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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후루카와 상단
작성일 : 17-11-27 00:35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7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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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찬혁은 어이가 없었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눈에서 불똥이 튀어 오르는 것 같단 착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났다.

 

 이번 세자의 암행은 은밀히 진행된 것이었다. 찬혁 자신이 궐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눈치채는 이가 나올 수 있다는 세자의 말에 박지훈을 보냈는데, 느닷없이 단휘가 저를 찾아와서 일 똑바로 하라며 자신이 부끄러워 면이 서지 않는다고 화를 내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보아라 말했지만, 씩씩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그녀가 진정하는 듯해 싶어 물어보니, 그마저도 얼굴을 붉히게 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는데, 세자빈의 부탁으로 저자에 나가게 되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던 중, 끼니를 해결하러 들어간 주막에서 수상한 이들을 보게 된다. 상인으로 위장을 하였지만 모두 칼을 다루는 이들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상한 이들을 살피며 한쪽에서 조용히 국밥을 먹고 있는데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누군가를 이야기하며 낄낄대는 내용이었다.

 

 세상 그렇게 허접스러운 무사들은 보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습격을 한다는 이들이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것인지 자기가 반대편에서 뻔히 보고 있는데도 모르더란 말이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뭐 그런 허접스러운 것들이 다 있나 싶어 우스웠는데, 그 옆에 있던 이가 입을 열자 밥맛이 뚝 떨어지며 얼굴에 열이 올랐단다.

 

 궐에서 사용하는 표식을 가진 이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실력이 그러한데 어찌 군관이 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혹시나 해 주모에서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북쪽에서 온 이들이라고 했다. 순간 머릿속에 최근 암행을 다녀온 세자가 떠올랐다.

 

 그래서 궐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는 것이다.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세세한 내용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들이 말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박. 지. 훈!!!”

 

 #

 

 “어떻게 되었습니까?”

 

 차를 음미하는 수빈의 모습을 보며 옅게 숨을 토해낸 단희가 잘 되었다고 대답했다.

 

 “하오나 마마, 그리 거짓말을 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듯싶습니다.”

 

 [피식]

 

 “그 정도는 당연합니다. 만약 적이었다면 어찌 되었을 것 같습니까? 세자저하도 함께였던 일입니다. 가벼이 넘겨서는 아니 되는 것이에요.”

 

 “에, 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오나,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것인데…….”

 

 “그깟 자존심, 목숨보다 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죽고 난 다음, 자존심을 찾아서 무엇에 쓴답니까? 그러니 지금은 잘못을 시인하고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때입니다. 익위사라는 이들이 그리 허점을 보여서야, 일반 관원과 뭐가 다르답니까?”

 

 그녀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기에 단희도 더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찬혁에게 말한 내용은 모두 수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녀는 수빈이 일러주는 대로 행동했다. 좀 심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그녀도 찬성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찬혁의 분노가 컸다. 아마 세자가 알게 된다면 세자의 분노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당분간은 그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괜히 불똥 튀면 골치 아플 것이다.

 

 그때였다. 민희가 문밖에서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 잠시 뒤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서안위에 작은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이것이 무엇이지요?”

 

 “궐 밖 상단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위험하니 직접 가기 전에는 연락하지 말라 일러 놓았는데 먼저 연락을 한 것을 보니 보통 일은 아닌 듯싶었다.

 

 굳은 얼굴로 주머니를 열어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여러 번 접혀 있는 것을 펼치자 작은 글씨들이 자잘하게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후- 영상이 움직이려나 보군.”

 

 “영상이요?”

 

 “정확히는 영상의 개중 하나가 움직이려는 것이지요.”

 

 모여 앉은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전에 다녀왔는데 오늘 밤에 다시 궐문을 나서야 할 듯싶었다. 그것을 눈치챈 한상궁이 오수를 들어 조금이라도 힘을 비축하라며 부산을 떨었다. 단희도 휴식을 취한 뒤에 오겠다며 일어섰다.

 

 술시에 궐을 나서기로 하고 그녀는 보료에 누워 잠을 청했고 나머지는 준비하겠다며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

 

 [끄응]

 

 수련장에 처절한 앓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암행을 떠났던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돌아와서 마주한 것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찬혁과 어이없는 표정의 세자였다.

 

 “그러니까, 단희가 주막에서 상인으로 위장한 무사들을 만났는데. 그게 우리가 함경도에서 만났던 그자들이었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 장소에 있지 않았다면 모를만한 이야기가 단희의 입에서 나온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세자가 마른세수하더니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그러니까 그들이 내가 함께 간 익위사들을 비웃었다고?”

