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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15화- 최이로
작성일 : 17-11-23 20:22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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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최이로

 

  프랑소와는 분장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거울을 보고 있었다. 프랑소와 외에도 몇 사람의 작가가 대기를 하고 있었지만 프랑소와는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등단한 지 1년 하고도 몇 달이 흘렀지만 같은 동화작가는 물론이고 친하게 지내는 작가가 단 한 명도 없는 프랑소와였다.

 

  “녹차 좀 더 드릴까요?”

 

  스텝이 프랑소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프랑소와는 진땀을 흘리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프랑소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본 사람은 누구나 프랑소와가 극도로 긴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낭독회 따위.’

 

  프랑소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무시해버릴 메일이었을 텐데 굳이 참석한 것은 순전히 최이로, 저 사람 때문이니까. 프랑소와는 무대 쪽으로 귀를 세웠다. 한창 최이로 시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최이로 쌤 새 시집 읽어봤어?”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프랑소와는 급히 거울로 눈을 돌렸다. 머리를 구불구불 파마해놓은 젊은 여자가 옆에 앉은 덩치 큰 청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파마머리는 소설가, 덩치는 극작가.’

 

  프랑소와는 머릿속으로 정보를 정리하며 아닌 척,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응. 근데 선생님 톤이 약간 달라지신 것 같더라.”

 

  덩치의 대꾸에 파마머리가 호들갑을 떨었다.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뭔가, 그런 느낌 있잖아. 첨예하고 위태하던 사람이 결혼하고 안정되면서 얼마간 나태해져버린 그런 느낌?”

 

  파마머리의 비유에 덩치가 푸,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비유 죽인다. 좀 긴장이 떨어지긴 하더라.”

  “그래도 섹시한 건 여전하셔.”

  “아직도 누나 최이로쌤 빠순이야?”

  “넌 빠순이가 뭐냐, 빠순이가. 그래, 나 최쌤 덕후다. 왜.”

  “대체 어디가 좋다고들 그렇게 난리인 건지.”

  “야, 섹시한 중년 싱글남이 어디 흔한 줄 알아?”

  “너무 맘 주지 마, 혹시 아무도 모르게 어디에 살림 차리신 걸지 누가 아냐.”

  “상상도 하기 싫어.”

  “모르는 거야. 워낙 비밀스러운 분위기잖아.”

 

  프랑소와는 더 이상은 듣고 싶지가 않아 귀를 막고 싶었다. 애써 자기 몫의 낭독 대본에 눈을 박고 있었지만 활자는 조각조각 흩어져버렸다.

 

  ‘저 사람들은 최이로가 어디에서 누구랑 살고 있는지는 모르는 건가.’

 

  때마침 무대에서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랑, 나 도서상품권 탐!”

 

  찬별이 상품권 봉투를 들고 방방 뛰는데도 프랑은 대꾸를 안 했다. 수연도 찬별도 딱딱해진 프랑소와의 얼굴을 보며 아직 긴장이 안 풀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문학 행사를 힘들어하면서 왜 뒤풀이에까지 가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가 정말 따라가도 되는 건가 모르겠네.”

 

  찬별이 구시렁거리자 앞서 걷던 프랑소와가 돌아보았다. 수연은 잽싸게 프랑소와의 등을 두드리며 이야기했다.

 

  “낭독회 끝나고 퀴즈 시간이 있었거든요. 찬별이가 맞췄어요.”

 

  수연이 대신 설명을 했고 찬별은 상품권을 흔들며 헤헤거렸다. 프랑소와는 잠시 두 소녀의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무성의하게 물었다.

 

  “무슨 퀴즈였어?”

 

  찬별은 퀴즈를 내던 사회자의 톤으로 말했다.

 

  “무진기행을 쓴 소설가 이름은?”

 

  프랑소와는 비로소 살짝 웃었다.

 

  “김승옥을 아는구나.”

 

  수연은 어깨를 움츠렸다.

