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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흑야 ( 黑夜 )
작가 : 은기라
작품등록일 : 2016.9.1
흑야 ( 黑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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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몰락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하르켈과 유르켈. 아버지는 형인 하르켈을 춥고 가혹한 군사 훈련 기관인 챠티크 섬으로 팔아버린다. 아르스. 다섯 개의 땅으로 이루어진 대륙이자 나라. 흔들리는 왕권 사이 자치를 요구하는 귀족들이 늘어가고, 왕자가 귀족이 아닌 북쪽에서 온 보잘것없는 소녀를 사랑하면서 수도는 혼란과 음모에 잠겨간다. 십일년 후에 하르켈이 섬에서 나왔을 때,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은 수도의 대귀족이 되어있었는데…… 네이버 챌린지리그에서도 연재 중입니다 :)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561082

 
02 화, ' 뜨겁고 메마른 눈 '
작성일 : 16-09-01 00:45     조회 : 942     추천 : 3     분량 : 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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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 년 후 대륙의 본토로 돌아왔을 때, 나는 수도의 왕성에서 동생과 재회할 수 있었다. 북부의 영주가 된 내 동생, 유르켈 라노프와.

 

 그러나 그 일이 있기까지는 우선 다른 이야기들을 먼저 해야한다. 내가 왜 그 왕성으로 갔고, 누구와 함께 갔는지에 대해.

 

 나는 유라이 뱌토비스코의 '세르토' 지역 영주 지위 세습 인정을 받기 위해, 그의 군대의 일원이자 수행원의 자격으로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유라이 뱌토비스코, 그는 내가 속하게 될 뱌토비스코 가문의 군대를 통솔하는 군단장이자 나와 마찬가지로 자기 가문의 마지막 남은 후계였고, 챠티크 섬에서는 내 훈련 동기이자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던 내 목숨을 살려준 '형제'였다.

 

 

 

 

 

 열두 살의 내가 챠티크 섬으로 팔려갔을 때, 나는 나와 마찬가지로 팔려온 아이들과 함께 북부의 서쪽 해안에서 배를 타고 가야했다. 지금은 십일 년 전에 있었던 지독한 흑야의 추위 때문에 선착장이 파손되어, 북부 '오르토'보다 더 남쪽에 있는 '카르토' 지역에서 배를 타고 북서쪽으로 올라가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그 곳이 챠티크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나는 배 밑에서 울부짖거나 정신을 놓고 까무러친, 팔려온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섬으로 운반되었다. 갑판으로 나오는 우리가 추운 바다 위에서 도망이라도 칠까 봐, 배 주인은 우리를 해안에서부터 개처럼 목줄을 달고 움직였다.

 

 

 

 

 

 한 지역에서 영주는 그 곳 왕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세르토' 지역을 다스리는 뱌토비스코 영주의 차남, 유라이 뱌토비스코도 섬에 오기 전의 나였다면 말은커녕 얼굴 한 번 볼 기회가 없는 소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챠티크 섬에서는 다르다. 그 섬의 군사 훈련소에선 모두가 평등했다. 귀족, 평민 가리지 않고 똑같이 굶어죽고, 똑같이 얼어죽었다.

 

 그래도 모두가 똑같이 미쳐있는 건 아니었는데, 처음 만난 날의 유라이는 정말이지 여간 미친 게 아니었다.

 

 "이 미친놈아!"

 

 처음 봤을 때의 그는 훈련소 앞마당에 묶여 교관의 장화발에 완전히 얻어맞고 있었다. 까드득하고 울리던 유라이의 이빨소리가 내게까지 들릴 정도로, 그는 반항이 심했다.

 

 "감히 연락선을 부숴! 곧 흑야가 시작되는데 식량의 배급에 차질을 빚을 셈이냐!"

 

 또래의 남자아이가 얻어맞는 걸 본 아이들 중 하나가 울기 시작했다. 더러운 볼에 목에는 개처럼 줄을 감고. 그 애가 울자 여러 명이 따라 울었다.

 

 순식간에 훈련소 앞마당이 눈물 바다가 되었다. 시끄럽다고, 교관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끌어댔다. 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 처넣어버리려고 그들이 우리를 이리저리 잡아당겼기 때문에, 열에서 떨어져나온 내가 철퍼덕 하고 유라이 뱌토비스코가 엎어져있던 진흙 옆에 넘어졌다.

