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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두번째 풍등제
작성일 : 17-11-27 00:3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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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음…”

 

 하루에 두 번이나 궐을 나섰던 여파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늦지 않은 시간 잠이 든 수빈은 잠에 취해 누군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빈…빈…궁”

 

 “으음.”

 

 저를 부르는 소리에 미간이 찡그려지고 무거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겨우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데 눈앞에 흐릿한 인형이 보였다. 눈을 비비고 몇 번을 깜빡거린 후에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저하!”

 

 놀란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그가 서둘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놀란 그녀가 제 심장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풀어주었다.

 

 “이곳에는 어인 일이셔요?”

 

 항상 한정당을 찾아도 방안에는 들어오지 않던 그였기에 제 앞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대와 갈 곳이 있소.”

 

 “예?”

 

 “아직 술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어찌 이리 일찍 잠이 든 것이오.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예-에?”

 

 “아무튼, 궐 밖으로 나갈 것이니 빨리 채비하고 나오시오.”

 

 “예?! 저하, 저하!”

 

 저 할 말만하고 나가버린 선를 불러 보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시간에 갈 곳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 간단하게 차려입으면 될 것 같았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단장하려니 손이 바빴다.

 

 머리를 틀어 올리려던 그녀가 조금 전 세자의 차림새를 떠올렸다. 양반가의 자재들이 많이 입는 옷차림이었다. 이내 새침하게 웃고는 머리를 곱게 땋아 내렸다. 분홍빛 꽃으로 장식된 뒤꽂이와 떨잠을 꽂고 붉은 연지를 톡톡 두드렸다. 보라색 저고리와 살구색 치마까지 갖춰 입고, 끄트머리에 작은 꽃이 수놓아진 하얀 얼굴가리게로 마무리하니 제법 그럴듯한 모습의 여인이 되었다.

 

 쓰개를 챙겨 문을 열고나오니 대청 아래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 모습을 본 세자가 왠지 당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신을 갖춰 신고는 쪼르르 그의 옆에 가서 섰다.

 

 “저하 이 야심한 시간에 어딜 가시겠다는 것입니까?”

 

 “음, 우선 시간이 늦었으니 가면서 이야기합시다.”

 

 쓰개를 둘러쓴 그녀가 그에게 다가섰다. 두사람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부러 비워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내가 어딜 가자고 할 줄 알고 이리 선뜻 따라나서는 것이오?”

 

 “예? 그러면 아니 되는 것입니까?”

 

 “만약 내가 그대를 위험에 빠트리려 하는 것이면 어떻게 하려고?”

 

 “예?! 풋-.”

 

 “왜 웃는 것이오?”

 

 “그랬다면 진즉에 그러셨겠지요. 지금까지 귀찮은 세자빈 자리, 제가 버텨주니 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제가 없어지면 저하도 불편해질 터이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서 변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군. 그래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대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뒷말을 이은 그가 설핏 웃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마지막 궐문을 벗어난 얼마 후 그녀의 눈에 화려하게 장식된 불빛들이 들어왔다. 다양한 색지로 만든 등으로 장식된 건물들과 사이사이 수놓듯이 이어진 화려한 등불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환한 표정의 사람들은 즐거운 얼굴로 그 사이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와아-!”

 

 환한 불빛아래 저마다의 등을든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저하.”

 

 “작년 풍등제는 정신없이 흘러버렸지 않았소. 그대가 좋아했던 것이 생각나서….”

 

 그가 쑥스러운 듯 뒷말을 삼켰지만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이 전해졌다. 수빈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일부러 데리고 나와 준 것이다. 제 몸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저하.”

 

 “밖에서는 그리 부르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소. 낭자.”

 

 저가 듣기엔 왠지 부끄러운 호칭이었다. 하지만 제 나이 때의 여인을 부르기엔 적당한 말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세자가 자신을 소현이라고 부르면 거부감이 들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보단 차라리 저것이 나았다.

 

 “그럼 저는 무어라 불러야 합니까? 도련님? 나리?”

 

 “하나 더 있지 않소?”

 

 “예? 하나 더요?”

 

 곰곰이 생각해봐도 지금 차림새에서는 더는 나올 것이 없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녀를 보던 그가 장난스레 씨-익 웃더니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되지 않으냐고 한다.

