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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작성일 : 17-11-26 20:11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8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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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철수의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달려간 제이는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A 씨, 윤제이의 집에 몰래 침입해 몰래카메라 설치]

 

  [A 씨, 예전부터 윤제이의 광적인 팬으로 유명]

 

  [경찰, A 씨의 방 안에서 수백 장의 윤제이 사진 발견]

 

  [스타에 대한 팬의 광적인 사랑, 어디까지가 사랑인가.]

 

  [A 씨, 윤제이와 찍고 싶은 것이 많았다고 경찰에 진술]

 

 처음에는 스타에 대한 광적인 팬의 사랑으로 다루어줬던 이 사건은 사회적 문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A 씨, 인터넷에 여성 혐오성 글 수백 개 남겨]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몰래카메라…… 아무도 피할 수 없다.]

 

  [허술한 지문인식 도어락, 10초 만에 잠금장치 해제]

 

  [충격! 집안에도 설치되어 있던 몰래카메라.]

 

  [마음대로 사생활을 찍고있는 몰래카메라, 법적 책임은 불가?]

 하지만 몰래카메라에 관한 처벌 조항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영훈의 죄는 집을 함부로 침입한 주거침입죄에만 해당되었다.

 

 주거침입죄에 대한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였다.

 

 만약 그때 철수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제이는 꼼짝없이 영훈에게 붙잡혔을 것이다.

 

 영훈에게 사로잡혀서 여러 개의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있는 그녀의 방에 끌려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오금이 저렸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영훈에 대한 처벌이 가벼워 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보다 못한 철수는 그가 소유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서 몰래카메라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알렸다.

 

 몰래카메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누구나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서 여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자신들도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영훈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사람이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입은 심적 물적 피해를 전부 보상해야 한다는 '윤제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성 단체들은 몰래카메라에 대한 강렬한 처벌 규정을 담은 '윤제이법'이 통과된 데에는 제이의 공이 크다면서 표창까지 주려고 했지만 제이는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실 제이의 집안에 들어온 영훈을 실컷 패주고 제이의 이름을 건 몰래카메라 법률안이 통과하는 데 가장 크게 힘을 쓴 사람은 바로 철수였다.

 

 제이는 표창을 받으면 자신이 그의 공을 가로채는 것 같아서 표창을 받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철수는 그녀의 뜻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존중해주었다.

 

 제이는 지금 자신을 둘러싼 사건들이 자신과는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그날 이후로 철수는 제이에게 개인 경호원을 붙여 주었으며, 제이가 영훈과 혹시라도 마주치는 일이 절대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사실 그 부분은 철수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다.

 

 직접 영훈의 얼굴을 마주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시간을 흘러가고 어느덧 8월이 되었다.

 

  - 제이야, 이제 몸은 좀 어때?

 

  "응, 괜찮아."

 

 제이는 그 사건이 일어난 뒤로 한동안 집 밖으로 출입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밖으로 쉽게 나가질 못했다.

 

 사건이 잘 해결되고 나서 제이는 제일 먼저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윤정과 통화를 했다.

 

  - 진짜로 다행이다. 철수 씨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응, 정말 다행이지."

 

  - 진짜 세상에 무슨 그런 미친놈이 다 있니.

 

 제이는 대답 대신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불운이 그녀에게 밀려들어왔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부터 공연 중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까지. 그리고 광적인 팬의 몰래카메라 사건을 겪으니 제이는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었다.

 

  ㅡ 그런데 악마 카드는 거꾸로 돌려져 있으면 더 큰 불행을 의미해.

 

 일이 이렇게 되자 제이는 정말로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까 제이는 자신에게 타로점을 봐주셨던 할머니의 말에 저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었다.

 

  ㅡ 그래도 걱정 하지 마. 이번 연도만 고생하면 아가씨 고생은 이제 끝이니까.

 

 제이는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면서 조금만 더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할머니의 말이 맞는다면, 이번 해만 무사히 넘기면 이제 그녀의 삶에는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

 

  - 진짜 다행이야. 마침 철수 씨가 그때 들어와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응, 진짜 다행이야."

 

 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만약 제이가 철수와 함께 살지 않았으면 더 끔찍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을 것이다.

 

  "사실 그날은 철수 씨가 집에 안 들어온다고 하신 날이었거든."

