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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MONTERO
작가 : bean
작품등록일 : 2017.11.19

누가 내 작품을 훔쳤다!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시기와 욕망이 발등에 불을 붙였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2. ira
작성일 : 17-11-25 00:35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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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s. ira

 

 

 그녀와의 수다는 늘 재밌다. 태혁은 그것을 즐기면서도 뒤가 구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찌 됐건 래인의 표정은 마치 잘 빚어진 도자기 같았으니까. 아마도 흰 피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태혁을 비껴가던 그녀의 시선이 어쩌다 마주쳤을 때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태혁은 차를 다 마시고는 원고 출력을 한다며 그녀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길은 속이 가벼웠고, 또 찝찝했다. 무엇인가를 두고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늘 그녀의 집 문 앞에 잠시 서 있다 내려오곤 했다. 태혁은 심호흡을 두어 번 한 뒤에야 계단을 내려갔다.

 

 

 2층의 'M' 문을 열려고 할 때, 계단 아래에서 태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래인의 동생인 나래였다. 애교 있게 웃는 모습이 귀여운 그녀는 래인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된 뒤로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도자기 인형 같은 래인과는 다르게 생기가 넘쳤다. 마치, 정적인 숲 안을 활보하는 토끼처럼. 그녀의 손에는 눈에 익은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책 샀어?"

 

 

 "네, 언니가 보고 싶다고 해서."

 

 

 물론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래가 읽어주는 것일 터였다. 과연 그녀라는 생각에 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장에 보이던 신간은, 그런 이유로 자리하고 있었던 거였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앎에 대한 욕구가 넘쳤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육하원칙'이었다. 물론 사람 간의 모든 대화가 그렇겠지만, 그녀는 '어떻게'에 대한 궁금증이 남달랐다.

 

 

 이번에도 라디오나 인터넷 서점 같은 데서 선전하는 베스트셀러를 사 오는 것일 터였다. 그런 상술에 놀아나는 것은 태혁과 맞지 않았다. 그런 광고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했다. 사람들은 쉽게 속았고, 가볍게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고는 마치 그 광고가 전부인 양 거기에 열광했다. 껍데기를 벗겨보면 분명 과대포장일 것이 분명한, 그런 광고에.

 

 

 그래서, 그러니까. 태혁은 그 꼴이 보기 싫어서 눈을 감고 살았다. 매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고립된 삶은 글의 유행을 잊게 만들었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

 

 

 "이거 요즘 대박이래서 샀어요. 한 번 볼래요?"

 

 

 신이 나서 책을 꺼내는 나래를 막을 이유는 없었기에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 바라봤다. 실제로 그녀는 참 귀여운 여자였다. 래인을 닮은 보송한 머리칼이나 살짝 분홍색 도는 뺨 같은 것이. 아담한 그녀의 머리카락이 태혁의 눈앞에서 몇 번 들썩이더니 책을 한 권 꺼내 보여줬다.'수취인'. 태혁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로 입안이 말랐다.

 

 

 "'수취인?'"

 

 

 "서서 조금 읽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사 왔어요. 출판사에서 요즘 밀어주는지 한쪽에 대대적으로 광고가 걸려 있더라고요. 쫑알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태혁은 홀린 듯 책을 펼쳐들었다.

 

 

 "……이거, 내가 먼저 좀 봐도 돼?"

 

 

 "그럼요. 다른 책 먼저 읽으면 돼요."

 

 

 오빠도 재밌죠? 아마도 나래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글방에 들어서서 자신의 자리를 서성이던 태혁은 손에 힘줄이 바짝 서도록 꼭 쥐고 있던 책을 펼쳤다가 다시 닫았다. 단지 제목이 같다는 이유로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원고를 이제 출력하는 시점에 이 책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신의 컴퓨터에 앉아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부팅이 되는 동안 책을 펼쳐서 한 대목을 읽었다.

 

 

  * * *

 

 

 정섭은 뒷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몇 년은 지난 것처럼 누렇게 변한 편지봉투가 그의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얼마 전에 받았던 전화도 기억났다.

 

 

 “누구야, 이런 장난을 치는 게.”

 

 

 설마 장난이 아니라면. 온몸이 떨렸다. 그날의 일을 아는 사람은 이제 자신밖에 남지 않은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서로 비밀을 나눠 가졌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정섭은 편지봉투를 낚아채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김빠지게.”

 

 

 단순한 행운의 편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섭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들이 사라진 것은 우연이라고 하자. 어느새 흘러내린 땀으로 그의 옷이 흠뻑 젖었다.

 

 

  * * *

 

 

 태혁은 마른침을 삼키다 책을 잡아던졌다. 모니터에는 로그인 표시가 떠 있었다. 파르르 떨리던 태혁의 손가락이 키보드에 닿았다. 제발 아니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폴더를 열어 작품을 할 때까지 이 역겨운 진동은 꺼지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대고, 아주 엿 같은.

 

 

 똑같은 활자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쉬웠다. 당연하지. 첫 글자부터 그 무엇도 틀린 게 없었으니까. 그 흔한 제목마저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지 않았던가. 폴더 안의 '수취인.hwp' 파일을 한참 동안 쳐다보던 태혁은 분을 못 이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을 주어 일어난 탓인지 파티션이 울렁대며 거기에 매달린 액자와 메모들이 대롱거렸다. 태혁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목숨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엿 같은 일이다. 

