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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원령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8.18

은동마을에서 매년 벌어지는 사망사건. 그리고 마을에 귀농을 하게 된 주인공. 마을의 저주를 둘러싸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10
작성일 : 17-11-23 01:22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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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9월.

 

 한반도는 변혁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의 거리마다 조선인들이 달려나와 태극기를 펄럭이며 목청이 터지도록 만세를 불렀다. 35년 간의 지옥에서 벗어난 기쁨의 함성이었다.

 

 제 때에 일본으로 귀환하지 못한 일본인 지주들은 그들이 저질러온 악행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성난 민중들은 지주의 저택으로 쳐들어가 지금껏 그들의 부모와 형제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지주에게 피와 죽음으로 되갚아 주었다. 삽과 괭이, 그리고 낫으로. 분노와 광기의 폭동이 한 달 여 간 지속됐고 한반도 내의 일본인들은 모두 싸그리 지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후지무라촌의 후쿠베 신이치와 여남은 명의 일본인 관리인들은 경성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라디오를 통해 들으며 하루하루 피가 말리는 듯한 상황에 있었다.

 

 “이제는 어떡하오?”

 

 후지와카 가의 곳간지기였던 엔도 마사키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희망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괜찮네. 이 마을의 조선인들은 글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네. 자신들이 해방된 줄도 모를 걸세.”

 

 후지무라 경찰서 순사부장 도요타 지로의 말에 남은 일본인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의 말은 맞았다. 이 곳의 조선인들은 아예 까막눈인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소학교조차 존재하지 않는 광산마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일거요. 경성에서는 내지인을 잡아서 꼬챙이에 꿰어 불에 태운다고 하니 무슨 수라도 내어야 하오. 이대로 있다간 다 죽을거요.”

 

 “후지무라의 조선인들은 순박하니 우리가 재물을 조금 내어주면 이해할 걸세. 그리고 호적을 조선인으로 바꿔버리면 될 게야.”

 

 후쿠베 신이치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깟 호적이나 나라 따위는 충분히 버릴 수 있는 자들이었으니까.

 

 

 

 그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제 치하의 기간 동안 후쿠와카 가의 다스림이 꽤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후지무라촌, 아니 이제는 등촌이 된 이 지역의 조선인들은 남아 있는 여남은 명의 일본인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것이 그들이 겨우 목숨을 붙일 수 있는 이유였다.

 

 “아이고 불쌍혀라.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지. 저들이 무슨 죄가 있나.”

 

 “조선인 지주나 일본인 지주나 다를게 무어야? 태평성대면 되었지. 안 그랴?”

 

 친일 관리와 앞잡이들을 이용한 선동은 순박한 마을사람들에게 쉽게 적용되었다. 추가로 일본인들은 후지와카 가의 창고에 있던 재물과 식량을 마을에 거하게 풀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후쿠베 상! 이, 이게 도대체 쌀이 몇, 몇 가마니여! 인물일세. 인물이여!”

 

 “후쿠베 상이 나랏님보다 훌륭하구만! 암 그렇고 말고!”

 

 “무지하고 몽매한 놈들이나 내지인을 괴롭히는 거여. 인물도 좋고 얼마나 헌앙하신가?!”

 

 지난 서른다섯 해의 긴 세월, 자신들을 수탈하여 쌓아올린 재물의 일부인지도 모르고 등촌의 주민들은 그것을 눈물을 흘리며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착하고 어리석었던 등촌의 조선인들은 그들을 용서하고 마을의 주민으로 받아들였다.

 

 

 이윽고 다음 해 봄, 서울의 상황이 정리가 되고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릴 무렵, 미 군정의 신한공사(新韓公社, the New Korea Company)에서 모든 일본인 재산과 토지를 적산몰수(敵産沒收)를 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을 빠르게 접한 등촌의 일본인들은 친일파 관리를 통해 재빨리 자신들의 호적을 조선인으로 바꿔버렸다.

 

 미 군정의 관리들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외모를 구별할 수 없었고,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후지와카 가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을 안전하고 합법하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촌의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에게 빼앗겼던 조상의 땅을 합법적으로 되찾을 수 있다는 미 군정의 말을 듣고 신한공사의 관리를 찾아가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등촌의 모든 재산은 6명의 일본인의 손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후쿠베를 비롯한 일본인들을 내치지 못했던, 순박하고 정이 많은 등촌의 조선인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다시 일본인들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호적 상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 지주가 되어버린 이들이었지만.

 

 후쿠베 신이치, 이제는 박 신일이 된 야망이 넘치는 청년은 단순히 후지와카 가의 재물을 획책하는 것으로 만족 하지 않았다. 그는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친일파 관리들과 손을 잡고 일대의 은광산을 모두 손에 넣었다.

