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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좀비아일랜드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좀비로 가득차버린 여의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3. 약간의 희망
작성일 : 17-11-27 15:07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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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아일랜드

 

 23. 약간의 희망

 

 “어떻게 할거야?”

 

 진희가 진명을 빤히 쳐다봤다. 진명은 고개를 숙이고는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아나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할 방도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곧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 세찬과 석현, 경준과 함께 일했던 나머지 이마트 직원들도 서로 속닥거리고 있을 뿐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였다.

 

 한 씨와 서미자씨도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진명이 과했다는 말부터 레즈비언임을 밝힌 아나에 대한 뒷 얘기까지 아주머니들이 소근 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며칠간의 행복과 안정은 사람의 문제로 매우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진명은 이미 그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다.

 

 “영화보면 다들 중요한 상황에서 머뭇거리다가 죽는 거 봤거든?”

 

 진명이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고, 더 큰 피해를 입고, 더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말이야.

 난 그게 너무 답답했어. 영화니까 긴장감 높이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머뭇거리는 게 오히려 일반적인 건가봐.“

 

 지유가 답답해 하는 진명의 손을 잡아줬다. 지유는 호감 가득한 눈으로 진명에게 위로의 눈빛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희가 말했다.

 

 “근데… 참 이런 상황에서 웃기지만, 이게 말이 돼? 크레파스의 지유가 오빠 손 잡고 있는 거. 응?”

 

 옆에서 듣고 있던 문학이 웃으면서 바로 맞장구 쳤다.

 

 “절대 안되지. 형님. 어쨌든 형님이 복받은 건 분명합니다.

 내일 죽어도 불평하면 안돼요.“

 

 지유의 얼굴이 붉어지고 진명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빈건의 팔을 잡고 딱 붙어있던 명지가 한 번 더 맞장구를 쳤다.

 

 “맞아! 확실히 이건 복 받은 거에요!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러자 명지를 내려다 보고 있던 빈건이 한숨을 쉬며 손가락으로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명지를 가리켰다.

 

 “지금 니가 이러는 것도 말이 안돼는 거야.”

 

 명지는 손가락이 자기를 가리킨다는 것을 보고 흥!하고는 더욱 달라붙었다. 빈건은 난처한듯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미소를 지었다. 우울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이들은 약간의 위안을 얻고 있었다.

 

 “확실한 건요. 우리가 다 살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그리고 진명씨 덕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았어요. 저도 그렇구요. 고마워 해야 하는 거에요.”

 

 진명은 지유의 말이 너무나 고마워 자신의 손에 올려진 지유의 손을 다시 자신의 손으로 살포시 포갰다.

 

 “일단은 버텨봐요.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아직 우리는 아는게 너무 없어요.”

 

 진명은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해요.”

 

 만식이었다. 다들 궁금한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보람씬가? 아까 그 좀비요. 일부러 풀어준게 아니라면 어떻게 나온 걸까요. 손목이 떨어져 나간걸까요?”

 

 만식의 의문에 갑자기 문학이 ‘맞아!’라고 외쳤다.

 

 “전에 버스 할 때, 뭔가 이상했어요!

 뭐랄까 좀 푸석하다는 느낌일까?”

 

 문학의 말에 진명도 그날 밤을 떠올렸다. 미식축구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긴 했지만 분명히 전에 비하면 좀비들의 저항이 약해졌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보호구 때문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정이었다.

 

 “만식아저씨. 생선이나 고기 같은 거요. 부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세… 삭아버리지.”

 

 만식의 대답을 들은 진명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빈건씨. 가능하겠죠?”

 “응. 충분해.”

 

 빈건은 진명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읽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러면 저것들이 썩고 있다는 거에요?

 그럼 시간이 더 지나면 그냥 다 썩어 문드러져서 없어지겠네요?

 그냥 여기 있으면 알아서 다 없어져 버리겠네요?“

 

 채영이 채근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충분한 음식이 있었고, 이마트는 여전히 안전했다.

 

 “응. 분명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난 저 좀비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

 사람을 계속 먹는 다면 모르지만, 사람을 먹지 못하면 결국 부패하거나 썩어 버리지 않을까?

 사람이 먹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진명의 말에 다들 희망의 눈빛을 품었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것도 별 어려움 없이 지금처럼 평화롭게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들 입에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

 

 화장실에 들어간 문학은 바지를 살짝 올렸다. 상처가 낫지 않고 있었다. 보랏빛이 점차 검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마치 살이 괴사해 버린 것처럼, 혹은 썩은 것처럼.

 

 ‘왜… 좀비가 되지 않은거지?’

 

 문학은 자기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여의나루에서 깨어났을 때, 좀비들은 문학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마치 문학이 좀비인 것 처럼, 물어 뜯을 가치도 없는 것처럼, 그들은 문학의 공격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이후로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졌다. 유독 문학에게는 좀비들이 달려 들지 않았다. 덕분에 언제나 앞장 서서 싸울 수 있었다. 그것은 용기라기보다는 안정감 때문이었다. 좀비들이 자신은 거의 공격하지 않는다는.

