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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줘(17)
작성일 : 17-11-22 22:27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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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은 대체 왜 이 모양이람…."

 

 단아는 한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발케가 이끄는 대로 지하철 출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왔더니 눈앞에 나타난 건 지하상가가 아니었다. 전태 6지구 외곽, 사람도 별로 없고 큰 물류창고가 밀집된 동네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엔 개발하다 중단 된 구역이 있는데 갑자기 투자사가 망해버려서 그랬다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생각을 오래 하고 싶지 않은 건 별로 좋아하는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6지구 중심가에 살면서 올 일이 없는 곳이기도하고 치안도 좋지 않은데다가 끔찍한 기억만 남은 곳이니까. 욱과도 싸운 마당에 딱 6지구 외곽이라니, 누가 제 기억을 옅보곤 놀려버리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재수가 없다, 재수가. 미드워커 엿 먹어라! 제 정체성에 대한 욕은 입에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글자는 통화권 이탈. 가게에서 봤던 그 장소가 맞는 모양이었다. 단아는 시간을 확인하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가장 타당한 가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하철 출구가 일종의 포탈로 작용해서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순간이동 되어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계로 인해 분리된 공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단순한 순간이동이라면 통화권이 이탈 될 리가 없으니 두 번째 가정에 동그라미. 그렇다면, 누가 친 결계인가가 다음 문제다. 미드워커인가 괴물인가. 역시 후자인 괴물이 더 가능성이 높다.

 

 결계마법이란게 원래 미드워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과거 용의 흑백전쟁 당시 미드워커의 마법이 괴물에게도 전해졌다. 결계마법뿐만이 아니었다. 저들의 적에게서 유용한 것들을 빼앗아 제것으로 만드는 능력 하나는 쓸데없이 탁월한 놈들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문제. 어떤 놈인가.

 

 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분명히 결계에 관련된 괴물에 대해 괴물대백과사전에 서술되어 있던 것도 같은데 셀 수도 없이 많은 그 종류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기억하고 살겠는가? 그래도 대충은 봐두라며 잔소리를 퍼붓던 은랑의 얼굴이 어른어른 날아다녔다.

 

 그러고보니 그 애는 정신 좀 차렸으려나. 분명히 시원하게 속을 비워내시곤 자기는 멀쩡하다 주장하고 있겠지.

 

 이미 눈으로 본 상황이 벌어지기까진 시간이 제법 남아있다. 10시 33분. 괴물이 제 목을 틀어쥐는 그 시간. 그렇다면 일단은 그 전까지는 무슨 짓을 해도 안전하다는 절대적인 명제가 생긴다. 우선 32분 쯤 진동이 울리게 설정해 두었다. 그 전까지 확실하게 이곳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단아는 조심성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걸음걸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 쪽으로 높게 난 벽이 이어지는 길 위로 동그란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나치게 커다랗다.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태양계 행성의 크기를 비교한 것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그만 화성이 지나가고 그 다음 목성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느꼈던 압도감과 일종의 기이한 경외감 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 감상이 딱 그랬다.

 

 결계 속이라는 점을 되새기니 다른 비정상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벽 아래에 겨우 피어난 꽃은 유리처럼 투명한 빛깔로 마치 달빛을 그대로 품고있는 것만 같았고 깜박거리는 가로등 불빛은 주황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었다. 살짝 깔린 안개는 신비함을 더해주었다.

 

 절경이다. 솔직히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역시 이럴 때는 인증샷이 빠질 수가 없다. 꽃 하나 꺾어들고 푸른 가로등 밑에서 커다란 달이 나오게 찰칵. 그래, 미드워커니까 이런 인증샷도 가능하지. 만족스럽게 사진을 바라보곤 이번엔 담장을 통통 두드려보았다. 차갑고 딱딱했다. 정말로 돌 같았다.

 

 실제와 전혀 다름없어 보였지만 현실이 아니라는 건 점점 더 확실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없다. 사람 비슷한 걸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찌르르 우는 벌레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 주변을 이따금씩 지나갈 바이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빈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단아는 손에서 꽃 줄기를 굴리다가 제 귀에 꽂았다. 생각이란 걸 다시 해보자.

 

 일단 객관적으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그러곤 너무 신나게 달렸다. 솔직히 지금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뱉어내는 숨에 술냄새가 짙게 배여있어서 숨을 내쉴 때 마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거기다 어쩐지 걸어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는 것 같았다. 취해서 눈이 침침해지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젠 이상하리만큼 짙은 안개가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발케는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는 모양이니 빈을 찾을 방법은 이제 스스로 찾아야한다. 여기서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섬광마법을 사용해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린다면 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랬다간 여기에 존재할 괴물들도 불러모으는 꼴이 된다.

 

 자신은 지금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어떤 괴물이 나타날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잠깐 본 미래에서 제 목을 틀어쥐었던 괴물은 자신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종류였다. 위험등급이 어느 정도일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상대하기는 버거울 게 당연했다.

 

 자고로 사냥이란 솔플보단 파티플레이가 안전한 법이다. 그게 진리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니 대비를 빵빵하게 해 둘 수 밖에 없었다. 33분까지 남은 시간은 약 10분. 팔목에 걸린 바이스 로젠블랏을 원형으로 활성화시켜 캐스팅된 마법을 확인했다.

 

 최근엔 이렇다 할 상위괴물은 마주치지 않은 터라 상위 괴물 대적용 마법인 천공, 절단, 폭파는 그대로였다. 거기에 화살의 인이 하나 있으니 마법 하나는 더 캐스팅해 둘 수 있었다.

