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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작가 : 지평선
작품등록일 : 2017.10.31

30일 뒤에 지구가 운석에 충돌해 멸망한다.
지구의 멸망을 막으려는 영웅들의 이야기도 아니고,
멸망하는 지구를 분석하는 공상과학물도 아니다.

삶이 30일 남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D-27, 떡볶이 먹으러 갈래?
작성일 : 17-11-22 19:1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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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쩌면 네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날, 왜 나랑 함께 있고 싶은 거야?'

 

 이 말이 목 밑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삼켰다.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들으려고 너에게 조르는 것 같으니까.

 

 

 

 "아직 콘서트 티켓은 남아있어."

 

 너는 노트북까지 가져와서 티켓 예매하는 사이트를 보여줬다.

 

 

 "생각보다 좋은 자리도 많아."

 

 너는 남은 좌석 중에 제일 앞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지막 날인데 가족들이랑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한참 콘서트 좌석을 고르며 들떠 보이던 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네가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난 항상 기분이 이상해졌다.

 너와 눈이 마주치면 내 진심을 다 들킬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부모님은 한국에 안 계시고, 동생도 친구들이랑 파티한다고 했어."

 

 나는 그래,하며 의미없는 대답을 했다.

 

 

 "너는 내가 밉지 않아?"

 

 "미워."

 

 나는 내 표정을 최대한 숨기려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미워'라는 너의 말에 2초 정도 충격받은 얼굴을 해버렸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음, 솔직히 밉다기 보단 좀 답답해."

 

 "뭐가?"

 

 "뭐든 숨기려고 하잖아."

 

 이런 말을 하니까. 나는 너에게 뭐든 꿰뚫리는 듯한 기분을 안 느낄래야 안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안 숨겨."

 

 "자존심도 안 세우고?"

 

 "안 세워! 이제 그럴 시간 없는 거 알아."

 

 "다행이네."

 

 너는 씨익 웃었다. 웃는 너를 보며 나도 긴장되어 있던 얼굴이 풀어졌다.

 날 좋아하면서 내 단점을 지적하는 것에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너.

 그런 네가 한 때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네가 지금까지도 매력적이다.

 

 

 "얼마 전에 임혜성 만났어."

 

 "어."

 

 굳은 표정의 '어.'

 숨기지 말라고 한 건 너잖아.

 

 

 "그런 얘기까지 숨기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너는 마치 내 생각을 다 아는 사람 처럼 말했다.

 

 

 "네 얘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알려줄려고 말 한거야."

 

 "임혜성이 내 얘기를 했다고? 이상하네. 걘 나 별로 안 좋아했는데."

 

 "글쎄. 싫어하는 사람한테 관심이 많나 보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마음에 드는 자리나 골라."

 

 너는 임혜성 얘기를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를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2층 가운데 자리 있으면 거기로 하고 싶어."

 

 "2층? 너 앞자리 좋아했잖아."

 

 어떻게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나는 또 한 번 네게 놀랐다.

 

 

 "그건 예전에 비싼 돈 주고 혼자 쫓아다닐 때 얘기지.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다르잖아."

 

 "다르다니?"

 

 "너랑 같이 가니까."

 

 "그게 왜?"

 

 "걔네 얼굴 한 번 더 보는 것보다 같이 간 사람과의 추억이 더 소중하니까."

 

 너는 손바닥으로 턱을 감싸며 볼을 만지며 웃음을 참다가 결국 픽, 터뜨렸다.

 

 

 "이게 네 매력포인트야."

 

 너는 혼자 기분 좋은 듯 계속 실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 역시 너에게 '이게 네 설렘포인트야'하고 속으로 전했다.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밖으로 뱉을 순 없었다.

 

 

 "그럼 좌석도 다 정했고. 이제 뭐 할 거야?"

 

 여전히 아까의 설렘이 가슴 속에 떠다녔다.

 나의 '이제 뭐 할 거야?'는 '이제 더 재밌는 거 하자.'라는 의미였다.

 

 "음, 출출한데 뭐 좀 먹을래?"

 

 "소소하고 좋다."

 

 긍정의 의미였다.

