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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02
작성일 : 17-11-24 19:08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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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없고 가로등 불빛도 없는 곳에 고급 진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태주의 자동차였다. 영의 집 앞에 주차를 한 태주가 시동을 끄고 영을 바라봤다. 방금 전 까지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새 영은 잠들어 있었다. 태주가 소리 나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죄책감과 그로 인한 악몽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하는 영이 어쩌다가 자신의 앞에서 잠에 들면 태주는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었다. 아픈 손가락, 다른 비유는 필요 없었다. 자신을 거쳐 갔던 혹은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 중에서도 영은 태주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걸 보고 있다는 영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나 그 다른 것 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영을 더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또 다시 태주의 걱정이 앞섰다. 이렇게 태주는 영만 생각하면 가슴 한 쪽에 짐 하나를 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꽤 오랜 정적이 지나고 영이 잠에서 깼는지 부스럭거렸다. 차에 시동이 꺼져있는 것을 인지한 영이 황급히 차 창밖을 쳐다봤다.

 

 “집 앞이야.”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저 한참 잤나요?”

 “아니야. 방금 도착했어.”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환하게 불이 켜 있는 자신의 집을 바라봤다. 그 날 엄마를 잃은 영은 줄곧 고모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영의 아빠까지 살아 있던 아주 어린 시절 영이 기억하는 고모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친절했고 영을 아주 귀여워했다. 그러나 고모가 영과 수경에게 쌀쌀맞아 진 건 그녀의 남동생이 죽고 난 후였다. 영의 아빠는 영을 낳고 나서는 줄곧 병원 신세를 졌다. 젊은 시절 완치 했다고 생각한 뇌종양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에게 수경은 차마 딸의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었다. 영은 아빠의 죽음까지도 알고 있었다. 수경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아이의 아빠가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고 있는 딸을 안타깝게 여길지 아니면 오랜 투병 생활 중인 암 환자로서 그에게 곧 죽을 것이라 말하는 여자 아이를 무서워 할 지.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결국 그 해 겨울, 영의 아빠는 영이 불현 듯 한 말처럼 봄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영이 눈을 감은 채로 태주에게 말했다.

 

 “언제쯤 저 집이 편해질까요.”

 

 태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고모는 내가 엄마를 죽였대요.”

 

 영의 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덤덤함에 마음이 아파 진 건 태주 쪽이었다.

 

 “영아, 그런 소리는….”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날 엄마는 내가 아니면 죽지 않았을 테니까요.”

 

 영이 먼저 엄마 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태주는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수경은 영에게 있어 절대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존재였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은 이 오랜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왜 나는 엄마가 죽는 다는 걸 몰랐을까요. 그랬다면 그 날 엄마에게 그곳에 가자고 하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가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내가 엄마를 데려간 거예요.”

 

 말하는 중에 영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태주가 다급히 영의 손목을 잡았다.

 

 “영아, 부모님들이 언제 죽을지 미리 알고 있는 자식들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어.”

 

 잠에서 깬 후로 한 번도 태주의 얼굴을 똑바로 본 적이 없던 영이 고개를 돌려 태주를 바라봤다.

 

 “그렇지만 저는…. 다르잖아요. 또 저는 이미….”

 

 영이 말끝을 흐렸다. 태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태주는 영이 어떤 이들의 죽음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않았다. 아니, 정신과 의사로서 믿지 않아야만 했다. 물론 처음에는 수경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그 어린 딸을 정신병원에 데려온 것 자체가 완쾌, 치료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 것은 영이 아닌 수경이었다. 사실 옆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치매 환자의 죽음을 영이 대략 비슷하게 맞추었다는 사실을 알고 태주는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만약 실제로 영이 남들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는 거라면 태주 입장에서 내릴 수 있는 답은 단 하나 뿐이었다.

 

 “영이는 병원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곳이라면 어딜 말하는 거죠?”

 

 차마 그곳이 ‘무당’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태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대답을 듣기라도 한 듯 수경의 코끝이 빨개졌다.

 

 “선생님. 영이는 그런 게 아니에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렇지만…. 영이가 며칠 전에….”

 “남편의 죽음을 알았어요.”

 

 곤란한 낯빛만 가득하던 태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의외로 수경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봄이 오기 전에 아빠가 멀리 가버릴 거라고 했어요. 투병 생활을 오래했거든요. 의사도 겨울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고요.”

 

 태연하던 수경의 손이 결국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말을 어디서 엿들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 영이는….”

 

 이내 목젖 끝까지 울음이 찬 수경은 한 문장, 한 문장 내뱉기를 힘들어 했다.

 

 “우리 영이는 아빠가 아픈 걸 몰랐거든요. 일부러 병원에도 못 오게 했어요. 그래서 아빠를 찾을 때마다 일 때문에 아주 잠깐 어디 가신 거니 곧 오실 거라고.”

 “저기 영이 어머니. 일단 진정하세요.”

