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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로제타를 위하여
작가 : 최달민
작품등록일 : 2017.11.17

이루어진 소원, 각기 다른 시간에 갇혀버린 그 남자, 그 여자 닿을 수 없는 둘의 이야기
[시간][소원]

 
그의 소원 -1-
작성일 : 17-11-25 01:1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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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승윤은 어느새 바닥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채로,

 길의 끝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을이었어. 나는 고향을 뒤로하고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

 

 단조로웠지. 일이 끝나면 방으로 돌아와 혼자 술을 마시곤 했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의 밤은 유독 길게만 느껴졌어.

 외로움에 한잔 시간이 안 가서 한잔 잠이 안 와서 한잔

 

 시간이 조금 지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졌지만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린 나 홀로 술 한잔은 도저히 끊을 수가 없더라고.

 

 그날도 공장에서 퇴근하고 하숙집으로 돌아가던 길

 멀지 않은 식당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거야.

 

 침침한 방에서 제대로 된 안주 없이 마시는 것도 이골이 난 터라.

 

 간단히 국밥에 소주한잔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그녀를 보았어.

 

 무어라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어.

 그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한번 봤을 뿐이야.

 

 

 그녀를 보기 전까지 나는 한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어.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에 한눈에 반하는 일이 생긴다 하면,

 세상이 갑자기 밝게 보인다 던지

 종소리가 들린다 던지 어디선가 어줍잖게 주워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믿었어.

 

 주문을 받는 그녀를 보았을 때 종소리도,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일도 없었지.

 

 다만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엔 술은 주문도 못하고

 국밥 한 그릇도 다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스스로 이해 안 되는 내 자신이 있었지.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병에 걸렸어.

 나의 관심사, 모든 행동 심지어 생각마저도 다 그녀를 향하게 되었지.

 

 잠을 자도 밥을 먹어도 잠을 안 자도 밥을 안 먹어도

 심지어 숨만 쉬어도 항상 머릿속엔 그녀만이 가득했지.

 

 

 매일같이 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어.

 

 차가운 바람에 손과 얼굴이 얼어도

 그 식당에만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녹아 내렸어.

 식당이 따듯해서, 국밥이 따끈해서 그렇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녀의 미소 때문이었어.

 그런 그녀는 항상 봄 같았어.

 

 

 그녀는 인기가 많았어.

 많은 남자들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식당에 갔었고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추근대었지.

 

 술에 취한 사람들의 주정은 도를 벗어났었고

 그럴 때 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어.

 

 나는 그런 그녀를 지켜주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았어.

 

 

 내 자신이 한심해서 늘 불안하고 갑갑했었지.

 

 다음에 만나면 뭐라고 말을 해볼까. 일을 할 때도,

 잠을 자려고 누울 때도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겨우 할말을 찾아내 다음날 점심이 되기만을 기다렸지.

 

 그러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매일 밥만 먹고 나왔어.

 그 흔한 인사말도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야 겨우 꺼낼 수 있었지.

 

 

 가슴에 물이 차는 듯 했어

 속에서부터 물이 차올라 나를 천천히 익사시키고 있었어.

 

 하지만 정말 이상한 것은 그녀를 마주보기도 힘든데

 가끔 눈이라도 마주치면 가슴이 터질듯했어.

 

 

 그제야 깨달았지.

 첫눈에 반한다는 건 종소리도 빛도 아닌

 점점 내가 스며들어감을 말한다는 걸.

 

 

 처음 겪어보는 답답함에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내일은 말해야지 내일은 말해야지 다짐만 하다가.

 막상 다음날이 되면 나는 애꿎은 국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갔어.

 

 

 그렇게 바보같이 몇 달이 지나 어느새 봄이 되었을 때.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또 바보같이 아무 말도 못한 채 식당을 나오려는데

 그녀가 나에게 물어보더군.

 

 

 ‘하루도 안 쉬고 매일같이 오는데. 지겹지 않으세요?’

 

 

 너무 자주 오지는 말라는 이야기 같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것도 잠시. 기적이 일어났어.

 

 그녀가 생긋 웃으면서

 내일 모레, 시간되면 다른 곳에서 밥이나 한끼 하자고 하는 거야.

 

 

 매일같이 식당에 가서 그런지

 그녀는 내가 쉬는 날을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날은 그녀 역시 쉬는 날이었어.

 

 

 생각지도 않은 기적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얼떨결에 약속을 잡고

 

 뛰어왔는지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은 채 돌아온 방에서 소리를 질렀어.

 

 

 

 유독 하늘이 맑았던 그 다음날.

 

 그날은 내가 유일하게 퇴근하고 식당에 가지 않은 날이었어.

 일하다가 얼핏 비친 내 모습은 너무나 꾀죄죄했었거든.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어.

 혹시라도 그녀가 모르는 나의 모습.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얘기 상대 없이

 홀로 술을 비우는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어.

 게다가 평소에 그녀를 귀찮게 하던 취객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더 이상은 방안에서 혼자 술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찬장 안에 있는 술도 버리기로 다짐했지.

