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의 방문
작성일 : 17-11-25 16:43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78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않자고 있었소?”

 

 “저하…이십니까?”

 

 창 가까이 다가선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여태 않자고 뭐 하고 있었소? 벌써 축시(밤11시-새벽1시)가 넘어가지 않았소?”

 

 그의 얼굴 위로 정료대 불빛이 일렁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수빈은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생각했다. 그때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정원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었다. 휘가 그리워 찾은 것이라 여겼다.

 

 “벌써 축시가 지났습니까? 시간이 이리 되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이곳을 찾으신 것인지요?”

 

 그녀를 올려다보던 그의 시선에 짧은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수빈에게 산보할 것을 권해왔다.

 

 “오늘 달빛이 참 좋은 것 같은데, 잠시 산보나 하는 것이 어떻겠소?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이었다.

 그의 뜬금없는 말에 소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달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있을 리 만무한 달을 찾는 그녀의 시선에 무안해진 그가 헛기침했다. 한숨을 내쉰 수빈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을 나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수빈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두 사람은 말없이 정원을 걸었다. 수빈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모습의 정원은 소담스러운 멋을 자아내고 있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곳에 정성을 쏟는다고 했다. 하니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한참을 겄던 그가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는 수빈을 돌아본다. 수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데, 곧게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눈빛이 참 맑기도 했다.

 

 지난 시간, 이런 눈을 가진 이를 오해하고 의심했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아직 믿음을 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예전처럼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마웠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대 덕에 돌림병을 이겨낼 수 있었소.”

 

 그의 감사에 찰나지만 그녀의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수빈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이 말을 하러 이곳까지 온 모양이었다.

 

 “그 말씀을 하러 오신 것입니까?”

 

 “음, 그렇소. 미안하오. 보는 이들이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리 오게 되었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빈은 잘 알았다. 그가 미안하다 하는 이유도 알았다. 조용히 지내겠다며 궐의 가장 후미진 곳으로 온 수빈이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것을 의식해서 한 행동일 것이다.

 

 “괘념치 마세요, 저하. 시원하니 산보하기 딱 좋은 시간 아닙니까? 저하 덕에 이리 좋은 경험을 해보네요.”

 

 ‘가여운 이, 마마는 아마 그의 이런 모습을 측은하게 여긴 것이겠지.’

 

 그녀가 웃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미소짓고 있었다. 일렁이는 등불 때문일까?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그렇게 그가 다녀가고 얼마 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세자의 상단이 꼬리가 밟힌 것이다. 대신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수빈은 제 예상보다도 빠른 시기에 당황했지만, 어차피 곧 일어날 일이었다며 저 자신을 다잡았다. 약초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덜미가 잡힌 모양인지 그 덕에 피해를 보았다며 몇몇 상단이 항의하기도 했다. 사재기했던 상단이었다.

 

 “후? 너무 서둘렀던 것인가? 아니야.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 지금은 이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해야 할 때야.”

 

 답답해진 가슴을 지그시 누른 수빈이 지필묵을 꺼내 글을 써 내려갔다. 유모에게 보내는 서신이었다. 미리 일러놓은 것을 진행하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획을 긋고 붓을 내려놓는데 창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가 알기로 지금은 축시로 넘어간 늦은 밤이었다. 담 넘어 순찰을 도는 이들 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잠이 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망설이던 그녀가 창가로 다가섰다. 그녀의 그림자가 창호지에 비췄던 것인지 문밖의 이가 멈춰 서는 것이 느껴졌다.

 

 “누구요?”

 

 그녀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문고리를 잡고 조금 밀자 창이 열리며 환한 달빛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달빛이 좋으니 산보나 하지 않겠소?”

 

 놀란 그녀가 창문을 열어 젖혔다. 눈앞에 익숙한 모습의 선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그때와 달리 환한 달빛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

 

 대신들의 물어뜯음에 지쳐가던 선은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수 는 없었다. 그는 제 손으로 상단을 와해시키고 자신이 관여했던 부분들을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서야 결국 세자가 재미 삼아 투자 했던 상단이란 내용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아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영상이 노린 것은 세자의 돈줄을 틀어막고, 그것을 그대로 꿀꺽하는 것이었기에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이참에 세자를 꺾어 놓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대로 꺾일 세자도 아니었으니, 결국 세자가 만들어 놓은 선을 넘지 않았다.

 

 침소에 든 선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키워온 상단이 하루아침에, 그것도 제 손으로 와해시켜 버렸으니, 그 속이 어떨까? 이 상황은 만든 영상의 얼굴이 떠올라 울화가 치밀었다.

 

 결국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비현각으로 향하던 그가 멈춰선 곳은 자신이 가려고 했던 방향과는 정 반대의 곳이었다. 제가 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자문해 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모르겠다.’였다. 하지만 익숙하게 담을 넘은 그가 향한 곳은 수빈이 잠들어 있을 한정당이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등불을 밝힌 체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가 부러 인기척을 내자 그녀가 조심스레 창가로 다가왔다. 창가에 비친 그림자가 새삼스레 그의 눈에 들어왔다. 누구냐고 물어오는 소리에 대답할 말을 고르던 때였다.

 

 [덜컹]

 

 창문이 살며시 열리자 그녀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것이 보였다.

 

 “달빛이 좋으니 산보나 하지 않겠소?”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당황할 새도 없이 창문이 더욱 활짝 열렸다. 그녀도 저만큼 당황한 것인지 어색한 표정이었다.

 

 ‘저런 표정도 좋군.’

