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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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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3 20:50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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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얻은 단서를 두고 다른 일을 진행할 수는 없다.

 

 이 붉은 수첩 안의 내용은 저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적어도 이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직접 해석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두 시간을 들여 겨우 앞의 두세 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해석해 내는 것에 성공했다. 지명과 인명이 많아 해석하는게 쉽지 않았다. 일본인의 한자식 이름은 사전을 두고 맞춰봐도 당췌 읽어 낼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재조선일본인 마을과 한반도에 남겨진 藤若 가문의 발자취에 대한 연구.

 藤若 菫.(후지와카 스미레. 이 부분은 히라가나가 달려있다.)

 

 

 글에 앞서 이 연구는 근대일본의 유력가문이 현대에 들어오면서 몰락하게 된 계기와 그 배경을 밝혀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시작하였음을 일러둔다.

 

 시료가 된 藤若가문은 에도막부정권 때에 히로시마에서 강성한 浅野가의 가신이었던 藤若吉長가 세운 가문으로 현재는 야마구치 현의 시골의 지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 식민지배와 자원공출에 藤若 가문이 끼친 영향에 대한 고찰.

 

 明治시대에 급격히 성장한 藤若가문은 히로시마에 본가를 두고 야마구치와 나가사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大正 원년에 제국 식민지의 초석이었던 조선반도로 건너가 조선의 총독이자 동향의 친구였던 寺内正毅의 비호를 입고 조선반도의 남부 전역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의 공출사업을 담당하였다.

 

 藤若가문의 주 공출물은 은, 구리, 텅스텐, 쌀, 담배 등으로 1920년까지 광업과 농업의 복합적인 공출이 진행되었으나 산미증식계획의 일환으로 미곡의 생산이 타 지역에 집중되어 1925년 이후 완전히 광물 공출에 집중하게 …(중략)

 

 1912년부터 1938년까지의 한 해 평균의 공출량은…(중략)

 

 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총 광업 생산량을 아득히 능가하는 수준으로 당시 藤若가문이 조선인으로 부터 착취한 그 재산이 엄청난 양 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지역의 광맥은 고갈되거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채굴이 중지된 상태이며 대부분의 광물자원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된다. 대한민국의 채광 채산성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중략)

 

 2. 태평양 전쟁의 여파와 조선반도 내 재조선일본인들의 몰락에 대한 연구.

 

 (번역 못함)

 

 藤若는 후지와카 스미레의 성과 같은 한자이니까 후지와카로 해석하는게 맞겠지. 그럼 이건 스미레의 연구노트다.

 

 이 노트에 따르자면 스미레의 가문이 일제시대 때 이 지역의 공출담당이었다는 거군. 가문의 과거를 알고 싶어 찾아왔다가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후지와카 가문이 더 많은 공출을 위해 저주를 이용한걸까? 아니 그렇다면 사당이 지어진 시기와 맞지 않아. 그리고 아버지의 일기에 나와 있던 후쿠베 신이치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 있는거지….

 

 워드 프로세서 문서라면 구글 번역이라도 사용할텐데 수첩에 적힌 내용을 일일히 대조해서 찾아보려니 꽤 오랜 시간이 든다. 저주와는 크게 관련 없는 내용까지 모두 번역을 해야하니 수지타산이 너무나 맞지 않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저주에 걸린 상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급박한 순간인데 이 수첩을 모두 해석할 즈음이면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번역을 요청할 수도 없다. 이 안에는 틀림없이 이 마을에 대한 정보가 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그제서야 생각을 떠올렸다.

 

 ‘혹시 이 일기장이 친우 노장은 교수의 손에 들어간다면 책상의 두 번째 서랍에 들어있는 붉은 수첩을 함께 전달 할 것.’

 

 노장은 교수! 울산대학교의 교수라고 했었지. 이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는 아버지와 스미레의 연구를 어느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가 이 사람에게 민속학적 자문을 구했다고 했었으니.

 

 그리고 아버지가 굳이 수첩을 전달하라 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노장은 교수의 연락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울산대학교를 직접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을은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박성배를 신뢰하고 안하고를 떠나 그의 말대로 밤에 집을 나서는 곳은 좋지 않을 듯 하다. 나는 아버지의 서재를 좀 더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애금면의 역사와 전통.

 

 잠들기 전까지 살펴보던 두꺼운 책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어쩌고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가득해 그만 골아떨어져버린 책이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읽어본다면 약간의 힌트라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긴박한 순간에 계셨던 아버지가 쓸모없는 책을 구비해 놓았을 리는 없으니까.

