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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10
작성일 : 17-11-25 23:14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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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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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방은 꽤나 쾌적했다. 지하에 있는 노래방이라는 편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카운터로 가 가격을 물어보니 한 시간에 8000원이라고 하시 길래 어쩔까 하는 생각으로 윤영을 바라보자 윤영이 지갑을 열어 5000원을 보여줬다. 나도 지갑을 열어 4000원을 내밀었다. 돈을 합쳐 내밀고 1000원의 거스름을 받아 윤영에게 돌려줬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말한 번호의 방으로 갔다. 밖에서 봤을 때보다 더 넓은 방이었고 절대 금연이라는 팻말이 적혀있었다. 우리 둘 다 담배는 입에 대지 않으니 다행인 일이다.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곧 이어 앞에 놓인 큰 텔레비전의 우측 상단에 60분이라는 글자가 떴다.

  “누가 먼저 부를래?”

  나의 질문에 윤영이 말없이 마이크와 리모컨을 내게 건넸다. 둘을 받고 나서 뭔 노래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mp3에 저장된 노래 목록을 찾아봤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나는 노래를 선택하고 리모컨을 들어 적당히 부르기 나쁘지 않고 목을 풀기에 괜찮은 노래로 잔잔한 발라드를 검색해 시작했다. 낮게 전주가 깔리기 시작하자 그제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윤영도 리모컨을 들어 자신이 부를 노래를 예약했다. 무슨 노래인지 제목을 봤는데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 요즘에 나오는 노래들을 들어본 적이 얼마 없네, 라고 생각하며 헛기침을 해서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내 목소리로, 조금 어설플지 몰라도 완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기쁨일 것 같다는 생각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느낀다. 적당한 고음, 적당한 저음, 큰 기교가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노래. 그래도 평범한 것에는 평범한 것만의 매력이 있는 것 아니겠나? 나는 그 매력이 더 끌릴 뿐이다.

  “그 날이었어. 우리가 뒤돌아 각자의 길로 간 날. 하지만 나는 뒤돌아 가는 중에 고개를 돌려 뒤를 봤던 거 아니.”

  보통 노래방에서 이런 느릿한 노래를 부르면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노래를 검색하거나 딴 짓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켜거나 귀를 열고 내가 하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던가. 그리고 난 상대방이 저 둘 중 무슨 반응을 하냐에 따라 상대가 노래를 부를 때 내 태도를 정한다. 그녀는 어떤 반응 중일까? 고개를 조금 기울여 그녀 쪽을 바라보니 앞에 가사가 띄워지는 텔레비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시는 아니니 됐어, 라고 자기만족을 하고 나서 노래에 집중을 했다.

  “손을 뻗어봤지만 이미 내가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우리가 아니었어.”

  어느 정도의 중간파트가 끝나고 하이라이트로 올라가기 위해 음을 올리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범한 노래이기도 하지만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도 있다. 뭐랄까,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일종의 존경스러움? 그런 느낌에 더 마음에 끌린다. 이 노래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헤어진 날에 연인을 잡지 못 했던 남자의 후회.’ 이다. 나는 언제쯤 이 노래에 공감할 수 있을까? 그녀가 내 병을 낫게 해준다면 곧 공감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는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어. 머리는 아는데 마음은 모르나봐.”

  지나가는 학생이 노래가 아니라 문학이었다면 오글거린다느니 감성충이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지껄일 만한 가사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표현대로 오글거리고 감성충 같은 글들이 한없이 진심을 대변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늘 코인 노래방에서 불렀고 좋아하는 노래를 완창하고 나자 윤영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흘끗 나를 보더니 “잘 부르네.” 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괜스럽게 어깨가 으쓱해져서는 알겠다면서 고개만 까딱였다. 윤영은 또 하나의 마이크를 들고 내가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빠른 템포에 랩과 가사가 적절하게 조화된 노래라서 내가 차분하게 만든 분위기를 조금 띄워주는 느낌이었다. 가사들을 대충 보니 곡의 핵심 내용은 ‘너와 내가 사랑할 때 느끼는 것들.’ 이다.

  “나는 너에게 따듯한 사랑을 주고 너는 나에게 포근함을 줘.”

  가사가 굉장히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런 사랑노래보단 이별이나 후회와 관련된 노래들만 듣다 보니 더욱 봄 같은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윤영이 노래를 할 때의 목소리가 평소에 말할 때와 듣는 느낌이 달랐다. 청아하다고 해야 하나? 사이다 같은 목소리다. 맑고 투명한데다가 탄산이 톡톡 쏘듯 노래 중간 중간에 포인트를 준다. 그리고 그 포인트들과 목소리의 느낌이 나로 하여금 상대방이 들어줬기에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게 만들었다. 학원에 다니지는 않는다고 했으니 원래부터 저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거리를 걸을 때 저런 목소리의 캐롤송이 들려오면 그 자리에 멈춰서 계속 듣고 있을 것 같다.