 

 당장 버리려 했지만 어느새 뉘엿뉘엿 져가는 해를 보니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어.

 

 몇 달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인데

 맨날 입던 작업복을 입고 내일 그녀를 만나러 갈순 없는 거야.

 

 일단 내일 입을 옷을 산 다음에 마지막으로

 기념 삼아 혼자서 딱 한잔만 하고 바로 버리기로 했어.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옷을 사러 나가는데 길 위에 아무렇게 피어있는 잡초

 여기저기 깨져있는 시멘트, 꾀죄죄한 건물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아름다웠어.

 

 

 그렇게 새롭게만 보이는 길에 흠뻑 취해 걸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더라고.

 

 

 동네 유일한 전파상이었는데

 

 전시되어 있는 라디오에선 쉴새 없이

 원인불명의, 이례적인 백야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모여있는 사람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었고.

 

 백야현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지만

 전파상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건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니었을뿐더러

 서두르지 않으면 옷 가게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못들은 척을 했어.

 

 옷 가게에 도착했지만

 옷이라는 건 주면 입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내가 입을 것을 스스로 고른다는 것은 꽤나 곤욕이었어.

 상점 주인이 가게 문을 닫아야 된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으면

 아마 밤이 될 때까지 있었을지도 몰라.

 

 한참을 고른 흰색 셔츠와 검은색 면바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정말 비싸다는 생각보다는 혹시 구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어.

 

 행여 떨어질까 봐 들지도 못하고 안고 가는데

 이상하게 내 그림자가 아직도 내 발 밑에 있더라고.

 진작에 어두워져서 하늘도 땅도 모두 어두워야 할 그 시간에.

 

 

 고개를 문뜩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그것은 실로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었어.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었지, 어쩐지 어둑어둑해야 할 거리가

 밤이 되어도 새벽 혹은 해가 막 지려고 할 때처럼 푸르스름하고 노란,

 내가 본적이 없는 색으로 빛나고 있었어.

 

 넋이 나가 한참을 서서 구경을 했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가던 길을 멈춘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

 

 

 ‘야옹’ 하며 우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정신을 차린 나는 집을 향해 서둘렀어.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거든.

 

 

 하숙집으로 돌아가 습관처럼 전등을 키려 했지만

 해는 내 방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바깥 세상과 같은 색으로 내 방도 빛나고 있었지.

 불은 켜지 않은 상태로

 내일 바로 입을 수 있게 옷은 한쪽 벽에 잘 걸어놓고

 

 찬장을 열어 술병을 보았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잔만 하고 버리자’

 

 술병을 꺼내려 손을 뻗는데

 분명 나는 술을 마시며 술기운이 불러온 자신감에

 내일 만나서 할 이야기를 미리 정해놓을 것이고

 여태 그래왔듯이 막상 그녀를 보면

 아무 말 못할 거 라는 게 눈에 훤한 거야.

 

 

 몇 달을 그래왔는데 또다시 그럴 수는 없었어.

 

 그러나 맨 정신에는 그녀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아올라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했고

 좁디 좁은 방안을 몇 바퀴째 돌고 또 돌았어.

 

 생각이 떠오르려고 했을 때 동전의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산통을 깼지.

 

 

 ‘아’

 

 

 도저히 방해밖에 안돼서 주머니 속 잔돈을 책상에 털어놓는데

 왜 그제야 보이는 건지.

 

 

 책상 위에는 고향에 보내기 위해 사놓은 편지지가 잔뜩 있었어.

 

 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내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내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알 수 있는,

 편지. 다음날이 되어도 변함이 없는 편지.

 

 바로 펜을 들어 쓰기 시작했어.

 

 멋있어 보이게 써보기도 하고,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써보기도 했지만

 내가 그녀에게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었어.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도 써봤지만

 그것 역시 아니었지.

 

 그렇게 쓰고 버리고. 또 쓰고 버리다 보니.

 

 

 어느새 얇디 얇은 편지지.

 그 위에는 내 진심이 쓰여져 있었어.

 

 

 편지봉투 중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

 그 안에 소중히 넣어둔 채로 책상 위에 곱게 올려놨어.

 

 

 하늘은 밝게 빛났지만

 시계는 어느새 아홉 시 하고도 반을 가리키고 있었어.

 

 해가 나를 따라오는지. 누워있어도 창문으로 해가 보였어.

 기적이 일어날 내일, 기적 같은 오늘의 하늘.

 창문을 바라보며 들릴 리는 없지만

 그 누가 들을세라 아주 자그만 하게 소원을 빌었어.

 

 

 

 ‘날씨도 그녀도, 나 자신도, 매일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그녀를 좋아하는 이 마음도 영원히 변치 않게 해주세요’

 

 

 순간 창문에 뭐가 묻어서 인지 해는 얼룩덜룩,

 마치 장미 같은 무늬로 빛나고 있었지.

 

 얼룩을 닦으려고 일어나려 했지만 피곤했는지

 갑자기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 채 그대로 잠이 들었어.

 

 

 

 

 

 

 

 

 

 

 50년 전 그날. 악몽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모른 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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