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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위치 헌터
작가 : 데르벨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족의 복수를 위해 대륙을 떠돌며 마녀를 사냥하는 남자의 이야기

 
2화 어머니의 마음 (3)
작성일 : 17-11-22 12:00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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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3

 

 흔적은 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까지 이어졌다. 사냥꾼의 거처였다. 처마엔 토끼와 담비 가죽이 걸려있었고, 그 밑엔 사냥에 쓰는 덫들이 가지런지 정리돼있었다. 알버트는 왼쪽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춰 세웠다.

 “왜 그러나?”

 두나르가 물었다. 알버트는 대답 대신 오른쪽 주머니에서 작은 수통을 꺼내 그에게 넘겼다.

 “성수입니다. 그걸 도끼날과 석궁의 화살촉에 발라두시오. 그거라면 일시적으로 임프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요.”

 “성수? 그 사원에 있는 짠맛 나는 물 말하는 건가?”

 “사제의 축복도 덤으로 듬뿍 담겨있지.”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두나르가 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여태까진 충분했소. 서두르시오, 놈이 튀어나오기 전에.”

 두나르가 도끼날에 성수를 살짝 뿌린 뒤, 아들에게 넘겼다. 그의 아들은 손을 벌벌 떨며, 마지막 화살에 남은 성수를 전부 쏟아 부었다. 그 모습을 본 알버트가 두나르에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어딜 가든지 화살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소.”

 “성수도 말인가? 됐네, 이런 여행은 한 번이면 족해!”

 두나르가 도끼를 바닥에 박으며 침을 퉤 뱉었다. 그러더니 손을 비비고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린 뒤 말했다.

 “자, 이제 쳐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기다리시오. 집 주변을 돌아보고 올 테니.”

 “왜?”

 “그 임프의 동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알버트의 말에 두나르의 아들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덩치와 용기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두나르보다 그의 아들에 무장이 더 빈약했기 때문에, 알버트는 아들에게 은 단검을 넘기며 말했다.

 “문과 창문을 잘 지켜보시오. 갑자기 뛰쳐나올 수도 있으니.”

 깜짝 놀란 두나르의 아들이 황급히 석궁으로 문을 겨눴다. 그 모습에 남몰래 피식 웃으며, 알버트는 조심스럽게 오두막 뒤쪽으로 향했다.

 

 뒤편 공터는 사냥꾼의 작업장이었다. 볕이 잘 드는 곳에 가죽을 벗기는 작업대와 건조대가 있었고, 고기를 훈제하기 위한 시설도 보였다. 오두막 벽 근처에 있는 장작더미 옆에는 뼈들을 모아둔 통도 있었다. 일부 뼈에 가공의 흔적이 있었는데, 아마 사냥꾼의 부업이거나 취미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정작 사냥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알버트는 그가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벌써 희생자가 한명 나온 뒤였다. 두 번째 희생자가 나오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사방을 조심스럽게 둘러봤지만, 별다른 기척은 없었다. 어쩌면 홀로 행동하는 녀석일지도 몰랐다. 알버트라고 해서 항상 악마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집 앞쪽으로 합류하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굽니까? 사, 살려주세요!”

 깜짝 놀라 몸을 돌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훈제 기구 근처에 있는 커다란 통에서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통 뒤쪽에 팔뚝만한 구멍이 나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는 그곳에서부터 새어나왔다.

 구멍에 얼굴을 가까이 대자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알버트를 본 통속에 인물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오, 신이시여! 드디어 제 기도를 이뤄주셨군요! 어서 날 꺼내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저 오두막에 주인이오?”

 “그렇습니다, 내가 오두막의 주인입니다!”

 “왜 이런 꼴이 된 거요?”

 알버트가 묻자, 남자가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야밤에 임산부가 도움을 요청해서 집 안으로 들였더니, 나를 기절시키고 이 안에 가뒀습니다. 뚜껑을 막아놔서 벌써 이틀 째 이 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뚜껑을 보니 과연 못질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알버트는 검을 집어넣고 뚜껑을 벗기기 위한 도구를 찾았다. 금세 가죽을 두드리는 망치와 뼈를 세공하는 끌이 그의 손에 들렸다. 그가 끌을 역수로 쥐고, 망치를 치켜 들며 말했다.

 “조심하시오.”

 몇 번 망치질을 하자 뚜껑에 일부가 쉽게 부서졌다. 사내가 안에서 밀고 알버트가 밖에서 잡아당기자 나머지도 금방 해결이 됐다. 마침내 통 밖에서 벗어난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알버트의 손을 맞잡았다. 한층 더 고약해진 냄새가 알버트의 얼굴을 찡그러뜨렸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가죽이나 고기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그 문제는 당신 집 안에 있는 악마부터 처리하고 얘기합시다.”

 알버트가 손을 빼며 엄지로 오두막을 가리켰다. 사내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악마라고? 혹시 뿔 달리고 작달만한 그 놈을 말하는 겁니까?”

 사내가 묘사한 모습은 알버트가 목격한 임프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도 오두막 안에 숨어있는 녀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내는 놈이 흉측하다는 말에는 공감했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녀석은 사람의 배에서 태어났습니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분명해요.”

 “당신이 얘기한 임산부에게서 말이오?”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나도 아기를 처음 봤을 때 녀석이 저주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흉측했거든요. 너무 놀라서 부적을 찾으려고 허둥댔는데, 그녀가 뭔가로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습니다. 눈을 떠보니 저 통 속이더군요.”

 “임산부와는 아는 사이였소?”

