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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3. 당신만이 나를 헷갈리게 만들어.
작성일 : 17-11-26 22:42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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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당신만이 나를 헷갈리게 만들어.

 

 

 “그럼 나 좀 안아줄래요?”

 

 “뭐라고?”

 

 

 도현은 하린의 말이 좀처럼 인식되지 않았다. 지금 저 여자가 둘만 있는 공간에서 안아달라고 했나?

 

 처음 봤을 때부터 하린은 도현에게 관심이 일도 없었다. 끈적이는 시선도, 알 수 없는 기대를 담은 얼굴도, 뇌쇄적인 몸짓도 전혀 없었다.

 

 서로에게 이권이 확실한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였다. 그렇기에 집으로 들어오라고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뭐라고?

 

 

 “못 들었어요? 나 좀 안아 달라고요.”

 

 

 도현이 황당한 시선으로 하린을 보았다. 도현의 시선에 하린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 사람, 놀려먹는 재미가 있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좀 안아 달라고요. 나는 지금 걸을 수가 없잖아요. 아니면 목발을 찾아다 주든가요.”

 

 

 하린은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병실 안에는 목발이 없었다. 하린은 목발을 써 본적은 없지만 당장의 직립보행에 있어서는 필수 물건이 틀림없었다.

 

 

 “…….”

 

 

 도현은 하린의 말을 듣고서야 하린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발은 왜 찾지?”

 

 “근심을 좀 풀어내야 해서요. 음, 무슨 말인지 알죠?”

 

 “아니, 모르겠는데.”

 

 “화장실 간다고요.”

 

 

 쳇. 꼭 알면서 모른 척 하더라.

 

 

 “빨리 목발 찾아다줘요.”

 

 

 하린의 표정이 새초롬해지자 도현은 하린에게 다가갔다.

 

 

 “어머!”

 

 

 도현은 그대로 하린을 안아 들어올렸다.

 

 하린은 놀라서 자연스레 도현의 목에 팔을 감았다. 도현은 하린을 안은 채로 화장실로 향했다.

 

 

 “아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하린은 생각지도 못한 도현의 행동에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잠깐 도현을 놀리려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 남자는 지금 날 안고 있는 거지?

 

 

 “박하린의 부탁을 들어주는 중이지.”

 

 

 당황하는 하린을 보니 도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계속 놀림 당해서 상했던 자존심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꽉 잡아. 바닥에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하린은 왜인지 도현이 정말로 바닥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살려면 지금은 도현에게 매달려있는 수밖에 없었다.

 

 하린은 도현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바짝 붙은 도현에게서 향긋한 향기가 풍겼다. 잘생긴 남자들만 뿌릴 것 같은 텔레비전 광고 속의 그 향수였다. 페로몬을 가득 담은 수컷의 향기.

 

 

 ‘두근. 두근. 두근.’

 

 

 그냥 사람이기만 하던 강도현이 하린에게 남자로서의 성별 인증을 마쳤다. 긴장한 하린의 심장과 다르게 도현은 차분해보였다.

 

 그의 옆모습은 여전히 조각처럼 흐트러짐이 하나 없었고, 그의 행동 또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원래 이 나라에서 다친 여자는 화장실을 갈 때에는 안아다 데려다주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나는 몇 번째 여자예요?”

 

 “?”

 

 

 도현이 눈을 내리깔고 하린을 보았다. 비슷한 언저리에 맞춰진 시선이 얽혀들었다.

 

 

 “화장실 갈 때 안아다주는?”

 

 

 하린의 말도 안 되는 말에 도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도현의 웃음으로 하린의 긴장이 약간 풀어졌다.

 

 도현이 보기엔 하린도 도현에게 안겨있는 게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하린에게선 설렘이라고 칭할 만한 떨림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은 바르르 떨거나 온 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거나 호들갑떨던 여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 여자도 이런 일쯤은 익숙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져댔었던 것처럼.

 

 모르는 여자의 살갗이 살짝만 스쳐도 소름이 돋고 진저리치던 도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하린을 안고 있는 도현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지도,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그…… 냥 익숙하다? 그래. 익숙했다. 마치 자주 있었던 일처럼 익숙했다.

 

 

 ‘익숙하다니……….’

 

 

 오히려 익숙하다는 생경한 마음에 도현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여자를 익숙하게 안은 적이 있던가? 도현이 기억하는 생에,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하린은 괜찮은 거지?

 

 

 “악!”

 

 

 하린의 비명에 도현은 하린을 내려다보았다. 하린의 팔에 꽂힌 주사 바늘에 연결된 주사줄이 바짝 당겨져 있었다. 하린만 안고 가다보니 링겔대는 여전히 침대 옆에 있던 탓이었다.

