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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일리야드
작가 : 명황
작품등록일 : 2016.4.18

세계 가상현실게임 계의 1위는 일리야드다.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마음을 잡아야한다.
새로운 컨텐츠를 적절하게 게임에 반영해야 유저들이 떠나지 않는다.
일리야드는 이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감행한다.
그런데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 메머드급 태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퓨전이에요....

 
4화. 어머 너 웃긴다!
작성일 : 16-06-08 12:46     조회 : 408     추천 : 1     분량 : 1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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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런 젠장!”

 “급소를 노려요.”

 “누가 몰라요!”

 레이와 이리샤의 목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자칭 일리야드 랭킹 1위의 레이와 자칭 3급운영자 이리샤는 헤어진 뒤 딱 5분 만에 다시 만났다.

 처음의 공터에서 서로 등을 맞댔다.

 다시 돌아온 건 문제가 아니다. 수십 마리의 늑대가 포위하고 으르렁거린다는 것이 문제다.

 이리샤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레이를 쏘아붙였다.

 “그렇다고 이리 도망치면 어떻게 해요.”

 “누군 이리 오고 싶어서 온줄 알아요. 저도 이쪽에 늑대가 많이 있는 줄 알았으면 반대쪽으로 갔을 겁니다.”

 서로 헤어진 둘은 얼마 가지 못하고 늑대무리를 만났다.

 처음 늑대 다섯 마리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늑대였다. 진짜 늑대 무리는 주위에 퍼져 있었다. 레이와 이리샤를 몰이 사냥하듯이 이리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보다 레이님 이시라면서요. 어서 빨리 처리하세요.”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3급 운영자라면서요. 어서 마법한방으로 날려버리시지 그러세요.”

 “누군 할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 줄 아세요.”

 “그럼 하시던가요.”

 등을 기댄 상태에서 둘의 고개가 돌아갔다. 서로의 시선이 다시 허공에서 얽혔다. 불꽃이 피어올랐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서로를 물어뜯을 기세다.

 먼저 움직인 건 이리샤다.

 “내가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너 몇 살인데 꼬박꼬박 반말이야?”

 “먹을 만큼 먹었어요.”

 “너 21살이지!”

 “어떻게?”

 “네가 정말 레이면 너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가상현실 게임계의 부동의 1위 게임인 일리야드. 그 게임의 랭킹 1위가 레이다. 신상명세 정도는 이미 공개된 지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레이만 공개된 건 아니다. 이리샤역시 기본적인 사항은 공개된 지 오래다.

 “그럼 이리샤님은 24살이겠네요.”

 “잘 아네.”

 나이가 많다는 게 증명이라도 되는 듯이 이리샤는 말을 놓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레이는 삐딱하게 대꾸했다.

 “허참, 고작 두 살 차이 가지고.”

 “두 살 가지고 라니? 어머 너 웃긴다. 그리고 세 살이거든.”

 “세살까지는 친구 아닌가요?”

 “어머머머,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애가 못쓰겠구나.”

 “저도 이리샤님이 써주길 바라지는 않아요.”

 “누, 누가 널 쓴다고 그래. 어머 너 정말 웃긴다.”

 “제가 할 말이에요!”

 점점 격해지는 감정싸움에 주변상황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더욱이 이제는 막나가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게 어디서 반말이야!”

 “허이구. 많이 드셔서 좋겠어요.”

 “뭐야!”

 하지만, 둘의 감정싸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들이 잊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늑대들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것이다.

 늑대는 안중에 없는 둘의 다툼은 빈틈을 만들었다.

 크아아앙!!

 갑자기 덮쳐오는 늑대의 공격. 레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 그러나 이리샤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캬아아아”

 커다란 늑대가 이리샤를 위에서 덮치듯이 내리눌렀다. 목 언저리를 강하게 물며 좌우로 흔들었다.

 레이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리샤를 덮치고 있는 늑대의 뒷목이 쩍 갈라졌다.

 서걱!

 비록 초보자에게 지급 되는 단검이지만 레이가 들면 천하제일 신검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리샤를 덮친 늑대를 죽이긴 했지만 이리샤의 상태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다른 늑대들이 연속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젠장! 덤벼라!”