 

 실은 내가 목줄을 거의 풀고 있었다. 끌고 온 사람이, 그리고 교관들이 모르게 조용히 탈출해서 어떻게든 집에 가 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엎어지는 바람에 다 들키게 생겼다. 우는 아이들 때문에 지금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교관들 중 누구 하나 목줄을 끊고 나온 나를 발견한다면 분명 나는 매질을 당할 운명이었다.

 

 들키게 된다면.

 

 창백해진 내 얼굴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옆에 있던 유라이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느낀 건 바로 '분노'였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처럼, 깊고 어둡고, 타오르는 푸른색.

 

 그는 뜨겁고 메마른 눈을 가졌다. 새벽 하늘처럼 엷고 창백한 빛을 띤 나나 내 동생의 눈과는 다른 종류의 푸른색이었다. 찌푸린 미간 사이로 그가 나를 쏘아보고 있었는데, 마치 어둠 속에서 다가온 짐승을 마주한 것 같이 두려워 몸에 전율이 일었다.

 

 매일 밤 끌어안고 자던 동생의 얼굴을 제외하고,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정면에서 마주한 적이 처음이었다. 마치 불에 덴 것처럼 헉 하고 놀랐으나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유라이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찬찬히 나를 훑어보았는데, 물어뜯을 먹이를 탐색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깨 위로 소름이 돋았다. 충분히 봤다 싶었던지, 그는 엎드린 내 무릎께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교관들에게 맞느라 터진 유라이의 입 안에서 핏물이 고여나와 내 옷에 묻었다.

 

 꼭 나중에,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나를 구분하려는 것처럼.

 

 그리곤 꽁꽁 묶인 팔 대신 입을 쩍 벌리더니 맹수같은 이빨로 내 목 부근의 옷깃을 꿰뚫었다. 코 끝에 녀석의 체온이 훅 끼쳐왔고, 유라이 뱌토비스코의 날카로운 턱선과 단단한 얼굴 윤곽은 내 가슴께에 와닿았다. 그는 순전히 아가리 힘만으로 나를 일으켜세웠다.

 

 두 송곳니로 있는 힘껏 내 멱살을 잡고는 몸으로 밀쳐, 나를 아이들 속으로 던져넣었다.

 

 "저거 잡아!"

 

 덕분에 내 범행이 숨겨진 것은 물론이요, 유라이의 행동이 모든 교관들에게 주목받았음도 물론이다. 아이들 속으로 파고들면서, 나는 그 날의 내 구원자를 헐떡이는 숨 사이로 지켜보았다. 몇 명인가의 교관들이 그를 움켜잡았는데 유라이가 그 손목을 물어뜯었기 때문에 아악 하는 소리가 났다. 그를 포획하기 위해서 결국 교관들은 밧줄을 던져야만 했다.

 

 그러니까 이게 유라이 뱌토비스코와, 나 하르켈 라노프의 첫만남이었던 것이다. 본토 대륙과 연락을 잇고 식량을 공급해오는 배를 부쉈다는 말이 어린 내 귀에도 얼마나 미친 짓으로 보였던지, 그 뒤로 며칠간 훈련소 앞마당에 묶여있는 유라이를 섬에 들어온 아이들 모두가 무서워했다. 나 역시, 그가 나를 구했음에도.

 

 지나가는 교관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는 유라이는 사람이라기보다 마치 발톱을 드러낸 푸른 눈의 짐승, 길들여지지 못하는 어린 맹수처럼 보였다.

 

 나보다 일 년 먼저 챠티크 섬에 들어온 그는, 특유의 거친 성격 때문에 한 기수 아래인 우리와 함께 훈련을 받았는데, 말도 안 되게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는 며칠간 나는 그와 한 마디도 나눌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헌데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다가왔다.

 

 

 

 

 

 "일어나, 이 개자식아."

 

 그는 이름을 모르는 모든 사람을, 훈련소의 교관이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자식이라 불렀다. 나 역시 그와의 첫만남을 그렇게 극적으로 치뤄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자식으로 불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튼 자지 않고 있었던 나는 짚더미 위에서 벌떡 일어났고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바람 소리가 너무 드셌다. 맹세컨대 저렇게 끔찍한 눈보라 소리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유라이는 어디서 훔쳐온 게 분명한 교관의 모피 망토 하나를 내게 던지더니, 자기 역시 재빨리 껴입으면서 말했다.