 

 

 “주사바늘 꽂은 여자는 처음인가보네요.”

 

 

 도현이 하린을 안은 채 다시 침대로 다가가자 하린이 링겔대를 끌고 왔다.

 

 

 “계속 안겨있을 건가?”

 

 

 어느새 도현은 화장실에 들어와 서 있었다.

 

 하린은 도현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한 팔로 꼭 껴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현이 몸을 낮춰 내려주지 않는 이상 까치발로 디디고 서기엔 무리였다.

 

 

 “좀 내려줄래요?”

 

 

 도현은 변기 위에 하린을 내려주었다. 하린은 덕분에 안정적으로 앉아있을 수 있었다. 도현은 앉아있는 하린을 보면서 서 있었다.

 

 

 “왜요? 바지라도 내려주려고요?”

 

 “원한다면.”

 

 

 도현이 하린에게 다가서자 하린이 기겁을 했다.

 

 

 “상변태! 얼른 안 나가요?”

 

 

 도현은 느릿느릿 나가서 문 앞에 섰다.

 

 

 “문 닫는 방법까지 알려줘야 해요?”

 

 “다 되면 불러.”

 

 

 웃음을 흘린 도현은 문을 닫고 그 앞에 기대섰다.

 

 당연히, 하린이 일을 마치고 나오면 다시 안아다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다 줄 생각이었다. 처음엔 하린이 난처하라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목발도 없이 알아서 침대로 가라고 할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하린은 볼일을 보려고 바지를 내리다 말고 멈칫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시크릿한 소리가 화장실을 타고 병실 안을 가득 메울 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 변기의 물을 한 번 내려 봤지만 물소리는 너무나 고요해 시크릿한 소리를 절대로 감출 수 없었다. 겨우 한발 깽깽이로 수돗물도 틀어봤지만 물이 쫄쫄 흘러나왔다.

 

 

 “하아.”

 

 

 여차하면 하린은 발가락이 부러진 방광염 환자가 될 판이었다.

 

 

 “저기요, 설마 화장실 문 앞에 있는 건 아니죠?”

 

 “맞는데.”

 

 “헉! 거기 있지 말고 멀리 좀 떨어져요. 아니 밖, 밖에 좀 나갔다와요.”

 

 “왜 그래야 하지?”

 

 

 쫌! 그냥 들어주면 안 되는 건가? 정말이지 강도현은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남자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절대 꿈쩍하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를 갖고 있었다.

 

 

 “그게, 내가 화장실에 있으니까, 그, 그러니까 에잇 알잖아요!”

 

 “모르는데.”

 

 “진짜 모른 척 할 거예요?”

 

 “한 여자가 입원한 병실 밖에,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내가, 병실 밖에 서 있는다? 내일 인터넷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건가?”

 

 

 강도현이 말이 맞았다. 괜히 저 인간을 밖으로 내보냈다가는 큰 일 난다. 그럼 시크릿한 그 소리는 도대체 어떻게 없애버리지?? 그래! 소리는 소리로 막는 거야!

 

 

 “그럼, 노래 좀 불러 봐요.”

 

 “난 함부로 노래 안 불러.”

 

 

 그는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쉽사리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환우를 위한 콘서트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아프고 병든 환자를 모른 척 할 거예요? 아아악, 발가락이 너무 아픈데!! 아아악! 노래를 들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아아악. 아파~”

 

 “으…….”

 

 

 냉정하게 거절하기엔 어설프게 아프다는 하린의 말이 가슴에 박혀 들어왔다. 역시 죄 짓고는 못 사는 것이 맞나보다.

 

 하린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갑, 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도현은 목을 가다듬었다.

 

 

 “사랑에 빠졌죠 사랑에 빠져버렸죠

 당신만이 나를 빠져들게 만들죠“

 

 ‘이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 게 아닌데.’

 

 

 하린이 원한 노래는 교실 이데아나, 뭐 잘못된 만남이나 그런 아주 시끄럽고 그런 노래였다. 그게 상식적인 거 아닌가? 그럼에도 하린은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당신만이 나를 복잡하게 하네요

 당신만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어“

 

 

 조용한 병실 안에 감미로운 중저음의 도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린은 자신이 화장실에 앉아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렸다. 하린은 도현의 단독 콘서트에 초대받은 VIP였다.

 

 

 ‘이 노랠 만들어 이 노랠 멈출 수가 없네요

 이 마음이 점점 빠져들고 있어요“

 

 

 그의 실력은 오히려 아일랜드의 인기에 묻혔다. 그의 노래보다는 그의 외모가 더 많이 회자되는 아이러니한 아일랜드의 인기였다.