 

 

 "너 떡볶이 좋아하지 않았어?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

 

 

 

 

 

 

 

 

 

 

 

 

 

 

 

 

 

 "우와, 진짜 맛있겠다!"

 

 음식이 눈 앞에 있는데도 배가 꼬르륵- 야단이었다.

 나는 눈앞에서 보글보글 끓는 즉석떡볶이에 완전히 넋이 나가있었다.

 저절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노을이는 파스타같은 거 좋아할 줄 알았는데."

 

 현채가 떡볶이에 정신이 팔린 나를 보며 말했다.

 

 "뭐야? 쌍팔년도도 아니고 파스타가 무슨 대단한 음식이라고."

 

 소희의 말투가 살짝 비꼬는 느낌이 있었지만 나머지 애들이 특별히 기분 나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난 떡볶이가 제일 좋아."

 

 진심이었다.

 떡볶이가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떡볶이가 좋은 첫 번째 이유는 일단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양도 많고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여러 음식과 궁합이 좋다.

 치즈를 넣어 먹어도 맛있고 라면 사리를 넣어 먹어도 맛있다. 김밥이나 주먹밥과 먹어도 맛있고 튀김이랑 먹어도 맛있다.

 

 세 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다. 떡볶이는 할머니가 특별한 날 해주시던 음식이었다.

 시험을 잘 치거나 상을 받아온 날이면 아프신 몸을 이끌고 굳이 떡볶이를 해주셨다.

 

 

 "아, 난 조별과제 진짜 싫어."

 

 소희는 자기 앞접시에 떡볶이를 덜며 투덜거렸다.

 

 "야, 양소희. 왜 니가 계란 다 가져가?"

 

 소희는 계란을 못 먹어 속상한 현채를 손가락질하며 한숨 쉬었다.

 

 "이래서 조별과제가 싫다는 거야. 이 계란이 바로 조별과제라고 할 수 있지."

 

 현채를 향했던 소희의 검지 손가락이 삶은 계란으로 향했다.

 

 "뭔 개소리야! 너 앞접시나 얼른 내려놔. 4등분 하게."

 

 "이렇게 하는 순간!"

 

 소희가 외치는 동안에도 현채는 달걀을 4등분했다.

 현채의 젓가락질에 짓이겨진 달걀 노른자가 가루가 되어 떡볶이 국물에 뿔뿔이 흩어졌다. 나와 연우는 계란은 그냥 둘이 먹으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현채는 굳이 다 부서져 별 시원찮은 알맹이도 없는 계란을 나와 연우의 앞 접시에까지 나눠줬다.

 

 "이 다 부서진 계란도 먹으라고 주는거냐?"

 

 연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공감의 의미로 나도 웃었다.

 

 "봐. 이러면 공평하긴 해도 아무도 맛있게 계란을 먹을 수가 없잖아. 한 명이라도 맛있게 먹는 게 낫지."

 

 "그래서 뭐? 이 계란이 조별과제면. 조별과제도 한 명한테 독박 씌우자는 얘기야?"

 

 여전히 소희와 현채가 투닥거렸다.

 

 이번 문학개론 수업에 조별과제가 있었다. 우리 넷다 같은 조였다.

 그리고 여기에 한 명 더, 재수강하는 14학번 선배...

 

 "독박이라니. 하여튼 단어를 골라도 꼭 지 같은 것만 골라."

 

 "맞잖아?"

 

 "독박이 아니라-, 어쨌든 우리 중 누군가가, 전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맡긴 맡아야 하잖아?"

 

 "조장이랑 발표같은 건 그렇지."

 

 가만히 먹기만 하던 연우가 한마디 거들었다.

 

 

 "김조이 선배가 이 수업 재수강이야."

 

 소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야, 14학번 선배가 새내기한테 시켰음 시켰지. 새내기 대신해서 조장이랑 발표를 하려고 하겠냐? 그것도 다른 선배도 아니고 김조이 선배가?"

 

 

 

 

 

 

 "그럼 내가 하지 뭐."

 

 회의 내내 아무 말도 안 하던 김조이 선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도 조장과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하자 그녀가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그럼 역할 분담 끝났지?"

 

 김조이 선배는 가방과 책상 앞에 놓인 인쇄물을 대충 챙겨 자리를 떠났다.