 

 불과 3년 만에 자신의 나라와 민족, 자긍심과 신념까지 모두 버려도 아깝지 않을 엄청난 부를 얻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박신일은 대혼란의 시기에 부와 권력이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처럼 보였다.

 

 

 

 

 

 1948년 서울, 화려한 최고급 요정의 안가에 두 사람이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 사장, 일전에 각하께서 언급하신 방직사업은 어찌되고 있는가?”

 

 찬란한 휘장을 가슴에 주렁주렁 단 남자가 박신일에게 담배를 권했다. 박신일은 과할 정도로 공손히 담배를 받아 물고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연다.

 

 “그 부분은 차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만, 다른 부분이 좀.”

 

 “뭔데 그러나? 말하기 껄끄러운 것이라도 있는가? 우리가 남도 아닌데 허허.”

 

 “다름이 아니라 대한민우당의 신봉훈이 계속 시비를 걸고 있어서 말입니다. 은등면의 은광산 소유에 대해 계속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남자는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턱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깊게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거만하고 퇴폐적인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어허. 그 사람. 그거 참. 꼴 보기 싫은 인물이야. 아니, 일제 치하 때 친일 아닌 사람이 있나? 그리고 미국이 인정했으면 당연히 소유주가 확실한 건데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거나? 나 원참. 조선시대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불순한 사상을 가진 놈들이라 말이 잘 안통하더군요.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찾아와서 무슨 계몽을 한답시고 사업을 훼방 놓으니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박신일의 말에서 좋지않은 의도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높은 신봉훈은 남자가 손대기 껄끄러운 인물이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각하조차도.

 

 “커흠. 새로운 세상 일세. 그에 맞는 방법을 써야지. 자중하게.”

 

 “각하께서 힘 좀 써주시면 깔끔하게….”

 

 “어허! 이 사람. 반민특위 때문에 난리란 말일세. 좀만 참게. 우리처럼 선한 사람들이 빛을 보는 좋은 날이 곧 올 게야.”

 

  끈질기게 달라붙는 박신일의 태도에 남자는 역정을 냈다. 솔직히 작금의 현실은 굉장히 좋지 못했다. 각하께서 대통령이 되고 모든 권력을 쥘 줄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권력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악인 것은 동아줄이자 강력한 무기였던 미국이 갑자기 한국에서 미군의 철수를 결정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의 지지자이자 자금력의 원동이 된 친일파들이 줄줄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기다리게. 좋은 날이 올 걸세.”

 

 

 

 -

 

 

 

 이게 진짜라고?

 

 나는 아버지의 일기를 재차 읽어보았다. 굉장한 정보들이다. 하지만 뭔가 그동안의 정보들과 상반되는게 꽤 있다.

 

 박성배의 이야기에서 사당은 원혼천도의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기에서는 고독술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예 처음부터 저주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의미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아버지와 박성배 둘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된다. 아버지가 거짓말을 적어두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잘못 아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혹은 박성배가 나를 속이고 있다던지….

 

 그리고 후지와카 스미레. 이 일본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느닷없이 등장한 일본인 여성의 이름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속학자가 알아채지 못한 사당의 주술이 무엇인지 파악할 정도면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겠지. 일본인 민속학자일 가능성이 있다. 사망 당시의 나이가 27세인 걸로 보아 교수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민속학에 관심있던 대학원생 정도일까. 아….

 

 이 여자가 마을 부녀회에서 말하던 여자다!

 

 아버지와 함께 다녔다는 이쁘장한 아가씨. 딸 같은 나이라고 했으니 딱 들어맞는다. 함께 연구를 진행했으니 붙어 다녔을테고….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퍼즐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후쿠베 신이치.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일본식 주술, 일본인의 이름, 그리고 일본식 사당. 아버지는 이 자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 같다.

 

 대략적인 정보를 조합하고 나는 서재의 책상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사진이 담긴 액자 하나와 가죽으로 가공된 붉은 수첩이 있다.

 

 아버지와 젊은 여자의 사진이었다. 등산 중에 찍은 것인지 함께 등산복을 입은 채 활짝 웃고 있다. 둘의 밝은 미소가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나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쩌면 내 새어머니가 될 수도 있었겠지.

 

 이 여자가 후지와카 스미레겠군.

 

 

 세상을 떠난 두 사람에 대한 감상을 뒤로하고 나는 붉은 수첩을 훑어보았다.

 

 “젠장!”

 

 단 한 줄도 읽을 수가 없었다. 일본어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는 식민통치를 시작하고 조선총독부가 세워진 1910년에서 해방한 1945년까지를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되도록 강점의 기간을 줄이고 싶었거든요.

 

 교과서나 사학자들의 기준은 매우 다양합니다. 보통은 1904년 한일 의정서 체결 직후를 잡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제 강점기 40년의 역사 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혹여나 제 글로 인해 일제 강점기는 35년 이구나. 라고 외워버리는 학생이 있을까하여 사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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