 

 그런데, 처음 듣는 그의 라이브는 저평가정도가 아니었다. 그가 아일랜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게 아쉬울 정도의 음성이었다.

 

 

 “당신만이 나를 헷갈리게 하네요”

 

 

 정말 하린은 도현을 헷갈리게 만드는 여자였다. 오랜만에 무대에 아닌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게 만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들게 만드는, 도현을 이상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화장실 안에서 듣기엔 너무 달콤하네요.”

 

 

 하린의 감상에 피식, 도현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여전히 화장실 문에 기대서 있는 채였다.

 

 하린은 이미 볼일이 끝난 후였지만 쉽사리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다시 안겨 침대로 가는 것이 영 어색했다. 처음엔 얼결에 그랬지만 또다시 ‘자 끝났으니 안아주시죠’ 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야 하나?

 

 

 “세면대에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침대까지 갈 수 있을까?”

 

 

 하린이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며 이리저리 생각해보았지만 불가능해보였다. 지금 당장은 한 발로만 디디고 서 있기도 힘겨웠다. 운동 좀 할걸, 이제와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다른 근심이 생겼나? 2절도 불러야 하나?”

 

 

 대답 없는 하린을 도현이 불렀다.

 

 

 “나가요. 에효.”

 

 

 하린의 말에 도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었다.

 

 

 “어머! 깜짝이야! 말도 없이 문을 열면 어떡해요.”

 

 “좀 가벼워졌나?”

 

 

 도현은 다시 하린을 번쩍 안아들었다. 농담을 던지면서 너무나 가벼이 안아 올리는 도현의 목에 하린은 다시 팔을 감았다.

 

 

 “그거 무슨 뜻이에요? 원래는 무거웠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그거 진짜 오해인거 알아요? 봐요 여기 깁스가 있잖아요. 그건 깁스 무게라고요. 무겁다고 생각했던 건 다 깁스 때문이라고요.”

 

 “아! 그렇군.”

 

 

 하린이 다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지만 도현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엄청 무거울테니 빨리 내려주시죠.”

 

 

 도현은 침대 위에 하린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혹시라도 하린이 어디 불편하지 않을지 조심했다. 하린의 팔이 아프지 않도록 도현은 하린의 팔이 감긴 목을 그녀의 얼굴을 따라 같이 숙였다.

 

 하린의 얼굴에 도현의 숨결이 느껴졌다. 숨결에 하린의 얼굴에 솜털이 쫑긋 일어섰다. 하린은 서둘러 도현의 목에서 팔을 푸르던 때에 누군가 들어왔다.

 

 

 “박하린 씨, 혈압 체크……! 어머!”

 

 

 혈압을 체크하러 들린 간호사가 하린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그냥 나가버렸다.

 

 

 “어? 왜 나갔지?”

 

 

 하린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도현이 무심한 투로 입을 열었다.

 

 

 “당신과 내가 키스라도 하는 줄 알았나보군.”

 

 “네에? 무슨 말도 안 돼요.”

 

 

 하린이 도현이랑? 하린은 얼이 빠졌다. 아니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해?

 

 

 “내 목에 팔을 감고 있었으니 그렇게 보였겠지.”

 

 

 도현의 말을 들으니 그럴 것도 같았다. 도현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하린의 얼굴 가까이 있었고 하린이 도현의 목에 팔을 감고 있었으니 오해 할만 했다.

 

 

 “그래도! 말도 안 되잖아요. 참 어이가 없네.”

 

 

 하린은 자꾸만 일어나는 상상을 훠이훠이 쫓아냈다. 다른 남자도 아닌 강도현과 내가?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지만. 왜 간호사는 되도 않는 상상을 해서.

 

 

 “그런 오해에 기분이 나빠야 할 사람은 난 것 같은데?”

 

 “뭐라고요? 당연히 내가 기분 나빠야지, 무슨 소리예요?”

 

 

 도현의 도발에 하린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이런 오해에 손해 볼 사람은 박하린 밖에 없다.

 

 

 “왜 당신이 기분이 나쁜가? 누가 봐도 내가 손해인데.”

 

 “왜 당신이 손해예요? 내가 당신보다 어린것부터가 내 손해라고요.”

 

 

 하린은 아예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뜬 채로 도현을 보고 있었다.

 

 

 “뭐가 손해인데요? 어, 어라? 둘이 설마 또 싸워요?”

 

 

 품 안에 한가득 짐을 들고 들어온 승훈이 대치중인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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