 

 ‘나도... 썩어가고 있는 건가?’

 

 하지만 몸의 다른 부분은 아직 정상이었다. 잘 먹고 있었고 신진대사도 모두 평상시와 같았다. 몸이 조금 건조한 것을 빼면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부패하고 있는 걸까?

 아님 나 면역인가?

 너무 조금 물려서 시간이 걸리는 걸까?’

 

 그는 알 수 있는게 없어 무척이나 답답했다. 아직 좀비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도 없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없었다.

 

 “야! 똥싸냐?:

 

 태열의 목소리였다. 문학은 일어나서 문을 열고 태열을 안으로 끌어왔다. 그리고는 문을 잠갔다.

 

 “뭐야! 이 병신아!”

 

 태열의 대꾸에 문학은 손가락으로 태열의 입을 막았버렸다.

 

 “조용히해. 새끼야.”

 

 태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문학이 바지를 올린 후에 다리를 변기 위에 뒀다. 검보랏빛 상처가 선명히 보였다. 태열은 그 것을 보더니 바로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너… “

 

 태열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오버 까지말고. 그래. 병신아. 나 좆된 것 같다.”

 “아.. 진짜 병신 새끼... 언제 그런거야? 어쩌다가!”

 

 문학은 태열의 입을 막았다.

 

 “병신아! 조용히 해. 누가 들을라!”

 

 태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학은 태열의 입에서 손을 땠다. 그리고는 사정을 설명했다.

 

 “여의나루에서 정말 살짝 물렸었어. 그런데 계속 이런다.”

 “아… 씨발. 근데 왜 멀쩡해?

 물리면 좀비 되는 거 아니었어?“

 “그게… 나도 모르겠어.”

 

 태열은 한숨을 쉬고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태열은 머리속이 복잡했다. 이럴 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알던 것보다 인생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다.

 

 “일단 진명이 형이 알면 너 바로 죽일지도 몰라.”

 

 문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숨기자. 너는 뭐 좀비 안되는 면역 같은 거일 수도 있잖아.”

 “사실 죽는건 상관없어. 하지만 만약에 내가 진짜 감염이 안되는 거면, 그러니까 면역이면 내가 꼭 살아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이렇게 고민 중이다.“

 

 듣고있던 태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멀쩡하니까. 일단 있어보자.”

 “응. 대신 부탁하나만 하자.”

 

 문학은 진지한 눈으로 태열을 바라봤다.

 

 “뭔데? 비밀로 해달라는 거?”

 “아니. 병신아. 그거 말고.

 흠... 좀비가 되면 언제든지 죽을 생각이라 가급적 총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

 내가 스스로 못할 수도 있지 않냐.

 그러니까, 혹여나 내가 좀비가 되면, 니가 꼭 죽여줘라. 바로.

 에누리 없이. 진명 형처럼 주저하지 말고.“

 

 문학의 제안을 듣자마자 태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미 예상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것을 실제로 듣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씨발. 너 존나 나쁜 새낀거 아냐?”

 “고맙다. 채영이 잘챙겨라.”

 “좆까. 병신아. 반드시 죽여줄게.”

 “오냐. 또 병신처럼 칼 같은 거 쓰지말고.”

 

 문학이 장난으로 태열의 팔을 쳤다. 태열은 원망의 눈으로 문학을 쳐다봤다.

 

 -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이마트 직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남아있던 이마트 남자 직원 둘과 여자 직원 하나, 그리고 아나까지였다. 경계를 서던 도중에 빠져 나간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이탈자에 다들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여기... 읽어보세.”

 

 한 씨가 진명에게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이마트 직원이 써놓은 편지였다.

 

 이렇게 상의없이 떠나게 돼서 죄송합니다.

 동료의 실수로 큰 무리를 일으켰네요.

 염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나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내용을 알면, 또 나서주실 것을 알기에 우리끼리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진명은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를 읽고 몇 몇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참... 좀비가 난리가 아니라 사람이 난리네 그래.”

 

 서미자씨가 한탄했다.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 아니던가. 아직은 그래도 사람이 사는 세상인가벼.”

 

 한 씨가 서미자씨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약해지고, 부패할지도 모릅니다.”

 

 진명이 말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한 씨와 아주머니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잘 버티면 살 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가지 부족한 것이 많아도,

 그리고 힘든 것이 많아도, 조금만 힘내요.

 분명 살길이 있을 거에요.“

 

 이미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진명이 공개적으로 말하자 무게감이 다름을 느꼈다. 진명은 어느새 확고한 리더로서 모두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오빠. 멋지다.”

 

 진희였다.

 

 “바보야. 너만 모르고 있는거야.”

 

 현실 남매의 대화에 사람들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명만은 활짝 웃을 수 없었다. 그의 머릿 속에 KBS에서 본 내용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밖에서는 생존자가 없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생존자 수색을 한다는 거짓말. 그는 안정을 위해서라도 이 말을 밖으로 꺼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분대장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인생 참...‘

 

 그는 허탈함을 숨기며 사람들 속에서 다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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