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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2부 인간 존엄의 시작 -출산(1)
작성일 : 16-08-31 18:13     조회 : 569     추천 : 0     분량 : 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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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떠한 생명이라도 그 출생은 위대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아이가 진심어린 축복 속에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에 있을 회의를 준비하면 오전이 금세 지나간다. 아직은 직장에서의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신입 연구원 승희는 회의 준비를 하는데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참석자의 이름이 꽂힌 쇼케이스를 챙기고 다과를 준비하는 등의 단순 작업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했으나 회의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교육부 담당부서와 팀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시간에 교육부 담당 부서의 주무관이나 사무관이 날리는 멘트들의 진의를 아직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회의록을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렸다. 회의자료와 회의록을 작성하는데 십여분 남짓 걸리는 십년 차 선배들의 내공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들을 존경하거나 대단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출신대학으로 치면 승희 본인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지금 상황에 충분히 만족했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팀원이나 팀장은 없었다. 이미 출신대학만으로도 그들 스스로 위축되어 있을거라고 승희는 짐작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이 아니던가. 그러나 승희의 출신대학을 고려한다면 승희에게 과분한 직장은 아니었다.

  승희는 이제 단 하나 남은 거사 ‘결혼’만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남은 여생은 탄탄대로라 생각했다. 승희는 대학생이었을 때, 안정된 직장에만 취업하면 ‘남자’도 바로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승희의 오해였다. 취업 성공 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개 받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직장도 좋고 외모도 멀쩡한데 슬픈 집안사를 가진 남자, 집안이 매우 좋으면서 능력도 있는 남자인데 안타깝게도 대머리인 남자, 물론 결점이 없는 남자도 있었지만 그 남자를 어렴풋이 승희가 마음에 들어 하면 남자 쪽에서 승희를 성에 차지 않아했다. 승희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로, 공공기관 연구원이라는 것과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것 정도를 내세울 수 있었으나 집안은 부유하지 않은 편으로 어떤 지원을 바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승희는 손해보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려면 현재의 자신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어야 했다. 결국 승희가 손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은 외모였는데, 명문대학 출신인 자신이 무분별한 성형수술에 빠지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승희는 가볍게 쌍거풀 수술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그 후에도 승희가 마음에 들어하는 남자가 승희를 쫓아다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 즈음 경호가 나타났다.

  승희와 경호는 사범대 선후배였다. 실제로 그들이 함께 학교를 다닌 기간은 일년 남짓이었다. 물론 경호의 대학원 기간까지 포함한다면 삼년으로 그 기간은 늘어나겠지만, 일년을 함께 학교를 다녔든, 삼년을 다녔든 그들에게 어떤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범대 내의 동아리 ‘아모르’의 일원으로 알고지낸 정도였다. 그 둘은 학번으로는 여섯 학번 차이가 났고 나이는 다섯 살 차이였다. 몇 년간 서너번 얼굴을 마주하고 봉사활동을 같이 간 것이 다였다. 어느 누구에게나 대학 선후배였다고 소개를 하면 사람들은 으레 캠퍼스 커플이었다고 짐작하곤 했다. 그들은 정확하게 졸업 후 만났다. 졸업 후 경호를 만난 것은 ‘아모르’의 비정기 모임에서였다. 승희는 취업 후 큰 기대를 가지고 졸업생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경호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서로에게 끌렸고,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하고 그전에 결혼을 올릴 것을 약속했다. 이 결정은 단 한달만에 이뤄졌다. 경호는 이미 미국에 있는 박사과정 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고 승희의 직장은 남편을 따라 외국에 거주하게 되는 경우 휴직이 가능했고 언제든 복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 아이라도 가지게 되면 육아휴직으로 변경도 가능했고 육아휴직의 경우는 적지 않은 금액도 지원되었다. 승희는 유학을 가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상 포기한 적이 있어서 유학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경호와 승희가 만났을 때의 상황은 그들 서로가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들에게 사랑했던 순간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진실로 ‘YES’가 맞다. 그들은 그 한달 동안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서로를 위했다. 서로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들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사랑이 ‘이것’이구나 하고 둘은 확신했고 결혼을 결심했다. 석달 뒤 결혼식을 올리고 그들은 함께 미국으로 갔다. 물론 서로의 계산된 속내를 숨긴 것은 확실했다. 그들의 결혼에는 확고한 계산이 숨겨있었고 승희와 경호 모두 참된 사랑을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둘 중 한명이라도 이를 깨달았다면 현재의 상황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승희와 경호는 아직 어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리다고 다 이기적이진 않다. 비극의 시작은 서로의 이해타산에 의해 결혼을 결정했고 결혼을 통해 서로가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채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데 그들의 신혼생활이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 생활비를 좀 더 아껴쓰던지, 여기 물가 알잖아. 내가 너 먹고 노는거 도울려고 여기 데리고 온줄 아니?

