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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사가에서
작성일 : 17-11-23 16:34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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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궐을 나선 지 열흘이 지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가에 있는 동안 정씨 부인과 셋째 오라비인 호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친정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수빈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수빈은 혹시 모를 감시의 눈을 의식해 유모를 만나러 나간 날을 제외하고는 문밖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늘이 소현어머니의 기일이라 살아생전 자주 찾으시던 사찰을 방문하긴 했지만, 돌아가는 날까지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유모가 방문하는 날이었다. 매년 어머니 기일은 빼먹지 않는 그녀이니까 딱히 의심을 살 일도 없었다. 소현이 없을 때도 항상 기일을 챙겼다고 했다.

 

 #

 

 “그래, 내가 말한 것은 어찌 되었습니까?”

 

 “예, 마마 잘 처리되고 있습니다. 하오나 마마 그 풀뿌리가 무엇이기에 그리 매석을 하려 하십니까? 양이 적은 양이 아닌데 그것을 다 어찌 사용하시려고요.”

 

 유모는 걱정스레 수빈을 바라보았다.

 

 “유모는 그 풀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예? 아니요. 그저 화전민들이 배앓이를 할 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래 맞아요. 화전민들의 배앓이 치료제로 쓰이는 풀입니다. 산에 널려 있어서 그저 밟고 지나가도 모르는 흔한 풀 말이야. 하지만 그 풀을 상하지 않게 잘 캐서 흐르는 깨끗한 물에 닦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말리면 어떠한 질환에 특효를 부르는 약이 된답니다.”

 

 “하오나 마마, 저는 여태까지 그런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방에 널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려졌다면 그것이 남아났겠어요?”

 

 “하지만 그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열 뿌리에 1문씩 쳐준다 하니 너도나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빠르기라면…….”

 

 그녀가 걱정스레 수빈을 바라보았다. 수빈은 그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 들을 수 있었다. 화각을 열어 작은 주머니를 꺼내어 그녀에게 내어주었다.

 

 “이것을 처분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그곳에는 여인의 가락지로 보이는 것이 몇 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귀한 것을 어찌.”

 

 “내게는 필요 없는 것입니다. 처분해서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으세요. 보관도 비교적 쉬우니까 버려지는 것도 적을 거예요. 단,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지 않게 조심하셔야 해요.”

 

 “예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수할 상단을 알아보고 있나요?”

 

 “예 몇몇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눈에 띄는 곳이 없습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유모에게 일임할 터이니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어요.

 

 “예 마마.”

 

 두식경이 지나고서야 그녀가 돌아갈 채비를 했다. 유모를 배웅하고 돌아온 수빈은 장침에 팔을 올리고 엎어지듯 기대었다.

 

 “하아 피곤하다.”

 

 유모는 모르겠지만 그 풀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많은 사람을 살릴 것이다. 지금은 화전민들이 그저 배앓이 풀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것의 진정한 효능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많은 사람이 피를 토하고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던 것이 순식간에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나 버린다. 하늘이 내린 벌이라며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조정대신들은 나 몰라라 했다. 그 원망은 모조리 왕실로 향한다.

 

 그렇게 민심이 흉흉하니 전국이 떠들썩할 때에도 조용한 곳이 있었다. 바로 화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그때 튀어나온 것이 배앓이 풀이었다. 욕심에 눈먼 이들은 그것을 무분별하게 채취해서 팔아먹으려 혈안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빨리 말려서 판매할 욕심에 햇볕에 말리거나 불에 말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효과가 거의 미미해서 안 먹느니만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말린 약초는 창고에 쌓여 있게 되고, 속이고 몰래 파는 이들도 나오지만 발각되어 엄하게 벌을 받는다. 그러니 제대로 손질된, 진짜 약효가도는 약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날 수밖에 없었다. 돈 있는 자들은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은 고통 속에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방지하고자 수빈은 그 풀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다.

