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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작성일 : 17-11-24 00:20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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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창에 비친 철수의 표정은 어두웠고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하아."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던 철수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미 퇴근 시간은 훨씬 지난 시각이었지만 철수는 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삐.

 

  - 대표님, 지시하신 서류 준비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최 비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철수는 세계적인 기업 '말디'의 대표이사로 돌아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안으로 들어오시죠."

 

 마지막 서류에 사인하고 최 비서를 얼른 퇴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철수는 펜을 꺼내 들었다.

 

 끼익, 또각또각.

 

 문이 열리면서 최 비서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여기 서류 있습니다."

 

 최 비서가 건넨 서류를 받아든 철수는 놀라 눈을 부릅 떴다.

 

 서류를 가지고 온 건 최 비서가 아니라 하얀 블라우스에 엉덩이를 따라서 굴곡진 라인이 떨어지는 H 라인 치마를 입은 제이였다.

 

  "아니, 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말을 잇지 못하던 철수가 가볍게 고개를 내젓자 최 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망해진 철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급하게 사인을 한 뒤 최 비서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럼 이만 퇴근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최 비서는 철수에게 정중하게 허리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쯤이면 정말 병이군, 병이야."

 

 철수의 머릿속은 온통 제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제이를 생각하느라 업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철수는 얼른 일을 접고 일찍 퇴근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 있을 제이를 더올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제이는 자신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 같은데 자신만 애를 태우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했고, 제이와 단둘이 있는 집에 가면 자신의 욕망이 더욱 날뛸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제이랑 같이 살지 말 걸 그랬어.'

 

 철수는 제이와 같이 살기로 한 자신의 선택이 엄청난 실수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제이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열이 화르륵 오르는 듯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철수는 지금 자신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전에 사랑이라는 것을 할 때는 이토록 애달프고 서럽고 서글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철수의 심장이 예전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지금 그가 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짝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홀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가슴 한구석을 시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제이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불타오르는 순간이 있었고 행복해서 날아갈 듯한 순간도 있었지만, 냉혹한 현실을 생각하면 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짝사랑에 덫에 걸린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제이에 환한 뜨거운 사람이 솟구쳐 오르는 지금 상황에서 집에 들어가면 더 큰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안 되지. 그럼 절대 안 되지.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데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신경질 내면 절대 안 되지.

 

 철수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억제하기 위해서 그의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 승리였다.

 

 분명 자신은 집에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낼 것이다.

 

 제이가 예쁘니까. 요즘 그녀의 얼굴에는 빛이 나는 듯이 뿜어져 나오면서 아름다움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까.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싶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부담스러워하고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아직 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녀의 마음 속에 그는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일보전진을 위한 후퇴였다.

 

 지금 자신의 선택은 제이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적인 후퇴였다.

 

 철수는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짝사랑하는 철수에게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겁이 나서 피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금 철수는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집으로 가는 대신 호텔로 가는 것을 택했다.

 

 철수는 그동안 자주 묵었던 H 호텔에 전화를 걸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H 호텔이죠?"

 

  - 네, 손님. 말씀하시죠.

 

  "제가 오늘 호텔 예약을 하려고 합니다."

 

  - 예약이요?

 

  "네, 스위트 룸으로 부탁합니다."

 

  - 네, 스위트 룸으로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기간은 며칠로 해드릴까요?

 

 프런트 직원의 질문에 망설이던 철수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

  "일주일로 해주세요."

 

 간단하게 호텔 예약을 마친 철수는 집으로 가는 대신 H 호텔로 가기 위해 양복 재킷을 들었다.

 

 

 

 ***

 

 

 

 제이는 메신저로 윤정과 오늘 본 타로점에 관해서 대화를 나눴다.

 

  [오늘 타로 보러 간 곳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던 것 같아.]

 

 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판을 두드렸다.

 

  [응, 처음에는 느낌이 안 좋았는데 할머니가 좋으신 분인 것 같았어.]