 

  “난 몰라.”

 

  찬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몰라?”

  “넌 왜 알아?”

  “언어영역 지문에 그 아저씨 글 자주 나오잖아.”

  “알았다, 반장.”

 

  수연과 찬별이 옥신각신하는 와중에도 프랑소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최이로에게 뒤풀이에서 말을 걸 수 있을까 없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말이다.

 

  프랑소와가 막 도망쳐버릴까 생각하던 차에 뒤풀이 장소인 호프집에 다다라있었다.

 

 

  “오늘 수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껏들 드시고 즐기다 가세요.”

 

  행사를 주최한 사람이 테이블마다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프랑소와와 수연과 찬별은 외따로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기본 안주로 나온 뻥튀기를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메뉴 고르라는데?”

 

  프랑소와가 턱짓으로 ‘너희가 골라.’ 하는 시늉을 했고 수연과 찬별은 기꺼이 그 뜻을 따랐다. 두 여고생이 메뉴판을 정독하는 동안 프랑소와는 슬쩍 호프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저기 있다.’

 

  목표물을 감지한 로봇처럼 최이로를 발견한 프랑소와의 눈이 번쩍! 빛을 냈다. 단체석 구석 자리. 최이로의 옆으로는 분장실에서 본 덩치와 파마머리, 그리고 평론가와 기자 등이 모여 앉아있었다.

 

  프랑소와가 최이로에게 다가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꽤나 많아보였다.

 

  수연과 찬별이 고심해서 고른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며 프랑소와에게 술을 마실지 물었다. 프랑소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연신 최이로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쪽 테이블에선 이미 생맥주 2000cc가 테이블 위를 점령한 참이었다.

 

  “건배!”

 

  수연과 찬별은 사이다로 잔을 부딪치며 제법 바람직한 청소년 코스프레를 해냈다. 평소의 프랑소와였다면 ‘너희가 웬 일이야.’라며 놀려줬을 테지만 오늘은 두 소녀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수연도 찬별도 프랑소와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먼저 말을 붙인 것은 수연이었다.

 

  “저, 프랑.”

 

  프랑소와는 가만히 눈을 들어보였는데, 그 눈 속에는 혼란의 회오리가 휘돌고 있었다.

 

  “우리랑만 이러고 있음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찬별도 동조했다.

 

  “그래요, 이럴 때 인맥 쌓고 그러는 거 아닌가? 엄연히 사회생활인데.”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그러게 권유하는 두 아이를 보며 프랑소와는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다섯 살이나 어린 아이들 앞에서 좋은 모습은 못 보여줄망정 아이들 뒤에 숨어 쭈뼛거리기나 하다니.

 

  ‘게다가 내가 낭독하는 모습 보고 얼마나 실망했을까!’

 

  프랑소와는 더듬더듬 소심하게 동화 몇 줄을 읽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으응, 내가 낯을 좀 가려서...... 조금만 더 분위기가 익숙해지면......”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프랑소와가 답답했는지 찬별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작가들이 모여 있는 단체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깜짝 놀란 프랑소와가 엉거주춤 일어서는 타이밍에 찬별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박찬별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 오늘 낭송 정말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여고생의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그들은 이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찬별을 반겼다.

 

  “오늘 프랑소와 최 작가님 팬으로 친구랑 왔는데요, 실은 제가 작가가 꿈이라서...... 선생님들 싸인을 좀 받아도 괜찮을까요? 너무 존경하는 분들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찬별의 귀여운 외모와 싹싹한 말씨에 홀딱 빠진 그들은 무척이나 좋아하며 한 자리를 내주고 한 명씩 돌아가며 싸인을 해주었다. 멀찍이서 찬별의 활약을 지켜보며 수연도 프랑소와도 그저 벙 찔 뿐이었다. 답지 않게 뺨까지 붉혀가며 싸인을 받는 찬별의 연기력은 거의 주말 연속극 탤런트 수준이었다.

