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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01
작성일 : 17-11-24 19:01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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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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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옥상에 누워있던 영이 귀를 막았다. 찢어지는 클락션 소리, 이어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영이 귀를 막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심하게도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몇 층 아래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영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자신이 미리 본 죽음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묵념이며 그들의 죽음을 방관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영은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능력이라면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이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영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정신병원에 다녔다. 영의 엄마 수경은 늘 영에게 입조심을 시켰다. 죽는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일이며 사람들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서워하게 될 거라고, 나쁜 일이 일어 날 거라며 영을 타일렀다. 물론 영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그런 소리를 아무에게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와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영이 무서워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은 자들의 원망과 자신을 옥죄는 죄책감이었다.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영은 늘 어떤 사명감에 휩싸여 있었다. 죽음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영은 자신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내 절망에 빠졌다. 그 절망은 영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어느덧 그 사명감은 회피로 바뀌어져 버렸다. 영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어느새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잔혹한 사고 현장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얼이 빠져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 표정에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건 영 뿐이었다. 파란 불이 커졌다. 거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불이었다. 영이 혼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해 멈춰 섰다. 좋지 않은 아니, 아주 나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의 엄마 수경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 영이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인해 절망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태주가 다급히 진료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먼저 와 앉아있던 영은 태주를 향해 짧은 미소를 지어줬다. 비교적 덤덤해 보이는 영의 모습을 보고서야 태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의자에 앉았다.

 

 “온다는 말도 안 해주고. 와있대서 얼마나 다급히 뛰어왔는지 알아?”

 

 영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태주의 책상에는 영의 진료 차트가 놓여 있었다. 태주는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았지만 이내 한 쪽으로 치워버리고 다시 영을 바라봤다.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영이 말을 망설였다.

 

 “그러지 말고 말해봐, 말하고 싶어서 온 거잖아.”

 

 한참을 망설이던 영이 겨우 말문을 열었다.

 

 “…교통사고가 났어요. 두 차에 타있던 사람 중 한 명은 아직 살아있지만 아마도 수술 중에….”

 

 영이 말꼬리를 흐렸다.

 

 “기분은?”

 

 태주의 질문에 영이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태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태주는 아주 어릴 때부터 영을 상담해주고 치료해준 정신과 의사다. 태주에게 영은 다른 환자들보다도 의미가 남다르다. 거의 첫 환자이기도 했고 수경이 죽고 나서는 아주 많은 부분에서 영을 챙기며 살았기 때문이다. 태주는 어린 시절의 영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엄마 수경 때문에 영은 늘 말을 아꼈고 때문에 까다로우면서도 치료가 더디게 진행되는 환자 중 한 명이었다. 정신과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 말을 아끼는 환자는 증상을 알기가 힘들고 병이 생기게 된 원초적인 이유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별 다른 약 처방이나 직접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대화만으로도 환자들 중 상당수가 회복이 된다. 그래서 영은 태주에게 늘 어려운 존재였다. 그렇게 매번 꾹 입을 닫고 있기만 하던 영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야기 해 준 건 상담 치료를 시작한 지 꼬박 한 달여 만의 일이었다.

 

 “영아, 선생님이 영이를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치료를 해주려면 영이가 선생님한테 모든 걸 다 말해줘야 해.”

 

 어린 영은 태연했다. 그리고 해맑게 대답했다.

 

 “저는 아픈 게 아니라 미안한 거예요.”

 

 무엇이 그리도 미안했을까. 옆으로 맨 손가방에 달아놓은 인형이 떨어져 없어지기라도 할까 테이프로 여러 번 휘감아 놓을 정도로 어리기만 한 영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그들에 대한 미안함 뿐이었다. 그때 태주는 언제까지고 이 아이가 편해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치료하겠다고 다짐했다. 태주가 다시 영을 바라봤다. 영도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인지 눈에 초점이 없었다.

 

 “하여튼, 잘했다.”

 

 영이 정신을 차리고 태주를 쳐다봤다.

 

 “네?”

 “뭐든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이렇게 날 찾아오면 돼.”

 

 반쯤 벌어져 있던 영의 입이 다물어졌다. 영이 손을 꼼지락 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할 때 나오는 영의 버릇이었다. 수경과 함께 상담을 받을 때 영은 수없이 손을 꼼지락 거렸다. 물론 꼭 그런 것 때문이 아니어도 고마움을 표시할 때에도 가끔 말 대신 저런 행동을 하곤 했는데 태주는 방금 영이 자신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도 그 사람들이 꿈에 나오니?”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그건 아주 반가운 소리다. 예전만큼 그 일을 네 책임으로만 돌리진 않는다는 말로 들리는 걸?”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은 잘 잔다는 소리네?”

 

 태주의 말에 영이 아주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태주는 영이 먼저 말을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마른침을 한 번 삼킨 영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이 꿈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요즘은 자꾸 다른 걸 봐요.”

 “그건 무슨 소리야?”

 

 영의 입이 완전히 다물어졌다. 손도 꼼지락 거리지 않았다. 그것은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태주가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뒀다.

 

 “뭐 먹고 싶어?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태주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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