 레이는 크게 기합을 넣으며 사방에서 몸을 날리는 늑대들에게 단검을 뿌렸다.

 기초검술인 사방베기 극쾌의 묘는 없다. 그저 빠르게 네 방위를 향해서 검을 찌르고 베는 연속동작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동작도 레이의 손에서 펼쳐지자 상승무공처럼 현란하게 펼쳐졌다.

 일리야드 지존으로 군림한 레이다. 그의 실력은 눈부실 만큼 빠르고 간결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에 네 마리의 늑대목이 쩍 벌어졌다.

 지존으로 군림하던 때도 기본검술을 자주 사용했었다. 스킬만으로 사냥한다는 것은 따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컹컹컹!

 크아아아앙!

 연이어 늑대들이 몰려들었다. 사납게 누런 이빨을 드리우며 공격을 시작했다.

 레이의 두 눈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위기의 순간에 손에 익은 기본 검술을 펼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해진 상태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사방베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팔방베기!”

 슉슉슉슉슉!

 빠르게 휘둘러지는 단검의 궤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늑대의 목 줄기를 잘랐다.

 털썩 널브러지는 늑대를 확인 사살할 필요는 없다. 검을 휘두른 존재가 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젠장. 1단계 스킬 밖에 못쓰잖아.’

 캐릭터의 랩이 10랩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스킬역시 1단계 밖에 구현이 안 된다.

 혼자라면 자리를 피하며 치고 빠지는 공격을 펼치면 된다. 이리샤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이리샤 상태가 위급하다면 어서 포션을 먹이거나 힐을 뿌려줘야 한다.

 ‘하아. 한동안 펜 카페가 시끄럽겠구나.’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드래곤이 수십마리 몰려와도 유저를 버려두고 도망친다면 자신이 쌓아온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것이 뻔 한 일이다.

 또한,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봤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어 레벨이 다운이 되는 게 이익이라는 걸 레이는 알고 있었다.

 서걱 서서서석!

 촤아아아아!

 순식간에 십여 마리를 죽였지만 아직도 수십 마리가 남아있는 상태다. 문제는 눈앞에 보이는 늑대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너머 숲속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았다.

 늑대들과 싸우는 소리나 피 냄새를 맡고 다른 몬스터가 몰려올지 모른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고급스킬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너무도 아쉬웠다. 한방이면 이 근방을 초토화시킬 스킬이 넘쳐나도록 알고 있다. 그런데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겼는지 자신은 초보자나 마찬가지 상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기본 스킬은 사용가능하다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파지지지징

 피리리리링

 기본스킬이 연이어 터져나갔다. 그럴 때마다 마나가 급격하게 소모되는 느낌이다.

 랩 200을 돌파하면서부터 마나의 양을 신경 쓴 일이 몇 번 없었다. 소모되는 양보다 차오르는 양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기본스킬 몇 번 사용했다고 쑥 빠져나가는 마나의 느낌에 당황스럽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상태창을 열고 확인해보고 싶었다.

 전투중이라 여유가 없다.

 눈앞까지 다가온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을 보며 검을 휘둘렀다. 급소만을 노리는 깔끔한 공격이다.

 남아있는 늑대가 많기에 일일이 상대할 수는 없다.

 ‘제발! 아무 스킬이라도 발동하란 말이야!’

 입에서 본능적으로 수많은 스킬들이 쏟아졌다.

 수십 가지 스킬을 외쳤다. 고급스킬은 그만두고 중급스킬 한 가지라도 발현되면 현 상황을 여유롭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발동되는 스킬이 하나도 없다.

 초보스킬은 단순한 동작에 마나의 힘을 실어서 공격하는 방법이다. 데미지를 극대화시킨다. 중급스킬부터는 타격점 주변의 적까지 타격을 준다. 고급스킬은 대단위 공격법이다.

 “크윽”

 따끔함이 등에 전해진다. 늑대의 공격이 등을 스쳤다. 상처를 돌볼 틈은 없다. 당장 힐이라도 한번 시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틈을 주지 않고 늑대의 연환공격에 쉴 세 없이 움직여야했다.

