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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16
작성일 : 17-11-25 21:34     조회 : 349     추천 : 1     분량 : 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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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봄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상처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옅은 분홍빛 새살이 상처를 메워나간다. 어느 정도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버들가지 씨가 구멍이 뚫리고 피범벅이 된 옷을 태우는 바람에 그는 사람들이 지어준 새 옷을 입어야 한다. 옷을 들고 찬찬히 훑어보니 길쌈할 줄 아는 이들이 반 뼘 남짓한 천들을 모아 기워낸 넝마짝이나 진배없다.

 봄비는 소매를 한참은 걷어내야 손이 보일 정도로 쓸데없이 헐렁한 천을 몸에 두른다. 발걸음을 천막 밖으로 옮기는 순간부터 봄비의 삶은 온전한 그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아니지. 이미 삶에 자신의 몫 따위는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생각들이 앞으로의 일들에 용기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눈부심보다 귀를 찌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더 따갑다. 이제 봄비는 환호성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한다. 이번에는 자기들이 함께 지은 옷을 입어준 것에 감사한다. 옷을 입지 않았으면 옆구리의 상처를 보고는 죽음에서 돌아온 남자라고 찬양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염통먹는 자'라는 호칭 대신 자기 이름으로 불리려는 바람을 완전히 포기한다.

 모로비 씨가 무장을 마치고 돌아온다.

 "채비는 다 되었습니까?"

 "네. 부상이 심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업혀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우선 활 잘 쏘는 이들을 모아 선발대를 이끌고 가십시오. 새끼 짐승들을 데리고 가면 숨어있는 어미들을 유인할 수 있을테니, 마저 처리하시구요."

 "알겠습니다."

 봄비가 모로비 씨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모로비 씨.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나바재 씨가 돌아오면 함께 묻겠습니다."

 

 86.

 잿빛양털 씨가 오들오들 떠는 아기 꽃사슴을 품에 안고 모닥불로 옮긴다. 너럭바우가 앉아 육포를 씹고 있다.

 "봄단풍 계집이 살아있을 적에 이 녀석들한테 말을 가르친다고 했었지. 그런데 아직은 짖어대는 것들 뿐이구나."

 "아저씨는 몇 살에 첫 마디를 내뱉었습니까?"

 "그런 거 기억 안 나."

 "저는 네 살이었어요. 남들보다 늦는 편이었죠. 그렇다고 봄비 씨가 제게 말 가르치는 걸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냐. 이 꽃사슴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내가 잡아먹기 전까지는 말을 깨우쳐야 할텐데."

 너럭바우가 육포를 씹다 말고 잿빛양털 씨를 노려본다.

 "농담 아니다. 진짜 잡아먹을거야."

 "맘대로 하십시오. 이제 와서..."

 "그나저나, 언제 출발할 거냐?"

 "내일 바로 다녀올 셈입니다. 걱정 마세요. 죽이러 가는 게 아니라 사냥감을 살피러 가는 거니까."

 이죽거리던 잿빛양털 씨의 눈이 빛난다. 품에 안은 꽃사슴의 눈망울이 제법 예쁘다.

 

 87.

 모로비 씨가 숲을 둘러본다. 나무껍질에 말라붙은 핏덩이, 구더기와 벌레들이 꼬인 고깃덩이가 보인다. 구름도 안개도 없다. 이성을 잃고 날뛰는 짐승도 없다. 그러나 활시위를 풀어놓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키작은 관목들이 보인다. 이상하다. 이제 눈 앞에 산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더 높이 올라온 것도 아니다. 산이 아니다. 산 치고는 가파르고 절벽 치고는 경사가 완만하다. 그녀가 시선을 올린다. 꼭대기가 없다. 산 중턱에서부터 가지가 뻗친다. 꽃들이 빛을 뿜는다. 한 나절을 넘고 넘은 작은 언덕과 능선들이 땅에 드러난 뿌리였음을 깨닫는다. 모로비 씨는 나무그늘의 가장 감추어진 공간에 도달한다.

 

 88.

 봄비가 꿀에 절인 열매를 씹으며 걷는다. 모로비 씨와 먼저 도착한 선발대가 짐을 풀어놓고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을 발견한다.

 "오는 길에 짐승들은 없었습니까?"

 "네. 단 한 마리도."

 "사로잡은 새끼들을 이 곳에 풀어놓으세요. 대신 울타리를 쳐놓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쓸 만한 흙도 돌도 찾아보기가 힘들군요. 벽을 세우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늪의 진흙을 구워 벽돌을 만드세요. 온통 숲이니 이제는 나무를 베어다 써야 합니다."

 

 89.

 봄비가 모로비 씨와 함께 나무 뿌리의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가끔 숨이 차고 채 낫지 않은 상처를 부여잡다가도 모로비 씨의 부축을 받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되는 지점에서 멈추어선다. 사람들이 봄비를 올려다본다. 그러나 그의 눈은 사람들을 향하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겨울밤의 땅을 둘러보다 지평선에서 시선이 멈추어선 채로 희미한 빛의 띠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것을 본다.

 "능소니."

 
작가의 말
 

 짧습니다. 죄송합니다.

 

 별똥별 1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토리보드 재정비, 퇴고 후 12월에 2부 쓰겠습니다.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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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25 22:46
 
짧지 않아요. 품고 있는 뜻이 커서 새겨 읽어야 했습니다.
2부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독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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