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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일기장
작가 : 호빵
작품등록일 : 2017.10.29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만큼 재밌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상희의 이야기 (3)
작성일 : 17-11-22 23:48     조회 : 295     추천 : 1     분량 :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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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희의 이야기

 

 상희는 정말 깜짝 놀랐다. 황급히 신발을 벗어 던지고 지훈을 낑낑 거리며 안아 들어서 침대로 놓았다. 지훈을 드는 짧은 순간에 확 느껴지는 강렬한 수컷의 냄새에 상희의 몸이 확 달아올랐다. 빨개진 양볼을 톡톡 치며 내가 왜 이러지 라고 중얼거렸다. 남자가 장난감이었던 그녀에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어느새 자기가 지훈에게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상희는 지훈에게 푹 빠져드는 중이었다.

 지훈의 이마에 손바닥을 올려서 열을 재보자 난로를 만진 것처럼 아주 뜨거웠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일단은 땀에 젖은 지훈의 흰 티부터 벗겨내려고 했다. 수많은 남자의 옷을 벗겨온 상희였지만 지훈의 옷을 벗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낑낑거리며 겨우 옷을 벗겨 내자 탄탄한 지훈의 몸이 상희를 유혹하는 듯 했다. 입맛만 다시며 옷장에서 새로운 옷을 찾아 다시 지훈에게 입힌 뒤에 수건에 찬 물을 적셔 지훈의 이마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꾸준히 지훈의 얼굴과 팔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로 뜨거운 숨만 내뱉던 지훈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30분 정도를 지훈의 얼굴을 감상하며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상희가 편의점에 가서 인스턴트 죽이라도 사려고 일어날 때 지훈이 상희를 붙잡았다.

 “가지마”

 목이 푹 잠겼는지 원래의 저음의 목소리에서도 더 낮은 굉장히 허스키한 목소리가 상희를 놀래켰다.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지훈을 놀란 눈으로 쳐다만 보자 지훈이 간신히 뜬 눈으로 상희를 똑바로 쳐다봤다.

 “가지마요..같이 있고 싶어요”

 상희가 으응..이라고 대답하며 다시 지훈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누난 그 모습도 이쁘네..”

 그 모습?! 그제서야 상희는 아차 싶었다. 분명히 자신은 집에서 편한 차림으로 있다가 급하게 온 거라서 완전 민낯일 텐데 큰일 났다. 밑에는 수면 바지에 위에는 목 늘어난 티 머리는 대충 뒤로 모아서 묶고 땡글이 안경까지 최악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여 준 남자가 없었는데.. 모텔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도 화장을 다시 마치고 나오는 상희였었다. 다른 사람에게 민낯을 보여준 게 처음인 것이다. 부끄러운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시선을 어디다가 둬야 할지 몰랐다.

 “나 좀 일으켜 줄래요?”

 지훈이 팔을 내밀며 그렇게 말하자 상희가 얼른 일어나서 팔을 붙잡아서 낑낑거리며 일으켜 세웠다. 간신히 벽 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지훈이 자신의 옷과 미지근해진 수건을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나 걱정해준 거에요?”

 아니...니가 카톡을 그렇게 보내니까 선배로서 걱정 되기도 하고 수업도 안나오기도 했고 해서 2학년 과대의 입장으로서... 엄마에게 잘못한 아이처럼 아래만 쳐다보며 괜시리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머릿속에선 최악이라고 그만하라고 말해보지만 멈추지 않는다.

 “누나”

 응?이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상희의 눈에 지훈의 얼굴 가득 담겼다. 갑작스럽게 지훈이 상희에게 입맞춤을 한 것이다. 감기 탓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 탓인지 입에서 입으로 느껴지는 지훈의 숨결이 너무나도 뜨거웠다. 상희의 몸안이 불타오르는 듯 했다. 지훈과의 키스는 너무나도 뜨거웠고 강렬했다. 이 남자에게 중독될 것 같다는 위험 신호가 머릿속을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지훈의 뜨거움에 상희는 완전히 녹아내린 것이다.

 한동안 붙어있던 두 입술은 지훈에 의해 떼어졌고 먼저 입을 뗀 건 상희였다.

 ‘감기는 키스하면 옮는다던데 옮으면 어떡할거야?’

 “옮으면 뭐 어때요 이제 내가 책임질 건데 우리 오늘부터 1일이잖아요?”

 뭐?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상희가 지훈을 쳐다보자 지훈은 이게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니 그게... 고백했던 남자가 아프다는 말에 자취방에 쳐 들어오고 애타게 간호도 해주고 키스도 하고! 했으면 사귀는 거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지만 지훈이 너무 귀여워 피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알았어. 오늘부터 1일 하자”

 이렇게 둘 사이에 행복이라는 씨앗이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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