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의 일기
2012년 5월 6일 일요일 날씨 모름 밖에 안 나감
단단히 삐졌나보다. 오늘 하루 내내 연락이 되질 않는다. 카톡은 읽는데 답장도 하질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다. 제대로 삐진 것 같았다.
오늘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내 딴에선 자유롭게 했다는 것이 상희에겐 너무 구속받았다는 느낌이 든 건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지은이랑 오늘 만나 이 얘기를 하니 그런 얘기를 왜 자기에게 하냐는 느낌의 말투였다. 하긴 자기는 기웅이랑 잘 지내고 있으니까
상희가 보고싶다. 전화를 해봐도 안 받는다. 집을 찾아가도 집에 없는 것 같았다. 걱정이 되지만 상희도 어른인데 어련히 자기 알아서 하겠지 싶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고 후달린다.
만약 상희를 찾으면? 찾았는데 별 일 아닌 거 였으면? 오히려 그거 때문에 상희가 또 이거 봐 넌 날 구속하잖아 하는 느낌으로 말을 한다면? 하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더 연락을 못하겠다.
상희 얘기만 계속 적으면 더 우울해지니까 다른 얘기를 적어야겠다. 이상하게 요즘에 내 자취방에서 뭔가가 자꾸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이다. 며칠 전 일기에 양말 한 짝이 없어졌다고 썼었던 것 같은데 오늘 보니까 팬티도 몇 장 사라져 있었고 빨랫감, 머리 빗 숟가락, 젓가락 뭐 이런 잡다한 것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집에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오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나랑 상희뿐인데 가끔 지은이랑 기웅이도 놀러오고 뭔가 싶다.
그리고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겠는데 자꾸만 누군가가 훔쳐본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뭐랄까.. 찝찝하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설마 난 유명인이니까 막 스토커 그런 게 따라붙은 걸까? 이상한 얘기지만 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스토커까지 달린다는 건 내가 진짜 막 유명해지고 관심 받고 있다는 증거니까. 오...이렇게 적어놓고 보니까 더 미친 놈 같아 보인다.
괜히 우울한 기분 떨치려고 이런저런 개소리를 막 적어보고는 있는데 기분이 더 나아지질 않는다.
보고싶다. 상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