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12
작성일 : 17-11-24 09:31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2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흰 등나무꽃이 그려진 붉은 기모노를 입은 소녀였다.

 

 “스미,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이 할미가 후지무라에서 입던 옷이야. 열두 살 무렵이었으니 딱 네 만할 때구나.”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미소에서 나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뿍 느껴졌다.

 

 “후지무라요? 할머니 고향이에요?”

 

 나는 기모노를 입은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본다. 하얀 등나무꽃의 자수가 그려진, 굉장히 귀한 비단으로 만들어진 고귀한 기모노였다. 어린 나이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 이 할미의 고향이지. 기모노가 참 아름답지?”

 

 “정말 예뻐요! 마치 공주님(히메) 옷 같아요. 이걸 입고 정월 맞이를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할거에요.”

 

 “이 할미는 공주였지. 후지무라의 공주.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할머니의 말에 담긴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을 그 때의 어린 내가 알리는 없었겠지만 눈치가 빨랐던 나는 그녀를 두둔했다.

 

 “할머니는 내 마음 속에선 공주보다 더 귀한 사람이에요.”

 

 “우리 스미레, 내 하나밖에 없는 보물. 그 옷은 이제 네게 물려주마.”

 

 나는 할머니에게 달리듯 안기며 그녀의 볼에 키스를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가 주신 소중한 선물. 열두 살이었던 1996년 12월 30일의 저녁은 내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어 남아 있다.

 

 

 

 “스…미레?”

 

 이건 후지와카 스미레의 기억? 가슴 한 켠이 그리움으로 욱신해지는 느낌이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꾸게 된 거지. 그녀의 노트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았는데 생각나는 건 붉은 기모노와 관련된 짧은 순간 뿐이다. 후지와카 스미레의 가문은 조선에 진출했었으니 그녀의 할머니가 말한 후지무라는 아마도 한국의 어느 지역일수도 있다. 어쩌면 이 동네 일지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 6시였다. 창 밖에는 동이 터 오고 있었다.

 

 이제는 움직일 때다. 나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울산대학교는 시 외곽에 있었다. 공업도시라 그런지 여름의 열기에 푹 익어버릴 것 같았다. 방학 시즌 일텐데도 교정을 돌아다니는 학생의 수가 꽤 많다.

 

 젊음, 패기.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당장 다가올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현실이라니.

 

 “노장은 교수님을 뵙고 싶습니다만.”

 

 “학과는요?”

 

 “모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교직원은 기계적인 표정과 말투로 대답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노장은 교수님이랬죠? 현직 교수님 중에는 없으시구요. 한 명이 검색목록에 뜨는데 이 분 퇴임하셨어요. 5년 전에.”

 

 뭐 아버지도 정년퇴임이었으니 그럴 나이이신가. 아니 그래도 사립대 교수의 정년은 좀 더 길지 않았나 싶은데.

 

 “혹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연락처라던지, 주소라던지.”

 

 “으응. 개인정보는 저희가 함부로 알려드릴 수 있는 사안이….”

 

 “꼭 부탁드립니다! 아니면 그 분께 친구인 김지철의 아들이 뵙기를 바란다고 말씀이라도 전해 주세요!”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교직원은 내 표정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전화기를 가지고 자리를 뜬다.

 

 “… 잠시만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잠시 후 되돌아온 교직원이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넘겨 준다.

 

 “사모님과 통화를 했구요. 여기로 찾아가시면 될거에요.”

 

 “감사합니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노장은 교수의 집으로 향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은 은동마을보다도 더 한적해 보이는 교외의 전원주택 앞이었다.

 

 “계십니까?”

 

 “누구…시죠?”

 

 “좀 전에 대학교 교직원을 통해 전화로 찾아뵙기로 했던 김현도라고 합니다. 김지철의 아들입니다.”

 

 “들어와요.”

 

 노장은 교수의 아내는 그늘이 진 얼굴로 나를 거실로 맞이했다. 불안과 어둠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이다.

 

 “교수님은 외출 중이십니까? 여쭤보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남편은 지금 만날 수 없는 상태에요. 무슨 일인지 말 해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리겠어요.”

