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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트리플 러브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한 번, 두 번, 세 번......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전한 사랑, 트리플 러브가 펼쳐진다.

 
제 11화. 단 하나뿐인 호칭 - 1997년, 여경
작성일 : 17-11-23 10:42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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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잘 느껴져?”

 “아니요.”

 

 그의 얕은 숨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의 입술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뒤엉킨 우리의 입술 어딘가에서 봄바람이 살랑였던 것도 같았다. 첫키스였다.

 

 “다음부턴 이 벤치에 앉아있지 마.”

 “왜요?”

 “자꾸 네가 떠오르니까.”

 

 나는 후훗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는 한동안 휑한 청년 광장을 바라보았다. 알코올의 기운은 이미 달아난 지 오래였다. 오히려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

 

 “학교에 있을 땐 삐삐 사용하지 말자.”

 “왜요?”

 “공중전화 줄이 너무 길잖아.”

 “맞아요. 공중전화 줄 서 있다 보면 어느새 수업 들어갈 시간이 되곤 해요.”

 

 공감한다는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측에 정식으로 건의할까 보다. 공중전화 좀 많이 놔 달라구 말이야.”

 

 피식 웃음이 났다. 그의 어린애 같은 투정이 재미있었다.

 

 “그럼 어떻게 연락하죠?”

 “학생회관 2층에 총학생회실이 있어. 문 앞에 작은 우편함이 달려있지. 거기다 쪽지나 편지 같은 걸 넣어두면 어때?”

 “오, 좋은 생각!”

 

 삐삐를 사용한 후로 쪽지나 편지 따위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학과방이나 동아리방의 필수품이던 잡기장이나 낙서노트, 메모꽂이는 조금씩 퇴물이 되어갔다.

 

 “말 많은 우리 과 애들 눈도 피할 수 있고 말이야.”

 “우리 비밀 연애해야 돼요?”

 “꼭 그렇진 않지만.”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우리 연애해?”

 

 그가 헤벌쭉 웃으며 말장난을 했다.

 

 “누가 그렇대요?”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지만 얼굴은 이미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발그레한 양 볼을 그가 살포시 감싸 쥐었다.

 

 “또 시선공포증이야? 사람들도 없는데?”

 

 다수의 시선만 시선인가? 나는 이미 그의 시선 속에 갇힌 상태였다.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다가도 민망함을 못 견뎌 시선을 옮기길 여러 번. 우리는 오래도록 청년 광장의 벤치를 떠나지 않았다.

 

 ***

 

 “우리 4남매 뭉치는 거 오랜만이네.”

 “그러게. 수호 형 휴가랑 부모님 학회 날짜가 겹칠 날이 언제 또 오겠어!”

 

 작년부터 병역특례로 대체 군복무 중인 첫째 오빠는 3일째 휴가 중이었다. 부모님의 부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에 우리 4남매는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찬호 넌 뭘로 군대 갈 거야? 군의관, 아님 공보의(공중보건의사)?”

 “인턴 시작하기 전에 공보의로 갈까 생각 중이야.”

 “레지던트까지 마치고 가는 게 낫지 않아? 물론 공보의가 훨씬 편하다곤 하지만.”

 “의대생만이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네. 나 같은 놈은 언제 군대로 끌려갈지 모르겠구만.”

 

 셋째 오빠의 자조 섞인 한마디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난 세상에서 윤호 네가 제일 부럽다.”

 “내가 왜?”

 “너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잖아. 전공도, 학생운동도 네가 좋아서 택한 거구.”

 “그런가? 나 지금 행복해야 되는 건가?”

 

 셋째 오빠는 4남매 중 가장 유순한 인성을 가진 반면, 가장 고집이 세기도 했다.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아버지가 유독 그에게 관대한 이유를 우리는 대충 그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여경이한테도 엄하신데 왜 유독 윤호한테만 관대하신지 모르겠어.”

 “아버지가 나한테 엄하시다구?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너 모르는구나? 여기서 졸업하면 넌 미국 가서 공부해야 돼. 박사학위까지 전부 플랜 짜 놓으셨다구.”

 “정말? 난 금시초문인데.”

 

 나도 모르는 나의 미래가 버젓이 계획되어 있다니 실로 놀라웠다. 아버지다운 발상이라고 해야 할까.

 

 “2학년 때 교환학생 가란 말씀 못 들었어? 그게 아버지의 플랜 1단계야.”

 

 내 겁먹은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둘째 오빠까지 가세했다.

 

 “교환학생 안 가고 싶으면 다 방법이 있지.”

 “그게 뭔데?”

 “학점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돼. 학점 나쁘면 지원조차 불가능하니까.”

 “임마, 그게 동생한테 할 소리야?”

 

 내 얼굴은 감추기 어려울 만큼 일그러져갔다. 아버지가 귀국하시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리라.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일부러 그러지 않더라도 여경인 학점 관리 잘 안 될 걸?”

 

 셋째 오빠가 말을 꺼내자 내 얼굴은 더욱 화끈거렸다. 눈치 빠른 그가 내 첫 연애를 묵과할 리 없었다.

 

 “뭐, 뭐가? 나 학점 관리 엄청 잘 할 건데?”

 “여경이 연애라도 해? 윤호는 뭔가 아는 눈친데.”

