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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칼끝이 너를 향할 때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7.11.21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스캇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 쪽 눈썹이 날개처럼 치켜 올라갔다.
'언제까지 저 소리를!'
지긋지긋한 말에 이젠 노여움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분노를 내뱉으려 했다.
그러나...
그를 응시하는 로렌의 눈동자에 까마득한 슬픔을 보고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3화 참수
작성일 : 17-11-24 23:24     조회 : 267     추천 : 1     분량 :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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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캇은 그가 처한 상황보다 기사의 정체에 머리가 하얘졌다.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잠시 동안은 숨도 쉬지 못했다.

 

 '여인이었던가..'

 

 공터에, 달빛이 내려 푸른 광채가 아롱거리는 그곳에는, 사내라 의심치 않은 여인이 푸른 물결을 그리며, 풀빛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코끝에서 짭잘한 풀내음이 간질였다.

 그녀가 투구를 벗었을 뿐인데, 스캇은 공터에 봄이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작년 여름에 오른 산맥 꼭대기에서 본 청명한 하늘같기고 했고 지나쳤던 이름 모를 호수, 아니 그것보다 더

  깊고 깊은.. ...

 

 "퍽!"

 

 플란이 검집으로 스캇의 허리를 내리 찍었다.

 

 멍하니 로렌을 올려보던 스캇은 휘청거리며 바닥에 쳐박혔다.

 

 발끝부터 올라오는 시린 서리가 순식간에 공중을 부유하던 마음을 추락시키고 공터의 차가운 현실을 일깨웠다.

 

 날카로운 겨울 밤 공기 속에서 스캇의 숨결이 하얗게 퍼졌다.

 

 

 다시, 겨울이었다...

 

 ***

 “꼴이 우습게 됐군.”

 

 회색 눈에 음울한 빛이 드리웠다.

 검은 천, 우습게도 그는 곧바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스캇은 자신의 배다른 형이자 윌터펠 제국의 황제, 웨이드 피어슨과 평생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스캇은 그를 제일 잘 알았다.

 오히려 로렌한테 정신 팔려 지금까지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하지 못한 게 우스웠다.

 

 ‘꼴에 조언이라니..’

 

 

 로렌은 스캇의 눈에 혼란이 개자 눈을 감고 사형문을 읊조렸다.

 

 “윌터펠 제국의 황제 웨이드 피어슨의 명에, 그르노블의 영주인 로렌 해리슨을 대신해 나, 로렌 왓슨이 크라온 제국의 황제 퀴리 왕의 이름으로 바리테온 스캇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스캇 머리에 위에 기다란 그림자가 졌다.

 눈을 들어 올려보니, 로렌이 장검을 머리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스캇의 눈과 로렌의 풀빛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사방에 꽃보다 더 짙고 타는 와인처럼 붉은 핏방울이 뿌려졌다...

 

 

 ***

 

 

 “...”

 

 왓슨 로렌은 손에 뭍은 붉은 방울을 닦으며 축축해진 손을 발견했다.

 

 ‘긴장했었나.’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펴며, 6년 동안 이어져온 윌터펠과 크라온 제국의 전쟁이 윌터펠의 승리로 돌아가던 와중, 자신이 마지막 작전에서 사로잡은 적국의 수장, 바리테온 스캇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았다.

 

 로렌과 일행들은 포로로 잡은 스캇과 패국이 된 크라온 제국의 운명을 협상하기 위해 커티스 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약속된 곳에서는 협상을 위한 윌터펠 병사 대신 크라온 제국민의 죽음과 스캇의 죽음이라는 두 선택지만 휘날렸다.

 

 윌터펠 제국의 황제, 웨이드 피어슨이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

 

 동생의 죽음.

 

 

 

 고민은 짧지 않았다. 저울은 기울었고 사신의 낫이 드리울 자는 정해졌다.

 

 로렌은 예리하게 빛났던 청년의 꺼진 회색 눈 감겼다.

 

 

 “...돌아가지.”

 

 ***

 

 그때,

 

 미련 없이 돌아서려는 로렌의 시야 가장자리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러나 반응하기 전에, 입안에 비릿한 맛이 먼저 퍼졌다.

 

 “억..”

 

 복부에 비수가 깊게 찔린 로렌 경의 시야가 물에 비친 달빛처럼 아롱거렸다. 움직일 때마다 세상이 핑 돌고 색을 바꿨다.

 

 영혼부터 기사인 로렌 경은 무의식속에서도 잘 벼려진 칼처럼, 두 번째 일격을 해오는 상대방의 검을 맞부딪쳤다.

 

 공터에는 아직 식지 않은 스캇의 피 위에 붉은 꽃잎들이 흩뿌려졌다. 주변에 쌓인 눈들은 게걸스럽게 피를 마시며 붉게 물들였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는 밤 숲 속을 관통하고 바람에 흩어졌다.

 

 "끼이이이-"

 

 

 숲속 전체에 날카로운 칼들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쳤다. 소름끼치도록 높고 가느다란 소리는 청각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다.

 

 공격. 그리고 또 공격..

 

 

 로렌은 오른쪽 눈이 베이는 것을 느꼈지만, 거침없이 팔을 뻗어 공격했다.

 

 붉게 물들인 그녀의 검신은 달빛 아래 춤을 추었고 아름다운 검의 궤적은 상대의 허리를 두부처럼 베고 잘랐다.

 

 살점들이 뜯겨나갔다.

 

 

 “으아아악!!!”

 

 

 로렌은 흐릿한 시야 대신 소리에 집중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잎사귀, 얼음이 섞인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익숙한 목소리의 비명과 그의 생명이 꺼지는 소리..모든게 선명했다.

 

 로렌은 잇새로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입에서 핏덩어리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쉴 틈은 없었다.

 

 

 잠자코 있던 방관자가 소리없이 공격했다.

 

 또 한 번 공격이 쏟아졌고, 한 박자 늦은 로렌의 방어는 창백한 검의 진입을 허용했다.

 이미 피로 흥건한 로렌의 복부에서 붉은 분수가 쏟아졌다.

 

 

 로렌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방관자가 말을 걸어 왔다.

 

 말 소리 대신 고통스러운 이명이 울려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명백한 비웃음를 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흐릿한 시야 속에 상대는 태만하게 검으로 천천히 원을 그렸다.

 

 

 날카로운 바람이 로렌의 흐릿한 정신을 깨워주었다.

 

 고통으로 떨리는 두 손을 들어, 로렌은 온몸의 힘을 실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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