 

 긴장, 그리고 나에 대한 적의가 가득한 말투에 순간 나는 당황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무언가 큰 실례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김지철 씨 아드님이라고 하셨죠?”

 

 그녀는 중얼거리듯 물었다. 너무 작은 목소리였기에 순간 나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고서야 질문을 받았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아! 네. 김현도입니다.”

 

 내 이름을 듣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오열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에 놀란 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그녀는 내 손을 강하게 쳐내며 소리쳤다.

 

 “대체! 왜! 왜 이제야 온 거죠?! 아니! 그 전에 당신은 어떻게 멀쩡하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마을의 저주!! 당신 아버지 때문에 단란했던 우리가정이 완전히 박살났어요! 그런데 지금에서야 갑자기 등장해서 남편을 찾는다고요? 당신 아버지도, 당신도 정말 염치가 없군요!”

 

 제길…. 이 생각을 왜 못했을까. 이런 바보!! 스미레도 죽었다.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같이 연구를 한 교수가 당연히 살아있다고 가정을 한 게 잘못이었다.

 

 “혹시… 은동마을의 저주가?”

 

 “네! 바보같이 사람이 좋았던 남편은 당신 아버지의 부탁으로 그 지역의 연구를 계속 해오고 있었어요. 그러다 4년 전 갑자기 직접 답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마을에 갔다가 그만…! 불쌍한 사람….”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분기를 참기 위해 두 세 번 심호흡을 한 교수의 아내가 약간 진정된 목소리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그 쪽의 잘못은 아니니까. 그보다 무슨 일로 온 거죠? 당신은 왜 멀쩡한거고?”

 

 “저는… 이제서야 아버지의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동안은 서울에서 살고 있어서 저주에 관한 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말투를 보니 좋은 상황은 아니란 말이겠군요.”

 

 과연, 노장은 교수의 아내다. 한눈에 내 상황을 눈치 챈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라니. 나는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교수님의 지혜를 구하러 왔지만 제가 늦어버렸군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뇨. 늦지는 않았어요.”

 

 “네?”

 

 “살아있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저는 남편이 저주에 걸렸다고 했지, 죽었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오 이런…. 저주에 걸린 상태로 4년을 생존했다는 말이다. 그럼 저주를 피했다는 거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교수의 아내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별채로 안내했다. 현관문 외엔 사방이 콘크리트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는, 마치 창고 같은 형태의 별채였다.

 

 나를 앞에 두고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 아까 말한 김지철의 아들이래. 지금 문을 열고 들여보낼게. 응 알겠어. 화? 화 별로 안냈어.”

 

 열쇠로 별채의 현관을 열고 내게 들어가 보라는 듯 턱짓을 하는 교수의 아내를 뒤로 한 채 나는 조명 하나 없이 컴컴한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 저주에서 살아남은 노장은 교수가 있다.

 

 별채로 들어온 순간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움찔했지만 나를 가두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 것은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안광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김현도인가? 어릴 적 모습이 아직 남아 있군.”

 

 “노장은 교수님이십니까?”

 

 “그래. 여기 앉아보게. 자네와 나눠야 할 이야기가 아주 많으니.”

 

 교수는 책상 위에 올려둔 전등을 켜고 그 옆의 소파에 몸을 묻었다. 그의 몸에선 오랫동안 씻지 않은 사람 특유의 악취가 났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냐, 괜찮아. 다 내 어리석은 학구열 때문이었어. 그 친구가 그렇게 된 걸 알면서도 나는 괜찮겠지 하는 알량한 마음으로 다가선 내가 잘못이었던거야.”

 

 교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한 잔 하겠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제서야 조금씩 별채 내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사방이 막혀 있다. 그리고 벽을 둘러싸고 엄청난 수의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내 연구들이네. 뭐 그 저주에 관련된 내용들 보다는 그동안 써오던 논문들이 더 많긴 하지만.”

 

 “외람되지만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저주를 이겨 내신 겁니까?”

 

 저주를 이기는 방법! 대체 어떻게….

