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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를 부탁해!
작가 : 윤하라
작품등록일 : 2017.11.24

몰락한 왕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핏줄, 하원. 목숨을 걸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원을 주운 카넬리안. "죽고 싶지 않습니다." 황실에 맞서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카넬리안과 하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바치려는 카넬과, 기꺼이 마녀가 되기로 한 하원의, 목숨을 건 로맨스!
[ha0ra0yoon@gmail.com / twitter.com/Hara_yn]

 
2화. 악몽
작성일 : 17-11-24 14:5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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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원은 어두운 골목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모락모락 죽어가듯 피어오르는 연기 아래로, 불그스름한 빗물이 흘러오는 것 같기도 했다.

 

  질척질척. 붉은 빗물은 하원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진득해졌다.

 그리고 질척거리는 웅덩이 끝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어…, 아…….”

 

  하원은 널브러진 남자를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얕게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들리자마자, 온몸에 피를 칠갑한 그 남자가 번쩍 눈을 떴다.

 남자의 몸에 점점 생채기가 나며 팔다리가 짓이겨지자, 하원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나한테서 도망치려고?”

  “…악!”

 

  남자의 핏물이 하원에 튀기자, 하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뒤를 돌아 도망친 하원은 어느새 어두운 거리를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가로등은 멀리 있어 어딜 달리고 있는지 온통 까매서 보이지가 않았다.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를 몰라, 다리가 이끄는 대로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메아리처럼 뒤에서 퍼지는 성난 목소리를 들은 하원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온몸을 덮어오는 공포심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뒤에서 누가 하원을 잡아챌 것만 같았다.

 

  “쓸모없는 년. 나가서 영영 꺼져버려.”

 

  속삭이듯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하원은 길거리에 지진이 났음을 느꼈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조각조각 부서지는 거리의 블록 사이로 다리가 끼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창년이…, 날 갖고 놀았어?”

 

  어느새 하원의 아래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바로 뒤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속삭임이 하원을 절벽으로 밀치는 것만 같았다.

 절벽에서 뛰어내려, 뛰어내려, 얼른.

 떨어져. 뛰어내려.

 

  “괜찮으세요?”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원의 공간을 뒤흔든 목소리 덕택에, 하원은 겨우 눈을 떴다.

 방금까지 칠흑감옥의 낭떠러지였는데.

 하원은 햇빛이 비치는 침대로 순간이동 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눈앞의 남자는 새하얀 햇볕을 정면으로 받으며, 하원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하원을 가득 담은 노을빛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제 집 앞에 쓰러져 계셨기에…, 일단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하원이 입고 있던 옷에는 핏물이 잔뜩 배어있었다.

 옷에서 잔뜩 나는 피비린내를 당장 지울 수는 없었기에, 하원은 옷을 여미며 방에서 나왔다.

 하원을 깨워준 남자는 방 바로 앞의 테이블에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상처가 있는지 볼 수는 없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어깨를 으쓱하며 남자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하원을 쳐다보았다.

 목욕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탐스러운 황금색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다.

 

  “나와서 식사하세요. 차린 건 없지만.”

  “고마워요.”

 

  하원이 햇빛에 눈을 찌푸리며 남자를 따라 방에서 나오자, 테이블에 두 명분의 식사가 차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원은 남자의 맞은편에 앉으며 허기진 배를 매만졌다.

 

  바삭바삭한 토스트와 버터 한 조각, 스크램블 에그와 우유 한 잔.

 달걀은 적당히 익어서 맛있었고 우유는 고소했다.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먹으며, 하원은 창밖을 쳐다보았다.

 

  “여기는 어딘가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여긴 홍등가의 입구이고, 저는 카넬리안입니다. 성은… 없습니다.”

 

  남자는 마시던 우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선 자신의 붉은 눈동자로 하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원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참 몽환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푹 쉬십시오. 얼마든지 있어도 됩니다.”

 

  하원이 누구인지 알고 푹 쉬라고 하는지.

 하원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온, 하원의 신분을 보장할 만한 것은 지금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런 말이 더 의심스러울 수 있겠군요.”

  “…네.”

  “저는 도망치는 몸이니, 당신께서 더 위험하실 겁니다. 몸이 괜찮아지면 떠나십시오.”

 

  하원은 입을 다물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하원의 몸 이곳저곳은 아파왔고, 하원 또한 도망자였다.

 하원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보살피는 사람이 누구인지 중요한 것은 아님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솔직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카넬리안은 붉게 빛나는 눈을 접으며 옅게 웃었다.

 간단한 식사였지만, 음식은 맛있었다.

 달걀은 부드러웠고 알맞게 간이 배어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하는 식사라는 생각을 하며, 하원은 접시에 고개를 박았다.

 

  “이틀입니다.”

