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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마왕에 신부로 살아가는 방법
작가 : 설빙설아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4

마계에 큰 일이 생겨나고, 마신이 죽었다. 마신이 죽자. 마계에는 혼란이 찾아왔고, 대마왕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마왕은 한 마족의 예언에 따라, 인간 신부를 맞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건 바로, 신성함의 결정체인 성녀. 상극과 상극은 결국 사랑하게 될 것인가.

 
내가 보고싶어하는 건 너일까, 너와의 추억일까.
작성일 : 17-11-26 14:5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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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놓으세요!"

 "........."

 "놓으라고요!!!"

 

 성녀 레아는 대마왕 데몬의 손을 거칠게 쳐내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데몬을 노려보았다.

 

 "왜 그러지?"

 "왜 하필 나죠?! 난 엄연한 성녀! 당신들의 숙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말입니다!!"

 "왜. 너 말고 다른 사람이 똑같이 당하지 않으면 억울해?"

 "..... 아까 말은 취소할게요. 하지만 당신들은 저와 함께 있으면 헛구역질이 날 만큼 힘들 텐데요?"

 "난 대마왕이다. 이 정도 성력 때문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물론 옆에 있는 건 썩 좋진 않지만."

 

 데몬은 흰 백발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제복 같기도 하고 정장 같기도 한 옷은 칠흑 같았다. 그 같이.

 레아는 눈치를 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제아무리 성녀라 하더라도 악마들의 소굴에서 얌전하게 있지 않는다면, 위험했으니까.

 

 "이름이 뭐라고 했지?"

 "레아. 세인트 레아입니다."

 "나는 벨제부브 데몬이다. 말했던가?"

 "말했습니다. 이제 절 어쩔 셈이죠?"

 "일단은 성안에서 가만히 있어.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다. 너만 가만히 있다면."

 "....."

 "성 어디를 가더라도 혼자는 절대 안 돼. 언제나 시녀와 함께 다녀. 이상한 행동이나 수상한 행동은 절대금물. 내 말은 잘 들어. 네는 있어도 아니요는 절대 없어야 하고, 그래야 너한테 좋을 거야."

 

 레아는 의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데몬을 쏘아봤다.

 

 "아무 방이나 줘라. 기왕이면 좋은 방으로."

 

 데몬은 그런 레아를 한 번 보고, 뒤를 돌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레아에게는 푸른 긴 머리가 아름다운 시녀가 한 명 붙었다.

 

 "가시죠."

 "저런 사람.. 아니, 마족이 다 있어?"

 

 레아가 중얼거리자 시녀는 아무도 모르게 키득거렸다.

 하지만, 곳 느껴지는 신성력에 웃음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시녀는 이게 신성력인지도, 레아에게서 나온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여기입니다."

 

 레아는 한 시녀를 따라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시녀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얼굴을 찡그렸고, 레아는 나가도 돼요. 라며 시녀를 내보냈다.

 

 "감사합니다.. 편하게 쉬시지요.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나 부르십시오."

 "그럴게요."

 

 시녀가 나가자 레아는 방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80평 정도에 크기에 경치는 좋았다.

 마계라고 어두침침하고 이상한 것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초록 숲이 우거져 있고 꽤 밝았다. 자신이 사는 나라보다 좋아 보인다고 생각한 레아는 깜짝 놀라 하며 이곳은 마계다.. 라고 머리에 되새겼다.

 레아는 침대에 앉았다.

 검은 침대에 시트와 이불은 새하얀... 오묘한 조합이었다.

 침대 시트를 꼭 잡은 레아는 방에 대부분이 검은색과 보라색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찬사와 성녀의 색은 황금색과 흰색.

 악마와 마녀의 색은 검은색과 보라색.

 자신에게 맞지 않은 색이었다.

 

 "하아아..."

 

 레아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나왔다.

 내가 왜 마계에 있을까.. 난 주민에게 신에 축복을 내려주고 신성력으로 마족들에게서 생명을 지키는... 그런 사람인데..

 신에게 버림받은 걸까? 아니면 누가 저주라도? 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꽉 채웠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레아는 무의식적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들어온 것은 아까 그 시녀였고, 시녀는 식사하러 나오십시오. 라고 말했다.

 

 ".... 알겠어요."

 

 레아는 시녀와 약간 떨어져 걸었다.

