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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손 (7)
작성일 : 17-11-25 22:54     조회 : 541     추천 : 1     분량 : 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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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빠 포에타 앞 계단에 앉아 순사들이 인도해가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마담과 나다.

 소장님은 계급이 좀 높아보이는 경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키 작은 남자는 그 뒤로 사라졌고,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 대신 소장님은 사정 청취를 좀 해야 하는 것 같았다.

 

 내 옆에 앉아있던 마담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헬렌은, 혜련이는 좋은 아이지.”

 

 마담이 보고 있던 것은 순사들이 아니라 소장님이었나.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밑도 끝도 없이 사지로 내모는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어머니는 어머니란 말입니까. 물론 마담은 내 표정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사과부터 해야한다니, 재밌는 생각이었어.”

 

 그건 확실히 생각하지 못했었다. 천하의 마담도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마담은 마치 어머니 같은 태도로, 그러니까 여태까지 마담이 소장님을 대할 때는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했다.

 

 “혜련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를 오늘부터 헬렌이라고 부르라고 할 때도 정말 재밌었지. 저 애는 항상 남들과 다른 구석이 있어. 그런 부분이 좋지만… 이번에는 그 색다른 시선으로 찾아낸 것이 그럭저럭 정답에 가까웠어. 다행이지.”

 

 그리고 마담은 고개를 숙였다. 말을 시작한 것만큼이나 뜬금없는 마무리였다. 원래 마담이 제멋대로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나 제멋대로 말하는 것까지는 본 적이 없다. 나는 곤혹스러운 눈으로 마담을 흘끗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살짝 놀랐다.

 

 하루 종일 범죄나 살인, 원망, 그 어떤 무겁고 끔찍한 이야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어보이던 마담의 얼굴에는 묵직한 걱정이 서려있었다.

 걱정? 도대체 무엇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거지?

 복잡한 가정사와 말해봐야 입만 아플 사연 앞에서 괜한 참견이 아닐까 싶어 나는 몇 번 망설였지만, 결국 내 입을 열고 만 것은 본능적인 호기심이었다.

 

 “뭐가 걱정이 되세유?”

 “요즘에, 이런 괴담이 많구나.”

 

 이런 괴담이라니?

 

 “이번 일도 그래.

 고작 새장가를 들려고 아내를 쫓아내거나, 죽이는 남자는 많아. 사실은 그냥 그런 대단한 이유 없이도 다들 맞고 살지. 계집 팔자 뒤웅박 팔자라잖아? 원래 계집들은 맞고, 구박 당하며 사는 거라고. 재수 없으면 죽는 거구. 억울한 사람이 유난해보일 정도로 흔해빠진 이야기지.”

 

 나는 상식과 미풍양속의 힘을 빌어 마담의 끔찍한 시선을 규탄하고 싶었지만, 딱히 우리 사회의 수준이 그것보다는 높다는 그럴싸한 근거를 댈 수는 없었다.

 

 주변에 그런 일이 언제나 꼭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동네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돈 좀 벌었다고, 아니, 돈도 못 벌어오며 첩실을 들이려다 난리가 난 집도 여럿 봤지. 힘으로 억지로 겁간당한 여인과 자신이 나서서 불륜을 저지른 여인을 똑같이 더럽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젠장, 마담의 말에 동의할 것 같아지는데…

 아냐, 역시 지나치게 차가운 시선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런 일이 있다고, 많다고 해서 상식과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좋은 사람들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고, 마담은 계속 말을 이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건데… 이상하게도 이 여인은 크게 원한을 품었어. 이게 작은 일이 아니라고, 새삼스럽거나 재수없이 걸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너무 끔찍한 범죄라 복수해도 되는, 아니, 복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같은 수준의 폭력이라도, 나만 당하는 것과 남도 다 그렇게 당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똑같이 끔찍한 일이더라도, 후자는 ‘으레 그러려니’ 가 되어 체념해버리곤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다들 그렇게 산다고 대답할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인생에서 가해지는 폭력들에 무뎌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여인은 달랐다.

 

 어떻게 그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모두 으레 그러려니, 라고 대답할 문제에 자신이 당한 일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능력의 문제다. 공범의 문제다.

 세상은 이런 문제에 보통 공범이 되어주지 않는다…

 복수하자고 속삭이지 않는다.

 

 “누굴까?

 누가 죽은 자에게 너는 이런 일을 당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이건 끔찍한 범죄라고 말해줬을까?

 누가 그 억울한 마음을 위로하는 척 하나, 둘, 힘을 실어주고, 그 죽은 손을 잡아줘 일으키고, 정당한 복수를 돕는 척 이 도시에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거지?

 

 나는 그걸 걱정하고 있단다.”

 

 마담은 계단에 앉은 채로 중얼거렸다.

 

 

 끝.

 

 
작가의 말
 

 주말은 주말대로 바쁘네요.

 내일은 확실히 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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