 

 보통 전염병에 취약한 이들은 하층민인데, 독특하게도 이 병은 양반들도 많이 걸리게 된다.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퍼트린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아무튼, 평민들이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될 것이고, 양반들이야 피가 말라갈 때쯤, 그때 인심 쓰듯 높은 가격을 받고 팔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계획한 상단의 밑천은 구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의 준비는 될 것이었다.

 

 #

 

 며칠 후면 다시 답답한 궐로 돌아가야 했다. 한상궁과 민희는 돌아갈 채비를 하느냐고 종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멍하니 대청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민희였다.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제 눈치를 보는 것이 할 말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무엇이냐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정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겠거니 놔뒀더니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다.

 

 결국, 수빈이 먼저 민희를 불러 세웠다.

 

 “민희야, 할 말 있으면 해보아라.”

 

 “없습니다. 마마.”

 

 “그럼 어찌해서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지?”

 

 “예? 제가요? 아닌데요…….”

 

 능청을 떨었지만, 오늘 종일 자신이 한 행동이 있었는지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 말을 지금 믿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예? 예…….”

 

 주전부리를 내오던 한상궁이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차고 있었다.

 

 “한상궁은 뭔가를 아는 모양입니다?”

 

 “예? 아닙니다. 마마.”

 

 고개를 쓱 하니 피하는 모양을 보니 분명 알고 있다. 두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딱히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이쯤에서 이야기들 하시지요? 어차피 계속 이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데? 제가 오늘 기분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요.”

 

 결국, 한상궁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서나인이 풍등 제가 보고픈 모양입니다. 그래서 입궁을 며칠 미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점점 기어들어 가는 것이 한상궁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하아--”

 

 수빈이 평소와는 달리 긴 한숨을 내뱉자 두 사람은 긴장이 되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지금 같은 기분에 입을 열면 분명 화를 낼 것이기에, 결국 물러가라 손짓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소의 제 주인이라면 이리 행동할 일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하늘을 보니 날이 참 맑았다. 제 기분과는 너무나도 다른 날씨에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오늘같은 날은…… 아니 요즘은 이런 날씨마저도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유모가 찾아오고 계획했던 일의 진행 외에는 종일 멍한 상태였다.

 

 그것은 며칠 전 뜻밖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까운 앞날, 위기를 겪게 될 때 수빈이 몸을 피하는 곳이 월인사였다. 그래서 미리 한번 가본 것이었는데 그곳에서 선을 만났다.

 만나고 돌아온 직후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계속 그 상황과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신발을 건네던 그의 무표정한 얼굴,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살며시 보여주던 그의 미소, 미간을 모으고 생각에 잠긴 표정, 애써 무시한 그의 걱정스러운 시선, 그리고 한 번씩 보여준 그의 따뜻한 눈빛까지.

 

 헤어지기 직전에 보여주던 냉정했던 그의 표정은 그녀가 알아온, 아니 소현이 알아온 그의 모습이었지만 그 숲에서, 암자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은 소현이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왜?’

 

 그녀가 알고 있던 모습과의 거리감이 너무나 컸다. 엄밀히 말하면 소현의 시선으로 본 기억이었지만 그 거리감이 이상스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더욱 그녀의 심기라 거슬리는 이유는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수빈은 특별히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첫사랑의 풋풋함은 이익이란 이름 앞에 더러운 시궁창에 뒹구는 상황으로 끝이 났고,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두 번째 역시도 누군가의 설계로 이루어진 관계였다. 그랬기에 끝이 좋지 못했다. 입안이썼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는 소현의 사랑은 맹목적이었다. 조선 시대 여인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운명이라는 것인가?

 

 자연스레 선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이 선을 신경 쓰는 것은 아마도 소현 때문일 것이다. 일단은 그녀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것이겠거니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털어낼 때였다. 멀찍이서 제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민희가 보였다.

 

 “후--”

 

 궐로 서신을 넣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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