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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12장 울지 않는 산맥 (2)
작성일 : 16-06-08 10:56     조회 : 509     추천 : 0     분량 : 4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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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붉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알싸하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머리색을 가진 엘프는 셋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엄숙하고, 위엄이 있었다.

 

 사자무리 중 갈기가 가장 화려한 우두머리 같았다고나 할까.

 

 키도 그 중에서 가장 커서 커다랗고 단단한 나무를 보는 듯 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들을 수 있던 소리는 아주 저음으로, 동굴 속에 온 듯 울리면서도 정확한 목소리였다

 

 “ 나는 울지 않는 산맥의 엘프, 지도자 ‘아도니스 투르크’ 라 하네. 엘프와 티그리스 여신의 계약 아래 이어져 있는 자들이라. 기이한 조합이라 내 친히 마중을 나왔네. ”

 

 뒤에 서 있던 엘프들이 무릎을 꿇고서 간소하게 절을 올렸다.

 

 행동을 보아하니, 쫓아낼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다들 속으로 안도했다.

 

 검은 머리의 엘프가 붉은 말 세 마리를 끌고 앞으로 나왔다.

 

 윤기가 흐르는 말에 검고 멋진 안장까지 얹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자신을 지도자라 소개한 아도니스가 앞으로 손을 내밀며 앉으라는 식의 제스쳐를 취했다.

 

 “ 그대들은 필시 우리를 찾아왔겠지. 우리가 허락하지 않고서야 이곳에 도착할 수 없었을 게야. 궁전으로 초대하지. 어서들 올라타게. ”

 

 어찌 올라타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말하겠는가.

 

 친히 지도자가 말씀하시는데 말이다.

 

 셋은 검은 머리 엘프의 도움을 받아 높은 말에 잘 올라탈 수 있었다.

 

 또각 또각 거리는 말발굽 소리만이 들렸다.

 

 엘프들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잘만 걸었다.

 

 걷는 게 아니라 나는 듯 숲을 지나갔다.

 

 많은 이가 지나가는 걸 들리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인지, 아니면 그저 산새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별로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앞에는 큰 나무가 보였다.

 

 큰 나무들이 서로 악수라도 하는 듯 서 있어 그 밑으로 지나가는 느낌은 묘했다.

 

 나무들이 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처럼 느껴졌고 그들이 째려보는 듯 뒷목도 따가웠다.

 

 문을 지나가자 마자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색달랐다.

 

 인간이 만들어 직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들과는 다르게 엘프들의 거주지에는 온전한 직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든 선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빗방울이 한 방울씩 모여 흘러가는 것처럼, 나이테처럼 둥그렇고 온화한 선으로 위엄있는 성을 지어 살고 있었다.

 

 마드린느와 가이온은 그저 처음 보는 광경에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느라 바빴지만 리브는 문득 자신이 느끼는 그리움에 반가움과 의구심을 품었다.

 

 ‘ 그리워했다는 것은 내 몸에 엘프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와본 적도 없던 이 곳을 그리워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머뜩찮아. ‘

 거대한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된 셋은 말에서 내려야 했다.

 

 아도니스가 흰 금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리브, 리브 투르크. 그대가 그대의 어미와는 달리 돌아오는 선택을 하게 되어 기쁘네. ”

 

 “ 어머니께서 원하셔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떠날 생각도 없었습니다. ”

 

 냉랭하게 리브가 대꾸했다.

 그는 왜 이리 차가운 걸까.

 

 “ 돌아온 자여, 그대의 어머니, 엘리브제나 투르크가 떠나고 나서 우리 투르크 족이 얼마나 슬퍼했는지를 아는가? 다들 상심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네. ”

 

 자애롭게 말하려고 했으나 듣고 있는 자들은 그가 어딘가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로 요상한 말투였기 때문이다.

 

 마드린느는 속으로 생각했다.

 

 ‘ 무슨 지도자가 저런 말투를 써? 배운 티 좀 내야 하는 거 아니야? ’

 

 당연히, 아무도 듣지 않게 속으로만 말이다.

 

 아도니스는 환희에 찬 얼굴로 기뻐했다.

 

 그 여파로 그의 긴 몸뚱아리가 흔들거릴 정도였다.

 

 “ 자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우리 종족은 다시 번영하겠지! 오늘은 피곤할 터이니 휴식을 취하고 당장 내일부터라도 이어받을 준비를 하게. ”

 

 “ 뭘 이어받습니까? ”

 

 리브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 그야, 당연 지도자 자리가 아니겠는가! 내 자리를 잇게. “

 

 리브는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 찌푸려서 곱상한 이목구비가 한 곳으로 뭉칠 정도였다.

 

 “ 투르크 족이여, 안심하게. 드디어 유일한 후계자가 돌아왔네. ”

 

 “ 그게 뭡니까. 후계자라니요. ”

 

 리브의 심드렁한 물음이 나왔다.