 ‘단순한 방법으로는 안 돼! 이대로라면 죽을지도 몰라.’

 랩 다운이 예상된다.

 고작 늑대에게 죽어서 랩 다운이라니…….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 것이다.

 “흐아악 허억.”

 더군다나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다.

 일리야드에서는 피가 30% 밑으로 떨어지면 호흡이 가빠온다. 10%밑으로 떨어지면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현재 상태는 20%대로 예상된다.

 ‘내피가 몇인데 벌써 숨이 차올라? 업데이트를 어떻게 한 거야?’

 짜증이 일었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초보자도 아니고 자신은 전체 랭킹 1위가 아닌가?

 그렇다고 곱게 죽어줄 수는 없는 일.

 레이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상황판단을 빠르게 내렸다.

 ‘이대로는 안 돼! 놈들의 움직임을 봤을 때 한두 번 손발을 맞춘 게 아니야. 나를 지치게 해서 결국에는 잡아먹겠다는 뜻이군.’

 늑대들의 전형적인 사냥스타일이다.

 레이에게 죽임을 당한 늑대가 스무 마리 가량 된다. 늑대들 역시 레이가 강자임을 느끼고 있다.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지치기를 기다렸다.

 평소의 레이라면 현재 상황은 한주먹 꺼리도 안 된다. 문제는 현실에서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현실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기에 이정도로 버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위기의 순간이 오고 말았다.

 오른쪽 허벅지 뒤편에 강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크윽.”

 비틀.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세가 흩어졌다.

 늑대들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두에 있던 세 마리 늑대가 레이에게 달려들며 입을 벌려 물었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늑대들도 쓰러지는 레이의 몸을 덮치며 물어뜯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에어 붐!!”

 처참한 고통에 머릿속이 하얀 해질 때 본능적으로 스킬을 외쳤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몸에서 무언가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에 현기증이 났다.

 슈웅! 퍼버버버벙!

 어느새 몸을 덮쳤던 십여 마리의 늑대가 사방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세 마리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섰지만 대미지가 크게 작용했는지 이내 쓰러져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크크 다행히 에어 붐이 터졌네.”

 위기의 순간에 중급스킬이 발동 됐다.

 에어 붐은 가까이 접근한 적이나 장거리 무기를 마나의 힘으로 튕겨 내거나 타격을 준다.

 레이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온몸에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시벌! 업데이트 지랄 같네.”

 퉤.

 입 안 가득 고여 있는 끈적이며 비릿한 피를 뱉었다.

 “큭, 상관없겠지. 어이 너희들 이거 알아? 내가 누군지?”

 낮은 톤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살기가 배어 있다.

 피를 흘리며 서 있는 레이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늑대들은 레이를 공격하려하지 않았다.

 아직도 남아있는 늑대 숫자가 수십마리나 되었지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본능.

 그것은 본능이다.

 강자를 알아보는 자연의 법칙.

 게임에서도 통용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늑대들의 행동은 본능에 의한 것이다.

 주춤 물러서는 늑대들에게 한발 다가선 레이는 늘어트린 단검을 강하게 움켜잡으며 외쳤다.

 “개새끼들아!! 재롱은 여기 까지다!”

 다다다다다!

 레이는 늑대무리에게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오직 기본검술뿐이지만 처음과 달리 한수 한수가 날카롭고 정교했다.

 랩 50에 이르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중급스킬인 에어붐을 시전할수 있다는 건 다른 스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레이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검을 휘둘러 늑대를 죽일 뿐이다.

 낑낑 낑낑.

 레이의 야차 같은 모습에 압도된 늑대들이 꼬리를 내리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레이는 한 마리라도 놓치지 않으려는지 악착같이 늑대 뒤를 쫒아가서 죽였다.

 그러나 전부를 죽일 수는 없었다. 지치고 상처 입은 몸으로는 무리였다.

 “헉헉헉.”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동작은 온몸을 힘겹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중상이나 마찬가지인 몸으로 늑대들을 물리친 건 정신력이다.

 “다음에, 다음에 다시오면 씨를 말려주겠다.”