 시녀를 배려하면서도 마족과 가까이 있지 않으려 한 것이었다.

 

 "저... 아가씨?"

 "네?"

 "아가씨는... 어쩌다 오시게 되셨어요?"

 "끌려왔어요..."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근데.. 대마왕님이 왜 끌고 왔는지는 알겠네요.."

 "네?"

 "닮으셨거든요. 대마왕님이 사랑하시는 분이랑.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군."

 "!!"

 

 시녀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대마왕이었다.

 시녀는 무릎을 꿇었다. 용서를 빌었다. 눈물을 흘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내가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했지?"

 "대, 대마왕님..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목숨만은..."

 

 오들오들 떨며 몸을 최대한 숙이는 시녀를 냉랭하게 쏘아보는 대마왕은 칼을 잡았다.

 그리고, 한 손이 그를 막았다.

 

 "그만 해요!"

 

 양팔을 벌리고 애절하면서도 강력하게 그를 막은 건 레아였다.

 

 "그 말을 하게 한 건 저예요! 죽이지 마요!!"

 "그대는 아무 힘이 없다. 날 막을 자격도, 나에게 무언갈 명령할 자격도, 저년을 지킬 자격도."

 "......"

 

 레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 힘도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는다. 자신은 성녀였다. 씻을 수 없는 죄가 하나 더 쌓인 거였다.

 

 ".... 그렇네요."

 "아, 아가씨.. 전.. 전 괜찮습니다.."

 

 시녀는 고개를 들어 레아에게 말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시녀는 누구보다 불쌍해 보였다.

 다리가 잘려 비명을 지르던 사람보다, 아이가 죽어가 끝없이 울던 여인보다, 심장이 찔려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던 사람보다 더.

 레아는 슬픈 표정으로 시녀를 바라보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데몬은 칼을 들어 시녀의 목에 가져다 댔다.

 시녀는 눈을 질끔 감았다.

 치켜세운 머리도 다시 내리지 않았다.

 

 촤악-!!

 

 툭 소리와 무언가가 떨어졌고, 데몬은 한마디의 말을 하고, 유유히 자리에서 사라졌다.

 

 

 ~

 

 

 덜그럭- 덜그럭-

 식사를 모두 마친 데몬은 끝까지 레아가 오지 않았다는 것에 혀를 쯧 차며 한 시녀에게 음식을 가져다 줘라. 라고 말하고 자신의 방. 아니, 집무실로 들어갔다.

 

 똑똑똑-

 

 "....."

 "....."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유독 깊숙이, 제일 끝에 있는 방은 처음처럼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아, 아가씨..."

 "!!"

 

 벌컥-

 드디어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푸른 단발에 하녀 복을 입고 있는 시녀는...

 레아의 첫 시녀였던 그녀였다.

 

 "어, 어떻게....?"

 "대마왕님께서 살려주셨어요.. 다 아가씨 덕분이에요.."

 "머리.."

 "대마왕님께서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목 자르는 걸 대신하셨어요.."

 

 시녀의 긴 생머리는 단발로,

 이것도 삐뚤빼뚤 이상하게 잘려있었다.

 레아는 시녀를 자신에 방에 데리고 들어갔다.

 시녀는 탁상 위에 음식을 올렸다.

 

 "식사를 안 하셔서.."

 

 레아는 말없이 가위를 들었다.

 그리고는 시녀를 침대 옆에 앉히고는 침대에 앉아 시녀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 아가씨..?"

 "삐뚤빼뚤해서 안 예쁘잖아요.."

 "바닥이.."

 "내가 치울게요. 가만히 있어요."

 

 샤락샤락-

 머리를 모두 자른 레아는 시녀의 머리를 한 번 빝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아, 어서 식사하세요.."

 

 시녀가 뒤를 돌아 레아를 보았다.

 그녀의 검고 조그만 뿔만 아니었으면 진짜 인간으로 봤을 수도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아, 제 이름은 나에에요. 시아 나에."

 "내 이름은 레아에요. 세인트 레아."

 "이름 예쁘세요, 아가씨.."

 

 레아는 최대한 성력을 감췄다.

 나에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족은... 다 나쁜 게 아니었어.. 아니, 어디서부터 마족은 나쁘다는 개념이 만들어진 거지?'

 "저 아가씨... 옷 갈아입으세요."

 

 벌써 밤이었다.