 

 "어서 입고 달려 인마. 교관들이 우릴 버리고 도망친단다."

 

 말인즉 이 흑야의 추위는 전례 없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교관들이 섬을 버리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며칠간 섬 주위에서 얼어죽은 교관의 시체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내가 놀라야 하는 사실은, 배에 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교관들은 고위급 소수 귀족 자제들에게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유라이 뱌토비스코는 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선언한 모양이다. 그러자 교관들이 그를 기다려주지 않고 가버렸다고 했다.

 

 그럼 내가 탈 수 있을까? 북부의 보잘것없는 귀족 가문 출생인 내가? 설령 선착장까지 간다 해도 나를 두고 가는 게 아닌가? 망설이는 내 모습에 치를 떨며, 유라이 뱌토비스코가 내 뺨을 때렸다.

 

 "정신차려, 이 약해빠진 놈!"

 

 한 대 처맞은 나는 그 말도 안 되게 무시무시한 완력에 다시 나동그라졌는데, 고통이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

 

 그의 말이 맞다. 나는 살고 싶었고, 이 눈보라 속에서 얼어죽는 개죽음 같은 거 당하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바람이 너무 거세서 우리 둘 다 날려갈 것 같았으므로 손을 맞잡았다. 내가 종종 뒤쳐졌는데 그 때마다 유라이는 내 손을 잡아당기며,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들릴 수 있을만큼 크게 으르렁거렸다.

 

 "제대로 버티라니까! 네 손목만 남겨서 널 데려가기 전에!"

 

 선착장이 가까워왔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눈보라 속에서 우리는 섬 곳곳에 묶어놓은 천으로 된 이정표를 보고 거리를 구분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그 천은 얼어있었는데 거센 바람 속에 곧 산산조각나 깨질 것 같았다.

 

 도착했을 때 배가 출발하지 않은 게 보였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우리를 기다렸단 말은 아니다.

 

 모두가 죽어있었다. 어떠한 연유로 인해 보트 하나는 뒤집혔고, 그 안의 사람들은 극심한 추위 속에 심장이 얼었던지 바다 위에 마치 생선처럼 뒤집혀 동동 떠다녔다.

 

 나머지 한 무리의 사람들은 다행히 보트를 탔으나 눈보라 속에 얼마 가지 못한 것 같았다. 저 멀리 바다 위에 그들이 보였다. 나아가지를 못하고, 바람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연락선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섬에서 얼마 도망치지도 못한 채.

 

 "어쩌지?!"

 

 내 말에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려는 유라이를, 나는 간신히 막았다. 이 날씨에 뒤집힌 보트를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하겠다는 말이나 같다.

 

 "뱌토비스코는 어느 지역의 가문이지?"

 

 내가 물었다.

 

 "뭐?!"

 "넌 북부에서 태어났느냔 말야! 겨울 동안 흑야가 지배하는 땅에서 살아본 적이 있냐고!"

 "아니!"

 

 물에 들어가려 할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다. 나는 그를 끌어당겼다. 최대한 빨리, 훈련소로 돌아가야 했다.

 

 "그럼 넌 오늘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필요해!"

 

 

 

 

 

 서걱이는 바람 소리가 나를 환청으로부터 깨웠다. 깊게 심호흡하고, 나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났다.

 

 "뭐하냐?"

 

 처음 만나던 날 그 때처럼, 눈 앞까지 다가온 유라이 뱌토비스코의 깊푸른 눈동자가 나를 마주한다. 여전히 뜨겁고, 메마른 그 눈, 까닭모를 분노와 불만으로 늘 찌푸려있는 눈썹.

 

 이제 그도 나도 어른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둘 다 그 추위로부터 살아남았고, 아직도 서로의 곁에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 곧 온다."

 

 유라이 말이 맞다. 저 멀리,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아!"

 

 칼을 뽑으며 말을 몰아 달려간 유라이의 목소리는 숲의 어둠 속에서 신나게 울러퍼졌다.

 

 여전히 이름 모르는 사람들을 그 이름으로 부르는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들으며 화살을 당겼다. 촉에 불을 묻힌 내 화살이 침입자들 중 하나의 가슴에 가서 꽂힌다.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고, 어둠 속에서 기습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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