 부릅뜬 눈은 이미 핏발이 서있다. 생각은 이미 이 지역을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만큼 흘러넘쳤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나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중급스킬 하나정도는 더 시전 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전 전투에서 레이는 중급스킬을 시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나가 부족했다. 고작 중급스킬 하나 쓰고 마나가 바닥나버린 것이다.

 레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자칭 3급운영자라는 이리샤가 쓰러져있던 곳이다.

 전투 때문에 잊고 있었다.

 늑대에게 목이 물려 로그아웃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멀쩡한 모습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어? 분명히 늑대에게 물려서…… 크윽”

 긴장이 풀려서일까?

 레이는 극심한 고통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자신도 늑대들에게 여러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빨리 힐을 시전 해야 하는데 남은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 쓰러지는 레이에게 이리샤가 다가와서 마법을 펼쳤다.

 “그레이트 힐!”

 샤라라랑.

 밝은 빛줄기가 레이의 온몸을 휘감았다.

 물리고 찢긴 레이의 피부로 빛이 스며든다.

 상급의 치료마법답게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찢긴 피부가 스르르 아물어갔다. 구멍 난 팔다리에 새살이 돋았다.

 이리샤는 연속으로 힐을 시전 했다. 빛이 사라지면 다시 빛이 생성되어 아물지 않은 레이의 몸을 감쌌다.

 그레이트 힐을 연속으로 받은 레이는 가빴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몸에서 전해지는 고통도 잦아들었다.

 고통에서 벗어난 레이는 이리샤를 보며 한결 부드럽게 말했다.

 “덕분에 랩따는 당하지 않았네요.”

 “멀요. 레이님 아니셨으면 저도 죽었을지 몰라요.”

 위기가 지나간 자리는 훈훈하기만 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 얽혔다.

 먼저 입을 연건 이리샤다.

 “전투하시는 모습을 보니 레이님이 맞으신 것 같아요.”

 “그래요?”

 뜻밖이었다. 죽어도 자신이 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순순히 인정한다. 그 이유는 곧 알게 되었다.

 “네, 레이님 동영상 중에 이런 경우가 많잖아요. 그때 느껴지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똑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믿기로 했어요.”

 “휴, 저도 아까는 죄송했어요. 일리샤님이 진짜 이리샤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호호, 전 거짓말 못해요.”

 둘은 조금 전 다퉜던 모습을 잊어버리고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는 이상하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피냄새가 진동하지는 않는데요.”

 사방에 널린 게 죽은 늑대의 시체와 늑대의 몸에서 나온 피다.

 피비린내가 사방을 진동하고 있다.

 싸움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나서도 시체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레이가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버그 같아요.”

 “버그요?”

 “네, 일리아드가 리얼게임이긴 하지만 피냄새가 이렇게 진하지는 않거든요. 더군다나 시체가 사라지지도 않고요. 저기 저쪽에 있는 늑대 시체는 우리가 처음 죽인 늑대에요.”

 둘의 시선이 이곳에서 처음죽인 늑대시체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늑대시체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일리아드에서 이런 버그가 발생하다니 개발자들 징계 먹겠는데요.”

 “완벽한건 없으니까요.”

 “하긴 그렇죠. 그건 그렇고 귀환주문서 있으세요?”

 “아니요. 아공간 소환을 못해서 가지고 있는 게 없어요.”

 둘다 창고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주문서를 들고 다니지는 않기에 가까운 마을로 갈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리샤님은 천상지대로 곧장 텔레포트 하실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운영자들은 자신만의 공간이 존재한다. 어떤 운영자는 제국의 황성에 자리 잡은 자도 있었고 높은 산꼭대기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둔 운영자도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지역에다 저택을 짓고 살아간다.

 “그렇긴 한데요. 무슨 이유인지 텔레포트가 안돼요.”

 “그래요? 그럼 그것도 버그인가보네요.”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밖에도 게임상에서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져버렸어요.”

 “능력이라면?”

 “공격마법이 하나도 안 되고 있어요.”

 “저런.”

 레이는 그제 서야 3급운영자인 이리샤가 늑대에게 꼼짝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운영자는 일반 유저와 달리 급에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1급 운영자는 검과 마법을 전부 사용하는 마검사.