 

  “박찬별 쟤는 뭘 해도 먹고 살 애야.”

 

  프랑소와의 말에 수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찬별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 덕에 호프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금세 탈바꿈되었다. 맥주 몇 잔에 기분이 좋아진 작가들이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붙박이처럼 앉아있는 프랑소와에게도 몇 사람이 와서 말을 붙이고 맥주를 마시고 갔다.

 

  “프랑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맥주 몇 모금에 얼굴이 달아오른 프랑소와를 보며 수연과 찬별이 키득거렸다. 프랑소와는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스스로를 느꼈다. 자꾸만 웃음이 피어올랐다.

 

  ‘술자리라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게 된 프랑소와였다. 중학교를 마친 후엔 늘 집 아니면 프리다 살롱만이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다.

 

  어느새 최이로에 대한 긴장감도 풀어진 채 그 자리를 진심으로 즐기게 된 스스로를 느끼고는 달콤한 당혹감에 빠지기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프랑소와 앞에 빈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프랑소와는 고개를 들다 화들짝 놀랐다.

  최이로 시인이었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프랑소와에게 술을 따라줄 것을 청했다. 그때 프랑소와의 곁에는 수연도 찬별도 없었다. 둘 다 다른 테이블에서 파마머리 소설가가 들려주는 무용담을 들으며 깔깔대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소와는 손을 벌벌 떨며 맥주를 채웠다.

 

  “작년에 **일보로 등단했지요?”

 

  먼저 말을 붙인 것은 최이로였다. 프랑소와는 등을 뻣뻣하게 세우고서는 ‘네!’ 하고 조금 억눌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최이로는 미소를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프랑소와에게도 한 대를 권했는데, 프랑소와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가늘고 하얀 그것을 입에 물자 최이로가 불을 붙여주었다. 프랑소와는 떨리는 마음으로 연기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몇 번 기침을 했다. 최이로의 눈이 동그래졌다.

 

  “괜찮아요?”

  “아, 예. 하도 오랜만이라......”

 

  거짓말을 하는 프랑소와를 보며 최이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프랑소와는 담배를 오른손에 어설프게 들고서 그로서는 최대한 재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기억해주실 줄은......”

 

  최이로가 다시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 **일보에서 프랑소와군과 함께 시로 등단한 친구가 제자여서 기억하고 있었지요. 당선 작품들을 쭉 읽다가 프랑소와군의 글을 흥미롭게 읽었고요.”

 

  프랑소와는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최이로 시인의 눈을 빤히 3초간 바라보았다. 최이로 시인의 눈 속에는 이렇다 할 것이 떠올라있지 않았다. 프랑소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 후 맥주를 꿀꺽 마셨다. 그리고 재가 반쯤 타버린 담배를 주춤주춤 재떨이에 비벼 껐다.

 

  “저, 최이로 선생님...... 시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엄청나게 용기를 낸 고백이었다. 최이로는 의외라는 눈빛으로 잠시 프랑소와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형식상 한 소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프랑소와는 그게 아님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말을 이었다. 술기운이 큰 몫을 하고 있었다.

 

  “등단 전에 선생님이 하시는 특강을 자주 찾아다녔습니다. 기억 못하시겠지만 3년 전에 선생님께 받은 글귀 하나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프랑소와는 잠시 망설이다 재킷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냈다. 자형에게서 물려받은 보라색 지갑이 등장하자 최이로가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프랑소와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 속에서 노랗게 변색된 종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본 최이로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물에 푼 두 개의 잉크처럼 뒤엉켜 번져나갔다.

 

  “그대라서 특별한 그대에게.”

 

  최이로는 종이에 적힌 문구를 천천히 발음했다. 그리고 프랑소와를 바라보며 ‘그래서 낯이 익었던 거로군.’ 하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낯이 익다고요? 정말로요?’

