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살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한채강
눈치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현아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판타지 세계로 가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

 
[12화] 싸우러 가는 길
작성일 : 17-11-22 15:53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45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12화] 싸우러 가는 길

 

 가미르의 표정에는 역시나 변화가 없었다. 그랜마는 자신이 즐겨 마시는 차를 따라 가미르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가미르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차를 입에 댔다. 따뜻한 온기가 그녀의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너 성인의 식, 제대로 안 치른 거 맞지?”

 

 그랜마의 질문에 가미르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한 모금 차를 마셨다. 하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부카이 같은 남자들이야 잘 몰랐겠지만, 나한테는 보이거든. 그런 여자의 일은 말이야.”

 

 가미르는 역시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랜마는 딱히 대답을 채근하지 않았다. 그녀의 방을 비추고 있는 수많은 양초만이 가끔씩 빛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18살이라고 그랬지?”

 “네.”

 

 작은 목소리.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따뜻한 차와 편안한 분위기가 가미르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것이 가미르의 마음을 조금은 여리게 만들었다.

 

 “전장으로 나올 때, 성인의 식은 기본인 걸 알텐데... 어째서 그냥 나온거지?”

 

 그랜마가 다시 한 번 물었지만 가미르는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성인의 식. 여성이 전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할 일종의 관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성인의 식의 목적은 전장에 나간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었으니까.

 

 전통적으로 전쟁에 참여할 것을 맹세한 여성은 처녀를 버려야 했다. 전장에 나간 여성이 당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중의 하나인 겁탈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하는 의도였다. 일반적으로 약혼자, 없다면 참여할 부대의 사령관이나 귀족의 경우에는 가문의 윗사람과 성인의 식을 치르곤 했으며, 이 성인의 식을 치러낸 자만이 전장에 나갈 것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그 선택이 가문의 배려였든, 개인적 선택이었든 중요하지는 않은데, 네게 전장은 이미 현실이 된 걸 자각하지 않으면 안 돼. 너 죽을 생각이었지?”

 

 그랜마의 이야기에 가미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 정도 생각으로 신의 전사를 쫓아온 거라면, 완전히 실격이야. 오히려 폐만 끼칠게 분명하거든. 하긴 그러기 전에 미리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그랜마가 가미르에게 칼을 던졌다.

 

 “어여쁜 소녀께서 죽겠다 하시면, 뒤처리는 내가 해줄게.”

 

 그랜마의 칼을 집은 가미르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칼을 들어 그랜마에게로 달렸다.

 

 ‘퍽!’

 

 그랜마의 발길질에 가미르는 칼 한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패기는 있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애기란 말이야. 아까도 마치 성인의 식을 잘 치러낸 것처럼 의연하게 있고 말이야. 그런데, 활 쓰는 애가 칼 들고 달려들면 어쩌자는 거야? 하긴 그러라고 일부러 칼을 던진 건 나긴 하지만. 아하하하하. 역시 난 개 똑똑해!”

 

 그랜마가 크게 웃어버렸다. 가미르는 바닥에서 배를 잡고 있었다. 묵직한 고통이 온 몸을 감쌌다.

 

 “전우 하나가 신의 전사를 괴물에게 바칠 생각이야. 그리고 난 그걸 막고 싶거든. 어때? 네가 도울래?”

 

 가미르는 의외의 제안에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했다.

 

 -

 

 손에는 쇠고랑을 차고, 수레에 실려 가는 내 꼴을 보니 참으로 처량했다. 옆에는 역시 쇠고랑을 차고 있는 가미르가 있고, 주변에는 감시병들이 그득했다. 가미르 앞에 키 큰 여자가 보였다.

 

 “가미르. 괜찮아?”

 

 내 물음에 가미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해!”

 

 나를 호위하는 건지 감시하는 건지. 어쨌든, 옆에 있는 병사 하나가 나를 위협하는 표정을 지었다. 참 죽이기 쉬워 보이는 놈이지만,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있는 자를 죽일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저 앞에 있는 여자는 누구야?”

 

 병사는 보지도 않고 누군지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랜마라고 불리는 여장부지. 총사령관 부카이의 친 누나야.”

 

 나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카이의 저 덥수룩한 수염과 거친 피부를 보면 적어도 40은 되어 보였는데, 누가 봐도 좋은 피부를 지닌 저 여자가 그 누나라니. 그렇다면 적어도 마흔은 넘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젊어 보이는데?”

 “그치? 그런데 사실이야.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부카이 총사령관보다도 싸움을 더 잘한다는 거지.”

 

 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뭔지 모르지만 그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는 병사의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큰 산이 보였다. 우리는 아까부터 보였던 거대한 산의 밑에 와 있었다.

 

 “모두 멈춰라.”

 

 부카이의 소리가 들렸다. 그를 뒤따르던 100명의 병사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부카이는 말을 뒤로 돌려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를 풀어줘라.”

 

 마침내 자유의 순간이 왔다. 내가 장담하는데 묶여 있는 거 생각보다 고통이 크다. 온몸이 뻣뻣해져서 마치 뭔가가 내 몸을 계속 두들기고 있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다.

 

 수레에서 내린 내게 갑옷과 칼이 전달됐다. 다시 무장을 하니 뭐랄까... 조금 안정감이 느껴졌다. 역시 인생은 템빨이다. 가미르도 다시 자유를 찾았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고 있던 쇠고랑이 풀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활을 받자마자 활시위를 당겼다. 팽팽하게 휘어진 활을 느끼고는 만족했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신의 전사. 당신이 가야 할 곳은 이 쪽으로 한 반나절 정도 걸어가면 있네. 부디 무운을 빌지.”

