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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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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25. 마르테스 영지
작성일 : 17-11-27 17:35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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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의 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스트리드 남쪽의 로마네스 고원지대를 지나야 했다. 고원지대 남쪽 끝에서 부터 네트로커스 산맥 남쪽 지붕인 에르피스 산군(山群)이 시작되는데, 이 경계에 에르윈 백작의 영지인 마르테스 땅이 있었다. 뱀의 길은 에르피스 산군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엘루느 봉우리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로마네스 고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순탄했다. 리베르강을 뒤로 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하루 종일 올랐다. 리베르강 남쪽의 빽빽한 참나무 숲을 지나 고원으로 올라갈수록 시야가 트이고 사방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키 작은 관목들이 무성해지고 있었고, 군데군데 가문비나무 같은 날렵한 침엽수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오르막은 거의 해질 무렵에야 끝이 났다. 고원에서의 해는 짧아 서쪽의 검붉은 네트로커서 산맥으로 금세 넘어갔고, 해 넘은 이후에는 재빠른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북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리베르강과 아스트리드에는 아직 석양볕이 들고 있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고, 남쪽으로는 멀리 에르피스 산군의 만년설이 저무는 햇볕에 반짝였다.

 

 나모는 밤이 되자 말들이 풀을 뜯을 수 있도록 수레에서 풀어주고,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는 메이의 입에 염소젖을 떠 넣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것은 적었고 대부분의 젖은 다시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 이런 고원지대에는 늑대나 표범이 살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죠.

 

 나모는 잔가지들을 꺾어 수레 옆에 모닥불을 피웠다. 메이는 수레에 눕히고 나모와 준석은 모닥불 옆에 잠자리를 폈다.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밤이 되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나모는 양가죽을 엮어 만든 담요를 준석에게 주었다. 준석은 양가죽을 덮고 누웠지만 쉽사리 잠들지는 못했다. 이제는 이곳이 현실 같았고, 원래 있던 세상이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항상 밤에는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어둠을 타고 준석에게 흘러들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꽤 이른 시간에 잠들었다. 준석은 예전 세상에서는 보통 밤 12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누워본 적이 없었다. 그때는 퇴근 이후의 자유로운 시간만이 참된 삶으로 느껴졌고, 회사에서 일하거나 할 때에는 항상 남의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되었었다.

 

 남의 삶은 길었고 자신의 삶은 항상 짧았는데,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서는 남을 위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고,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할수록 남을 위한 삶은 더 길어졌다. 하지만 이 세상의 귀족들은 항상 자신의 삶을 사는 듯 했고, 평민이나 농노들은 항상 남을 위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남을 위한 삶을 구별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 그들의 삶에는 살고 싶은 삶도, 살기 싫은 삶도 없어서 자신의 인생이나 처지를 비관하는 자들이 드물어보였다.

 

 …평생 남을 위한 삶만을 사는 자들도 행복할 수 있을까?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어쩔 때는 행복해보이기도 어쩔 때는 불행해보이기도 했다. 나의 삶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남을 위한 삶은 항상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준석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쓸 때 없는 생각과 혼란에 준석은 그날도 한참 뒤에나 잠이 들었다.

 

 새벽 염소울음 소리에 준석은 잠이 깼다. 어디서 왔는지 어려보이는 남자아이가 염소 떼를 몰고 수레 옆을 지나고 있었다. 동쪽 멀리 광활하게 펼쳐진 지평선위로 해가 떠올랐다. 완만한 고원지대를 지나가는 것은 의외로 수월했다. 군데군데 평평한 땅마다 호밀이 무성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 높은 산지에서도 사람의 흔적은 있었고, 사람의 흔적을 따라 길은 항상 이어져 있었다.

 

 ***

 

 길에서 세 번의 밤을 더 지새운 이후에야 마르테스 영지의 백작 성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채는 고원에서도 높은 바위 언덕위에 지어져 있었고, 영지의 주민들은 이 성채를 엘브니쉬킵이라고 불렀다. 아주 먼 옛날 이 바위언덕위에는 고대 요정들의 도시가 있었다는 전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었다.

