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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고백
작가 : 안비로움
작품등록일 : 2017.10.31

용의자들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되살려 체험할 수 있는 어느 이름없는 형사, 사건 미결로 정직을 당한 후 옛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복귀한다.

 
에피소드 2. 주홍빛 회고 (4)
작성일 : 17-11-24 21:30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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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환상이 좀 깨지셨습니까? 당신 기억 속의 그녀는 단지 허물과 껍데기일 뿐이었습니다. 좀 전에 문자에 대해 물어봤었죠? 제가 봤던 그 문자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거였습니다.”

 

  지금 내 안엔 분노와 혼란과 충격이 밀려들어와 발끝부터 머리까지 날 모조리 잠식해가고 있다.

 

  “……당신 어머니는 E를 낳다 돌아가신 게 아녔나요?”

 

  “……아닙니다. 두 분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뒤로 회사 재산이 어머니 명의로 빼돌려지고 있었습니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죠. 그걸 안 아버지는 E를 낳은 동시에 의사를 매수해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입을 다물어야 했죠. 그때부터 아버지는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동생에 대한 학대가 시작되었고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전 그 광경을 묵과해야만 했죠. 어찌됐든 전 입양아일 뿐이니까.”

 

  “……지금 그 얘기, 전부 사실입니까……?”

 

  “동생이 죽은 지금, 제가 거짓을 말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럼……제가 줄곧 봐왔던 E의 모습은 전부…….”

 

  “전부 그녀의 연극이었습니다.”

 

  “하하……. 하하하하…….”

 

  그녀의 거짓 울음, 그녀의 거짓 부탁, 그녀의 거짓 미소, 그녀의 거짓 사랑, 그녀의 거짓 이별, 그녀의 거짓 눈물, 그녀의 거짓 가족, 그녀의 거짓 연인, 그녀의 거짓 그녀. 나에게도 그녀의 곁에서 슬퍼할 시간이 있었다면, 세상에게 숨겨야만 했을 그녀의 아픔을 전부 끌어안고 울었을 텐데.

 

  “언제부턴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난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차마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꺼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니 K는 미쳐있었습니다. 그 어린 동생을 그렇게 사정없이 패고 가냘픈 몸을 범하고…….”

 

  “분명한 건 난 절대 내 동생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설사 그녀가 날 죽이려 들었다고 해도요.”

 

  “……그렇다면 왜 E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겁니까. 단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건…….”

 

  “날 속일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그럼 이 저택엔 왜 온 거죠? 당신은 그 사건 뒤에 집을 나가 한 번도 돌아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E가 당신을 먼저 죽이기 전에 그녀를 죽이러 온 게 아닙니까?”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편지를 다시 열 때 자신이 직접 결단을 하겠다고.”

 

  “그래서 아내를 찾으러 여기에 왔단 말씀입니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괜히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잇는다.

 

  “……네. 아내에게 전화도 문자도 수십 통이나 했습니다. 답이 없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에 들렀을 땐 이미……. 이봐요 형사님. 전 방금 동생을 잃었습니다. 당신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고요. 아무리 날 죽이겠다고 협박했어도 난 동생을 원망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내가 왜 E에 대해 형사님이 알고 있는 것들을 부쉈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그녀는 왜 나에게조차 베일을 씌운 건지, 왜 단 한 마디도 남겨놓지 않은 채 나를 떠난 건지, 지금은 그녀에 대한 분노와 혼란과 충격의 감정 뿐.

 

  “……사람은 떠나고 좋든 나쁘든 일은 지나갑니다. 그런 걸로 괴로워하는 건 형사님이나 저나 다르지 않죠. E가 사라진 지금, 당신과 관련된 모든 걸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형사님도 아직 다시 쌓아나갈 게 많지 않습니까.”

 

  “……A씨를 K 살해사건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변호사 선임 능력이 부족한 경우, 국가에서 대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지금부터 발언하는 모든 내용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식어버린 그의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슬며시 눈을 감는다.

 

  “……증거물로 핸드폰을 수거하겠습니다. 발신기록과 아내 분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혹시 아내를 찾으신다면…….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사건이 끝나면 법정에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문 옆의 수화기를 들어 심문이 끝났음을 알린다. 곧 두 명의 순경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를 연행한다. 그 어떤 반항이나 몸부림 없이 그는 순순히 걸음을 재촉한다.

 

  “……형사님.”

 

  “……네. 아직 할 말이 남았나요?”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만약 범인을 잡는다면, 부디 그 새끼한테도 내 동생이 겪었던 것만큼, 죽기 전까지 눈도 못 감을 만큼의 괴로움을 꼭 느끼게 해주세요. 제 두 눈으로 그걸 보기 전까지 저는……. 저는…….”