 

  [맞아. 처음에 들어갔을 때 여기가 헬게구나 싶었음.]

 

 윤정의 말에 제이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야용."

 

 어느새 방안까지 들어와서 침대 위로 뛰어든 노랑이를 보고 제이는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노랑이, 너 간식 달라고 온 거지?"

 

  "야옹."

 

 노랑이는 다시 한번 울음소리를 내면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제이의 무릎에 앉았다.

 

  "그래, 알았어. 간식 줄게."

 

 침대에서 일어선 제이는 기지개를 켜고 주방으로 나갔다.

 

 제이는 주방 선반에 놓여있는 노랑이의 간식 바구니를 보고 뿌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ㅡ 이게 뭐예요?

 

  ㅡ 노랑이 간식입니다.

 

 각고의 노력 덕분에 노랑이와 제법 친해진 철수는 직접 노랑이의 간식을 사서 간식 바구니에 넣어두었다.

 

  ㅡ 자꾸 보니까 귀엽더군요.

 

 이제는 노랑이를 안는 폼이 자연스러워진 철수를 떠올리며 제이는 노랑이에게 간식을 주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저녁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제이는 윤정과 조금만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 저녁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윤정아, 그런데 넌 타로 결과가 어떻게 나왔어? 짝사랑하는 남자랑은 잘 된대?]

 

  [잘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은근하게 다가 가보래.]

 

  [은근하게?]

 

  [그래. 지금 당장 고백하면 망할 것 같다고. 처음에는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점점 정이 들어가는 방법으로 접근하래.]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

 

  [그런가?]

 

  [응. 친구에서 연인으로. 괜찮지 않나?]

 

 윤정은 머그잔에 담겨있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정이 짝사랑하는 남자는 같은 과 동기인 은섭이라는 남자아이였다.

 

 사진으로 봤을 때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은섭을 보면서 키가 큰 윤정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제이야, 너는 결과 어떻게 나왔어?]

 

  "……음."

 

 불길하게 한 줄로 늘어트려져 있던 매달린 남자 카드, 죽음 카드. 거꾸로 뒤집힌 악마 카드를 떠올리면서 제이는 살포시 인상을 찌푸렸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안 좋다고 해야 하나.]

 

  [어땠는데?]

 

  [올해 고비가 있대. 근데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황제가 내 곁에 있대.]

 

  [황제?]

 

  [응, 근데 황제가 누군지 모르겠네.]

 

 Rrrrrr.

 

 자판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울린 벨 소리에 깜짝 놀란 제이는 핸드폰 화면을 주시했다. 발신인은 강철수였다.

 

  "여보세요?"

 

  - 제이, 강철수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오늘따라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철수의 목소리는 딱딱하고 사무적이었다.

 

  - 오늘 아무래도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요?"

 

  - 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

 

  - 그냥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집에 안 들어오실 거예요?"

 

  - ……네.

 

 철수의 단호한 말투에 서운한 감정을 느낀 제이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알겠어요."

 

  - 그럼 끊겠습니다.

 

 제이가 네, 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조금은 차가웠던 철수의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제이는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철수 씨 기분이 많이 안 좋은가.'

 

 혼자 저녁을 먹기 싫었던 제이는 간단하게 빵으로 끼니를 때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황제? 황제 카드는 어떤 사람을 의미한다고 하셨어?]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사람이라고 하셨어. 그런데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나?]

 

  [있잖아. 강철수 씨.]

 

 윤정이 보낸 메시지를 읽은 제이가 눈꺼풀을 깜박였다.

 

  "황제 카드가 강철수 씨라고?"

 

  [그렇잖아. 니 주변에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은 세계적인 기업 '말디'의 대표인 강철수 씨 밖에 없잖아.]

 

  [……그런가?]

 

  [그래. 아니면 너 이정혁 씨랑 아직도 연락해?]

 

  [연락하는데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럼 분명히 황제 카드는 강철수 씨 아닌가?]

 

  "……."