 

 최근 몇 개월 동안 보아온 그녀의 표정이 지난 몇 년 동안 보아왔던 것보다 다양하고 풍부했다. 선은 그 사실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잠시 뒤 그녀가 정원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얼굴을 살피는 모습이 여인의 것이라기보다는 어린 여자아이의 그것 같았다.

 

 선이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가 뒤를 따랐다.

 

 #

 

 선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안색 또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돌아가는 사정으로 보아 마음이 편치 않아 그런 것이리라. 그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시간까지 잠 못 이루고 이곳으로 온 것으로 보아 정신적 피로도가 한계치에 닿아있었다. 한숨을 쉰 그녀가 입을 연다. 평소보다 다정한 말투였다.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밤이 늦었는데 침소에 드시지 않고요. 건강을 해칠까 염려되옵니다.”

 

 그녀의 말에도 그는 겄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좁은 한정당이지만 정원 사이사이를 겄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를 계속 겄게 할 수 없었던 수빈은 하는 수 없이 제가 가끔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곳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휴식을 취할 때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평상 같지만 폭이 좁아 벤치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이곳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피곤함에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적절한 휴식입니다. 지금 저하께선 겄는 것보다는 앉아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필요하실 듯싶습니다.”

 

 “빈궁이 그리 말할 정도로 내 모습이 엉망인가 보오?”

 

 “예, 저하, 그래 보입니다.”

 

 그녀의 솔직한 말에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수빈이 자리를 뜨려 하자 그가 손목을 잡아챘다.

 

 “어디를 가시오?”

 

 당황한 수빈이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자 그제야 놓아주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손목을 감싸는 그녀의 손끝이 떨려왔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녀가 조심스레 자리를 벗어났다.

 

 “후 - ”

 

 두근거리는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에야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지만 걱정이 되었다. 최근 들어 그녀의 심장이 자꾸 오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지난번 저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

 

 잠시 뒤 그녀가 무엇인가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것이 무엇이오?”

 

 “따뜻한 차입니다. 긴장감을 풀어줄 것입니다.”

 

 “긴장감?”

 

 그녀가 또르르 찻잔에 차를 따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일하면서 쉬려고 만든 공간이라 부족한 점 이 많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가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찻물을 머금은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향이 좋군,”

 

 맛을 음미하던 그는 차 한 잔을 다 마신 후에 야 잔을 내려놓았다.

 

 몸에 따뜻한 것이 들어가서 그런지 한층 피곤한 것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이 차의 이름이 무엇인가?”

 

 “백련차라 합니다. 저하.”

 

 “한잔 더 주시겠소?”

 

 그가 내민 잔에 차를 따르며 백련차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효능을 이야기해주었다.

 

 “연꽃으로 만든다고? 그래서 은은한 꽃내음이 나는 것이었군. 이 달콤한 끝 맛은 꿀 때문이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차라… 좋군.”

 

 차를 한잔 더 마신 그는 종종 이렇게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이렇게 차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군.”

 

 “예?”

 

 그의 생각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도 당황했지만 눈앞의 수빈은 더욱 당황한 모양새였다.

 

 “다음에 또 이렇게 차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소. 나중에 나를 위해 다시한번 차를 내어줄 수 있겠소? 빈궁.”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조용히 그러하겠노라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선은 입가에 가득 담긴 미소를 숨기며 하늘을 보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고민중? 2017 / 12 / 24 494 0 -
46 - 2018 / 1 / 7 264 0 4090   
45 - 2018 / 1 / 6 245 0 5413   
44 호위가 되다. 2017 / 12 / 24 263 0 4325   
43 달무리가 지는 밤에 2017 / 12 / 5 298 0 4646   
42 그녀가 해온 일들 2017 / 12 / 5 263 0 4470   
41 익위사 그 2017 / 12 / 5 257 0 4225   
40 틀어진 거래 2017 / 11 / 30 260 0 6993   
39 작은문제 2017 / 11 / 30 246 0 4521   
38 아파서 그래 2017 / 11 / 27 254 0 4374   
37 꽃선비 세자빈 2017 / 11 / 27 264 0 4496   
36 세자빈과 상단 2017 / 11 / 27 278 0 5457   
35 왈패들 2017 / 11 / 27 245 0 4299   
34 본모습 2017 / 11 / 27 275 0 4699   
33 후루카와와 월로(月露) 2017 / 11 / 27 259 0 6229   
32 두번째 풍등제 2017 / 11 / 27 257 0 4439   
31 후루카와 상단 2017 / 11 / 27 262 0 7446   
30 함경도 2017 / 11 / 26 240 0 6612   
29 박상궁 2017 / 11 / 25 258 0 4931   
28 술한잔 2017 / 11 / 25 249 0 4845   
27 상단으로 2017 / 11 / 25 260 0 4674   
26 준비 2017 / 11 / 25 251 0 4589   
25 승은상궁 2017 / 11 / 25 254 0 6534   
24 충고 2017 / 11 / 25 241 0 5165   
23 그의 방문 2017 / 11 / 25 242 0 4788   
22 약초의 쓰임 2017 / 11 / 25 275 0 4341   
21 공녀 아영 2017 / 11 / 24 253 0 4415   
20 호미를 든 세자빈 2017 / 11 / 24 257 0 4468   
19 유등과 소원 2017 / 11 / 24 231 0 5523   
18 풍등제 2017 / 11 / 24 239 0 5181   
17 월화상단 2017 / 11 / 24 240 0 475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