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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푸른 장미 세 송이
작가 : 최너구리
작품등록일 : 2017.11.1

네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푸른 장미 가시덩쿨에 갇힌 너의 전생을 바꾸는 일.
그게 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유.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지 마.
도망가려고 하면 할 수록 가시덩쿨이 너의 숨통을 조이게 될테니까.
살고 싶다면 전생을 바꿔.

 
푸른 장미 06
작성일 : 17-11-23 17:02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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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일.

 

 학생이 시험을 치고 싶지 않아도 시험 날은 다가오듯이 나에게는 점점 이곳을 떠나는 날이 다가온다. 그런데 여태껏 정리를 한 것이 1도 없다. 해야 내 마음이 편한데... 못하고 있다. 아니, 못하겠다. 오늘 보던 사람이 내일은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싫다. 정이 없는 내 생활이어도 떠나기는 싫다.

 

 자신을 제로라고 칭하는 아이의 말을 더 들어보니 안 갈 수는 없었다. 여기 내가 남아 있어 봤자 해결되는 것이 있을 리 없다고 했다. 내가 여기에 미련을 가지고 가는 걸 원치 않으면... 순식간 사라진다나 뭐라나 그런 무서운 말을 했다. 맨 처음에는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

 

 눈만은 거짓이 하나도 없었다. 심리가 제일 반영되는 것이 눈이니까 제일 믿음이 갔다. 이 아이가 말하는 얘기가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눈만 보아도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간혹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눈까지 통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아이는 눈까지 통제하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그의 엉뚱한 면을 보면 그랬다.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그날 이후 5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에는 내가 정리를 할 상황이 없다. 있다고 치더라도 출석뿐이다. 그건 선생님께 잘 말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마음이 뭔가에 막힌 듯 답답하고, 생각은 엉킨 실만큼 복잡했다. 그러니 학교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나한테 거짓말을 했던 서준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수학여행 때의 친절하고 밝은 이미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나를 겁먹게 하던 그의 모습은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다. 이중적인 면을 가진 그는 하루에 한 번씩 나를 조용한 공간으로 불러냈다. 복도 같은 곳인데도 꼭 그와 얘기를 할 때에는 지나가는 학생은 물론 개미조차 없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서준은 나를 불러냈다. 5번째로 불러내는 것이다.

 

 커튼이 휘날릴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부는 반, 아무도 없는 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책상 위에 서준이 삐딱하게 앉아있었다. 그에게 풍기는 분위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뜨겁다. 순간적으로 도망칠까 하는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뒤돌아섰는데 그에게 들키고 말았다.

 

 "어딜 도망가."

 

 어느새 그의 뾰족한 눈빛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난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자신 앞에 내가 서면 매일 빼먹지도 않고 똑같은 말을 한다.

 

 "정리 다 했어?"

 

 "아, 아니...."

 

 그의 눈살이 내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구겨졌다. 엄청 화가 난 듯한 그가 여전히 무섭다. 애꿎은 입술을 짓이겼다. 수학여행 때 친절했던 모습은 그의 가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밀려왔다. 서준은 또 잔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이 나온다는 것은... 아마도 ‘너 언제까지 그렇게 시간만 끌 거야?!’라는 쓴 소리일 것이 뻔했다. 하지만 오늘만은 조금 다른 말이 나왔다. 전과는 다르게 상냥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너무 느낌이 달랐다. 그도 많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왜 정리를 안 하는 건데? 문제 있어?”

 

 “음...”

 

 문제라고 하면 너무 많다. 일단 가벼운 문제는 출석이고, 그다음 무거운 문제는 우현이니까. 걔는 내 친오빠나 다를 것 없이 나를 챙기기도 하고 때로는 철없는 동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와 내가 가족이라고 해도 어색한 점이 없었다.

 

 그런 걔한테 내가 잠깐이 아니라 오래 자리를 비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면 분명히 그는 화를 낼 수도 있고, 같이 가자며 어린아이의 떼를 쓸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웠고,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말을 안 하는 나를 서준은 화난 모습을 살짝 사그라트리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눈동자를 마주치며 생각을 읽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눈살은 저절로 구겨져만 갔다.

 

 “설마 너도 생각 읽을 수 있어?”

 

 눈을 마주치는 그의 모습에 전에 보았던 제로라는 신의 아이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도 알기는 했지만, 혹시 서준도 생각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준도 그와 마찬가지로 동질감이 아닌 이질감이 들었으니까.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서준은 갑자기 내 눈을 피하고 곰곰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눈동자는 다른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턱을 매만졌다. 그리고 내 질문을 피하고 다른 질문을 해왔다.