 2급 운영자는 검을 주로 사용하는 검사.

 3급 운영자는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마법사다.

 더욱이 1급 운영자는 판타지 세상과 무협세상을 오갈 수 있고, 2급운영자는 무협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처리하며 3급 운영자는 판타지세상을 관리한다.

 급수가 높고 낮고를 떠나서 각자의 역할에 맞게 급이 달라지는 것이다.

 “3급운영자시면 마법이 주이실텐데 다른 마법은 어떤가요?”

 “아직 전부 확인한건 아니에요. 급한 데로 몇몇 공격마법을 사용했는데 시전이 안 되었어요.”

 “이것도 버그인가보네요.”

 “네, 저는 그렇다 치고 일반유저들도 레이님과 같은 상황이라면 일리야드가 혼란에 휩싸일 거에요.”

 현 상황은 일반적인 버그가 아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

 세계 1위의 가상현실게임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상현실게임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게임사측에서 전액 변상해야하기 때문에 회사측은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귀환이 안 되니 로그아웃을 해야겠어요. 잠시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이리샤는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로그아웃.”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레이와 이리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이리샤는 몇 번 더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로그아웃은 되지 않았다.

 “안돼요?”

 “네 안돼요.”

 “휴우. 그럼 제가 로그아웃해서 회사측에 연락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레이는 서둘러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그런데 빛만 번쩍 일뿐 로그아웃이 안 되었다. 레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흐르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응? 이상하네.”

 레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레이역시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수차례 더 시도했지만 여전히 로그아웃은 되지 않는다.

 “저도 안 되는데요.”

 갑갑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현 상황을 알릴 길은 한가지뿐이다.

 “걸어가야겠네요.”

 “걸어요?”

 “네, 마을에 가야 게임사측에 버그를 알릴 것 아니에요.”

 “꼭 걸어가야 하나요?”

 “네, 무슨 문제라도?”

 이리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레이와 달리 이리샤는 여성유저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숲길을 헤치고 다니기 쉬운 일이 아니다. 레이는 뒤늦게 이리샤의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늑대가 나오는걸 봐서는 초보마을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요?”

 “네. 늑대들이 보통늑대니 근처에 마을이 있는 게 확실해요.”

 “그럼 다행이고요.”

 그제야 이리샤의 얼굴이 펴졌다. 레이역시 환하게 웃는 이리샤의 표정을 보며 함께 미소 지었다.

 일반유저들은 훈련을 위해서라도 걷기를 한다.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지구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레벨업당 오르는 각종 수치가 달라진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지고 시작하는 운영자들은 걷기 같은 기초체력을 훈련할 필요는 없다. 따로 스킬훈련을 받을 뿐이다.

 그래서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마을을 향해 걷는다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레이는 이리샤를 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맵을 불렀다.

 “맵 오픈”

 <띠링! 맵이 활성화됩니다.>

 눈앞에 작은 윈도우창이 활성화되었다.

 주변지형과 주요건물이 표시되는 작은 지도다.

 “뭐야? 처음 오는 곳인가?”

 맵의 대부분이 검은 색이다.

 일리아드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지도를 자세하게 지원하지 않는다.

 도시나 마을 같은 경우도 자신의 눈으로 살펴본 곳이 아니면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일반 필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게임이 진행되면서 지도제작자라는 히든클래스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이들에 의해서 지도가 제작됐다. 대륙의 대부분 지형이 일반 유저에게 공개되었다.

 “마을이 어디 있는지 안 나오나요?”

 “네, 처음 온 곳으로 인식되는데요.”

 “그래요? 잠시만요.”

 레이의 말에 이리샤도 맵을 불렀다.

 유저와 달리 운영자의 맵은 보다 자세했고 모든 부분이 환하다. 처음부터 모든 지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머, 저도 어둡게 표시되는데요.”

 “그래요? 그럼 이것도 버그인가 보네요.”

 둘은 이번에도 버그라고 생각했다. 버그가 아니고서는 현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온통 버그투성이네요.”

