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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를 부탁해!
작가 : 윤하라
작품등록일 : 2017.11.24

몰락한 왕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핏줄, 하원. 목숨을 걸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원을 주운 카넬리안. "죽고 싶지 않습니다." 황실에 맞서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카넬리안과 하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바치려는 카넬과, 기꺼이 마녀가 되기로 한 하원의, 목숨을 건 로맨스!
[ha0ra0yoon@gmail.com / twitter.com/Hara_yn]

 
3화. 자각
작성일 : 17-11-25 02:27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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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원은 자신도 모르게 종이에 어지럽게 적힌 낙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읽을 수 있는 글씨는 홍등가가 다였다.

 온갖 그림과 엑스 표시로 가득한 종이가 의심스러웠다.

 홍등가, 수많은 여자들이 꽃이 되어 스러지는 거리에 자발적으로 정착한 사람은 없었다.

 가장 끄트머리의 삶이자 꽃으로조차 취급받지 못하는 생활이었다.

 하지만 카넬리안은 홍등가에, 자발적으로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

 

  하원은 일단 쪽지를 다시 내려놓았다.

 종이를 본 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도망자의 몸이라고 했으니, 단순하게 홍등가에 들어오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하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전혀 우연이 아니었어.’

 

  그 남자가 멱살을 잡고 하원을 질질 끌고 가 골목 끝에 던졌을 때, 하원은 의지를 포기하고 가만히 내쳐질 폭력을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가 널브러진 하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하원은 남자를 던질 수 있었다.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하원은 그저 할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래서 우리를 마녀의 자손이라고 불렀던 걸까?’

 

  비정상적인 능력. 하원은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손바닥을 펴 가만히 관찰했다.

 이내 하원의 손바닥 위에는 자그마한 물방울이 토독거리며 떨어졌다.

 하원이 주먹을 쥐자 손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은 하얀 안개로 피어올라 사르륵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건 모두가 할 수 있는 게 아냐. 내가 정당한 후예라서 가능한 거야.’

 

  먼지가 가득 쌓인 거대한 돌탑에 기어들어가 햇볕을 쐬는 게 하루의 일과였던 시절, 하원은 스스로가 왕실의 일원이 맞는지 수백 번을 의심했다.

 이제는 멸망 왕국의 유일한 후예이자 자손인 하원이었기 때문에 ‘마녀’로 자각이 가능하지 않았을는지, 새로운 의심이 생겼다.

 

  ‘홍등가의 입구라 했으니, 자화를 찾아야겠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의 하원에게는 휴식과 여유가 필요했다.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쉴 수 있는 시간.

 그간 도움을 주었던 동지들도 이 정도 휴식은 이해해 줄 것이다.

 마침 카넬리안의 노크 소리에 하원은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옷은, 이것밖에 없더군요. 일단 입으십시오.”

  “제가 불평할 입장은 아닌걸요. 고마워요.”

 

  베이지색의 옷가지를 받아들며 하원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남자에게서 벗어난 후 처음 맞는 해방감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카넬리안이 집을 나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하원은 곧바로 욕실에서 몸을 씻었다.

 피비린내가 가득했던 옷을 벗어던지고 욕조를 채운 물로 몸을 적셨다.

 이제 조금 살 것 같았다.

 따뜻한 물이 하원을 덥히자마자, 하원은 기분 좋게 한숨을 쉬었다.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그 남자가 하원에게서 던져지자마자 하원이 본 것은 사람의 몸만 한 태풍이 태어나는 모습이었다.

 소용돌이치던 태풍이 기절한 남자를 삼키자마자, 하원은 가방을 잡아 안으며 뒷걸음질 쳐 도망 나왔다.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그 남자의 상황을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제국신문에 기사가 났을 거야. 나중에 보면 되겠지.’

 

  남자는 하원에게 본명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하원은 제국의 귀족 중 한 명이라 확신했다.

 그 남자가 하원과 데이트하자며 불렀던 집은 남자가 살았다 치기엔 지나치게 깨끗했으므로.

 하원은 별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따뜻한 물에 머리를 담그며 핏물을 비누거품과 함께 깨끗이 씻어낸 하원은 욕조에서 나왔다.

 그 남자가 누구이든, 하원은 안전하게 남자에게서 벗어났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기로 생각했다.

 포근한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을 닦아내며, 하원은 무심결에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머리를 빨리 말렸으면 좋겠는데.’

 

  하원은 입을 쩍 벌리며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하원의 머리카락에서 점만 한 물방울이 소용돌이치며 떠오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욕실의 발광석에 반사되는 물방울은 갖가지 색을 자아내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태풍을 불러온 건 내가 맞았나 봐.’

 

  물에 반짝였던 무지갯빛 다리는 원을 그리며 공중에서 사라졌다.

 하원은 멈칫거리며, 하원의 머리카락을 더듬었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물기가 빠져 하원의 손에서 사르륵 쓸렸다.

 

  ‘더 이상 창녀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어.’

 

  하원. 제국의 이름답지 않은 딱딱한 이름은 몰락한 왕국의 이름이다.