 

 윤정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제이는 입술 사이로 바람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철수 씨가 나를 보호해준다니.]

 

 지금 방금 집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철수 씨의 전화를 받았는걸.

 

 하지만 제이는 마지막 말은 메신저 창이 입력하지 않고 목구멍으로 밀어 삼켰다.

 

  '아, 맞다. 그런데 집에 빵이 다 떨어지지 않았나?'

 

 일어나서 선반을 확인해보니 저녁을 대신할 빵은 보이지 않았다.

 

 제이는 주섬주섬 지갑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노랑아, 엄마 빵 사러 갔다 올게. 혼자 재밌게 놀고 있어."

 

 손을 흔들어 노랑이에게 인사를 한 제이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철커덕, 삐.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집안에는 적막과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와 치이익 수증기를 내뿜는 가습기의 소리 그리고 멀리서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랑이는 가만히 캣타워 위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온종일 먹이를 찾기 위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날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태어난 노랑이는 어미 고양이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들을 보면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구별하는 법이었다.

 

 야생에서 살았다면 쥐를 사냥하는 방법이나 곤충을 잡아먹는 방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과 공존하면서 살아야 하는 도시 고양이들에게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을 알아보는 능력이 사냥 능력보다 더 우선이었다.

 

 언제 어미 고양이와 헤어진 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형제들과 같이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들을 먹다가 빗자루로 얻어맞았다.

 

 빗자루로 얻어맞은 등은 너무나도 아팠기에 정신없이 도망쳤더니 외딴곳에 혼자 떨어져 있었다.

 

 혼자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랑이는 어미에게는 배우지 않았지만, 사냥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뒷골목을 서성였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주택가에서 상주하고 있는 쥐들은 고양이보다 더 크고 험악한 놈들이었다.

 

 사냥하기는 커녕 가까이 다가갔다간 몇 대 맞을 것이 분명하기에 노랑이는 또 냅다 도망쳤다.

 

 살면서 가장 쓸모있는 재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도망치는 것이었다.

 

 점점 날이 추워지자 노랑이는 지낼만한 곳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미 몸을 눕히고 쉴만한 곳에는 다른 고양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형제들과 헤어진 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노랑이는 형제들의 품이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ㅡ 야옹.

 

  ㅡ 어머, 노란 고양이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건물 옥상에서 홀로 형제들을 부르며 구슬피 울고 있던 노랑이는 그때 제이를 처음 만났다.

 

 노랑이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제이에게 먹이를 얻어먹던 노란 고양이는 '노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그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풍족한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녀와 단 둘이 사는 데 시꺼먼한 옷을 입은 검은 남자가 한 명 나타났다.

 

 제이는 갑자기 나타난 검은 남자를 보고 당황하면서 언성을 높였지만, 결국 한 집에서 제이와 노랑이 그리고 검은 남자가 같이 살게 되었다.

 

 검은 남자는 눈매가 날카롭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노랑이는 검은 남자가 가까이 가도 되는 인간인지 가까이 가면 안 되는 인간인지 쉽사리 판단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검은 남자와 같이 있는 게 싫었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랑이는 안심했다.

 

 사실 검은 남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도 했지만 아무런 이익을 주지도 않는 남자였다.

 

 서로 소 닭 보듯이 하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는데 검은 남자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지 자신에게 낚싯대를 들이밀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가만히 햇볕을 맞으며 캣타워 위에 앉아있는 건 편안했지만 나태에 대한 대가는 가혹한 것이었다.

 

 제이와 함께 살면서 운동은 하지 않고 빈둥거렸더니 바로 몸에 살이 붙어서 고양이 다운 날렵함이 사라졌다.

 

 제이에게 먹이를 얻어먹을 때에는 종일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자동차나 고양이를 피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있었다.

 

 젊었을 때는 밖에서 나돌아다니는 것이 좋았지만 이제 노랑이는 따뜻한 캣타워의 시트에 앉아 종일 햇빛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ㅡ 뭐야, 고양이면서 왜 이렇게 느린 거야.