  “헤어짐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고 우리 계속 사랑해.”

  노래의 끝을 알리듯 가사 다음에 오는 멜로디가 약하게 이어지다가 뚝 끊어졌다. 리모컨에 있는 버튼을 이용해서 박수 소리가 나오게 했다. 아마 노래방이 아니라 공연장 같은 곳이었다면 저 박수 소리를 난 일어나서 치고 있겠지.

  “뭐야... 예약 안 했었어?”

  “아, 맞다. 기다려봐.”

  그녀의 말을 듣고 아무런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그녀도 예약을 하고 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들어주고 나는 상대가 부르는 노래에 진심을 다해 집중할 수 있다. 꽤나 만족스러운 60분이 될 것 같다.

 

  60분이 아니라 거의 120분을 채우고 나왔다. 평일, 그것도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보다. 목이 조금은 쉬었지만 불쾌함 보단 시원함이 더 많은 느낌이라 충분히 만족스럽게 즐겼구나 싶다. 옆에 있는 그녀는 어떤지 봤는데 딱히 목에 무리가 가지는 않은 눈치다. 저런 것도 다 재능이 아닐까?

  “잘 놀았네.”

  “그러게, 잘 부르더라.”

  나보다 잘 부르는 사람이 내 앞에서 내가 잘 부른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우쭐해진다. 우쭐해지는 기분을 털기 위해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그녀에게 다시 대답했다.

  “너도 잘 부르더라. 가수해도 되겠어?”

  농담을 절반 정도 섞어 대답했더니 비웃는 건지 고마워하는 건지 이렇다 할 대답은 하지 않고 입에 웃음을 머금기만 했다. 그대로 대화가 끊어져서는 한 동안 아무런 말없이 걷기만 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내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마주 잡은 두 손을 꺼내 가볍게 걸친 얇은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엔 윤영이 먼저 놀란 듯이 나를 올려다봤다. 그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 나도 그녀를 내려다봤다.

  “왜?”

  “아니... 이런 거 당황해했잖아?”

  “이젠 익숙해.”

  오히려 네가 더 당황한 모습인데? 라는 말을 덧붙이려다 삼켰다.

 

  그 후로 멍하니 걷다보니까 어느새 윤영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저번엔 아파트 입구까지만 바래다줬는데 이번엔 내가 내 주머니에 넣은 그녀와 내 손을 안 빼고 윤영에게 아파트 현관문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내가 손에 힘을 주고 안 빼니까 그녀도 한숨을 쉬곤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며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내 마음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야.”

  “흐음, 아파트 입구에서 얼마 안 머네.”

  그녀의 집에 다 오기도 했고 계속 잡고 있자니 손에 땀도 차는 중이라 손을 놔줬다. 그녀의 손이 뱀처럼 스륵하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잡혀있던 손을 빤히 보다가 손을 내렸는데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기는 했는지 그녀는 어제와는 다르게 내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조심히 들어가.”

  “어.”

  집까지는 걸어갈 거리가 되지만 걷기엔 좀 귀찮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정류장에 도착해 핸드폰으로 도착 시간을 보니 10분의 대기시간이 남아있다. 다른 때 같았다면 그냥 걸어가자고 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명분이 있다는 건 나름 괜찮은 일이다.

  의자에 앉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할 것의 주제는 내 병의 호전 상태. 내 병이 얼핏 보면 호전 상태를 알아내기 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런 의견을 들으면 굉장히 뭐랄까, 기분이 복잡해진다. 내 병은 내 마음의 변화에 따르는 것인데 세상사람 그 누가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렇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상황, 시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한순간에 동전 뒤집듯 바뀌는 것이 마음이고 감정인데.

  그녀와 비즈니스 적인 연애를 시작한 지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이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도 얼마 안 됐으니 당연히 체감하기로는 훨씬 더 짧다. 이 짧은 시기에 내 감정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확실히 내가 그녀와 데이트 비슷한 것을 다니면서 당황했을 때 그 당황이 약간의 설렘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자아성찰을 했을 때 명확하다. 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그녀와 지내다 보면, 즉 연애의 형태를 이어나가다 보면 이 병이 낫는다는 것일까? 그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희망적인 일면을 봤을 때 마침 버스가 다가왔다. 일어나 버스를 타고 둘러봤더니 사람이 얼마 없어 자리가 남아났다. 제일 앞자리를 골라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며 아까 의자에서 했던 생각들을 다시 떠올렸다. 원래 좋은 일들이나 생각들은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되지 않겠는가? 반복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문득 명확하게 뭔지는 모를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생각하고 무엇인지 꺼내려고 해도 안개 속에서 실을 찾는 것처럼 닿을 듯 닿지 않았고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흰 도화지 위에 먹물이 떨어진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가진 채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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