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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르세라의 딸들
작가 : Alphafemale
작품등록일 : 2017.11.17

미래의 가상의 어느 나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성의 인구 비율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자 정부가 남여를 차별하는 남아 특혜 정책을 시작한지 어언 삼십 년. 게다가 파산 직전의 정부는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개발 투자를 급격히 제한하며 도시간의 빈부 차이를 심하게 조장해왔다.

이런 불평등한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깡촌 르세라. 그곳에서 자란 어린 클로이가 도시 청년 케이시를 만나면서 그들의 불평등한 계약관계가 암암리에 시작된다.


alisa46@hotmail.com

englishchung@gmail.com

 
일상의 평온함은 깨지고
작성일 : 17-11-27 07:17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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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간만에 찾아온 타운 밀듀라는 주말이라 그런지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근처에 제대로 된 타운이라고는 이곳 밖에는 없으니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입 혹은 교환하기 위해 작은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클로이, 난 타이어 고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카페에 가서 차라도 마시고 있어. 여기.“

 

 매튜와 클로이와의 관계가 요즘 들어 어색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버니 할아버지가 일부러 기분 전환도 시켜줄 겸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나 돈 있어요. 싫어요!“

 

 버니가 그녀에게 오 퀼톤을 손에 쥐어 주자 그녀가 질색을 하며 말했다.

 

 “어허, 할아버지 목숨 구해준 값인데… 너무 적어서 그래?“

 

 “네? 큭!”

 

 그의 익살스러운 웃음을 보자 도저히 성의를 무시할 수가 없어진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맙습니다.”

 

 “옳지. 그래야 내 예쁜 클로이지. 가서 구경도 좀 하고 그래.”

 

 “네.”

 

 아빠와 화해도 할 겸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이 떠오른 그녀가 약국으로 먼저 들어갔다. 가게를 잘못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약국 안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있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선그라스 진열대 앞에 서서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자 클로이가 제일 멋들어져 보이는 선그라스를 집어 써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요거는…?”

 

 갈색 뿔테 스타일의 선그라스를 집으려던 그녀가 대각선 아래의 하얀 은가루가 박힌 선그라스를 보고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와~~!”

 

 “망설이지 말고 써봐요.”

 

 “꺅!”

 

 난데없는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지르자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흠흠…”

 

 “써보기 싫어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쓰고 있던 검은 선그라스를 벗어 제자리에 올려 놓고는 카운터로 왔다.

 

 “이거요.”

 

 잔돈을 거슬러 받은 그녀가 목발을 짚고 문 쪽으로 향하자 남자가 재빨리 걸어와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줬다.

 

 “레이디 퍼스트.”

 

 남자를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본 그녀가 상종을 말자는 얼굴을 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거동이 불편하기는 했어도 나오기 잘했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와 마주친 게 너무 못마땅했다.

 

 길가의 가장 끝에 있는 카페를 찾아 내려온 그녀가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할 찰나였다. 그 도시 남자가 떡하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도 그녀를 따라서 바로 물러섰다.

 

 “뭘 주문하시겠어요?”

 

 남자와 클로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알바생이 물었다.

 

 “레이디 퍼스트.”

 

 고개를 정중하게 숙이며 남자가 클로이를 내려다보자 알바생이 감동을 받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마담?”

 

 알바생이 기다리다 못해 그녀를 부르자 그제서야 클로이가 주문을 했다.

 

 “커피.. 라테…”

 

 “전 생강차와 생과일 쥬스… 키위로 주세요. 다 같이 얼마죠?”

 

 남자가 재빨리 자신의 주문을 클로이의 주문에 덧붙이며 물었다.

 

 “구 퀼톤입니다.

 

 “아니, 제 건 제가 낼거예요. 커피가 얼마죠?“

 

 “마이 레이디,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그의 정중함 속에 거역할 수 없는 뭔가가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냥 놔두라고.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니 문자 그대로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얼굴이 확 달아오른 그녀가 그가 이전에 했던 것처럼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몸을 뒤로 뺐다. 테이블 번호를 받은 그가 클로이에게 정중하게 다시 물었다.

 

 “어디 앉으실래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그녀가 대답 없이 문 밖으로 절뚝절뚝 걸어나갔다. 그녀가 가장 구석에 놓인 야외 테이블로 걸어가 그곳에 앉으려고 하자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의자를 뒤로 빼줬다.

 

 “이따위 연극 필요없으니 그만 하세요.“

 

 창문에 붙어있는 수많은 눈들을 깨달은 그녀가 입을 거의 열지 않고 낮게 말했다.

 

 “무슨 말이예요, 연극이라니?”

 

 “젊은 남자가 워낙 이 촌구석에 없어서 사람들한테 받는 관심이 즐거우신가본데 이제 그만하라구요.“

 

 “관심? 아~~~ 이 상황을 르세라에서는 관심이라고 부르나 보네.”

 

 주위를 둘러본 그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밀듀라에서는 이 상황을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격이라고 부르거든. 나도 난생 처음 이런 대우 받아봐.“

 

 [끼익!]