 짙은 향수 냄새가 그녀가 떠난 빈 의자 위에서 횡횡히 맴돌았다.

 

 

 

 

 

 

 

 

 

 

 

 

 

 

 

 

 

 "맛있었어?"

 

 "응.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더라."

 

 그리고 오랜만에 참 기분이 좋았다.

 맨날 멸망, 파괴, 끝. 이런 부정적인 단어들만 내 곁에 있었는데.

 오늘은 희망, 시작,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곁에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나란히 걷고 있으니 정식으로 데이트하는 것 같다.

 설레는 것 같다.

 설렌다.

 

 

 "너 지금 기분 엄청 좋아 보여."

 

 "응, 좋은 거 맞아."

 

 "근데 그런 기분 지금 깨면 안 되겠지?"

 

 지금 내 눈치보는 건가? 하태양답지 않게.

 

 

 "뭐야. 니가 이미 그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궁금해지잖아."

 

 "내가 벌써 네 기분 다 깬 거야?"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진짜 기분 좋은가보네. 장난도 막 치고."

 

 

 나의 우스꽝스런 흉내에 너도 웃긴 웃었다.

 

 

 "뭔데? 그냥 말 해."

 

 "너 김조이 선배랑 뭐 있었어?"

 

 그 선배 이야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나오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있긴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었어."

 

 "진짜?"

 

 "진짜야. 그걸 지금 왜 물어봐?"

 

 "니가 아까 임혜성 얘기해서."

 

 "그래서 복수하는 거야?"

 

 너는 복수라는 말이 조금 어처구니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복수하고 싶을 정도로 걔한테 나쁜 감정 없어."

 

 "그럼?"

 

 "걔 얘기들으니까 갑자기 그 선배 생각이 나서."

 

 "그 선배랑 아무 일도 없었어."

 

 "근데 왜…."

 

 

 너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사람이 싫어지는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누군가 좋아지는 게 아니듯이."

 

 너는 아리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턱을 만지작 만지작.

 네 손을 따라 내 시선도 네 턱에 머물렀다. 덜 깎인 수염이 네 손 끝에 채이고 있었다.

 

 

 "마지막 말은 화제를 돌리려는 시도였지?"

 

 "들켰네."

 

 "그렇다고 가벼운 의미의 말도 아니었지?"

 

 

 얘는 알면서 자꾸 물어봐,를 담은 눈빛을 쏘았다.

 알아도 자꾸 묻고 싶다,하고 말하는 네 미소가 내 두 눈에 담겼다.

 

 

 "노래 들을래?"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내가 기분 좋을 때 듣는 노래 목록을 살폈다.

 핸드폰 스피커로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 발걸음이 자연스레 멜로디의 박자를 따랐다.

 

 

 "인워드엔젤 노래랑 비슷하네."

 

 "사람 참 안 변해. 그치?"

 

 "본질은 안 변해도 생각이나 태도는 달라질 수 있지."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해?"

 

 "응."

 

 너의 '응'은 강한 확신이 차있는 어투였다.

 

 

 "아깐 아니라고 했지만 나 여전히 자존심 세고 고집 부려. 쪽팔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고."

 

 "그건 본질이지."

 

 "그럼 뭐가 변했는데?"

 

 "날 대하는 태도가 변했잖아. 며칠 전이랑 완전히 달라졌지."

 

 너는 내 앞머리를 짖궂게 톡 건드렸다.

 며칠 전 너와 대판 싸운 것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부끄러워졌다. 분명 얼굴이 달아올랐을 것이다.

 

 

 "변하게 된 계기가 뭐야?"

 

 "뉴스 봤어."

 

 "뉴스?"

 

 "운석 날아온다는 뉴스를 봤거든."

 

 "그건 며칠 전에 만났을 때도 나오던 뉴스 아니야?"

 

 "이번에 보고 새삼 다시 깨달았어. 며칠 후면 나 이 세상 사람 아닐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네 말대로 솔직해지려고. 나한테, 그리고 내 감정에."

 

 마침 노래가 후렴구를 흘러가고 있었다.

 익숙하고도 낯선 감정이 고조되었다.

 

 

 

 "고마워."

 

 우리 둘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서로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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