 

 “제가 생각해도 비웃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무려 두 번이나 마주쳤는데도 우리 쪽에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적이었다면 지금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분노로 힘겹게 이야기를 내뱉는 그를 보자 세자의 머리는 오히려 차갑게 식어갔다. 그들이 다행히 자신들에게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지만, 그 반대였다면 지금 자신은 이곳에 없을 수도 있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자신은 일이 있어서 뒤늦게 합류를 하였다. 그가 검을 들고 뛰어들었을 때는 익위사들이 밀리고 있을 때였다. 그가 손을 보태었어도 위험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그때에 복면을 한 그들이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뛰어들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분명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라 일러두었는데, 자신들의 실력을 맹신한 것인지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그래서 찬혁,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말해 무엇하랴? 쭈뼛거리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관원들은 커다란 목봉을 든 채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이제라도 제 밥값정도는 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지요. 특히 저 녀석은 이번에 확실하게 정신개조를 시켜놓겠습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남들보다 큰 목봉을 들고 끙끙거리는 박지훈이 보였다.

 

 “그래 저 녀석은 특히 더 강하게 굴리도록 해. 이번 기회에 정신 좀 차리라고.”

 

 “저…저하…살려주세요. 끄악-!”

 

 #

 

 탁자에 둘러앉은 이들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우찬성이 움직였다고요?”

 

 “네, 아가씨.”

 

 발이 쳐진 반대편 그곳에 일단의 무리가 앉아있었다. 월화 들이었다.

 

 “뜻밖이군요. 우찬성이라니. 그 뱀 같은 영감이 나서다니 말이에요. 뒤에 무언가 큰 것이 있겠군요.”

 

 나이를 지긋이 먹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섣불리 움직이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장노가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거래 상대가 거물인가 봅니다.”

 

 노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을 장노라 부르는 이는 월화에서도 소수에 불가했다. 그런데 처음 본 아가씨란 자가 상단주도 모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왜의 세력이라고 합니다.”

 

 “왜라…….”

 

 [톡. 톡. 톡]

 

 그녀가 생각에 빠진 소리가 들렸다.

 

 “이런! 후루카와인가 보군요. 좋지 않은 상대예요.”

 

 깜짝 놀란 둘째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것을 어찌!”

 

 장노가 고개를 내저었고, 첫째가 앉으라고 눈짓했다.

 

 “설마 후루카와의 차남이 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끙]하니 신음을 내뱉은 첫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말 좋지 않군요. 후루카와는 지금 내부적으로 시끄러울 터인데, 이 먼 조선까지 찾아와서 하는 거래라. 그것도 장남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둘째가 찾아온 다라…….”

 

 테이블을 두들기는 그녀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둘째가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선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요? 드러난 것이 없는데 나서기에는 위험도가 큽니다.”

 

 고개를 저은 첫째가 말했다.

 

 “아니 그것은 아니 될 말이야. 지켜보다 드러난 다음에 움직이면 늦어. 위험해도 한발 걸치고 있는 것이 나아.”

 

 “아직 상단을 드러내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지켜보기에도 그런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아가씨가 결정을 내려주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장노의 말에 월화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들을 이끄는 장노가 발 넘어 의 아가씨를 자신들의 수장이라 인정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잠시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희아야 차가 다 식었구나. 따뜻한 차를 좀 더 내오거라.”

 

 ‘후루카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이 그녀를 괴롭혔다. 분명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잡아채지 못하니 답답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의 기억 속에서 드디어 원하던 것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래 그거였어.’

 

 잠시 후 수빈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그들은 경악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었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그들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그가 도착하기 전까지 얼마나 남았지요?”

 

 “보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흠. 그럼 최대한 늦출 수 있을 만큼 늦춰주시고, 관하에 신고돼지 않은 광산이 있는지도 알아봐 주세요. 상단주는 은과 금의 움직임을 살펴주시고. 아 그리고 진기에게 명 상단 중 영상의 상단에 은을 판매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세요.”

 

 몇 가지 사항을 더 전달한 수빈이 단희를 돌아보았다. 단희가 초조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이만 가봐야 할 듯싶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에 봤으면 좋겠군요. 깔끔하게 처리해주길 바래요.”

 

 초립과 너울을 눌러쓴 수빈이 집무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다급했지만 최대한 여유롭게 행동했다. 그때 단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길목을 막아서고 있었다.

 

 “무슨 짓입니까.”

 

 낮게 깔린 단희 목소리가 낯설었다.

 

 “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겁니까?”

 

 일반적으로 양반집 여인에게도 얼굴을 보여달라는 것은 무례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듯이 얼굴을 왜 안 보여 주냐고 이야기를 하다니, 웃음이 났다. 하지만 속마음과는 반대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켜라.”

 

 “얼굴을 보여주고 가시오. 난 당신을 믿지 못하겠소.”

 

 “셋째야!”

 

 둘째가 당황하여 그를 불렀지만, 얼굴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절대 비키지 않겠다는 듯이 수빈과 단희를 보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힘이 좋아 머리보다는 몸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정보조직과는 안 어울리는 이였지만 입이 무거워 믿을 수 있는 자였다.