 

 “에이 그건 아니지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나이…….”

 

 “나이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 누님?!”

 

 “이익-! 나-으-리!!”

 

 빽하니 소리친 수빈이 저를 새초롬하게 흘겨보는 것이 제법 사나워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제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감정들이 낯설었지만 그녀에게 위로받는 시간들이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은 친우에게 느끼는 그런 것이 아닌 다른 감정이라는 것을. 아직은 제 감정의 정체나 깊이를 깨닫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그다음은 쉬웠다. 그저 마음 가는 데로 하는 것이 정답이란,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마음 가는 데로 하려고 한다.

 

 수빈의 손을 잡아챈 그가 그녀를 이끌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찬혁의 눈이 화들짝 커졌지만, 두 사람의 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뒤를 두 명의 익위사가 따랐다.

 

 선에게 잡힌 손목이 뜨거웠다. 그의 체온 때문인지, 자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시끄럽게 울려 대서 털어내려 해보았지만, 위치만 바뀔 뿐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낭자, 이것 보시오.”

 

 그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연신 좌판을 둘러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하여 멍하니 끌려 다녔지만, 기분 좋아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니, 왠지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저것은 무엇입니까?”

 

 많이 걸었던 것인지 배가 고픈 그녀의 눈에 꼬챙이에 이것저것을 꽂아 숯불에 구워주는 것이 보였다.

 

 “우아- 나리, 저리 가 보아요.”

 

 이젠 오히려 수빈이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녀에게 끌려가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보던 찬혁이 제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는 것이지?”

 

 처음엔 세자가 세자빈의 손을 잡고 뿔난 망아지처럼 돌아다니더니, 이젠 세자빈이 세자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가 모르는 무언가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몇 가지 주전부리를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그들의 눈에 등을 날리기위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풍등을 날려보겠소?”

 

 “풍등이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날려보고는 싶었지만 저 인파 속으로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그 생각을 눈치챈 세자가 걱정하지 말라며 수빈을 이끌었다. 그때와 같은 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를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제야 날려보고 싶다며 조용히 제 뜻을 밝히는 수빈의 볼이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선이 수빈의 손목을 잡고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뒤에 선 그의 호위들이 불평을 하겠지만, 그런 것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밀리며 정신없이 걸어가던 때였다. 손목에서 느껴지던 압력이 없어지는 듯싶더니 등 뒤로 묵직하고 따스한 체온이 전해져왔다. [흠칫]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가면 조금 수월할 거요.”

 

 선이 그녀를 감싸듯이 안고 있었다. 그가 저를 안고 있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얼굴에 열이 오르고 겨우 진정되었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선의 귀에 들릴까 싶어 몸을 앞으로 빼내려는데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위험해!!!’

 

 그녀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잠시 후 움직이기 수월해진 두 사람이 인파를 벗어나 언덕위로 올랐다. 풍등을 팔고 있는 상인에게 다가간 수빈이 좌판 위를 살피자, 이미 다 팔았다며 주변 어디를 가도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녀가 아쉬운 한탄을 내뱉자 잠시 기다리며 저만치 뛰어간 그가 잠시 뒤 커다란 풍등을 들고 돌아왔다. 근처에 미리 맡겨놓은 풍등을 찾아온 것이다.

 

 멋쩍은지 볼을 긁적이던 그가 그녀 앞에 풍등을 내밀었다. 쑥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작년 이맘때쯤 그가 건네던 유등이 떠올랐다.

 

 각자 한편에 소원을 적고 날릴 준비를 하고 있자니, 작년 그 사내가 큰소리로 풍등제의 시작을 알렸다. 불을 밝힌 등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느님이시여 제 소원을 들어주소서.”

 

 사람들의 합창과 함께 하늘 위로 풍등들이 날아올랐다. 두 눈을 감은 채 양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작년에 보았던 모습과 겹쳐졌다.

 

 슬쩍 그녀의 소원을 훔쳐본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그의 심장을 집어삼켜 그랬다.

 

 『그를, 이 사람을 끝까지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작년과 똑같은 소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원을 떠올렸다. 수빈과 선의 소원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부디 높은 곳에 닿아 그녀와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찬혁의 시선도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소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루어졌으면 했다. 편안해 보이는 세자와 평소와는 다르게 생기 넘치는 세자빈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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