 

  프랑소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난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최이로는 프랑소와의 마음 속 외침은 들을 길이 없었음으로 얼굴에 띄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맥주를 몇 잔 더 기울이며 그들이 나눈 대화는 아주 따듯하고 포근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프랑소와는 비밀을 고백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꿎은 맥주만을 꿀꺽꿀꺽 들이켤 뿐이었다.

 

 

  어느새 최이로가 걱정을 할 지경이 될 정도로 프랑소와는 해롱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연과 찬별이 다가와 프랑소와의 옆에 앉았다. 최이로와 인사를 나눈 두 소녀는 프랑소와가 자신들의 과외 선생님이자 좋은 친구이며 훌륭한 인생의 조언자임을 이야기했다. 최이로는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저어...... 딸꾹!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를 여쭤도 될까요?”

 

  프랑소와가 누가 들어도 술기운이다 싶게 제법 큰 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최이로는 웃으며 폰을 꺼내주었다. 연락처를 주고받은 둘은 언제고 곧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마지막 악수를 나누었다.

 

 

  술 취한 남자를 무사히 귀가시키는 일은 여자 둘이서 해내기엔 퍽 버거운 일이었다. 그것이 어지간한 여고생보다 가녀린 체구의 남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수연과 찬별은 최이로가 챙겨준 택시비가 아니었다면 프랑소와를 길바닥에 버리고 왔을 거라는 데에 생각을 같이했다.

 

  “프랑, 다 왔어요. 눈 좀 떠 봐요!”

 

  수연이 프랑소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택시에서 끌어내리는 동안 찬별은 택시비를 지불하고 짐을 챙겨 내렸다.

 

  “원, 12시도 안 됐는데 이렇게 떡이 된 놈은 처음 보네.”

 

  그것이 택시 기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찬별은 떠나가는 택시의 꽁무니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대학로서 오느라 돈도 많이 벌었으면서 왜 시비래!”

  “아고, 욕은 나중에 하고 프랑 좀 부축해 봐!”

 

  프랑소와는 물을 1톤쯤은 머금은 솜 같았고 좀처럼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연과 찬별이 죽을힘을 다 하여 현관 앞까지 끌고 온 프랑소와를 보고 자형이 깜짝 놀라 뛰어들었다.

 

  “아니, 얘가 웬 일로 술을 마셨대? 그것도 이렇게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수연과 찬별은 자형이 혼을 낼까봐 주눅이 들었다. 작가들의 재미난 수다를 듣느라 미처 프랑소와를 챙기지 못한 자기들의 탓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소와를 침대에 눕힌 자형은 오히려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고생을 한 두 여고생에게 차를 마시고 갈 것을 권했다.

 

  “우리 프랑소와한테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봐.”

 

  자형의 말에 수연과 찬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굴에 크림을 반질반질 발라놓은 자형은 어린 두 아가씨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곤 말을 이었다.

 

  “너희가 프랑의 친구가 되어주어 정말 고맙구나.”

 

  자형의 손수 만든 밀크티는 자형의 목소리만큼이나 달고 부드러웠다. 뿌듯해진 수연과 찬별은 자형의 부엌에서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나눴다. 귀가했을 땐 각자의 집에서 늦게 귀가한 벌을 톡톡히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그 날 밤. 술기운에 곯아떨어진 프랑소와는 꿈속에서 최이로를 만났다.

  그곳은 어둡고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는 호프집이 아닌 조용하고 탁 트인 들판이었다. 프랑소와는 천사처럼 하얀 원피스를 입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 멀리서부터 천천히 걸어온 최이로는 프랑소와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어주었다. 프랑소와는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퍼뜩 잠에서 깬 프랑은 심장이 세게 두방망이질치는 것을 느꼈다. 새벽 4시.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프랑은 조용히 침대에서 벗어나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 두꺼운 국어사전을 펴고 그 안에 끼워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20대 시절의 자형과 최이로 시인. 그들이 다정하게 팔짱을 낀 모습으로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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