 “그녀의 남편과 축제에서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녀하고도 일면식이 있죠. 남편은 이름이 우나르고 아내는 예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 우리가 찾던 그 여인이 맞는가 보군.”

 머릿속에서 가설이 수정됐다. 우나르의 부인은 알버트의 생각과 다르게 온전한 몸으로 집을 빠져나왔다. 그들 일행 말고 그녀를 추적한 사람은 없었다. 만약 다른 이가 있었다면 자신이 흔적을 발견했을 터였다.

 “그녀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소?”

 “머리는 산발을 하고 온 몸에는 멍이 시퍼렇게 들어있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또 남편에게 맞았구나, 하고 생각했죠.”

 “또 라고?”

 알버트가 사내에게 되물었다.

 “듣자하니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린다고 하더군요. 축제 날 봤을 때도 눈가에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그 때 오두막에 모퉁이를 돌며 두나르가 나타났다.

 “알버트 무슨 일인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데?”

 도끼를 단단히 움켜쥐며 나타난 두나르가 통 속에 갇혀있던 사내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 남자는 누군가?”

 “동생 부인이랑 정분이 난 남자는 아니니까 안심하시오. 이 오두막에 원래 주인이라고 합니다.”

 “그걸 어떻게 믿나.”

 “연인이라면 통 속에 이틀이나 가둬두진 않겠지. 일단 앞으로 갑시다.”

 알버트가 사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움직일 수 있겠소?”

 “몸이 조금 뻣뻣한 거 외에는... 그러고 보니 당신들은 누구시죠? 은인의 이름을 묻는 것도 깜빡했네요.”

 “알버트요. 방금 나타난 사람은 두나르라고 하고. 당신은?”

 “칼빈. 두나르라면... 우나르와 무슨 관계입니까?”

 “그의 형이오. 우린 우나르 부인의 흔적을 따라 왔소.”

 칼빈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죠?”

 “우나르가 살해당했거든. 온 몸이 토막 나서.”

 알버트가 몸을 돌려 앞장서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오두막 앞쪽으로 돌아오자, 여전히 석궁으로 문가를 겨누고 있는 두나르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알버트는 그가 군대에 가면 적응을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시키면 의문을 갖지 않고 행동하는 타입. 심약한 성격은 전투를 몇 번 겪다보면 알아서 고쳐지리라.

 두나르는 여전히 칼빈을 의심하는 눈빛으로 봤다. 하지만 칼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알버트가 한 말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낯빛이 창백했다.

 알버트가 칼빈에게 들은 말을 두나르에게 전하자, 그가 격앙된 표정을 띠었다.

 “거 보라고! 그 년이 내 동생을 죽이고 여기까지 도망친 게 틀림없다 했지 않나!”

 “단정하긴 이르오. 그녀가 칼빈의 오두막에 찾아왔을 땐 이미 만삭의 몸이라고 했소. 임산부가 우나르를 죽이고 그의 몸을 도륙 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까?”

 “조력자가 있다면 가능하겠지.”

 두나르가 칼빈을 쳐다보며 말했다.

 “왜 자꾸 날 그런 재수 없는 눈으로 보는 겁니까? 내가 우나르를 죽였다고 생각해요?”

 “진정하시오, 두나르. 칼빈은 조력자가 아닙니다.”

 “어떻게 확신하나. 자네가 이 자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응?”

 “뒷마당에 그려져 있던 의식의 흔적은 평범한 사람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오. 오직 한 부류만이 그것이 가능하지.”

 “그게 뭔데?”

 알버트가 자꾸 칼빈에 편을 드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두나르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여차하면 알버트에게도 도끼를 휘두를 태세였다.

 “마녀.”

 알버트가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 속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오직 마녀들만이 그런 의식을 집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악마에 이어서 이번엔 마녀라고? 기가 찰 노릇이구만!”

 “마녀라는 건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것들 아닙니까?”

 칼빈의 물음에 알버트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그런 식으로 자신들에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 노력해왔소. 그 결과 마녀라는 단어는 동네 미치광이나 불쌍한 처녀들을 상징하는 것이 됐지. 그리고 마녀를 만났을 때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얘기가 퍼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 일 거요.”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지?”

 두나르가 물었다. 알버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내가 그 생존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거의’ 없다고 했지. 난 마녀들을 만났지만, 살아남았소. 그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일이지. 그 이후로 나는 그들을 전부 지옥의 아가리에 쳐 넣기로 맹세했습니다.”

 “대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알버트에 분노를 감지한 칼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네, 현상금 사냥꾼이 아니었군?”

 두나르의 말에 알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먹고 자고 입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오. 마녀들을 찾는 것이 의지만으론 될 일이 아니니까.”

 “우릴 속였군.”

 “미안하게 됐소.”

 두나르가 알버트를 노려봤다. 그러다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내 동생을 죽인 망할 년을 잡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안에 숨어있는 악마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검을 뽑아들며 알버트가 말했다. 그러나 간단하게 말한 것과 달리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우나르가 지속적으로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참다못한 부인이 우나르를 죽이고 도망친다는 가설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성인 남성을 그렇게 갈기갈기 찢어 놓을 힘이 있었다면, 맞고 사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만삭의 여인이. 어쩌면 부인은 우나르를 죽인 범인에게서 도망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칼빈이 봤다는 그 아기는 어떻게 된 걸까? 알버트가 본 것은 확실히 악마였다. ‘그 날’ 이후로 처음 마주친 것이긴 하지만 그는 놈들에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기가 저주를 받은 것일 지도 몰랐다. 어쨌든 제 3자가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알버트는 천천히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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