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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술한잔
작성일 : 17-11-25 21:4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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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자빈은 궐에 들어오자 예의 그 우울하고 무표정한 가면을 썼다. 그것이 신기한 단희가 그녀에게 어떻게 그런 표정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오랜 시간을 이런 표정으로 살아오면 자연스레 이리된다며 웃어 보이는데 그 표정이 서글펐다.

 

 이십여 년을 이런 표정으로 살았던 수빈으로써는 손쉬운 방법이었기에 그리 말해주었지만, 단희가 느끼기엔 그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석식을 먹고 차를 마시던 수빈의 앞에 한상궁이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마마께 필요할 듯싶어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작은 서책이었다. 서책을 들어 한 장 한 장 넘기던 수빈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 것은 금세였다.

 

 “이것은…….”

 

 궐에 출입하는 이들의 명단이었다. 이름과 나이 출신과 관련 가문, 거기에 누구의 사람인지, 또 어떠한 성격인지가 꽤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구하신 것입니까?”

 

 “마마의 말을 듣고 도움이 될 듯싶어, 제가 그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미흡한 부분이 많겠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상궁.”

 

 수빈의 얼굴이 한없이 촉촉해지며 감사를 표하자 옆에 앉아있던 민희가 불퉁한 표정으로 자신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아는 것이 별로 없어 아무것도 못 했다며 툴툴거렸다.

 

 살며시 미소 지은 수빈이 오늘 하루 제 빈자를 채워주며 많은 것을 해주었다고 그녀를 위로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다정스러워 한상궁과 단희가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그럼 마마, 또 언제 출궁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삼일 안에 다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그리 빨리요?”

 

 “일이 좀 생겼어요. 어느 무뢰배가 영상의 주머니를 두둑이 챙겨주려 하고 있어서. 그것을 좀 나누어 가질 생각이거든요.”

 

 놀란 단희가 그녀를 보았다.

 

 “이리 빨리 일을 진행하셔도 되는 것입니까?”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상단을 드러내고 할 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조용히 움직일 겁니다. 그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한 상궁이 걱정스레 물어왔다.

 

 “불법적인 일인가 봅니다.”

 

 고개를 한번 끄덕여준 그녀가 피곤을 호소했다. 수빈의 말에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 단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 쉬시는게 좋다고 했다. 저도 궐에 돌아오자 긴장이 풀리며 피곤함이 평소의 배로 느껴졌는데, 하물며 세자빈이니 그에 몇 배는 피곤할 것이었다.

 

 “그만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상궁이 서둘러 잠자리를 봐준 뒤 그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

 

 [톡]

 

 [톡]

 

 깜빡 잠이든 수빈의 귓가에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톡]

 

 무엇인가가 창살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설마?’

 

 창가로 다가가 문을 살며시 열어 밖을 살피니 그가 보였다. 세자였다.

 

 “자고 있었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요…….”

 

 무어라 말을 하려 하는 선을 제지하고는 서둘러 창문을 닫고 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더니 금세 울상이 되었다. 잠들기에 편안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옷을 꺼내어 보았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았다. 그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던 수빈은 하는 수 없이 치마와 저고리만을 골라 입었다. 그리고 머리는 비녀를 이용해 단정하게 올렸다. 경대에 제 모습을 비춰본 그녀가 서둘러 방을 나섰다.

 

 #

 

 간편한 차림의 그녀의 모습은 새로웠다. 예전 풍등제에서 보았던 모습도 새로웠지만, 오늘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단아한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그녀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단출한 차림은 이해해 주셔요.”

 

 “자고 있었던 모양이오.”

 

 “네, 오늘은 조금 피곤했던지 잠이 일찍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용케 소리를 들었나 보오. 세 번밖에 안 던졌는데.”

 

 “그러고 보니 저하. 자꾸 그리 돌을 던지실 것입니까? 매번 찾으실 때마다 이러시니 창에 구멍이라도 날까 두렵습니다.”

 

 “큭”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가 정색하며 절대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음. 처소의 궁인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데.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소?”

 

 “절대로 안 됩니다.”

 

 단호한 그녀의 말에 그는 또다시 웃음을 흘렸다. 이리 웃음이 많은 사내였나 싶을 정도로 그는 잘 웃는 편이었다. 물론 그녀 앞에서만 이었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냉혈의 세자라더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만남이 익숙해졌다. 아마 두 번째부터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남녀의 감정이라기보다는 편안한 동무라는 개념이라 여겼다. 간혹 가슴이 두근거릴 때를 제한다면 말이다.

 

 말없이 저를 보는 그의 눈길에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가 천천히 앞서 걸어갔다. 그들이 간혹 차를 마시던 곳에 다다르자 수빈에게 손짓한다.