 

 준석의 수레가 구불구불한 바윗길을 지나고 해자위의 교각을 건너 성문 앞에 이르니, 준석의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서 나온 사람이 보였다. 그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는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마르테스 가문의 색상인 회색 옷을 입고 반가운 얼굴로 일행을 맞았다. 나모는 그를 보자 얼른 말에서 뛰어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 오. 프레드릭! 못 본 사이에 남자가 다 되었소.

 

 그 프레드릭이라 불리는 사내는 나모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 왕성에 계시더니 흰머리가 더 느셨네요.

 

 그는 다름 아닌 에르윈 백작의 아들 프레드릭이었다. 그는 외무시중의 직을 수행하기 위해 수도 아스트리드에 있는 에르윈 백작을 대신하여 엘브니쉬킵에서 영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나모는 에르윈 백작을 따라 7년 전 마르테스 영지를 떠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프레드릭을 본 적이 없었다.

 

 - 오신다는 이야기는 전서구(傳書鳩)로 전해 들었어요.

 

 나모가 수레 뒤로 프레드릭을 데려가면서 준석을 소개했다.

 

 - 방문자이신 제임스 경이네.

 

 나모는 과거 아직 아이이던 프레드릭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작 7년 만에 귀족의 위엄을 풍길 만큼 성장한 프레드릭에게 예전처럼 편하게 하대할 수 없었다. 준석을 소개받은 프레드릭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 처음 뵙습니다. 마르테스의 프레드릭입니다. 메이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수고를 아끼지 않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준석도 같이 인사를 하면서 그 사내를 찬찬히 뜯어봤다. 옷차림은 단정하였지만 고급스럽지 않았고, 인사할 때 밝게 웃기는 하였지만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귀족들처럼 남을 업신여기는 눈빛이 없었고, 걸음걸이는 쾌활하였지만 하인들처럼 경망스럽지는 않았다. 행색이 자유분방했지만 기품이 있어 보였다. 준석은 첫 눈에도 그가 전에 만났던 프린 공작과는 다른 족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레드릭은 수레 뒤로 가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메이를 보았다. 어릴 적 주위에 귀족 친구가 없어 늘 혼자 지내던 프레드릭에게 메이는 유일한 친구였다. 가르시아에서 온 그녀는 다른 아이들처럼 백작가의 외동아들을 어렵게 대하지 않았고, 그녀가 엘브니쉬킵에 있는 동안 그 둘은 단짝이 되어 온종일 로마네스 고원을 쏘다니며 놀았다.

 

 프레드릭의 기억 속에 있던 그 까무잡잡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여자아이는 어느새 이십대의 숙녀가 되어 있었지만, 며칠 동안의 혼수상태로 인해 야윌 데로 야위어져 예전의 그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 메이를 이렇게 만든 놈을 알아냈나요?

 

 - 아직은 왕궁 근위대와 관련 있는 자라는 것만 알고 있네. 아마 메이가 일어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야.

 

 프레드릭은 성채 안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성채 안은 나모가 떠날 때와 별반차이가 없었다. 성채의 넓은 앞뜰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장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널찍한 화로에 대장장이들이 달라붙어 쇠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몇몇은 화롯불이 식지 않도록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풀무질에 여념이 없었다. 대장장이들은 성채의 주인을 보고도 인사하지 않았고, 프레드릭도 이에 괘념치 않았다. 정신없이 쇠망치를 두드리는 장인들을 보며 나모가 물었다.

 

 - 일이 바쁜 것 같구먼.

 

 - 요즘 며칠간 쉬지 않고 병장기를 만들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조만간에 긴요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하셨죠.

 

 - 엘븐스틸은?