 “하아. 이러다가 저도 며칠간 야근해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레이는 이리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서둘러 마을을 찾죠.”

 “왜요? 버그 알리게요?”

 “버그도 알리긴 알려야겠죠. 그보다는 우리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거죠.”

 “그런가요?”

 “네,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귀환이 안 되기 때문에 유사시 마을로 이동할 수단이 없어요. 그리고 몇 시간 후면 주위가 어두워진다는 거죠.”

 “밤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이리샤의 두 눈이 커졌다. 어둠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몬스터들이 날뛰는 시간이다.

 “네, 평상시 저라면 밤도 대낮같이 보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자신이 없네요. 혹, 버그라면 어둠을 뚫고 사물을 확인하기 어려워요.”

 “음, 그럼 저도 마찬가지겠네요.”

 “제 생각도 그래요. 그리고 공복도도 생각해야 하구요.”

 모든 물품이 아공간에 보관되어있다. 마을에 가면 따로 창고가 존재하지만 이동시에는 아공간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하기에 아공간의 유무는 생존과 집결한다.

 “한두 시간 안에 마을을 찾지 못하면 서둘러 야영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노숙해야 하나요? 저녁은 사냥을 해서 해결해야하고요?”

 레이의 말에 이리샤는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대하는 눈치다.

 레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주변을 살폈다.

 ‘마을을 찾으려면 방향을 알아야 하는데.’

 보통 마을은 산기슭의 물이 있는 곳에 형성된다. 특히 산의 남쪽이 확률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기에 남쪽 방향을 알아야했다.

 울창한 숲속에 있기에 태양으로 방향을 알기 어렵다. 나이테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단검으로 나무를 자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나뭇가지가 무성한 방향을 보는 것이다.

 “이쪽이 남쪽 같습니다. 바람의 방향도 이쪽에서 불어오니 마을이 있다면 분명히 이 방향일 것 같네요.”

 “이야! 레이님은 아시는 것도 많네요.”

 이리샤의 반문에 레이는 살며시 웃음 지었다.

 일리아드를 초기에 했던 유저라면 기본적으로 방향 찾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지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방향을 찾는 방법은 생존과 집결되었다. 나중에 유저들이 게임사측에 나침반을 요구한 적이 있었지만 게임사측에서는 아이템으로 대처했을 뿐 맵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나침반은 제법 고가의 물품이다. 초보자가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돈이면 물약하나를 더 사는 게 초보자에겐 이익이다.

 하지만, 유저가 아닌 운영자에겐 딱히 방향 찾기가 필요 없기에 이리샤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출발할까요?”

 “네, 도중에 다른 유저를 만나면 좋겠어요.”

 “아! 그럼 고생 안 해도 되겠군요. 귀환주문서 한 장이면 모든 상황이 끝날 테니까요.”

 말을 하는 레이의 얼굴엔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이리샤가 걱정할까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게 있다.

 상황을 보니 근처에 마을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곳의 나무들은 처음 보는 종류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종류는 지역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작위 텔레포트로 이동했을 경우 전혀 엉뚱한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곳이 어디인지 맵을 통해서 알 수도 있지만 맵에 인식되어진 곳이 아니라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 때문에 게임사 측에서는 직역특성에 맞게 수목을 조성했고 유저들에게 공개했다.

 모든 게임의 자료는 하나라도 놓치면 손해다. 정보만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레이는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숲속에 들어와 있어도 대충 이곳이 어느 지역인지 안다. 그런데 이곳의 나무는 활엽수 같으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다.

 언뜻 보면 게임속의 나무와 비슷하지만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종류란 말야.’

 고랩이 되면서부터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다른 고랩도 자신과 마찬가지인지는 모르지만 한번 본 물체는 쉽게 잊지 못하고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는다.

 ‘흐음, 업데이트 했다고 하니 새로운 종류의 나무가 추가되었나?’

 의문이 들었지만 수긍했다. 좋은 게 좋다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한 기분은 날려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처음과 달리 함께 이동했다.

 

 

 -중간에 잘라봐야 별 내용이 없기에 그냥 길게 올려요.

  아직은 그냥 그런 내용이네요.

  좀 다듬기는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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