 

 “너 그 네 친구인 놈 때문인 거지?”

 

 “으, 응...”

 

 아니라고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미루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출석이라는 핑계로 우현이와의 작별 인사를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핑계를 대야만이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내 시선은 바닥으로 옮겨질 찰나에 그의 말이 다시 내 시선을 옮기게 했다.

 

 “그럼 너 대신해서 내가 말해줄게. 그러니까 내일 당장이라도 가자.”

 

 얘는 뭐 이렇게 급해? 왜 내 작별 인사를 자기가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우현이 외에도 나는 아직 언니한테도 인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뭐? 대신해주겠다고... 내가 아는 고우현이라는 사람은요. 잘 안 믿을걸요. 그게 걔의 은근한 특징이라고나 할까.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리할 시간 준다며, 근데 왜 네가 하려 해.”

 

 “그럼 빨리 정리하던가. 난 학교라는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거든.”

 

 “자퇴를 하세요. 왜 다니면서 그래.”

 

 “다니는 이유를 모르지 않을 텐데.”

 

 그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시선이 뭔가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내 마음 한편이 찔려서 인가...

 

 그도 알고 있다. 내가 왜 가는 것을 망설이는지. 모르면 이상할 거다. 난 학교가 끝나면 집 가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고, 억지로 병원에 입원을 한 우현이를 찾아갔다. 우현이는 엄연히 말하면 나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자주 찾아가는데 어떨 때 보면 서준도 나를 따라 병원에 오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히 안다. 그가 자퇴를 안 하는 이유, 그게 바로 감시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허튼 생각을 품고 숨어버릴까 봐 그는 내 근처를 한시라도 비우지 않았다. 비우더라도 멀리서 보고 있을 정도로 치밀했다. 그러니 나는 24시간 벗어날 수 없는 감시카메라와 같이 다녔다.

 

 그가 오늘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면 참는데도 한계인가 보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상냥했고 쓴 소리를 안 한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내 가슴 한 편이 답답해졌다. 전생이 뭐길래, 내 존재를 위협하고 현실까지 위협하는 걸까. 무엇인지 모르는 존재가 나에게 있어 짊어지기에도 무거운 짐이고, 나갈 수 없는 미로와 다를 게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그 날 이후로 계속했는데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익숙함이 오늘만큼은 들려고 했다. 정말 마지막이 온 것이다. 나는 괜히 날카롭지 않은 송곳니로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그래, 알아. 그니까 더 괴로워.”

 

 그리고 너무 답답해.

 

 “그럼 빨리 해결해.”

 

 “그럴 거야. 오늘 다 정리해볼게.”

 

 정이 가지 않고, 미련도 없는 학교생활도,

 

 가족과 다를 것 없이 지낸 우현이와 우현이네 부모님도,

 

 나의 하나뿐인 핏줄, 우리 언니도 모두 정리해야 될 때가 되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해졌다. 교실 안에는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한 산뜻한 공기가 들어왔다. 그 공기가 폐에 들어와 모든 생각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내 결정을 들은 서준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 피했다 인가...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 전생으로 가자.”

 

 “응...”

 

 내 시선은 그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창밖으로 향했다. 창밖에는 하나의 흰나비가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그게 나비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누군가 위에서 종이를 떨어뜨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내 눈에는 나비로 보였다.

 

 눈이 부시게 희고 아름다운 나비.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나비.

 

 나비가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내 머릿속에 있는 푸른 머릿결의 여자는 이제 미소를 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왜 그녀의 후생으로 태어났을까... 정말 싫다...

 

 * * *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드니 학교 수업시간에 도저히 졸을 수가 없었다. 왜 사람은 항상 마지막일 때 잘하고 싶은 걸까. 나는 오늘 한 번도 졸지 않았고 선생님의 말에 대답까지 했다. 조용했던 내가 큰소리로 대답을 하니 선생님은 물론, 반 아이들도 의외라는 듯이 나를 보았다. 그중에는 서준도 있었다. 서준도 적잖게 놀란 눈치였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방과 후, 전과 다를 것 없이 바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서준은 내 뒤를 따라왔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거슬렸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꽤 거리를 두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를 덤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따라올 거면 같이 가던가. 너 다른 사람이 보기에 엄청 수상쩍어 보이거든.”

 

 서준은 뭐라고 하려는 듯이 입술을 달싹였지만 그냥 굳게 닫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 옆으로 걸어왔다. 그의 다리가 은근히 길어서 그런지 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가 옆에 오자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우현이의 병실 앞에 온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가짐을 바로 해도 막상 마주하려니 긴장되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울퉁불퉁했던 손톱이 매끄러워지고 길어져서 손바닥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의외로 아팠다. 그래도 마음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서준이 먼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의 행동이 순식간에 변했다. 애들 앞에서만 나오는 상냥한 그의 모습으로 말이다. 서준은 환하게 웃으며 우현이를 마주했다.