 

 일단 다치긴 싫으니까 방어의 인을 술술 그렸다. 기본마법에 속하는 방패의 인과는 다르게 더럽게 복잡했고 단일 인이 아니라 문장으로 엮어 최종적으로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쓸데없이 귀찮은 작업이었다. 방패라면 금방금방 그려낼 수 있지만 방어는 아니니 캐스팅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문장의 점을 찍어내자 방어의 인이 바이스 끝으로 스며들어갔다.

 

 우선은 괴물의 등급 파악이 먼저다. D등급 이하라면 그냥 죄다 유인해서 범위형 공격으로 순식간에 끝내버리고 C등급 선이라면 치고 빠지는 전략만 잘 사용하면 마찬가지로 끝내버릴 자신이 있다. 문제는 상위 랭크의 괴물이다. 콜튼 그레이엄이 분류한 괴물 등급은 C등급과 B등급의 간극이 심각한 수준이다. B등급의 말레바나 A등급의 발케같은 것이 이곳 어딘가에 있다면 정말로 절망적이다.

 

 아니, 조금 봐줘서 B등급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 혼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발걸음을 멈추니 어느덧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두려움을 모른 체 꾹꾹 눌러 담아버리려는 일종의 습관이었다. 일부러 생채기가 난 여린 손톱 밑 살을 꾹 세게 눌렀다. 고통이 피어오르면 점점 더 감각이 또렷해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괜찮아. 두려움은 쉽게 사라진다.

 

 "죽기밖에 더하겠어."

 

 백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꽃무덤]. 죽어 꽃밭 위에 몸을 뉘인 여자, 여왕. 그리고 꽃무덤을 향하는 또 다른 카드, [나비램프]. 제 의도만 잘 알아챘다면 곧 은랑이 찾으러 올 것이다.

 

 시야 확보를 위해 도약의 인을 그려 담 위로 올라가기 위해 가볍게 발돋음을 했다. 그러나 담장 위에 채 손이 닿기도 전에 갑자기 벽이 수욱 솟아나 더 높아지는 바람에 상체를 숙여 바닥에 손을 짚으며 착지할 수 밖에 없었다.

 

 "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광휘의 인을 그려 섬광을 위로 쳐올렸다. 그러자 빛은 벽 위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픽, 하고 사라져버렸다. 막혀있다. 보이는 대로가 아닌 것이다. 생각보다 높진 않은 공간이 모양이었다.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단아는 단단한 벽을 다시 만져보았다가 두 발짝 뒤로 물러나 화살의 인을 그려 벽으로 날렸다.

 

 쩌억

 

 진득하게 이어지는 살점을 보이며 공간이 벌어졌다. 벽 한가운데에 나버린 구멍의 주변 부위가 검붉게 물들어 살아있는 것 처럼 펄떡대다가 점점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뭐야…시발."

 

 단아의 얼굴이 헬쓱하게 질려버렸다. 미드워커가 되고 별 지랄맞은 일을 다 겪어봤다고 자부했는데 아직까지도 놀랄 일이 더 남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제는 뭐, 괴물한테 잡아먹히기라도 한건가, 나. 생각할수록 그럴싸하고 타당한것 같아서 말이 안나와 입만 뻐끔거리다 닫아버렸다. 벽에 난 구멍은 점차 아물어 실금만 남기더니 어느덧 다시 벽이 되었다. 완벽하게 되돌아왔다.

 

 화살 정도론 안 된단 말이지. 단아는 심각해진 얼굴로 당장 바이스로 천공의 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문자의 배열은 말 그대로 구멍을 뚫어버리는 마법이었다. 상위 마법을 쓰려는데 미리 캐스팅 된 것을 쓰기는 아까우니 어쩔 수 없다. 너무 자주 그려서 손에 잘 익은 문장이 술술 그려지고 마침표를 찍자 고유의 색인 하늘색으로 변한 문자가 바이스를 휘감아 들어왔다. 단아가 망설임 없이 바이스를 휘둘렀고 쏘아져나간 인이 마법으로 발현되어 커다란 굉음을 내며 벽을 꽤뚫었다.

 

 펀칭기계로 눌러버린듯 깔끔한 단면으로 나타난 구멍 사이로 뿌옇게 무언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성공인가? 꿈틀꿈틀. 벽과는 조금 떨어진 듯한 안쪽 공간의 벽에 새까만 검은 덩어리로 보이는 것이 붙어 심장처럼 벌떡벌떡 뛰는게 보였고 진회색 액체가 진득하게 그 사이를 흘렀다.

 

 생각보다 이 공간은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몇 겹으로 되어있는 진 모르겠지만 자신은 천공의 인을 사용해 하나의 '막'을 뚫었을 뿐이다. 천공의 인이 운용정도에 따라 건물 하나를 통째로 뚫을 수 있는 마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소름이 일어서 팔을 긁으면서 뒤로 물러났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제법 커다란 검은 타원형의 물체 안에 괴이한 형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흡사 알 속에서 괴물이 생장하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하얗다기 보다는 살짝 분홍색을 띄는 몸체는 갈비뼈 부근이 움푹 패여들어가 주름이 많았고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의 얼굴은 투구를 쓴 것 같은 모양이었고 럭비공 모양으로 생긴 눈은 채도가 낮은 붉은 색이었다. 단아는 한참이나 그것을 들여다보다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손톱으로 손바닥을 긁었다.

 

 술이 확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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