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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고백
작가 : 안비로움
작품등록일 : 2017.10.31

용의자들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되살려 체험할 수 있는 어느 이름없는 형사, 사건 미결로 정직을 당한 후 옛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복귀한다.

 
에피소드 2. 주홍빛 회고 (3)
작성일 : 17-11-22 19:28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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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빠야……?”

 

  나는 곧바로 달려갔다. 너무 멀어 뛰었다.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떨어져 있어도 항상 곁에서 느낄 수 있었던 바닐라 향이, 이젠 나지 않는다. 온통 비릿한 피 냄새 뿐.

 

  “……너…….모습이 왜 이래?! 누구 짓이야, 누구 짓인지 말해!”

 

  “오빠, 무서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나 발가벗은 것 같아. 모든 게 더럽고 추악해. 날 살려줘, 아니 차라리 죽여줘. 날카로운 뭐라도 집고 제발 날 찔러줘. 부탁이야. 다 그렇게 버림받는 거야. 내동댕이쳐지는 거야. 모조리 태워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줘. 제발……. 제발! 날 살려줘. 아니 죽여줘……”

 

  그녀는 이미 내가 예전에 기억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나를 붙들고 흔들며 죽여 달란 말을 반복했다.

 

  온 몸에 퍼져있는 얼룩과 멍은 여리디 여린 몸을 조각내고 사진 속에 남아있던 그녀를 완전히 변형시켜 놓았다.

 

  “그만해! 왜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거야……. 누가 이런 거야. 대체 누가 널 이 지경까지 만들었냔 말이야! 죽으면 너야 편해지겠지! 하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거야! 도대체 누구냐고! 얘기해. 찾아가서 죽여 버리겠어! 누구야!”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 미안해요. 용서해줘요. 때리지 마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제발…….”

 

  소리치던 내게 그녀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짓지도 않은 잘못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가슴 속에서 거대한 것이 끌어 올랐는데 그것은 결코 그녀를 향한 동정이 아닌, 사랑하는 E를 해한 누군가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복수심이었다.

 

  머릿속엔 오로지 그녀를 상처 입힌 사람을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는 극단적 태도 밖에 남질 않았다.

 

  “대체 누구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찾아서 당장에 죽여 버릴 거야. 누구야! 어떤 망할 놈의 자식이 너를! 대체 누가…….”

 

  그 때, E의 떠는 손은 날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건너편 한 곳만을 가리켰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아, 아버지……?”

 

  그는 허공에서 빠르게 손을 내리쳐 내 뺨을 강타했다. 무척이나 시렸다.

 

  가슴 한편이 깊게 아려오고, 얼굴은 붉은 색으로 뒤덮여 갔다. 허나 나는 오기로 끊임없이 일어섰다.

 

  반면 주저앉은 동생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

 

  “무엇들 하는 거냐 물었다.”

 

  “……당신은 썩었어.”

 

  “……다시 한 번 말해봐라.”

 

  “아버지……. 대체 E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왜 그러시는 겁니까, 갑자기! 설명을 좀 해보세요!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도록 E를……”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의 입을 봉했다.

 

  그가 손에 쥔 나무 막대기는 나의 손목을 사정없이 꺾어 내렸으며, 그의 발길질에 온몸은 피와 멍으로 뭉개졌다.

 

  얼굴은 검은 피를 뒤집어쓴, 잘려나간 동물의 머리처럼 변해갔다.

 

  “너희도 다 죽어야 돼! 언제 나를 배신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빼앗아갈지 몰라! 가족 같은 건 필요 없어! 차라리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그만해.”

 

  서서히 몽롱해지는 정신 속에 E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 닥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이 자식 다음엔 네 차례니까. 너흰 오늘 부로 전부 죽는 거야! 으하하하하!”

 

  “……그만해! 오빠한테 손대지마! 당장 그 더러운 손 치워!”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품에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하,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죽는 건 당신이 먼저야.”

 

  “E, 너 이 건방진…….”

 

  “오빠……. 몸 가누기 힘들겠지만 잠시 나가줘……. 부탁이야……”

 

  나는 그녀를 염려하면서도 폭음이 두려워 문을 나섰다. E의 바닐라 향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일까.

 

  동생의 실소와 아버지의 비명이 온 집 안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침내 단 한 명의 목소리만 남았을 때, 그제야 나는 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그가 토해낸 웅덩이에 엎드려 간헐적으로 몸을 떨더니 이내 숨이 끊어졌고 움직임을 멈췄다.

 

  E는 허공에 대고 웃음을 지으며 떠는 손엔 방아쇠를 쥐고 그녀의 머리를 겨냥했다.

 

  재빨리 그녀의 손에서 총을 내려놓았다. 하얗게 솟아있는 눈동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 흘릴 뿐이었다.

 

  “……오빠……. 나, 이제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

 

  “이제 다 끝났어, 모두 끝났어……. 그러니까 눈 감아……. 아무것도 보지 말고…….”

 

  “무서워……. 나,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아버지는 미쳐있었다.

 

  후일 동생에게 전해들은 얘기론 아버지의 새 연인, 그러니까 30대의 그 여자는 K사 지분 중 일부를 본인의 명의로 돌려놓은 뒤, 주주총회를 열어 아버지를 규탄하려 했다고 한다.

 

  물론 아버지를 지지하던 세력 또한 탄탄했던 덕에 다행이도 별 탈 없이 하나의 해프닝에서 끝났지만, 그 후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속이고 떠나간다며 사람을 시켜 연인을 살해하고, 꾸준히 술을 들이켰다.

 

  그는 동생에게 수차례 폭력을 휘둘렀으며 그녀가 성장할 무렵, 그녀를 감금하고 강간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저택의 직원들은 경찰과 내게 은밀하게 연락을 취해 이 가족을 구하려 했으나, 이미 모든 계획을 눈치 챈 아버지는 이 나라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을 멀리 떠나보냈다.

 

  우리는 피를 닦고 즉시 땅을 판 뒤, 정원사에게 제초제와 농약을 받아 시체 위에 잔뜩 뿌렸다.

 

  가능한 한 빨리 썩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구덩이로 아버지를 밀어 넣는 순간까지 우리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작업이 모두 끝난 후엔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부터 가구들까지 전부 교체했으며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게끔 예전에 내가 기억하던 저택의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그 다음 나는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실종되었다며 거짓 신고를 했고, 오기 부리던 형사와 천여 명의 수사대는 당연히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 우리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허나 세상 사람들은 과거 품위 있고 열정적이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통곡했다.

 

  나와 동생은 그의 마지막을 기리고자 진실에 대해선 절대 언급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아버지의 죽음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잊혀졌다.

 

  회사의 모든 지분과 유산, 그리고 거대한 저택은 그곳을 빠져나오며 E에게 모두 상속했다.

 

  ‘가족’의 기억은 그 저택 안에선 결코 잊히지 않았기 때문.

 

  내게 어울리지 않던 것들을 모두 반납한 순간, 나는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허나 방아쇠가 당겨진 그 순간부터 나와 E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안에서 괴로워했다.

 

  우리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거대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의 추억에 대하여. 영원히.

 

  내 이름은 A, 나는, 이제는 잊혀진 K의 마지막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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