 

 “우현아, 안녕.”

 

 예상하지 않았던 서준의 등장에 우현이는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그래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 그래. 안녕.”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친절한 서준의 모습은 내 사고를 정지시켰다. 쟤가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가가기 무섭다. 이중인격인가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삼켰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 우현이는 나와 서준을 번가라 보며 말했다.

 

 “많이 친해졌나 봐.”

 

 잠깐만 내가 옆에 계신 이중인격자랑 친해져? 어이가 떨린 표정으로 반감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그 반감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 서있던 서준이 갑자기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겨 다정한 모습을 우현이에게 보여 주었다.

 

 “응. 내가 학교 적응하는 데에 있어 소영이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놀란 난 우현이 몰래 그에게 왜 그러냐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무시하고 우현이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현이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김소영이 그런 면이 있던가?”

 

 “소영이 착하던데.”

 

 그가 이름만 부르는 것이 나는 물론 우현이의 눈살을 구기게 만들었다. 정말로 쟤가 이중인격이 맞는 것 같았다. 내 어깨에서 그의 팔을 치우고 한걸음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준은 아직도 웃고 있었다.

 

 정말 치밀한 놈. 앞과 뒤가 엄청나게 다르다.

 

 그 후 여러 얘기들이 오고 갔다. 그러다 보니 1시간이라는 시간은 짧게만 느껴졌다. 이제 인사다. 마지막 인사. 씁쓸한 마음을 감추려 애썼다. 내 얼굴에 담담한 가면을 씌었다.

 

 “우현아, 이제 나 가볼게.”

 

 담담한 가면은 얇았다. 언제 바람이 불어 날아가도 벌써 날아갔을 종잇장처럼 얇았다. 그래서였을까 우현이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 모양이었다. 어제와 다르게 그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나를 울리려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참아 냈다. 어금니를 깨물어서라도 나는 흔들리는 감정을 숨겼다.

 

 우현이는 불안한 눈동자에 나를 담으며 말했다.

 

 “너 내일 다시 안 올 것 같은 표정이다.”

 

 그의 말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숨이 멎는 느낌에 죽을 것 같았다. 역시 괜찮은 척하며 사라지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내 사고를 지배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을 할까 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입술을 비집고 나온 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이었다.

 

 “내가 왜 안 오겠냐. 내일도 올 거야. 그러니까 손 놔. 너랑 나랑 오글거리게 시리...”

 

 사람이란 게 참 무서운 존재다. 감정과 머리는 너무나 따로 논다. 감정은 이 말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머리에서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술에게 시킨다. 그 거짓에는 속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사람의 머리는 그걸 바라고 독하게 입술에게 거짓말을 시킨다. 정말 무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사람의 뇌인 것 같다.

 

 우현이는 내 말을 듣고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의문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의문을 풀어줄 수가 없다. 말을 하면 누구든 상처를 받기 쉽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숨기고 더 크게 웃었다.

 

 “그럼 갈게. 내일 보자. 그리고 서준, 너도 가자.”

 

 옆에 있던 서준을 한 번 쓱 보았다. 그리고 병실의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우현이의 살짝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준아, 너 나랑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그 말을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지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현이의 표정이 낯설다. 지금까지 언니보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의 모습이 오늘따라 정말 낯설다. 이 낯섦을 우현이도 나에게 느꼈을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멈춰 서 나가지 않는 나에게 그 둘의 시선이 왔다. 서준은 원래 뒷면의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앞면의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소영아, 먼저 가.”

 

 “어? 어...”

 

 앞뒷면이 순식간에 바뀌는 서준을, 전생으로 나를 데려가는 서준을 우현이 병실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 오늘 말만 들어도 그는 우현이에게 어떤 말이든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몸이 내 생각을 들어주지 않는다. 뇌가 지배된 것인가. 나는 그 말을 듣고 병실을 나와 버렸다.

 

 문을 닫는 와중에 보인 그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 표정을 얼마 보지 못하고 문이 닫혀버렸다. 문이라는 벽이 생겼다. 이게 우현이와의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괴로운 마음을 이끌고 병실에서 멀어졌다. 그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것은 실례였고, 그 자리에서 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자리를 옮긴 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이마를 무릎에 파묻고 울었다. 눈물이 뜨거웠다. 정말 이런 정리를 내가 싫어하나 보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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