 

 한참을 훑어보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애금면의 지명은 조선초기에 명명되었는데 그 의미는 금이 나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즉, 애금면은 600년에 걸친 광업의 전통이 흐르는 땅인 것이다. 그 주변의 마을, 은동마을의 이름은 원래 주산이라는 지명이었다. 주(鑄)는 쇳물을 틀에 붓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산은 조선시대에는 제철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감정기에 은광, 텅스텐 광이 발견되어 새로운 광업의 중심지로 명성을 날리며 유명해지게 되었다. 주산은 그 일대의 등나무꽃이 아름다워 그 지명이 등촌으로 변경되었으며 대한민국이 된 후 은등면, 6.25 이후 은동면이 된 것이다.

 

 (중략)

 

 1970년 이후 우리 지역의 광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쇠퇴기에 들어서고 인구수가 급격히 줄자 은동면은 애금면과 합쳐져 애금면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은동면의 면소재지가 있던 위치는 지금의 은동리가 되었다.

 

 이상하다. 5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이나 이름이 바뀌었다. 이렇게 이름이 자주 바뀌는 마을이 있던가?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대였다고 해도 이건…. 게다가 등촌? 주산에서 갑자기 등나무꽃?

 

 그냥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긴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

 

 1970년 이후 광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이 문장은 박성배의 말과 일치했다. 1973년 은동광산에서 광부들에 의해 뼈무덤이 발견 된 그 때다. 그럼 이 부분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뼈무덤이나 다수의 인물이 사망한 사건의 기록은 책 어디에도 없었다. 하긴 마을의 영광을 높이려고 제작한 책에 그런 혈사들이 적혀 있을 리가 만무하다. 나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가득한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때문에 타오르는 갈증을 달래기 위해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인스턴트 커피의 봉지를 뜯고 물을 올리는 순간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닌가? 착각이었나.

 

 탁탁탁!

 

 내 감은 틀리지 않았다. 누군가 현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누구세요?”

 

 탁탁탁!

 

 “누구시냐고요?”

 

 괜스레 짜증이 났다. 볼 일이 있어 찾아왔으면 말을 해야할 것 아닌가? 나는 잔뜩 신경이 곤두서서 타다만 커피를 식탁에 올려둔 채 현관으로 향했다.

 

 “뭡니까? 이 늦은 시간에!”

 

 벌컥 화를 내며 현관의 손잡이를 잡으려던 그 순간 싸늘한 예감이 척추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밤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누구도 저녁에 타인을 집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밤에 누군가 현관을 두드리거나 찾아온다면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그게 설사 형제나 부모의 목소리라도 말입니다.’

 

 등 뒤가 긴장과 땀으로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현관문 너머에 있는 저 것은 대체 뭐지?!

 

 내가 그대로 얼어붙은 채 죽은 듯 숨을 죽이고 있자 문 밖의 존재는 재차 현관을 두드렸다.

 

 탁탁탁!

 

 혹시 박성배 일까? 좀 전에 다 말하지 못한 무언가를 말하러 온 것은 아닐까? 아니다. 박성배라면 내 말에 대답을 했겠지. 아무런 대답이 없잖아.

 

 어쩌면 ‘그 것’인 걸까. 강 둑에서 나를 부르던 ‘그 것’이 나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확인 할 방법이 있을까?

 

 아니, 확인을 반드시 해야하는 건 아니지. 그냥 이대로 침실로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우습게도 호기심은 공포를 누른다. 그 호기심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한 채. B급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나는 흥분과 두려움이 앙상블된 묘한 기분으로 숨을 참고 거실의 창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커튼을 살짝 올려 현관을 바라보았다.

 

 기대와는 달리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짙게 내려오는 시골의 어둠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게 맞을 것이다.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안도감을 느끼며 나는 커튼을 다시 내렸다.

 

 책을 읽으면서도 혹시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나지는 않을지 계속 신경을 집중했지만 그 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커튼 너머로 무언가의 형체라도 볼 수 있었다면 저주로 인한 ‘그 것’임을 확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아무것도 확인 할 수 없었기에 나는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였거나, 또는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지도 못했다.

 

 새벽 2시. 나는 억지로라도 눈을 감으려 노력했다. 자야만 했다.

 

 경기를 앞둔 선수는 미칠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도 숙면을 취해야 한다. 숙면하지 못하면 그 경기는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아주 길고 치열한 사투가 될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충분히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내일은 울산에 갈 것이다. 그리고 노장은 교수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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