 

 “이겨내? 하하하. 난 그냥 피하고 있는 것 뿐일세. 이건 이길 수가 없어.”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딱 보면 느낌이 오지 않나? 난 지금 숨어있는 거야. 그 집요한 원령들로부터.”

 

 “4년 간 쭈욱 여기에 숨어계셨단 말입니까?!”

 

 “그건 아니네. 이 저주는 여름에만 발생하거든. 단풍이 대지를 덮기 시작할 때 부턴 다시 일상생활이 가능하네. 뭐 지난 4년 간은 그랬지.”

 

 매년 여름이 되기 전에 별채에 숨었다가 늦가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건가.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대단하군요. 아버지는 왜 이걸 모르셨을까요?”

 

 “아마 알았을걸세. 하지만 손 쓰기는 이미 늦었겠지. 일반적인 주택에선 할 수 없는 일이야. 그건 그렇고 자네의 저주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제가 저주에 걸린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눈동자. 저주에 걸린 사람의 눈동자는 흰자 주변에 어른거리는 것이 있지.”

 

 “가새귀…!”

 

 “그래. 그 현상일세. 그리고 그 현상이 시작되면서 점점 정신불안증상이 생기기 시작한다네. 그리고 그건 점점 심해져서 환상이나 환청이 들리게 되지. 나 같은 경우에는 집 안에 아내가 동시에 다섯 명까지 보인 적도 있었네.”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

 

 “그 단계를 넘어서면 진짜 지옥이 시작되네. 틈 사이로 그 것이 튀어나오지.”

 

 “틈이요?”

 

 “문을 통해서, 또 창문을 타고, 심지어 찬장 속에서도 튀어나온 적이 있지. 책상 서랍에서 튀어나왔을 땐 정말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어. 으허허허.”

 

 “그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뭐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네. 자네가 가장 혐오스러워 하는 것의 형태로 등장한다고 해야하나? 어떤 때는 손, 또 어떤 때는 피 묻은 얼굴 일때도 있었지. 자네는 좀 찝찝하게 들릴 지 몰라도 자네 아버지의 얼굴이 냉장고 속에 들어 있던 적도 있었다네.”

 

 “상상조차 하기 싫군요.”

 

 “그래서 이렇게 틈을 다 막아버리고 지내는 걸세. 뭐 지낼만 하네. 연구에 집중할 수도 있고. 나는 좋아. 아내는 불만이 가득한 것 같지만. 하하하.”

 

 “혹시 저주를 풀 방법은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혼자서는 도저히 역부족이라 말이야. 마을 주민들에게 뭘 물어보려고 해도 너무 배타적이더군. 그리고 저주에 걸린 이후로는 내가 겁이나서 다가갈 생각을 못했네. 사실 그 마을엔 저주만 있는게 아닐세.”

 

 “네?”

 

 “스미레 양은 봄에 교통사고를 당했네. 그 후 몇 달간 의식을 찾지 못하고 결국 여름에 죽었지만 그녀가 사망하게 된 계기는 저주가 아니라 교통사고지. 자네 아버지는 스미레 양의 죽음을 저주로 생각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네. 그건 타살이야. 스미레 양은 살해 당한 걸세.”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15 2017 / 11 / 30 239 0 3607   
15 14 2017 / 11 / 29 239 0 4418   
14 13 2017 / 11 / 27 277 0 4854   
13 12 2017 / 11 / 24 257 0 5222   
12 11 2017 / 11 / 23 256 0 4427   
11 10 2017 / 11 / 23 276 0 4637   
10 9 2017 / 11 / 22 241 0 5422   
9 8 2017 / 11 / 21 235 0 4228   
8 7 2017 / 11 / 21 254 0 3854   
7 6 2017 / 11 / 21 249 0 4061   
6 5 2017 / 8 / 19 277 0 4840   
5 4 2017 / 8 / 18 265 1 7880   
4 3 2017 / 8 / 18 275 1 8931   
3 2 (2) 2017 / 8 / 18 304 1 7613   
2 1 (2) 2017 / 8 / 18 301 1 5685   
1 프롤로그 (2) 2017 / 8 / 18 464 3 106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re:사랑에 빠지다
아브
고물상의 현자
아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