 

  - 정말?

 

  "응, 그래서 나 혼자 저녁으로 빵이나 사 먹어야겠다 싶어서 집앞 베이커리에 갔었는데, 그때 그런 일이 생긴 거야."

 

  - 진짜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뻔 했구나.

 

  "응, 진짜 철수 씨가 내 옆에 없었다면 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싶어."

 

 제이는 요즘 들어 철수와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 실감하고 있었다.

 

 제이의 인생에서 이제 철수는 빠지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앞으로 제이한테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응,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간단하게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은 제이는 수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봤다.

 

 윤정과 통화하면서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제이가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똑똑똑.

 

  "제이, 나와서 디저트 먹어요."

 

 문밖에서 철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제이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그날 이후로 철수는 일주일에 세 번 회사를 가던 것을 한 번으로 줄이고 집에서 가택 근무를 했다.

 

 혼자 집에 있을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알았기에 제이는 철수에게 모척 고마웠다.

 

  "우와, 망고 빙수네요. 진짜 맛있겠다. 이거 철수 씨가 만든 거예요? 고마워요."

 

 제이는 일부러 활기찬 목소리를 내며 망고 빙수를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었다.

 

  "진짜 맛있어요."

 

 제이가 감탄을 하자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철수가 입을 열었다.

 

  "내 앞에서까지 그럴 필요 없어요."

 

  "……네?"

 

  "내 앞에서까지 그렇게 무리하면서 강한 척할 필요 없어요."

 

 속마음을 들킨 제이가 민망해져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철수가 그녀의 손등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울고 싶으면 울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화가 나면 화를 내도 좋습니다."

 

  "……."

 

  "난 제이가 무얼 하든지 다 받아줄 수 있습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철수의 말에 제이는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거렸다.

 

 이 사람은 어쩜 이렇게 손쉽게 내 마음을 파고 드는 걸까.

 

 물끄러미 철수를 바라보던 제이는 타로 가게에서 만났던 할머니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ㅡ 너를 지켜주는 두 사람이 황제랑 여황제야. 황제 카드는 육체적으로도 힘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사람을 의미하는 데, 아마 연인 카드와 같이 나온 거 보니 아가씨의 미래의 남편일 거야.

 

 어쩌면 정말로 황제 카드가 강철수 씨 일지도 몰라.

 

 

 

 ***

 

 

 

 제이는 한 달 동안 나가지 않았던 영어학원을 다시 나가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제이, 어디 갑니까?"

 

  "저 영어 학원 가려고요."

 

  "영어 학원이요?"

 

 간만에 외출하려는 제이가 걱정되는지 철수가 살포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았기에 제이는 얼른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수업 시간은 한 시간 정도라서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제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한테 갑자기 둘러싸일 수도 있잖습니까."

 

  "제가 그만큼 인기가 있진 않아요."

 

 제이가 웃으면서 고개르 내저었지만, 여전히 철수의 미간에 잡혀있는 주름은 펴지질 않았다.

 

  "제이 씨는 자기가 얼마나 사람들한테 영향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네?"

 

  "그렇잖습니까. 제이가 한 액세서리 하나도 금방 팔려나가는데 말입니다."

 

 철수의 말에 제이는 어색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FISM(세계마술대회)에서 그냥 자신의 한 액세서리가 예뻐서 매진 된 건데 철수는 그것을 그녀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불안해서 안 되겠습니다. 제이한테 따로 개인 경호원을 하나 붙여주겠습니다."

 

  "아니에요, 개인 경호원이라뇨."

 

 차라리 집에 있는게 낫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마음대로 밖으로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던 제이는 손을 내저으면서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래도 걱정되는 데……."

 

 그날 이후로 철수는 제이가 어딜 가는지 항상 그녀를 따라다니려고 했다.

 

 사실 이런 철수의 반응 때문에 한 달 동안 마음대로 집 밖을 돌아다니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그럼 철수 씨가 영어 학원까지 데려다주실래요?"

 

  "……."

 

  "어차피 영어 회화 수업은 한 시간이면 끝나니까, 숟업 끝나고 같이 저녁 먹어요. 어떠세요?"

 

 제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하자 철수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먼저 내려가서 자동차 시동걸고 있을게요. 천천히 내려와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제이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제이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물끄러미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제이는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는 분홍립스틱을 들었다.