 

 부카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랜마가 부카이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랜마의 의외의 행동에 부카이가 칼을 뽑아 그랜마의 앞을 막았다.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긴, 나도 같이 갈 생각이야.”

 “가면 죽는다.”

 

 부카이의 말에 그랜마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걸 알면서 이들을 보내려 하는거야? 비겁하잖아. 안 그래?”

 

 부카이를 노려보는 그랜마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부카이의 눈빛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은 그랜마의 길을 막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일단 우리는 갈길 가면 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둘 다 대답도 없고 반응도 없었다. 거참, 민망하네. 내가 그냥 가려하자 가미르가 나를 잡았다.

 

 “잠시만요.”

 

 말을 안 하는 사람들은 말할 때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 하지만 사실이다. 말이 없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은 그만큼 무게가 실려 있으니까. 나는 가미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는 따라주는 것이 맞았다.

 

 “야! 병사들! 저 너머에 있는 게 뭐냐!”

 

 그랜마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공간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저 너머에 있는 거! 괴물 한 마리! 딱 한 마리! 그걸 우리가 못 잡아서 이러는 거 맞냐!?”

 

 그녀의 말에 정작 놀란 것은 나였다. 병사들이 동원되어 괴물과의 싸움을 치르고 있었고, 그렇기에 괴물의 숫자가 매우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차였다. 그런데 고작 한마리라니. 괴물은 인간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는 건가?

 

 “그래서 사람들을 재물로 바친 것도 맞냐!?”

 

 그랜마의 일갈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

 

 부카이가 소리쳤다.

 

 “날 모욕할 셈이라면 지금 당장 목을 베겠어.”

 

 그랜마는 킥킥대며 웃었다.

 

 “모욕당할 명예는 남아 있는 거냐?”

 “그 한 마리의 괴물을 잡지 못해 수천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어! 곧, 호오리도 사라지게 될 판이었다고! 호오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악마에게 아스트가 넘어간다는 거지. 신의 눈물도 더 이상 없을 테니까?”

 “그게 아들을 바친 이유라도 되는 거냐?”

 

 그랜마의 말에 부카이의 얼굴이 검붉어졌다. 그의 칼이 그랜마를 향했고, 그랜마 역시 자신의 칼로 부카이를 공격을 막아냈다.

 

 가미르의 안쓰러운 표정이 느껴졌다. 나는 조금이라도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는지 조용히 말했다.

 

 “괜찮을거야. 가족 싸움은 칼로 물베기나 다름없으니까.”

 

 부카이의 칼이 그랜마의 왼쪽 어깨를 스쳤고, 곧 빨간 피가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싸움을 말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칼을 들고 둘 사이로 들어갔다.

 

 “멈춥시다.”

 

 사실, 나는 조심성이 좀 없다. 그랜마의 칼이 내 머리 위로 부카이의 칼이 내 옆구리 밑으로 정말 가공할 속도로 다가왔다. 까딱하면 죽을 판이었지만, 둘 다 고수니까 알아서 멈춰 줄거라 믿었는데, 항상 믿음은 배신을 때린다.

 

 그랜마가 칼날을 돌려 다행히 칼등이 내 머리를 쳤다. 그리고 부카이는 내 옆구리를 살짝 베었다. 새끼... 일부러 그랬네. 아이씨. 아야. 따끔해라.

 

 “싸우기도 전에 부상을 입히면 어쩌자는 거야. 어쨌든. 대충 어떤 사정인지는 알겠는데, 과거의 문제는 두 분이 나중에 알아서 풉시다. 핵심은 괴물 없애면 되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가면 다 죽게 된다.”

 “와... 지금 그럼 누나 죽을까봐 걱정해 주는 거야? 당신 생각보다 좋은 동생이네?”

 

 내 이야기에 부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랜마는 칼등으로 내 머리를 한 번 더 치더니 칼을 집어넣었다.

 

 “됐고. 죽이고 올 테니 둘은 화해나 하고 있으라고. 가미르 가자.”

 

 가미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옆으로 왔다.

 

 “나도 같이 가겠어.”

 

 그랜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부카이는 체념한 듯이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나도 같이 간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2화] 싸우러 가는 길 2017 / 11 / 22 268 0 4501   
12 [11화] 각자의 생각 2017 / 11 / 21 282 0 5343   
11 [10화] 새로운 도시 2017 / 11 / 20 290 0 5504   
10 [9화] 오빠가 가주세요. 2017 / 11 / 17 255 0 4583   
9 [8화] 신의 자식 2017 / 11 / 16 290 0 5020   
8 [7화] 마법사를 만나다 2017 / 11 / 15 288 0 5728   
7 [6화] 동트기 전의 여관에서 2017 / 11 / 14 279 0 5214   
6 [5화] 그녀와 같은 방에서 2017 / 11 / 13 265 0 6036   
5 [4화] 숲 2 2017 / 11 / 11 272 0 5167   
4 [3화] 숲 2017 / 11 / 10 270 0 5553   
3 [2화] 새로운 세상 2017 / 11 / 9 260 0 5106   
2 [1화] 소를 잡자 2017 / 11 / 8 273 0 5184   
1 프롤로그 - 가진 재능이라곤 살인 뿐 2017 / 11 / 8 470 0 80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좀비아일랜드
박재이
용사여 세상을
박재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