 

 알바생이 주문한 음료수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키위 쥬스?“

 

 “접니다.”

 

 알바생이 쥬스를 그 앞에 놓고는 다시 물었다.

 

 “생강차?”

 

 “레이디.“

 

 “라떼?”

 

 “중앙에 놓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중한 그의 매너에 다시 한번 감격한 알바생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는 인사를 했다. 그녀가 사라지자 마자 클로이가 생강차를 중앙으로 밀어버리고는 커피잔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으음… 마이 레이디? 의사한테 말 못 들었어? 너 건강상태 완전 엉망이래. 면역력 키워주는 생강차 마셔. 카페인 잔뜩 들은 커피 같은 거 마시지 말고.“

 

 열이 오르는 것을 겨우 참은 그녀가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감정 조절…. 휴… 감정…

 

 “내셨다는 병원비, 저한테 청구하세요. 갚을게요.“

 

 “안 갚아도 돼.”

 

 “갚을 거예요…!”

 

 앙 물은 치아 사이로 말이 거칠게 흘러나오자 그가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래? 어느 세월에? 이 촌구석에서 네가 할 게 뭐 있다구?“

 

 [휘잉]

 

 자신도 모르게 손을 휘두른 그녀가 그의 왼쪽 뺨을 정확히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눈을 한 그가 말없이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의 뺨 위에 손자국이 선명했다.

 

 “조이 일로 날 모욕하고 비웃은 것도 모자라서 다시 날 이렇게 귀찮게 하는 이유가 뭐야? 대체 뭐냐구?“

 

 더이상 그 수천 개의 눈들을 의식할 정신은 그녀에게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녀가 목의 핏대를 잔뜩 올리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뿐이었다.

 

 “경멸해. 너 같은 인간을 경멸한다구!”

 

 

 

 

 클로이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할 수 없었다. 방문을 걸어잠근 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만을 들을 뿐이었다.

 

 침대에 한 시간째 누워있는 그녀가 천장 구석에 만들어진 거미줄을 뚫어져라 처다봤다.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서 먹이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간사하고 교활한 것. 자리에서 벌컥 일어난 그녀가 빗자루를 찾아 주변을 살폈다. 방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상의를 벗은 그녀가 옷을 둥글게 말아서는 거미줄이 쳐진 곳으로 던졌다. 난데없는 상황에 놀란 거미가 숨어있던 곳에서 뛰쳐나와서는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저럴 줄 알았어. 교활한 것! 죽어!

 

 바닥에 떨어진 상의를 주워 천장으로 다시 옷을 날리려고 할 때였다. 창문 밖에서 버니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려진 커텐을 살짝 들어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버니와 매튜가 그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건 자네가 걱정한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야. 내가 밀듀라에 사는 지인한테 물어봤더니 그 청년이 컬트 집안 손자라네.“

 

 매튜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 들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깎이다 만 그의 머리가 시야가 들어왔다.

 

 “자네 컬트가를 모르나? 밀듀라에서 양 농장을 대규모로 경영해서 성공한 집안이야. 2050년대까지만 해도 먼고 호수에 있는 양이란 양은 모두 컬트 집안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 지금은 양 농장은 이미 접었고 양털 가공 사업을 시티에서 대규모로 하고 있지. 그 외에도 손을 안 대는 비지니스가 없나 보더라구.”

 

 “저희한테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혹시라도 경찰이 클로이를 데려가지는 않겠죠?“

 

 매튜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경찰? 날 어디로 데려가?

 

 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사람을 때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감옥소에 끌려갈 정도로 잘못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날 먼저 모욕한 사람은 그 사람이라구. 그리고 난 방어를…

 

 창가에 놓인 의자에 스르륵 몸을 떨어뜨린 그녀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방어라는 착각 속에서 사람을 친 것이다.

 

 왜 그것도 하나의 폭력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을까.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잊고 있었을까.

 

 그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감옥소에 끌려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앞으로 동네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지가 더 걱정되었다. 그리고 그녀 때문에 매튜가 당할 수모를 상상하자 가슴이 저여왔다.

 

 미안해, 아빠. 정말 미안해…

 

 

 

 ***

 

 새벽녘을 달리는 클로이의 마음이 여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아직도 깜깜한 새벽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너무 잘하는 듯 망설임이 없이 페달을 밟았다.

 

 지난주로 학기의 마지막 날이 끝났고 드디어 그녀는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졸업식 날이 따로 없었기에 그날 졸업장을 함께 받은 그녀가 적어도 그날만큼은 매튜와 함께 그 기쁜 소식을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그녀가 그를 마주했을 때 그녀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그의 무표정하고 냉담한 태도에 실망한 클로이는 졸업장을 식탁 위에 남겨두고는 침실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녀는 그 도시 남자로부터 고소를 당하지도 않았고 감옥소로 끌려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는 나아지는 기미가 전혀 없이 오히려 나빠졌다.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매튜의 눈치를 보며 빠르게 뒷꽁무니를 빼는 게 클로이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가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실망한 것인지 그녀는 도저히 가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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