 

 입술에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제이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머금었다.

 

  '생각해보니 철수 씨랑 단둘이 어딜 나간 적은 오랜만인 것 같아.'

 

 오늘같이 날씨가 좋은 날, 철수와 단둘이 하는 외출에 신난 제이는 활기찬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제이는 아파트 통로 앞에 세워져 있는 철수의 차를 발견하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죄송해요. 철수 씨.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요. 많이 안 기다렸습니다. 제이도 금방 왔네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철수가 갑자기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근데 그게 뭡니까?"

 

  "네? 왜요? 혹시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제이는 급하게 자신의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펴봤지만 특별히 묻어있는 것은 없었다.

 

  "그게 아니라……."

 

  "……?"

 

  "옷이 원래 그런 겁니까?"

 

 제이가 입은 옷은 한쪽 어깨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티셔츠였다.

 

  "네, 원래 이렇게 입는 거예요."

 

  "목이 늘어난 티셔츠 같은데……."

 

 철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훑자 제이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요즘 이런 티셔츠 입고 다니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요. 윤정이가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사준 거예요. 예쁘죠."

 

  "……."

 

  "어, 근데 벌써 1시잖아요. 이러다간 영어 학원 늦겠어요. 빨리 가요."

 

 제이의 재촉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철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오늘은 여름 날씨답지 않은 선선한 날이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제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다행히 도로도 답답하게 막히지 않았다.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던 제이는 자신의 왼쪽 얼굴을 따갑게 노려보는 시선에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철수 씨, 왜 그러세요?"

 

  "정말로 그 옷이 유행입니까?"

 

 철수는 잔뜩 이맛살을 구기고 있었다.

 

 제이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지? 예쁘기만 한데.'

 

 옆에 있던 철수가 한숨을 푹 내쉬자 제이가 살짝 눈을 흘겼다.

 

  "이거 진짜 요즘 여자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옷이에요. 이상한 거 아니라고요."

 

  "여자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고 해도 제이는 안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로 우리 영어 회화 수업 듣는 여자 중에서 이런 거 입는 여자들 많아요."

 

  "그래도 제이는 안 입었으면 좋겠다니까요. 다른 여자는 돼도 제이는 안 돼요."

 

 철수의 말에 제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네?"

 

 제이는 철수의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왜 나만 이런 옷을 입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거야 제이는……."

 

  "……."

 

  "굳이 내 입으로 애기해야 압니까?"

 

  "네, 철수 씨가 얘기해 줘야지 알 것 같은데요?"

 

 제이의 말에 다시 한번 살포시 인상을 구긴 철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거야 제이는…… 팔에 불주사 자국 있잖아요!"

 

  "네에?"

 

 제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철수를 바라보았다.

 

  "불주사 자국 있는 데 막 어깨를 막 드러내고 그러면 어떡합니까."

 

 대뜸 자신의 팔에 있는 주사 자국을 지적하는 철수에게 화가 난 제이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제 불주사 자국 신경 안 쓰니까 철수 씨도 신경 쓰지 마세요."

 

 철수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제이는 입술을 앞으로 내밀고 삐죽거렸다.

 

 불주사 자국이 뭐야, 불주사 자국이. 그냥 예쁘다고 해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나.

 

 끼이익.

 

 빨간불을 보고 차를 세운 철수가 이번에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 나 진짜로 신경 쓰여서 그럽니다."

 

  "뭐가요? 불주사 자국이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제이가 고개를 돌려 철수를 바라보자 그는 약간 그늘이 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다른 남자들이 제이를 보는 거 싫어요."

 

  "……."

 

  "앞으로 어깨 노출하는 옷 안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철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제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빵빵.

 

 초록 불이 켜졌는데도 철수의 차가 움직이지 않자 뒤에서 클랙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울하게 자동차를 출발시키는 철수는 보고 제이는 얕게 한숨을 내뱉었다.

 

 졌다 졌어. 철수의 고집에 꺾인 제이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철수 씨 고집을 누가 말려.

 

 오랜만에 좋은 기분으로 밖에 나왔는데 분위기를 망칠순 없어서 제이는 뒤로 물러섰다.