 

 이미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수경의 얼굴을 차마 계속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태주가 수경을 달래려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남동생 살려내라는 시누의 갖은 구박과 남편 잃은 설움 등을 꾹 참고 견뎌내던 수경은 끝내 마지막 희망이었던 영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것이다.

 

 “어쩌면 영이는 진짜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신, 그런 거랑 관련된 게 아니에요. 병원은 다음 주 까지만 나올게요.”

 

 겨우 마음을 추스른 수경이 태주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다음 주 까지 나오겠다던 수경은 끝내 그 주를 넘기지 못하고 영이를 떠나버렸다.

 태주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잠시 옛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영의 손목을 어찌나 세게 잡고 있었는지 손목 주변까지 빨갛게 자국이 나있었다.

 

 “영아.”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셨잖아. 그걸 아는 건 당연 한 거야.”

 

  태주가 자연스럽게 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순간 영이 손을 꼼지락 거렸다. 그걸 놓쳤을 리 없는 태주가 영과 눈을 맞추었다. 그러나 영은 이내 빨갛게 자국이 난 손목 주변을 두어 번 문지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감사합니다. 들어가 볼게요.”

 “그래, 푹 쉬고.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늘 오늘처럼 뭐든지 이야기해줘.”

 

 태주가 유독 ‘뭐든지’라는 말에 힘을 실어 말했다. 영이 간단하게 목례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영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보고서야 태주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를 그대로 지나친 영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소리는 문을 통과해 영의 귀로 박혀 들어왔다.

 

 “하여간 말도 없이 들어가는 것 좀 봐. 아주 상전이야?”

 “그만해, 듣겠어.”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하필 재수 없게 인아 대학 면접 보는 날이 기일 일 건 뭐야.”

 

 듣지 않으려고 방문을 닫았음에도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문에 기대어 서 있던 영이 대화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스탠드 조명을 켜고 침대에 엎드려 누웠다. 이 집에는 한 사람이 더 살고 있었다. 영의 사촌이자 고모, 고모부의 딸인 인아다. 영과 동갑인 인아는 유독 영을 싫어했다. 자신의 엄마 아빠가 영을 원수 보듯 하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쪽의 싫어함과는 조금 달랐다. 영은 반에서 늘 말이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영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같은 반이었던 영에 대해 알고 싶어 일부러 반장 선거에 지원한 남학생들도 더러 있을 정도였다. 학교에서 느낀 인아의 철없는 시기와 질투는 그대로 집 안까지 영향을 끼쳤다. 낮에 의도치 않게 인아의 심기라도 건드린 날이면 영은 밤새 고모의 구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영이 밀려오는 어깨의 뻐근함에 그제야 가방을 벗어 바닥에 내려뒀다. 조금 열린 가방 밖으로 황토색의 서류 봉투가 삐져나왔다. 가만히 쳐다보던 영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서류봉투를 꺼냈다. 봉투의 왼쪽 아래에는 대학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실 영은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사실 애초에 영에게는 그런 달콤한 기회가 주어질리 만무했다. 그래서 수능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학교 서류 봉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영의 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했다. 침대와 바로 가깝게 붙어있는 책상의 마지막 서랍에 서류봉투를 집어넣었다. 영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강하게 쬐는 스탠드 조명에 영이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영은 방금 전 태주와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했다. 태주는 영에게 사실 부모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위급한 응급환자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닌 이상 언제 연락을 하더라도 한 달음에 영에게 달려와 줬다. 그 때문인지 영은 매번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오늘처럼 예고 없는 방문을 자주하고는 했다. 그러나 요 근래에는 차마 태주에게 갈 수가 없었다. 영은 태주가 자신의 손버릇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이 갈 수가 없었다. 할 말을 감추고 있다는 걸 태주가 알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끝내 말하게 할 것 같아서였다. 영이 손을 뻗어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책상달력을 집었다. '엄마의 기일' 이라고 적힌 날짜의 아래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게 무언가가 더 적혀 있었다. 언제부턴가 영은 눈앞에 보이는 그 끔찍한 장면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것은 곧 닥쳐 올 그 사람들의 죽음이었다. 물론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이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적이 있는가 하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어도 죽음이 보일 때가 있다. 보이는 모습도 천차만별이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짝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장 일상적이었고 어쩔 때는 아예 그 고통과 두려움을 직접 느끼기도 했다. 이렇듯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덧 죽음을 보고 느끼는 것이 당연해진 영이었지만 설마 자기 자신의 죽음까지 보게 될 거라고는 아마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영은 태주에게 자기 자신의 죽음까지도 보고야 말았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이 ‘엄마의 기일’ 그 아래에 적힌 작은 글씨를 따라 읽었다.

 

 “구 영, 죽는 날.”

 

 영은 엄마의 기일이자 세상에 혼자 남겨진 지 13년이 되는 그 날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죽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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