  - 어쩜 말을 그렇게 하니? 내가 선배 뒷바라지 하러 같이 온 거 아니잖아. 난들 뭐 풍족하게 사는줄 알어?

  - 너 나랑 같이 공부하는 중국 애 제이 알지? 걔는 여자친구 집에서 학비랑 생활비 가져온대. 내가 그것까지 바라는거 아니잖아. 우리 집에서 학비랑 생활비를 다 대주는데 네가 좀 아껴쓰고 보태야할거 아니냐고.

  - 나 한국 돌아갈까? 그게 맞지 않겠어? 선배 진짜 웃긴다. 처음부터 그럼 혼자 올 것이지, 나를 데려오긴 왜 데려와?

  승희도 경호도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승희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불공정한 게임이라 생각했고 경호는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둘에게는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사랑에 대한 사전 체험이 없었다. 승희는 한국에 가면 복직할 직장이 있었다. 입사한 후 일년을 채우지 못한 채 휴직을 하고 경호를 따라온 것 만으로도 승희에게는 큰 희생이었고 미국 땅에서 대학생 때도 하지 않았던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안 일에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고, 잔소리까지 해대는 경호에게 만정이 떨어지고 있는 찰나 갑작스럽게 임신이 되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 승희는 경호의 바닥을 보았다. 승희에게 경호는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 부분을 간과한 채 성급히 결혼을 한 것을 후회해도 이미 임신을 한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좀 나아지겠지, 나이가 들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은 기대로 변했지만 동시에 승희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은 확고해져갔다.

 

  승희가 임신 소식을 경호에게 알렸을 때 경호는 분명 기뻐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그것은 승희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 선배, 서프라이즈 소식 있어!

  경호는 돌아보지 않고 읽던 책에 열중하고 있었다.

  - 궁금하지 않아? 내 말 듣고는 있어?

  - 아, 미안. 뭐라고 했지?

  - 선배, 나 임신했어! 선배와 내 아이라구.

  - ......아....

  - 반응이 그거야? 기쁘지 않아?

  - 아,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아이는 아직 우리한테 좀 이르지 않나 해서...

  승희는 그 이후 의기소침해졌지만 그렇다고 임신을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먼 타국땅에서 자신의 임신을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승희에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나 배가 불러오면 올수록 승희도 여자이기에 본능적으로 출산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경호의 살가운 동참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승희도 경호에게 지쳐있었던 상황에서 다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호도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승희의 배가 불러오고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2세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고 나름의 노력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호에게는 늘 자신이 우선이었다. 자신의 스케쥴에 승희와 태아를 맞추려는 모습은 승희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이는 스트레스가 되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유학생 부부가 미국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다가 자연스레 아이를 가지고 미국에서 출산하여 아이의 시민권을 덤으로 얻고 남편은 박사 학위를 따고 아내는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가지면서 미국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육아를 했다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야기다. 실상은 달랐지만.

 

  어머니는 스물여섯에 나를 낳았다. 아버지는 서른 한 살이었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적정한 나이는 있을 수 없지만 인간도 동물이기에 생물학적인 한계를 가지게 되어 확률적으로 임신과 출산의 가능 여부가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비교적 그 확률이 높은 시기에 나를 가졌고 무사히 출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물학적인 상황과 다르게 심리적인 측면에서 그들은 나를 낳아 기르기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모든 생명에게 축복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에는 축복이 따라야 하지만, 부모가 처한 상황에 따라 비극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바라는 자식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저주와 증오, 한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행복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본인이 희생을 강요받는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와 자신의 성공이 우선이었던 아버지에게 나는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임은 확실했다. 나는 부모가 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나의 출생이 중요한 ‘사건’이 되어 그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그들의 정신과 인간됨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나의 출생은 오히려 그들의 사이가 악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태아로서의 내가, 갓 출생한 내가 그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를 임신한 순간부터 출산까지 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나는 절대우위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항상 아이를 부모의 절대 우위에 두라는 근거없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진심에서 실천할 수 있을 때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지만, 누구나 ‘잘’ 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누군가는 아이를 기르면서 인간의 참된 가치들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는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강제하여 아이는 물론 자신까지 망가지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은 사실 아이의 긴 인생을 놓고 보면 지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이 때 부모의 인간 됨됨이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아이를 통해 부모가 변할 수 있다면 그 아이의 탄생은 정말 부모에게 축복이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쉽게도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남녀가 만나 아이를 가지기를 원한다면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을 깨닫고 난 이후여야 한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은 오직 본능과 이해타산으로 결혼과 출산을 하고 있다. 이는 운이 좋다면 큰 문제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작은 균열에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분명히 비극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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