 

 “내가 왜 그대에게 얼굴을 보여줘야 하지? 그리고 믿음? 그대는 나에게 그런 것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당황한 그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 그것은.”

 

 셋째의 대답보다 더 빠르게 그를 지나친 수빈이 차가운 말을 뱉어냈다. 그 말은 들은 셋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월화면 월화답게 행동하거라, 준석아.”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인사들도 그와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 수빈이 뱉어낸 말은, 그들이 처음 월화로써 행동할 때 서약을 하는 말이자 그들의 결의며 다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수빈이 자리를 뜨자 상단 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가씨에게 이리 무례하게 구시다니.”

 

 “상단주에겐 미안하게 됐소. 이 녀석이 우둔하여…….”

 

 “그것을 뒤에서 조장하는 것이 장노와 첫째라는 것을 아가씨는 알고 계십니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의 시선이 상단주에게 모였다.

 

 “아가씨가 모를 것이라 여기셨습니까? 딱하기도 하십니다.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믿음을 여러분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월화상단을 받아들이고 살 터전을 마련해 주었으며, 그대들이 복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아가씨가 여러분에게 준 것을 생각하신다면 이리 행동하시면 아니 되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화를 내지 않기로 유명한 상단주가 화를 내며 질책했다.

 

 “미안하오. 하지만 우리도 마지막 동아줄은 잡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동아줄이요? 하-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놓으면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더니 지금 당신들이 딱 그 짝인 것 같은 것은 아십니까? 그냥 고독에 중독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내버려 뒀어야 했었는지, 진심으로 고민이 됩니다.”

 

 “상단주 어찌 그런 막말을 하는 것이오.”

 

 셋째가 화를 내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러면 그대는 어찌 아가씨에게 감히! 그따위 막말을 내뱉은 것입니까! 거기다 아가씨 앞길을 막고 위협까지 하시다니요! 아가씨가 마음만 먹었다면 호위의 검이 당신의 몸 어딘가는 상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참으셨지요. 아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이 맞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하나 지적하는 것이, 틀린 것이 없었다. 형제들의 고개가 숙어졌다.

 

 “미안하네, 내 실책이야. 그저 불안했을 뿐이네. 그래서 이리 조급하게 군것이야.”

 

 “무엇이 불안하십니까? 여러분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기존처럼 평범한 상인의 삶을 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보았듯이 여러분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아는 분입니다. 여러분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세게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러분에게 정성을 쏟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리 배은망덕해서야. 막말로 아가씨가 화라도 나셔서 그대들을 내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영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어찌어찌 도망을 친다 하여도 그 과정이 순탄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실책이었다.

 

 “미안하게 되었소. 다음에 아가씨를 뵈면 내 꼭 사과를 드리겠네.”

 

 심각한 그들의 모습에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그녀가 몰아붙이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되었습니다. 아가씨는 이미 용서하셨을 것입니다. 아니었다면 셋째가 저리 멀쩡한 모습으로 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전하시길. 이미 알고 있는 정체를 뭐가 그리 궁금해서 찾아 헤매는 것이냐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마시랍니다.”

 

 “예-? 에?”

 

 상단주가 서둘러 집무실을 벗어났다.

 자리에 앉아있던 그들은 그녀가 한 말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을 한 후에야 그 뜻을 깨달았다.

 

 “하!”

 

 “하.하.”

 

 “크하하하하하”

 

 장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크게 한 방 맞은 듯싶구나! 첫째야.”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도 어리시다 들었는데 어찌 이리 심계가 깊으신지.”

 

 “어휴. 난 아까 셋째 때문에 무슨 일 나는지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그분은 담도 크십니다. 이런 덩치를 앞에 놓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고 나 같으면 오금이 저릴 것 같은데. 역시 소문은 거짓이었습니다.”

 

 “그릇이 남다른 분이시다. 사내로 태어났다면 큰 인물이 되었을 것이야. 아마 그 소문도 직접 내셨겠지. 지금도 여인의 몸으로 이리 행동하고 계시지 않은가. 앞날이 기대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일 줄 몰랐습니다. 다음부터는 더욱 몸가짐에 신경 서야 할 듯싶습니다.”

 

 네 사람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했다.

 

 [쾅]

 

 “아씨!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가씨라는 사람이 누군데. 왜?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누군데? 왜 나한테는 안 알려주는 건데!”

 

 막내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쯧쯧 혀를 차며 집무실을 나섰다.

 

 “이구 계속 이야기 했건만 여태 뭘 들은 거야? 정보조직 조장이라는 놈이, 어휴~ 머리 좀 써라!”

 

 둘째와 첫째가 나서자 장노가 쯧쯧 혀를 차며 일어섰다.

 

 “아씨! 그러니까 누구냐고!!”

 

 [퍽]

 

 빽 하니 소리를 지르는 사내의 뒤통수를 내리친 장노가 소리쳤다

 

 “이놈아 언제 철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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