 

 하지만 검은 남자가 자신을 하찮게 보는 시선은 참을 수 없었다.

 

 노랑이는 오로지 검은 남자가 자신을 하찮게 보는 시선을 어떻게 하든지 피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낚싯대에 매달린 물고기를 맹렬하게 잡았다.

 

 검은 남자는 집에 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마다 낚싯대를 들었고 노랑이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낚싯대에 달린 물고기를 향해 고양이 펀치를 날렸다.

 

 그런데 어느 날, 검은 남자가 낚싯대 대신 고소한 냄새가 나는 육포를 자신에게 들이밀었다.

 

  ㅡ 야옹.

 

 노랑이는 그때 그가 내미는 육포를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낚싯대에 매달린 물고기를 대하듯이 고양이 펀치를 날려야 하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노랑이는 후각을 자극하는 육포의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덥석 물어버렸다.

 

 검은 남자는 그가 준 간식을 먹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향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고 노랑이는 그가 자신을 형제로 받아들였음을 알았다.

 

 삐, 철커덕.

 

 문이 열리는 소리에 노랑이는 고개를 들고 누가 오는지 확인했다.

 

 현관문 앞에 들어오는 남자는 매일 같이 집을 들어오는 키 크고 덩치가 큰 검은 남자가 아니었다.

 

 노랑이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이고 바닥으로 내려갔다.

 

 키가 작고 짧은 잔디 같은 머리를 한 남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노랑이는 본능적으로 그가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되는 남자임을 알아차렸다.

 

 잔뜩 경계하며 남자의 행동을 주시하는 노랑이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남자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지이익.

 

 노랑이는 계속해서 남자의 행동을 주시했다.

 

 남자가 가방을 들고 향한 곳은 제이의 방이었다.

 

  "야옹."

 

 노랑이는 경고하는 울음소리를 냈지만 남자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남자는 가방 속에 있는 물건들을 차례대로 제이의 집 안 구석구석에 숨겨두었다.

 

 문틈 사이로 남자를 지켜보고 있던 노랑이는 그가 천천히 제이의 침대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제이의 침대로 간 남자는 분홍색 이불에 코를 막고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남자는 제이의 침대에 누워서 행복한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벌렸다.

 

 낯선 침입자가 함부로 제이의 이불에 몸을 부대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 노랑이는 특기를 살려서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 제이의 이불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잠시 뒷발을 오므리면서 점프 준비를 한 노랑이는 힘차게 날아올라 정확하게 남자의 얼굴에 착륙했다.

 

  "아악! 이, 이게 뭐야!"

 

 노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남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자 남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의해서 얼굴에 깊은 상처가 난 영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놈이 어디 간 거야?"

 

 고양이를 발로 차 주려고 했지만 어디로 도망간 것인지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열 받네."

 

 어금니를 꽉 깨문 영훈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얼마 있으면 제이를 만나는데 빌어먹을 고양이가 얼굴에 상처를 만들어 놓다니.

 

 머리 끝까지 화가 솟구쳐 올랐지만 영훈은 제이의 이불에 다시 코를 파묻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좀 있으면 제이가 올 거야."

 

 영훈은 그녀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것들을 다 해보기 위해서 미리 준비한 몰래카메라를 제이의 방안 구석구석에 설치해두었다.

 

 이제 그녀가 오기만 한다면 자신과 그녀는 이곳에서 완전히 하나가 될 것이다.

 

  "일단 숨어서 제이를 놀라게 해줄까? 흐흐흐."

 

 영훈은 일단 소파 뒤에서 숨어서 그녀를 몰래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가 빵을 사러 베이커리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곧 있으면 그녀가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을 보고 그녀가 좋아서 펄쩍 뛸 생각을 하니 입꼬리가 저절로 위로 올라갔다.

 

 삐, 철커덕.

 

 웅크리고 앉아서 제이가 오기만을 기다라고 있던 영훈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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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57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59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7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49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59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8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37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69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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