 

 

 도둑―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경위로, 무엇에 의해 원고가 유출됐는지 태혁은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흔들어도,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얀 백지 같은 머릿속에서 뒤틀린 추리를 계속해본다. 이 더러운 사기꾼은, 대체 어디서 침범했을까. 세상과는 여러 가지 의미로 단절된 이곳에.

 

 

 단절이라고 하는 것은 심리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단절을 말한다. 바이러스를 염려해 인터넷도 연결하지 않은 태혁의 컴퓨터가 그 증거였다. 대체 무엇 때문에 막아뒀는데! 흥분한 손이 길을 잃었다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는 요즘 사람답지 않게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다. 어쨌든 디지털로 변환되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우두커니 서 있는 태혁의 시선은 바닥을 구르고 있는 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어두운 표지색을 보며 눈 밑의 살이 씨근덕거렸다. 자신이 단절하려고 쌓은 성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 교묘한 침입자는 인터넷도 연결하지 않은 태혁의 컴퓨터에서 당당하게 원고를 훔쳐가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렸다. 마치 자신의 원고인 양. 속 아주 깊은 곳부터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머릿속은 시커멓거나 짙은 회색의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 복잡했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태혁은 입술을 꾹꾹 깨물다가 책상 끝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휴대전화를 집어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출판사 레옹이라면 분명 그와 거래한 적이 있는 곳이었다. 담당자가 정, 뭐였는데.

 

 

 한참만에 찾은 번호는 010이 아닌 016으로 시작되는 번호였고, [출판사 직원 정민철]이라는 이름만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생각해보면 레옹과 거래한 것은 2년 전쯤이다. 태혁은 혀를 찼다. 출판사는 어디 가지 않지만, 일하는 사람만큼은 매번 이 출판사에서 저 출판사로. 마치 철새처럼 이동했다. 그들의 먹이가 '팔리는 글'이라는 사실이 새떼와 달랐다. 아마 그래서 정민철의 이름만은 정확하게 써놨을 것이다. 어쨌거나 016으로 시작 되는 번호는 아직 신호가 갔다.

 

 

 "정민철씨 핸드폰입니까?

 

 

 -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저 남태혁입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 앗, 남 작가님! 당연히 기억하죠. 진짜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밝은 민철의 목소리에 태혁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정리가 안된 탓이었다.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축이고 눈을 굴렸다. 파티션에 붙여놓은 메모가 삐뚤게 돌아간 것이 눈에 띄었다. 태혁은 몸을 움직여 메모를 바로 했다. 파티션의 줄무늬에 걸리지 않게, 바닥과 수평으로.

 

 

 "뭐, 덕택에 잘 지냅니다. 목소리 들어보니 민철씨도 잘 지내시는 것 같네요. 다름 아니라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아직 레옹에 있으신가요?"

 

 

 구구절절한 것은 질색이 건만, 서두가 이렇게 길었다. 태혁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가 이내 흩어졌다. 수화기 너머에서 바쁜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민철이 일하는 중이었던지 무엇인가를 지시한 다음 태혁의 질문에 답했다.

 

 

 - 네네, 저 아직 레옹에서 일합니다.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수취인' 담당이라서요.

 

 

 심장이 웅― 하는 소리를 냈다. 그놈의 '수취인'! 숨이 차오르며 마치 뇌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것처럼 세상이 어지러웠다. 태혁은 거칠어지는 숨을 꾹 눌러 참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 한참의 공백이 이상할 법도 했지만 민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오히려 괜찮을지도. 태혁은 다시 숨을 크게 들이켜서 천천히 뱉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취인 때문에 연락드린 건데, 잘 됐네요."

 

 

 그렇게 말하는 태혁의 눈은 전에 없이 뜨거웠다. 아니, 한 번 정도는 그런 적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관심이 없다는 듯 몸을 숙여 조금 전에 맹렬히 던졌던 책을 주워 안쪽의 날개 부분을 펼쳤다. 따로 작가란의 표시는 없는데 MONTERO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혹시 작가가 누군가요?"

 

 

 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도둑놈을 말한다는 건 알았다. '도둑놈'이라는 단어를 피해 질문을 던지면서 태혁은 아까의 괴로웠던 일시적 흥분은 비껴간 채 열락悅樂과 비슷한 것이 퍼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추리덕후였다. 이 더러운 시궁창을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답도 찾을 것이고 도둑의 꼬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했더니 오히려 후련했다.

 

 

 - 아, 죄송합니다. 이게 기밀을 유지하라는 사장님 지시가 있어서 남작가님께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그, 런 가요."

 

 

 바쁘신데 실례했습니다. 태혁은 전화를 끊은 채 멍하게 자신의 작업실 파티션이 끝나는 부분을 바라봤다.

 

 

 역겹다.

 

 

 갑자기, 청소를 하고 싶었다. 혹시나 남아있을지도 모를 도둑의 흔적과, 밖에서 따라들어왔을 미세먼지들. 그리고 미미한 체취. 분명 자신의 것일 게 분명했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낯설고 가까운 냄새에 태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휴대전화의 주소록을 뒤졌다. 그리고 금세 찾아낸 번호를 보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새소리와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길게 난 뒤에야 전화가 연결됐다.

 

 

 "안녕하세요, 형사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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