 8시간이 지났다.

 나에는 보라색 잠옷을 꺼냈다.

 프릴이 달린 보라색 잠옷은 땅에 끌리진 않았지만 길었다.

 매일 새하얀 옷만 입던 레아로서는 이런 색의 옷은 익숙하지 않을 뿐이었지만 정말로 아름다웠다.

 옷도, 입고 있는 사람도.

 

 "콜록콜록-"

 "..?"

 "갑자기 몸이...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신성력 때문에..?'

 

 나에가 약간 비틀거리자 레아는 황급히 나에를 내보냈다.

 

 "혼자 있고 싶어.."

 "내 아가씨. 언제든지 부르세요?"

 

 나에가 사라지는 걸 본 레아는 침대에 앉았다.

 아직은 잘 시간이 아니었기에, 레아는 탁자로 향했다.

 방에 있는 종이와 펜을 든 레아는 이것저것을 적었다.

 할 것이 없으면 이야기를 쓰고,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것이 일상이었던 지라 막상 펜을 들었지만 쓸 것이 없었다.

 이야기해줄 사람도.

 

 "......"

 

 레아는 시 한 편을 적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편견이다.

 모든 것은 편견으로부터 시작되며,

 그 편견이 일을 망칠 때도 있다.

 모든 사람은 편견으로 있으며,

 그 편견이 부서질 때가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일 것이다.

 편견을 믿지 마라.

 그렇다고 안 믿지도 마라.

 편견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세인트 레아

 

 "뭘 쓰는 거지?"

 "!!"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레아는 황급히 종이를 자신의 품속에 숨기고 일어났다.

 

 "숙녀에 방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무례하군요."

 "난 대마왕이다. 내가 못 하는 일은 없다."

 

 레아는 천천히 침대로 향했다.

 

 "잘 겁니다. 나가주세요."

 "나가?"

 

 레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몬은 갑자기 레아를 덮쳤다.

 

 "무슨?!"

 "기분 나쁠 정도로 강한 신성력이군."

 "어서 비켜요!"

 "아까도 말했듯이 마계에서 내가 못 하는 일은 없다. 세 개 빼고."

 

 데몬은 버둥거리는 레아의 양팔을 한 손으로 잡고 남은 손으로 레아의 턱을 잡았다.

 

 "닮았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닮았어."

 "으윽....."

 "....."

 "이거 놔요..! 저한테 무슨 짓을 할 셈이죠?"

 "무슨 짓? 몰라서 하는 말인가?"

 

 데몬은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자기 딴에는 장난스러운 웃음이었지만 말이다.

 

 "근데."

 

 데몬이 레아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레아는 움찔거렸다.

 입술에 이어서 이번엔 순결?이라고 생각하는 레아를 수치스럽게 한 한 마디가 있었으니..

 

 "내가 꼭 무슨 짓을 해야 하나?"

 "!!"

 "큭큭. 순진한 것까지 닮았군."

 "나, 날 가지고 놀았군요!!"

 

 데몬은 레아를 속박하던 자신의 손을 풀고 일어났다.

 

 "하치만 다음엔 모르지."

 "이이...!"

 "숙녀분. 그럼 다음 밤에 만나뵈죠."

 

 데몬은 불꽃이 되어 사라졌다.

 레아는 그런 데몬을 욕하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어떻게 저런..! 역시 편견이 아니었던 거야! 쪽팔려..!"

 

 침대에서 구르기도 하고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지도 하고 베개를 던지기도 하는 둥, 자신이 느낀 수치심과 쪽팔림을 모두 해소한 성녀. 그래. 성녀 레아는 그렇고 피곤함에 잠이 들었다. 아주 곤히.

 

 "그걸 또 믿고 자는군."

 

 쪽-

 

 "다이엘...."

 

 어느샌가 다시 나타난 데몬은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춘 다음 잔머리를 옆으로 넘겼다.

 

 "너무.. 닮았다.. 머리에 크고 검붉은 뿔만 있었으면.. 정말 그녀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걸 정말 잘 알지만... 자꾸만 너에게 시선이 간다. 눈길이 간다. 마음이 간다."

 

 데몬은 다시 일어나 불꽃으로 자신을 휘감았다.

 그의 시선은, 끝까지 레아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건... 너일까.. 너와의 추억일까.."

 
작가의 말
 

 으어어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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