 멸망 왕국다운, 딱딱한 이름을 가진 여자는 홍등가에서 싸구려 몸을 팔아 왔다.

 ‘구’왕국의 여자들은 제국인답지 않게 도도하고 퇴폐적인 맛이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하원은 왕국이 멸망한 뒤 생존의 끝에서 자매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맞서 왔다.

 

  하원은 왕실의 유일한 생존자답지 않게, 무능하고 약했다.

 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지들을 향한 맹수의 눈을 돌리기 위해 몸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죽어가는 동지를 탈출시키기 위해, 생명의 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하원은 카넬리안이 준 면 드레스를 입고 욕실을 나왔다.

 무릎까지 길게 내려오는 덕에, 무척 편했다.

 꽤 오랫동안 욕조에 앉아있었는지 하원은 문밖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원은 이렇게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준 카넬리안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오랜만에, 따뜻하게 목욕을 즐겼다.

 

  “들어가도 됩니까?”

  “네. 들어오세요.”

 

  느릿한 노크소리를 들으며, 하원이 문을 열었다.

 

  “…저,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하원이 어깨를 으쓱하자, 카넬리안이 한숨을 폭, 쉬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다르게 귀여운 몸짓이네, 하고 생각하며 하원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이 집 주인인 척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조금,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실지…….”

 

  하원은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카넬리안이 홍등가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아닐지.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은혜엔 은혜로 갚는 법이죠.”

 

  하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카넬리안이 말했던 사람일 것이다.

 카넬리안은 굳은 표정으로 하원을 쳐다보았다.

 

  “괜찮아요.”

 

  하원이 나가면 홍등가에서 사는 여자의 집으로 보일 터였다.

 물론 카넬리안은 그것까지 예상하지 못한 듯 했지만 하원은 쉴 곳을 마련해 준 대가로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줄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은빛의 갑옷이었다.

 하원은 그답지 않은 사근사근한 말투와 사르르 녹는 미소를 띠며 문 앞의 기사 두 명을 맞이했다.

 갑옷의 가슴팍에 황금 왕관을 지키는 사자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

 황궁 기사가, 카넬리안을 찾는다고?

 

  “…흠, 네년이 이 집에서 사는 거냐?”

  “그럼요, 기사님. 여기에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황궁 기사는 홍등가의 문턱을 닳도록 다니는 양아치랍니다.

 자화가 하원과 럼주를 마실 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였다.

 

  “방금 남자가 이 집으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아이 참, 누구겠어요. 제 애인이겠지요.”

 

  하원이 찡긋하며 웃어보이자, 앞에 있던 기사의 뺨이 불그스름해졌다.

 하원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했던 돈벌이 중에는 수녀도 있었지만 창녀 또한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뭔들 못하랴.

 

  “우리 기사님들은, 언제쯤 퇴근하시나? 우리 애인은 이제 잘 텐데.”

 

  하원이 설핏 웃으며 기사의 가슴팍을 만지작거렸다.

 이 집을 찾은 기사들은 입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임에 틀림없었다.

 하원의 손짓 하나하나에 효과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원의 은근한 말투에 기사들의 얼굴은 터질 듯 새빨갛게 타올랐다.

 

  “어,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저어기, 붉은 등이 가장 많이 걸린 집이 보이지요? 저녁에 오시면 된답니다.”

  “이름은?”

  “이름이 중요한가요? 오시면 더 예쁜 년들 따라가실 거면서. 꼭 저기로 오세요.”

 

  하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기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사들이 머뭇거리며 집에서 멀어지자마자, 하원은 현관문을 닫고 욕을 중얼거렸다.

 

  ‘성욕이라면 앞뒤도 못 가리는 멍청한 것들.’

 

  무작정 집에 들어와 하원을 점령하려 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끔 마시는 자화와의 술자리에서, 자화는 영업시간이 아닌데도 집에 찾아오려는 용병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주 이사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곤 했다.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카넬리안은 새파래진 낯빛으로 하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작 하원은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리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게 아닐까, 하원은 무심결에 생각하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괜찮아요. 해당화의 거리에 있는 집인데, 그럴 만하죠.”

  “그래도 이렇게 오해하게 해서는 안됐습니다. 모욕을 받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카넬리안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제국에서 여자는 유리병 속에 키우는 장미와도 같았다.

 카넬리안. 여자를 사람답게 대해주는 남자라.

 생각보다 예의 있는 남자였다.

 

  “알겠어요. 그보다 황궁의 기사들이 왜, 당신을 찾는 거죠?”

  “아, 황실에, 일단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하원이에요.”

 

  카넬리안은 하원, 하고 중얼거리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하원…이라고요? 구 왕국 출신이십니까?”

  “네, 시레네의 유민이에요.”

  “황실에서 유민들을 잡아넣느라 바쁜데, 아직 시레네 출신 사람이 수도에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카넬리안의 말은 괴이했다.

 하원이 악몽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하원의 예속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하원 대신 쫓기고 있거나, 사고가 났을 줄 알았는데.

 하원은 카넬리안의 팔목을 다급하게 잡았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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