 

 - 예전에는 그나마 한 해에 검 한두 개 정도 만들 만큼은 나왔었는데 근래 몇 년 동안은 그마저도 거의 보이지 않네요.

 

 나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 이른 아침에 가시지요. 길 입구까지는 모셔다 드릴게요.

 

 성안의 장인들이 준석과 나모가 타고 온 수레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달려있던 수레바퀴를 뜯어내고 강철로 만든 축을 수레에 달고 철판과 철사를 이어붙인 바퀴를 달기 시작했다. 해진 이후에도 성안의 대장간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음날 새벽, 준석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섰다. 프레드릭이 모두 네 명의 기사를 이끌고 수레를 따라왔다. 어제 성안의 장인들은 수레의 바퀴와 구동축을 모두 강철로 바꾸어놓았고, 말에도 철로 된 마갑을 입혔다. 수레에 타고 있는 준석과 메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줄을 수레에 묶었고, 나모가 수레에 타고 말을 끌 수 있도록 자리를 새로 만들어 넣었다.

 

 - 붉은 달이 뜨고 있어 뱀의 길에 오우거나 그림자늑대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 일부가 영지까지 넘어와서 토벌대를 조직해서 쫓아내야 할 정도에요. 길을 가기 좋을 때는 아니죠.

 

 - 그림자늑대야 어떻게든 떨쳐버릴 수 있겠지만 오우거를 만나면 어려워지겠군.

 

 - 요새는 그림자늑대도 몰려드는 숫자가 적지 않아요.

 

 그림자늑대는 뱀의 길에 서식하는 늑대무리로 일반적인 회색 늑대에 비해서 몸집은 작았지만 많은 수가 무리지어 돌아다녔다. 일행은 꼬박 하루를 달려서 뱀의 길의 초입에 이르렀다.

 

 동쪽으로 엘루느 봉이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그 주위로 빽빽하게 암석 봉우리들이 무리를 지어 솟아있었다. 봉우리들 사이로 3차선 정도 넓이의 협곡이 남쪽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 길이 뱀의 길이었다. 일행은 뱀의 길 초입에서 하룻밤을 한둔했다.

 

 붉은 달이 뜨자 뱀의 길 너머로 달을 향한 늑대 떼들의 울음소리가 적막을 갈랐다. 붉게 물든 달빛 아래 협곡의 음산한 공기와 기분 나쁜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모든 일행에게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옆 높은 가문비나무위에서 수리부엉이 한마리가 그들을 계속 밤새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준석일행은 말에게 가지고 온 모든 먹이를 먹이고, 수레의 양옆에 횃불 대를 달았다. 프레드릭은 헤어지기 전에 나모에게 단단히 일렀다.

 

 - 나모 아저씨, 수레는 절대 부서지지 않도록 고쳤으니 절대 중간에 멈추지 말고 끝까지 달리세요. 중간에 무엇을 만나더라도 달리는 것을 멈추면 안 됩니다. 쉬지 않고 달리면 내일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세인강까지 갈 수 있어요. 그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시면 아르켄에 닿기 전에 스트렌 대학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프레드릭은 준석에게 한 자루의 단검을 건네주었다.

 

 - 제임스 경, 마르테스의 엘븐스틸로 만든 단검입니다. 영지가 산골짜기라 드릴 게 이것뿐이네요. 부디 몸을 보존하시고 메이를 꼭 살려주셔야 합니다.

 

 준석은 프레드릭의 눈에서 거짓이 아닌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준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모가 마지막으로 프레드릭에게 말했다.

 

 - 이번 길에 죽지 않는 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메이를 데려 올 테니 그때는 같이 벌꿀주를 마시세.

 

 - 마르테스의 모든 벌꿀주를 모아 둘 터이니 제발 오시기나 하시죠.

 

 프레드릭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모는 말채찍을 휘둘렀다. 세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는 빠르게 뱀의 길로 접어들었다.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진 길에 옅은 먼지가 일었고, 프레드릭은 준석 일행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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