 가볍게 쥐며 흰 접시에 담긴 도톰한 스테이크한 조각을 능숙하게 썰어 입안에 넣었다.

 

 그릇 위 스테이크에서는 육즙과 신선한 피가 선명하게 새어나와 티 하나없는 도화지같은 접시에 붉은 꽃을피웠다.아파라거스와 허브들은 그걸 돋보이게하기위해 존재하는듯했다.

 

 "신선한 장미수는 항상 부족한법이라서요"

 

 케이트는 짧게 내밷고는 이를 악물엇다.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하얀 냅킨을 차분히 무릅위에 펴내리자 하녀는 임무를 마치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뒤로물러났다.

 

 "특히 갓 봉오리가 터지기직전의 장미로 만든 장미수는 흔치않아요"

 "그렇군.누구나 원하지만 흔치않기에 귀한것이겠군.내 반드시 가져다주리라!"

 

 남편 에드워드는 고기를 쾌활하게 썰으며 말했다.

 아직 그는 눈치채지못햇다.

 오늘따라 아내가 유독 포크와 나이프를 질끈 쥐고있는것을

 

 "하…고마워요 에드워드."

 케이트는 화끈거림을 애써 누르려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코르셋으로 조인 위엣 가슴이 봉긋솟아올랏다

 그녀는 차분하게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녀가 알려주고 간 단 몇마디의 사실이 케이트의 마음속을 계속 뒤흔들었다.그 사실은 상실감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질투로 불타고 바꿀수없는 비참함으로 내몰고있었다.

 

 그건 어느가정에서나 축복받아야할 일이엇지만 왠일인지 케이트에겐 그렇지않앗다.그녀는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고싶지않앗다.

 거부하면 할수록 그 현실은 머릿속을 맴돌며 케이트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그녀는 다시 고기를 베어물면서 하녀의 속삭임을 되새기고 되새겼다.

 

 그리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마님 축하드립니다.

 세상이 축복하라고 강요하는 것에대해

 

 .....오늘 아침에

 오래된것이 저무는 사이 새로운것이 피어나는것…그러니까

 

 ....따님께서 초경을 시작하셧습니다

 작년 그녀가 폐경을 맞이한것

 

 못마땅했다.

 자신의 순진무구한 아이가 여자가 된다는 사실도.

 

 "하하….."

 갑자기 남편 에드워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어서오렴 블랑쉐.내 딸아"

 

 그녀가 다가오자 순간 시간이 멈췄다.

 

 "좋은 아침이예요 엄마 아빠."

 

 그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해주는 하녀도 딸을 반기는 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도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앗다.그건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한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바뀔수도있다는 착각마저드는 아름다움.빛을 뽀얗게 머금은 뺨에 붉은 수채화같은 홍조가 장미처럼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하얗고 눈부신 피부와 붉은입술을 반쯤 벌리고 가느다란 뼈대를 나긋히 움직이며 의자에 앉았다.이곳의 모든것이 갑자기 달라졌다.모든것이 그녀의 존재를 반기고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 케이트는 뒤쳐질세라

 

 "잘잤니?"

 

  재빨리 딸에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블랑쉐도 어머니를향해 웃어주었다.

 

 "잘 주무셨어요?"

 

 두사람은 거울을 보듯 서로 닮아있었다.

 두 모녀는 투명한 피부가 대리석 벽에 스며들듯이 하얀 빛을 머금고 있었다. 은색에 가까운 금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푸른빛 눈을 서로 마주쳤다.

 감정을 숨긴 그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대리석 테이블위에 블랑쉐를 위한 스테이크와 싱싱한 야채가 담겨진 하얀 접시가 놓여졌다.

 

 "먹으렴"

 

 마치 하루의 시작을 여는 의식이 시작되기라도 하는듯 블랑쉐도 부모님을 따라 서리가 서린듯한 은백색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케이트와 블랑쉐는 같은순간에 스테이크를 자신의 입에 밀어넣었다.어금니로 고기를 깨물자 고기에서 풍부하게 새어나오는 육즙과 따스한 고기의 질감이 혀에 녹아드는 것을 음미하고있었다.

 

 에드워드 페일린은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자 동공이 부성애와 사랑으로 흐뭇하게 확장되었다.그리고 두 모녀가 이 저택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사람들인지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자 블랑쉐의 뺨이 발그스례한 미소로 뽀얗게 올라오기시작했다.

 

 그러나 케이트의 가슴속에는 어떤 메이크업으로도 감추기힘든 상기된 볼에 작열감 서린 홍조가 솟아올랐다.

 

 심장속에서 오래 묵힌 증오와 분노가 꿈틀거리는 핏덩어리처럼 가슴속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하녀들이 오늘 새벽에 손수 짜내린 싱싱한 포도쥬스가 담긴 잔을 들었다.

 

 케이트의 마음 속 처럼 창 밖의 날씨도 점점 흐려지고있었다.

 오늘자 뉴스 일기예보에서는 조만간 눈이 내릴것이라고 했다.

 

 "오늘 스테이크가 참 훌륭하군요…."

 블랑쉐가 말했다.

 

 캐이트는 입속의 고기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포도쥬스를 마셧다.

 입속에 포도쥬스를 굴리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블랑쉐,곧 눈이 올것같구나"

 

 그리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사냥 시즌이 다가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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