 

 철수가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소리인데, 굳이 크게 화를 내며 반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는 철수가 불쌍해 보이기도 해서 제이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철수 씨 말대로 이제 앞으로 이런 옷 안 입을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철수가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럼 지금 당장 백화점으로 갑시다.“

 

 

 

 ***

 

 

 

 영어 회화 수업이 끝나자마자 철수가 그녀를 내리고 온 곳은 백화점 안이었다.

 

  "제이, 아까 제이가 말했었죠? 앞으로 그런 옷 안 입겠다고."

 

  "네? ……네, 그, 그랬었죠."

 

 설마 설마 영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철수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올 줄 몰랐던 제이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서 입을 만한 편안한 옷을 골라보죠."

 

 지금 상황이 아주 얼떨떨하긴 했지만 일단 백화점에 왔으니 제이는 여름에 입을만한 옷을 쇼핑하기로 했다.

 

  '예쁜 옷이 진짜 많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전시된 옷을 살펴보던 제이는 양쪽 어깨에 구멍이 난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우와, 이거 예쁘다!"

 

 제이가 거울 앞에 가서 옷을 대보고 있는데 뒤에서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철수 씨, 어때요? 이거 저한테 잘 어울리지 않아요?"

 

 철수는 입을 일자로 다물고 아무 말이 없었지만 제이는 고른 옷이 마음에 무척 들어서 탈의실의 손잡이를 잡았다.

 

  "금방 갈아입고 나올게요."

 

 갑자기 철수가 제이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잠깐만요. 기다려 봐요."

 

  "……네?"

 

 철수는 제이의 손에 든 옷을 뺏어 들면서 유심히 바라봤다.

 

  "근데 이거 정말 파는 거 맞습니까? 왜 어깨에 구멍이 나 있습니까?"

 

  "원래 그런 거예요. 가오리 티셔츠인데 그냥 입으면 조금 부해 보이거든요. 여기 어깨에 구멍이 있으면 확실히 더 세련되어 보여요."

 

 제이는 옆에 있는 종업원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이런 옷은 치워요."

 

 제이는 티셔츠를 옆으로 내팽겨치는 철수를 보고 경악했다.

 

  "왜 그러세요? 옷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거 말고 다른 거 입어요."

 

  "다른 거 어떤거요?"

 

 철수는 생긋 웃으면서 가지고 온 옷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철수가 그녀를 위해 골라온 옷은 가을에나 입을 법한 목 폴라 티였다.

 

  "이게 뭐예요. 이건 가을에 입는 옷이잖아요. 이걸 여름에 어떻게 입어요."

 

  "요즘 에어컨 바람 때문에 냉방병에 걸리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제이도 실내에 있으면 냉방병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거 입어요."

 

  "싫어요. 전 제가 고른 거 입을 거예요."

 

 서로 자신들이 고른 옷을 가지고 옥신각식 하던 중에 제이가 철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 옷을 사는 거 어때요?"

 

  "그래요, 좋습니다."

 

 두 사람은 신중하게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무엇을 낼지 고민했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결과는 철수는 주먹, 제이는 보자기로 제이의 승리였다.

 

  "꺄악! 이겼다. 그럼 난 어깨에 구멍 뚫린 옷으로 살래요."

 

 제이가 자신이 고른 옷을 들고 계산대로 걸어가자 철수가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걸로 계산하시겠습니까?"

 

  "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제이는 철수가 아까 건네준 그의 카드를 내밀며 대답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계산을 하고 있던 제이는 거울에 비친 풀죽은 철수의 표정을 보고 계산을 멈췄다.

 

  "아니, 잠깐만요. 이거 말고 그냥 저기 걸려있는 카디건 주세요."

 

 제이의 부탁에 종업원이 얇은 카디건을 가지고 와서 계산했다.

 

 계산을 마친 제이는 하얀 카디건을 입고 철수의 앞에 섰다.

 

  "철수 씨! 이거 어때요? 아까 그 티 대신 이거 샀어요."

 

  "정말요?"

 

 제이의 말에 환해진 철수의 표정을 보면서 제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때 보면 철수 씨는 조금 귀엽…….'

 

 제이는 자신이 한 말에 놀라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제이, 왜 그럽니까?"

 

 철수는 붉어진 제이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아니, 아니에요."

 

 화르륵 얼굴이 불타오른 제이는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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