  “…네?”

  “정신을 못 차린 시간 말입니다.”

 

  어쩐지 악몽이 길다 했어. 하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긴 악몽을 깨어준 사람이 저 사람이었구나.

 어디부터 악몽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하원은 구분이 힘들었다.

 악몽이 현실 같고, 현실이 악몽 같았다.

 

  “저를 어떻게 발견하신 거죠?”

  “그저께 밤에, 집에 가던 길 골목 끝에 쓰러져 계신 걸 보았습니다. 피투성이여서, 얼마나 다치신지 몰라 일단 업고 왔습니다.”

 

  골목 끝에 쓰러져 있었다고.

 하원은 목을 조르는 듯한 손길을 느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목이 켁켁 막혀오는 것 같았다.

 내 시간은 오늘이지, 그저께가 아니야.

 하원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혼에 새겨진 고통이 아닐까.

 

  “……음.”

 

  카넬리안의 날카로운 눈매가 하원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는 것을 느끼며, 하원은 눈빛을 마주했다.

 처음 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는 건, 왠지 창피했다.

 카넬리안의 눈빛은 하원의 마음속까지 읽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까?”

  “아뇨. 조금 신세를 지고 싶네요.”

  “솔직해서 좋네요.”

 

  카넬리안의 말에, 하원은 목을 조르는 느낌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원은 설핏 웃으며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토스트도 적당히 바삭하고 고소해서 하원의 입맛에 딱 맞았다.

 

  “식사를 다 하시면, 머물 곳을 안내해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살며시 웃는 카넬리안이 햇빛에 비쳤다.

 붉은색이라고 생각했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햇빛이 눈에 담긴 것 같았다.

 하원은 여기라면 편히 쉴 수 있겠다, 고 생각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남자는 어느새 다 먹은 접시를 앞에 두고 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원이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리려는 건지, 팔꿈치를 식탁에 대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원은 문득 저 남자의 노을빛 눈동자로 최면에 빠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다 하셨다면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방금까지 계셨던 방은 피가 좀 묻어서.”

  “…아, 감사해요.”

 

  그 피는 그 남자의 피일 것이 분명했다.

 하원은 방 정리라도 대신 해야 하는데, 하며 머뭇거렸지만 카넬리안은 하원에게 손짓하며 테이블을 지나 거실에 연결된 복도에 들어섰다.

 복도에 있는 세 개의 문 중 가장 왼쪽 문 앞에 서며 카넬리안은 뒤에 따라온 하원을 돌아보았다.

 

  “이 방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정말.”

 

  카네리안이 내어준 방은 매우 포근해 보였다.

 침대는 두 사람이 누워서 남을 만큼 큰 크기였고, 침대의 이불과 베개는 두껍고 안락한 크림색이었다.

 카넬리안이 들어가 창가에 달아둔 린넨 커튼을 걷어내 창을 열자, 바람에 주름진 커튼이 펄럭였다.

 

  “욕실은 딸려있으니 이 안의 욕실을 쓰시면 됩니다.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죄송하지만, 잠시 갈아입을 옷을 빌릴 수 있을까 싶은데요.”

  “아,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건 없으시고요?”

  “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카넬리안.”

 

  하원은 지금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하원이 하원의 집 안에 있었다면, 그 남자의 망령에 시달리며 웅크리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남자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이 나을 것이다.

 

  “카넬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아, 알겠어요, 카넬.”

  “어떤 약이 필요합니까?”

 

  하원은 자신도 모르게 카넬의 눈을 휙 하고 올려다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배려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멈칫했다.

 

  “두통약이나 수면제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음, 연고나 붕대는…….”

  “그런 건 필요 없어요.”

 

  하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원의 몸에는 멍 외에는 다친 곳이 없었다.

 하원이 마녀의 잔재라면, 다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멱살에 잡혀 끌려간 팔다리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몸뚱이.

 피를 담보로 한 위협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최초의 공격의 결과였다.

 

  “쉬세요, 카넬.”

  “아, 저는 이따 잠시 집을 비울 겁니다. 집 문을 단단히 잠가 둘 테니 걱정 마세요.”

 

  하원의 거절에 카넬은 거의 다 마른 황금빛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문을 닫고 나갔다.

 집을 비우겠다는 건 카넬의 배려인지도 몰랐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쉰다는 것은 그 남자에게 위협받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원은 카넬이 옷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며, 카넬이 닫고 나간 문을 슬며시 열었다.

 방에만 있으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복도에라도 잠시 나와 있고 싶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오른쪽에 낡은 서랍장이 하나 있었다.

 서랍장 위에 널브러져 있는 종이쪼가리를 발견한 하원은 눈을 찌푸렸다.

 

  “……이게 뭐야?”

 
작가의 말
 

 5화까지는 12시간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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