 

 “차를 준비할까요?”

 

 “아니오. 오늘은 내가 이것을 가져왔으니 이리 와서 앉으시구려.”

 

 그의 소매에서 작은 병이 하나 턱 하니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술이 아니옵니까?”

 

 “매번 그대에게 차를 대접받으니 오늘은 내가 술을 대접할까 싶어서 가져왔소. 감홍주라는 것이지.”

 

 그녀가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를 찾았다. 그녀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그가 물었다.

 

 “잔을 찾고 있습니다. 잔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낭패한 표정을 짓던 그가 이마를 긁적거렸다.

 

 “잊어버렸소. 내 그 생각을 못했군. 항상 이리 병째로 가져다가 마시다 보니. 하. 하.”

 

 능청스레 웃는 그를 보자 말문이 막혔다. 어이없던 수빈이 그의 옆에 턱 하니 앉았다.

 

 “그럼 한 모금씩 맛보는 거로 하시죠? 저하 먼저 드세요.”

 

 털털한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이리 나오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그가 마개를 빼자 강한 술 냄새가 새어 나왔다. 술을 입으로 가져간 그가 한 모금 시원스레 축이더니 수빈에게 술병을 내밀었다.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든 그녀가 세자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잠시 후 향이 마음에 든 것인지 씩 하니 웃고는 시원스레 들이켰다.

 

 현새에서도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술은 달기만 했다. 만족스레 몇 모금 들이킨 그녀가 그에게 술병을 내밀자, 이제 보니 세자빈이 술꾼이었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지요. 저하. 이건 그저 맛이 조금 강한 차인 것이지요. 제가 언제 술을 마셨다. 그러십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그녀의 능청에 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시던 그들의 술병이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이런, 이리 잘 마실 줄 알았으면 한 병 더 가져오는 것이었는데. 조금 남은 것은 그대에게 양보하도록 하지.”

 

 술병을 그녀의 손에 넘겨주었다.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 마신 그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선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매번 이리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곤 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시선을 느낀 수빈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심하지는 않지만 혀 꼬인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뒤늦게 술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인 듯싶어서…….”

 

 “아-아- 벌써 그리되었습니까? 그럼 일어나시지요. 그럼 제가 먼저……앗”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녀가 발을 헛디뎌 휘청거렸다. 놀란 그가 재빨리 그녀의 두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동그랗게 뜬 두 눈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의 곧고 맑은 눈이 아닌 어딘가 살짝 풀어진 눈빛이었다.

 

 “그대도 술에 취하면 이런 눈을 하는 사람이었군.”

 

 “누가 취했다고 그러십니까? 그리고 저는 사람 아닙니까?”

 

 “왠지 투덜대는 말투를 보니 그대가 취한 것이 맞는 것 같군.”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러십니까? 그리고 이제 좀 놓아 주십시오. 팔이 아픕니다.”

 

 수빈이 두 팔에 힘을 줘 그를 떨쳐냈다. 그러나 술기운이 오른 그녀의 다리는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휘청거렸다. 결국, 선이 두 팔을 잡고 바로 세워 주고서야 제대로 설 수 있었다.

 

 “히잉- 왜 이러지?”

 

 이젠 술기운이 제법 오른 것인지 아양 아닌 아양을 떨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그가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선이 다가서자 몇 번 맡아 보았던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왠지 그리운 냄새였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내가 처소 앞까지 데려다주겠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제 상태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를 제 품에 안듯이 팔을 두른 그가 수빈을 부축하며 처소로 향했다.

 

 [쿵. 쿵. 쿵]

 

 술기운이 올라서인지 볼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커다랗게 들렸다. 제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수빈은 고개 숙이는 것에 몰두했다. 그래서 선의 품에 더 깊숙이 안겨들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흠.”

 

 난처한 그가 걸음을 늦추며 그녀의 몸을 바로 세워주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수빈의 처소 앞에 서 있었다. 나무 그늘에 숨어 지나가는 이들이 보아도 눈치채지 못한 곳이었다.

 

 “감사했습니다. 추태를 보인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소만, 아무튼 어서 들어가 보시오.”

 

 무언가 망설이던 선이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며칠 암행을 다녀올 예정이오.”

 

 암행이란 말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내일 떠나시는 것입니까?”

 

 그가 고개를 내 저었다.

 

 “아니오. 며칠 내로 출발할 듯싶은데, 아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다녀올 확률이 높아서 미리 이야기해놓는 것이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알겠소. 어서 들어가 보시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그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한숨을 내쉰 수빈이 이미 멀어져 버린 그의 등을 눈으로 쫓았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암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겨우내 많이도 가까워진 듯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이상의 생각은 곤란했다.

 

 주인에게 제 존재를 알리려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한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던 수빈은 무시라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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