 

  “……약속하겠습니다.”

 

  그는 양 손을 순경에게 이끌려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다. 나는 마치 형 집행 전의 사형수를 보내듯,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떠날 때 까지 자리를 지킨다.

 

  돌아와 차가운 철제 의자에 앉아 나는 그녀와의 기억을 이제 완전히 지워버리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멍하니 허공에 대고 한숨을 뿜으며 환상 속 그녀와의 이별 전,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려 나는 눈을 감는다.

 

  스멀스멀 퍼져 나오는 무의식은 또 다시 나를 집어삼킨다.

 

  E가 죽고, 과거의 환상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능할 테다.

 

  헌데 두려운 것은 그녀가 그녀의 입으로 두꺼운 껍질을 벗고 진실을 밝힐 때 알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으로 변하게 될 환상의 공간. 과연 나는 분노와 혼란과 충격 속에서 그녀를 보내고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아니면 날개조차 없이 나락으로 추락할까.

 

 

 

  -분명 돌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당신,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돌아 온 거야.”

 

  -그럼 꿈에서 깨.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아무 것도 없어.

 

  “현실의 당신도 내게서 등을 돌렸는데, 지금 내 상념인 당신조차도 떠나라고만 하는 구나.”

 

  -……당신이 눈을 뜨면 다시 돌아갈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니, 다시 돌아올 필요 없어. 난 곧 당신을 떠날 거란 말을 전하러 온 거니까.”

 

  -……괜찮겠어? 나 없이도 견딜 수 있겠어? 미치지 않고, 밤을 새지 않고 살아갈 자신 있어?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했어. 모든 걸 숨기고 날 속였어! 그것만으로도 환상인 당신과 헤어지는 이유는 충분해!”

 

  -……그렇다면 좋아, 어디 얼마나 버티는 지 지켜볼게. 나는 늘 당신 주변에 있을 테니까.

 

  가느다랗게 열린 문틈으로 무언가 사라진다. 그녀가 걸어간다. 잠이 온다. 꿈을 깬다. 그녀가 없다. 누군가 떠나간다. 눈이 감긴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깨우는 전화벨이 울리고.

 

  “……여보세요?”

 

  ‘아직 취조실 안이야? 사무실로 와. 부검 결과 나왔어.’

 

  “잠시 만요. 곧 나갈게요.”

 

  복도를 가로지르며 창 너머로 보이는 기자들은 거처를 옮겨 건물 주변을 맴돌고 있다.

 

  여전히 그들의 욕망을 위해 죽은 E를 이용하려는 모습은, 마치 좀비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왔구나. 신상정보는 따로 필요 없겠지. 그녀가 맞아. 네 전 연인.”

 

  “……흉기는요?”

 

  “먼저 자상이 10곳 이상인 것으로 봐서 ‘충동에 의한 우발적 살해’로 추정하고 있어. 흉기는 나이프 종류의 얇고 짧은 길이일 걸로 추측하는데 아직 현장에서 흉기가 발견되질 않았으니……. 어떤 것 같아?”

 

  “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살해 동기 말이야.”

 

  “동기라. 부검의는 단순 충동으로 결론지었을 것 같습니다만……. 대체 누가 저택 안에서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까요?”

 

  우발적 살해보다는 계획적 살인이 지금의 상황과 잘 어울린다.

 

  E의 저택은 절대 뚫을 수 없는 보안을 지닌 곳. K의 ‘실종’ 뒤에 E가 자체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계획적 살인이라면 분명 E와 용의자의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치밀하게 계획된 거란 얘기겠죠.”

 

  “내 생각도 그래. 다만.”

 

  “다만?”

 

  “CCTV에선 살해현장은 안 잡히고 세 사람이 각각 저택 주변에 있는 것만 확인 가능해. 근데 저 3명의 용의자 모두 피해자와 접근하기가 가장 쉬운 인물들이란 점이지.”

 

  결국, 세 사람 모두 E와의 특별한 사연이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일단 심문부터 끝내고 판단하기로 하자. 다음은 누구야?”

 

  “E의 주치의였던 I를 만나볼까 해요.”

 

  “그래. 일단 자료 줄 테니까 마저 살펴보고 진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아, 이 핸드폰 A 건데 통화 기록과 A의 부인 위치 좀 추적해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미안해요, 제가 ‘그 사건’ 때 저질렀던…….”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사건에 집중해. 누구보다 혼란스럽겠지만 감정에 치우치면 이 사건, 네게 맡길 수 없어.”

 

  멀어져만 가는 뒷모습에 나는 아무런 인사도 건넬 수 없다.

 

  최후에 아직 끝나지 않은 그녀의 사건을 완결 지을 때, 그때는 꼭 전하리라.

 

  그녀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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