 “정말? 신입생 주제에 벌써 연애? 학교 가서 맨날 연애만 했군.”

 

 오빠들의 놀림에 마음은 자꾸만 오그라들었다.

 

 “내 직감이 여자 못지않거든. 여경인 나한테 딱 걸려든 거야.”

 “아니야. 진짜 아니야.”

 “너무 과하게 부정하는데? 아무래도 수상해.”

 

 4남매의 밤은 저물 줄 몰랐다. 시시콜콜한 일상과 연애, 미래에 대한 고민……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들과 공유하는 소소한 일상이 좋았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터놓을 수 있기에 홀가분했다. 공유할 수 없는 한 가지, 나의 첫 번째 사랑만 빼놓고 말이다.

 

 ***

 

 『‘북두칠성’ 서점, 아르바이트 구함.』

 

 학생식당 게시판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를 발견했다.

 

 “아르바이트하게?”

 “응.”

 

 소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 같은 부잣집 딸이 저런 자리까지 가로채면 안되지.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니?”

 “나 저거 꼭 해야 돼.”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

 

 태영이 지칠 때마다 들른다는 그곳. 그의 책 선물을 받아들고 한없이 설레던 그 밤. 내 마음은 이미 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정말 학생이 하겠다구요?”

 “네.”

 “전에 태영이랑 같이 왔던 후배 맞죠?”

 “네. 저 꼭 하고 싶어요.”

 

 서점 주인 역시 소현처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와 열정을 좀 더 피력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 있는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책들 중에 익숙한 게 꽤 많아요. 셋째 오빠 덕분이긴 하지만 저도 꽤 관심이 많거든요.”

 “여긴 일반 서점이랑 달라요. 그건 알고 있죠?”

 “네, 물론이죠.”

 “법에 저촉되거나 위험한 책들도 있다는 거 알아요?”

 

 법에 저촉되는 위험한 책이 어떤 것인지 나는 사실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내 소망은 물 건너갈 것만 같았다.

 

 “당연히 알죠. 지난번에 태영이 형이랑 같이 왔던 거 기억하시잖아요.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여길 왔겠어요?”

 

 그는 내 말을 반신반의하는 듯했지만 이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태영의 이름을 언급한 게 주효했던 것 같았다.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근데 태영이도 알아요?”

 

 대답을 피하기 위해 나는 서가로 급히 시선을 옮겼다.

 

 “언제 일하면 돼요?”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해 봐요.”

 

 그가 더 이상 태영을 언급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화요일, 목요일 오후에 가능해요. 그리구 토요일 오후엔 꼭 하고 싶어요.”

 “토요일 어후? 다들 일하기 싫어하는 시간인데 괜찮겠어요?”

 “전 좋아요.”

 

 토요일 오후는 태영에게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핑계 삼아 집에 일찍 귀가하지 않아도 되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었다.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죠?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이름이……?”

 “지여경이요.”

 

 서가에 널린 신간 서적을 정리하느라 그의 손이 분주해졌다. 나도 눈치껏 그의 곁에 바짝 다가섰다.

 

 “요즘엔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한테 뭐라고들 불러요?”

 

 태영도 같은 질문을 했었다.

 

 “선배나 형, 오빠 등등.”

 “요즘도 형이란 호칭을 써? 내가 학교 다니던 80년대엔 대부분 그랬지만.”

 “요즘엔 흔치 않아요.”

 “왜? 난 형이란 호칭 좋은데. 옛날 생각도 나구.”

 

 나에게 ‘형’은 특별한 호칭이었다. 태영을 향한 호칭,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호칭이기 때문이다.

 

 “뭐부터 도울까요, 경식 선배?”

 

 ***

 

 학생회관 2층 총학생회실 앞. 나는 처음으로 그가 얘기하던 우편함을 찾았다. 투박한 목재로 된 세 칸짜리 가로형 우편함이었다. 칸마다 꽉꽉 채워진 우편물을 뒤적이다 마침내 그의 쪽지를 발견했다. 앙증맞게 접힌 종이를 살며시 집어 들던 순간, 내 가슴은 전에 없이 쿵쾅거렸다.

 

 『종로에서 집회가 있어. 돌아오면 6시쯤 될 거야.』

 

 낭만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일상적인 보고 수준의 글귀였음에도 나는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보았다. 읽어도 읽어도 내 설렘은 잦아들지 않았다.

 

 복도 끝에 놓인 긴 소파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답장을 쓰고 싶었다. 그가 설레는 마음으로 우편함을 뒤적이길 바라면서…….

 

 『부모님이 귀국하시는 날이라 수업 끝나고 바로 집에 가요. 내일은 많이 바쁘세요?』

 

 쪽지를 반으로 접어 우편함의 가운데 칸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기분이 묘했다. 쪽지를 넣을 때도, 그것을 꺼낼 때와 같은 강도의 설렘이 느껴졌다. 아…… 그가, 그립다.

 

 수업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청년 광장을 가로질러 인문대 건물로 가려면 족히 7, 8분은 걸릴 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몇 걸음도 떼기 전에 책이며 노트, 펜들이 가방에서 주르르 쏟아져 내렸다. 지퍼를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 물건들을 구겨 넣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경호 선배였다. 그의 의뭉스러운 눈초리에 나는 몹시도 허둥댔다.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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