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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를 부탁해!
작가 : 윤하라
작품등록일 : 2017.11.24

몰락한 왕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핏줄, 하원. 목숨을 걸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원을 주운 카넬리안. "죽고 싶지 않습니다." 황실에 맞서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카넬리안과 하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바치려는 카넬과, 기꺼이 마녀가 되기로 한 하원의, 목숨을 건 로맨스!
[ha0ra0yoon@gmail.com / twitter.com/Hara_yn]

 
1화. 도망
작성일 : 17-11-24 14:55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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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의 아버지는 황금빛에 파묻힌 괴물이었다.

 그는 번쩍거리는 권좌에 앉아 수많은 꽃을 탐하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로부터 태어난 나는 장미꽃에 달린, 한낱 가시 한 조각에 불과했다.

 장미꽃을 취할 때에 다소 성가신 아이였기 때문이다.

 

  꽃이 되지 못한 나는 다행히 꺾이지도, 유리덮개가 씌워지지도 않았다.

 대신 거대한 궁궐 속에서 먼지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가끔 햇볕을 쬐며 세상 속에 앉아있는 시간을 빼면, 나의 장미꽃이 말라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거대한 황금의 왕국이 몰락하자 그에 깃든 하이에나들도 함께 불태워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이에나에게조차 먹잇감이 되지 못한 나는 블랙홀에서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은 이름이 다였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눈물 몇 방울을 지워내며, 나는 내 이름을 버렸다.

 더 이상 황금을 탐하는 후예로 남아있고 싶지 않았으므로.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깜박거리다 꺼진 가로등에 몸을 기대던 한 여자가 가로등 앞에 쭈그려 앉았다.

 하원은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빗물을 내버려두며 팔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힘들었어.”

 

  빗물에 젖어 달달 떨리는 입술로 중얼대던 하원은 얼굴을 들더니 가로등에 몸을 기댔다.

 가로등이 너무 차갑고 딱딱해 몸이 덜덜 떨려오는 것도 같았다.

 

  얼굴에 빗물이 툭툭 떨어지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원은 방금 헤어진 남자친구를 떠올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오른뺨을 매만졌다.

 얼얼하게 달아오른 뺨이 빗물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너,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아.”

 

  거짓이었다.

 하원의 앞에 앉아있었던 남자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원은 고개를 치켜들며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원이 지금까지 그 남자에게 그리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에, 그 남자는 매번 섭섭하다고 말해왔다.

 하원이 그 남자에게 섭섭하게 대하는 이유가 다른 남자가 있어서라고 생각했던 걸까?

 하원은 섭섭하다는 말을 들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났어.”

 

  하원은 문득 이 남자가 자신에게 너무 섭섭한 나머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원의 집에 찾아와 도시락을 주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 남자는 어제 하원이 좋아하는 닭고기스튜와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하원을 항상 챙겨주며 아껴주었다.

 하원에게는 그 남자 말고 다른 남자가 있을 리가 없었고, 그 남자는 하원 외에 다른 여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원은 서로가 그렇게 믿고 있다고 믿었다.

 

  “…헤어지자는 거야?”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묻는 하원을 보며, 그 남자는 우습게도 눈물을 흘렸다.

 정상적인 관계였다면, 하원은 그 남자에게 이래선 안 된다며,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소리를 질러야 했다.

 

  하지만 하원은 그럴 힘이 없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고백한 사람에게, 내가 소리친들 무엇이 바뀔까.

 나와 더 이상 만나고 싶어 하긴 하는 걸까?

 내가 매달린들, 이 남자가 날 봐주긴 할까?

 

  “…내가 잘못했어.”

 

  하원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 남자에게서 슬픔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바람을 피웠다고 해 놓고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그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내가 어떤 말을 하길 바라는 걸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었다.

 

  하원은 자신의 세상이 자신만 두고 핑글핑글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구역질을 하고 싶었다.

 

  “저번 달에 잠깐 만났어…, 그 때 너랑 나는 각자 한창 힘들어했잖아.”

  “알아. 기억해, 그때.”

  “그때, 이주일 정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하원을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남자의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하원의 팔다리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끔찍하다.

 달려 나가고 싶다.

 눈을 꼭 감아버리고 싶었다.

 

  “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 거야?”

 

  하원은 이 남자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헤어지자는 말을 굳이 하길 바라는 걸까?

 머릿속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와중에 그 남자는, 하원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려 감싸 잡았다.

 

  “…힘들었어, 나.”

  “…….”

 

  네가 힘들었다고 내가 안 힘든 게 아니잖아.

 지금 힘든 건 나야.

 

  하원은 속으로 울부짖으며, 이 남자를 마구 때리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상상을 하고 나니, 타오르는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도 같았다.

 

  하원이 꼭 감았던 눈을 뜨자, 눈앞에 있던 남자가 하원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너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잖아.”

 

  음. 하원은 잠시 숨을 멈췄다.

 너에게 난 항상 그런 사람이었구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아무것도 티내지 않는, 그저 투명한 물 같은 사람. 그저 옆에만 있었던 사람.

 

  나는 나름대로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생각나는 대로 너에게 편지를 썼고, 선물을 보냈다.

 하원은 속으로 이 남자에게 보냈던 몇 가지 편지들과 선물들을 떠올렸다.