 

 “ 자네가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피에 따른 합당한 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대의 어머니와 달리 그대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은 의로운 왕자일 테니 말일세. ”

 

 아도니스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다.

 진심인 거다.

 

 “ 저버리기도 전에 저는 지금 이게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어머니가 돌아가라 유언이라 말씀하셔서 잠시 들릴 생각으로 온 것 뿐입니다. ”

 

 잠시 동안의 기 싸움이 이어졌다.

 둘 다 눈을 한 번도 감지 않고 서로를 쳐다봤다.

 녹색눈끼리 시선을 부딪치며 합을 겨루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서로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건방진 생각이라는 비웃는 어투로 아도니스가 경고를 날렸다.

 

 “ 잠깐 들릴 생각으로? 이곳이 어딘지는 알고 말하는가? 울지 않는 산맥은 방앗간이 아닐쎄. 목숨을 걸고서 오가는 자들도 쎄고 쎘건만, 그대는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단 말이지. ”

 

 의자에 앉은 채로 빈정거림이 계속되었다.

 

 “ 그렇다면 말해주지. 그건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

 

 뭔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아도니스의 목이 쭉 늘어나 리브의 얼굴 앞에 가 있었다.

 

 성이 난 채로 이를 깨물며 간신히 이성을 찾은 채로 말하는 그는 성난 독재자처럼 보였다.

 

 “ 소꿉장난은 그만하게. 이 정도면 나로써는 호의를 베푼 셈일세. ”

 

 리브가 담담하게 되물었다.

 

 “ 방금 도착한 손님을 환영하던 그 인사는 어디로 갔습니까? ”

 

 “ 엘리브제나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군 그래. ”

 

 “ 쫓겨난 것입니까? ”

 

 리브의 어머니 엘리브제나는 한 번도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향수병 같은 그리움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

 리브는 아무래도 어머니가 종족으로부터 쫓겨난 게 아닐까 으레 짐작했다.

 

 “ 쫓겨나? 그 엘레브제나 투르크를? ”

 

 애증이 섞인 답이었다.

 

 “ 엘리브제나가 우리를 버렸네. 마땅히 우리들의 여왕이어야 했을 그녀가, 우리를 버렸단 말이네. ”

 

 “ 투르크 종족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운명을 타고난 자가 그 자리에 앉아 다른 이들을 보살펴야 하네. 엘리브제나는 그래야만 하는 자였고. ”

 

 가이온과 마드린느는 일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 엘프가 그저 종족으로만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왕자였던 말이야? 자신은 하나도 그걸 몰랐고?

 

 그럼 이제 리브가 엘프를 다스리는 건가?

 근데 얘는 엘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데 잘 할 수나 있을까?

 게다가, 다스릴 마음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게 문제였다.

 정말 방문객의 마음만 가지고서 온 여행이었다.

 

 “ 같잖은 인간에 빠져 모든 걸 버리고 떠나버렸네. 그 인간의 아이도 낳았고. 우린 차마 그녀에게 반항할 수가 없었네. 애초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으니 말일세. 그렇게 인간에게 동화되어버린 엘제나가 죽었을 때, 유언에서조차도 우리를 찾지 않더군. ”

 

 그 같잖은 인간은 아마도 리브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반은 인간, 반은 엘프인 리브.

 

 리브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어머니가 모두를 버리고서 아버지를 택했다니.

 고아원에서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자로써 다른 사람들을 보살펴왔다.

 그런 어머니가 다른 엘프들을 버렸다니.

 

 리브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 어쩌면 어머니는 다른 이들을 버린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타고난 운명에 저항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습니다. 다들 흘러가는 삶을 살기로 했다면, 어머니는 풍파를 이기는 삶을 선택했던 것 뿐입니다. ”

 

 “ 그런 어머니를 닮은 저 역시 투르크 족을 다스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왕자로 태어났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도 제 운명에 저항하겠습니다. ”

 

 “ 적합한 지도자를 잃어버린 투르크 족은 점점 기력이 저하되고 있네. 이러다가는 씨가 말라버릴 지도 모를 지경이네. 리브 투르크, 자네를 받아들 조건은 오직 어미의 자리를 이어받아 후계자로써 할 일을 한다는 것일세. ”

 

 “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

 

 왼쪽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던 지도자가 다시 목을 제 몸에 딱 붙이고서는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그도 이런 난장판이 지겨운 모양이었다.

 

 “ 역지사지라, 자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인간족과 생활을 같이 했으니 그 사고방식도 인간의 것이겠지. 그들은 갑작스런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미개한 종족이라지? 내 이해하겠네. ”

 

 나름 인심을 쓰다는 것인가.

 

 “ 하루 동안의 말미를 주겠네. 그 동안 잘 생각해보게. ”

 

 셋은 연두색의 풀잎과도 같은 갑옷을 입은 엘프들에게 이끌려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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