 하루 밥값을 아껴 선물을 샀고, 동틀 때에 일어나 편지를 쓰고 아침을 먹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거라 생각해.”

  “…아니, 난 모르겠어.”

 

  그 남자는 올려둔 손으로 하원의 손을 꼭 잡았다.

 어제만치 따뜻한 손길이 아니라, 다 태워버릴 듯 뜨거움이었다.

 하원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뿌리쳤다.

 손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하자.”

  “…염치없는 거 알지만, 나 이해해줘.”

 

  하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를 뒤로 당기며 일어나자마자, 그 남자는 하원의 양 손을 꽉 잡았다.

 하원의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잔뜩 배어나왔다.

 

  그만, 그만 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원하는 이 남자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도, 애절하게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끝, 내줬으면, 하고 바랐다.

 

  “하원아, 내 말 다 들은 거야? 제발,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줘.”

  “다 들었어. 앞으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내가 말하는 게 그 뜻이 아니잖아.”

 

  하원이 그 남자의 입술 사이로 이가 갈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하원의 이마에 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하원의 양손을 잡는 그 남자의 손에 힘이 점점 세게 들어가고 있었다.

 

  “손 놔줘…, 아파.”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줘. 말 들어준다고 할 때 놔줄 거야.”

 

  하원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놔주지 않으려고 날 보며 거짓 눈물을 흘렸구나.

 바람 피웠던 걸 언젠가 내가 알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어제 나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었던 거였구나.

 

  남자는 하원의 손을 끌어내리며 의자에 다시 앉혔다.

 고집스럽게 앙다문 입술을 올려다보며, 하원은 어떻게 해야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지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말 다 들었다고 생각해.”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하원은 으르렁대며 단어를 씹어 발기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목이 부서질 듯 아파왔다.

 이런 남자를 좋아했던 스스로를 죽이고 싶었다.

 바보 같았고 멍청했다.

 

  “싫어. 이제 안 들을 거야. 놔 줘.”

  “내 말, 다 안 끝났다고!”

 

  순간적으로 하원은 눈물이 이렇게나 뜨겁게 흘러내리는 것인지, 고민했다.

 오른쪽 뺨이 타오를 듯 아려왔고, 하원의 앞에 있던 남자는 당황스러워하며 왼손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아, 아니야. 미안해. 이거, 아니야. 하원아. 잠시만.”

  “날… 때렸어?”

  “아니, 그게 아니야. 네가 내 말을 안 들어주잖아. 아니, 하원아.”

 

  얼굴이 벌게져서 횡설수설하는 남자의 뺨을, 하원은 때릴 수가 없었다.

 또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쳐야겠다. 도망쳐야 한다.

 이 남자가 없는 곳으로, 지금 당장.

 

  그 남자가 당황하며 얼어있는 틈을 타, 하원은 닥치는 대로 가방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사거리의 분수대 앞까지 와서야, 하원은 달리기를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하원이 신고 왔던 진갈색의 로퍼는 잔뜩 구겨지고 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꽤 좋아했던 로퍼였는데.

 땀에 절어 이마에 달라붙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하원은 분수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앉기가 무섭게 하원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에선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 내리는 거리와 비 내리는 마음.

 가을이 되어가선지 빗방울이 참 차기도 하다.

 하원의 몸에 툭툭 떨어지는 비는 얼음장 같았다.

 

  하원은 비를 맞으며, 왜인지 그 남자가 하원을 쉽게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널 정말 좋아해.”

 

  언젠가 그 남자가 하원에게 피를 토하듯 꺼낸 말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지금의 하원은, 그 말에서 진심을 읽을 수가 없었다.

 폐가 저릿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수대에서 가장 어두운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하원의 집이 나온다.

 거리 속에서 비를 그대로 맞아 가며 가로등을 따라 걷던 하원은 어느 순간부터 꺼진 가로등을 보며 멈춰 섰다.

 여기부터 하원의 집까지는 너무 어두웠다.

 온통 까맣고 축축한 거리였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가로등 안의 발광석이 단체로 깨지기라도 한 건지, 여기서 누가 마법 주문서를 터뜨리기라도 한 건지.

 하원은 빛이 없는 거리 속으로 들어가기 무서웠다.

 이 거리에 마냥 앉아있을 수도 없고, 어둠을 헤치고 집에 갈 수도 없었다.

 

  “음……?”

 

  하원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하게, 저벅 저벅 걷는 소리에 하원은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밝았던 거리의 가로등은 멀리서부터 하나씩, 꺼지고 있었다.

 발광석이 안에서 폭발이라도 한 듯, 가로등이 하나씩 파직거리며 꺼져가고 있었다.

 방금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데, 주위에는 어떤 인영도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가려고?”

 

  하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 남자가, 나를 따라왔어?

 내가 가는 곳을 쫓아왔다고? 왜?

 

  “나를 괴물 보듯이 도망가고 말이야.”

  “…그만해.”

 

  쭈그리고 앉아 하원의 턱을 쓸던 남자는 하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하원의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는 그 남자는 더 이상 하원의 연인이 아니었다.

 하원을 붙잡고 어쩔 셈인지.

 하원은 가만히 앉아서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너무 무서웠다. 몸이 달달 떨렸다.

 더 이상은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나에게서 도망은 못 쳐.”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윤하라입니다 .첫 작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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