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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경성크툴루
작가 : 최믹하
작품등록일 : 2017.11.17

경성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들, 괴력난신 소녀와 유학파 탐정사무소 소장님이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손 (4)
작성일 : 17-11-22 11:09     조회 : 548     추천 : 2     분량 : 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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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머리로 문을 두드린다.

 

 당연하지. 손이 묶여 있으니까. 뭐, 보통 사람은 손이 묶이면 어깨로 문을 두드리거나 하겠지만. 살해당한 사람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정신상태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나는 아직 입을 뗄 기분이 아니었다.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지만, 뭔가의 불쾌한 흐름을 발견한 것 뿐이었지만, 그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추악하고 더럽다. 세상이 악하다.

 소장님은 내 추임새를 잠시 기다렸지만, 내 표정을 흘끗 보고는 기다린 적 없다는 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소장님의 목소리에도 여전히 격양의 흔적이 남아있긴 했다.

 

 “손이 묶여서 ‘자살했다’.

 하지만 그 후에 누군가를 찾으러 다니고 있어. 이상한 일이지. 살해범은 남편일 거 아냐. 하지만 남편보다 더 큰 원한관계의 사람이 있는 거야. 이 사람을 찾을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한, 사람, 집에서 쫓겨나게 된 원인이 된 사람.”

 

 소장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꽉 눌러 참은 숨결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아주 많이 화가 났다…

 다행히도 소장님은 화를 터트리는 대신 마담을 돌아봤다.

 

 “죽은 아내에겐 무슨 문제가 있었죠?”

 “글쎄, 그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빠에서 하진 않지. 특히 자신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아내의 실제 살해범이라면, 더더욱이나.”

 

 마담은 빙긋 웃었다. 소장님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화를 참느라 그런 것 같다.

 

 “뭐, 됐어요. 직접 들어보면 되겠죠.”

 

 하지만 그 무표정하고 무신경한 목소리로 갑자기 튀어나온 폭탄선언에 나는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나가시게유? 저기 저 이가 저러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문 밖에서 저 이가 저러고 있는데. 저 원한이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섬뜩하기는 매한가지다. 빠에 뒷문 같은 것이 있을까. 그런 곳으로 나가려는 것일까.

 물론, 어이없어한 것은 소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소리야.”

 

 소장님은 미간을 찡그리다가… 자신이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던 것 같다. 소장님은 숨을 한번 들이쉬고, 다시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까 하던 분석으로 다시 돌아가볼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1번부터 9번까지, 그리고 12번 이야기는 했으니까, 10번과 11번 차례겠지.

 10.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찾았다’ 라고 말했다.

 11.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 분명히 우리가 아니야. 우리는 이 이야기의 흐름을 대충 파악했고, 이 이야기에는 확실히 주인공인 두 남자가 있지. 찾았다면 그 사람이잖아. 그리고 이 빠에 들어오려고 했지. 그 이야기는…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서 소장님과 눈을 마주쳤다. 아니, 마주치려고 했다. 소장님은 이미 고개를 돌려 마담을 쏘아보고 있는 차였다. 마담은 이 불타는 소장님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미소로 마주해주고 있었다.

 

 “이 괴담을 들으면 귀신이 찾아온다는 건, 거짓말이었죠?”

 “응. 그렇지.”

 

 언제나처럼 맹하고 부드러운 마담의 미소.

 

 “화자와 김 형, 저 두 남자를 따라 이 곳으로 온 거였군요.”

 

 소장님은 그 둘에게 손가락질했다.

 

 빠 구석에, 어두침침한 구석에 장식품처럼 앉아있던 남자 둘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의 시선을 마주했다.

 나는 순간 그것이 첫 번째 살인을 숨기기 위한 두 번째 살인을 생각 중인 살인자와 공범의 표정일까, 생각했지만 바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따금씩 문 밖에서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떨리는 눈꺼풀과 어깨, 잇자국이 선명한 갈라진 입술과 식은땀으로 이미 눅눅해진 와이셔츠. 지독한 공포에 짓눌리다 못해 그 외에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 잘 숨긴 줄 알았던 그들의 범죄가 무겁게 무겁게 몸을 짓눌러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나는 그들이 제풀에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들 지경이었다.

 

 “맞아.”

 

 마담은 소장님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그들에게 잠시 준 뒤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죽음을 목도하고 선 자들을 향한 시선에는 걱정이나, 분노나, 동정 같은 감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언제나처럼의 미소.

 

 “괴담은 진행 중이고, 한 주인공은 지금 문 밖에, 나머지 두 주인공은 문 안에 있지. 너희는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소장님이 낮게 신음했다.

 아마 아까 괴담을 마담도 들어서 저 여인이 여기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애매하게 얼버무렸던 이유가 밝혀져서겠지. 애초에 이건 듣는 사람에게 옮겨오는 괴담이 아니었다. 목적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었고, 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동네를 돌아다녔을 뿐이다. 이번에는 빠 포에따에 와 있는 거고.

 

 마담은 적당한 거짓말로 우리를 끌어들였다. 왜?

 

 하지만 중요한 것이 그건 아니었지. 소장님의 불이 들끓는 눈동자가 잠시 마담에게 향했다가, 다시 까맣게 타 들어간 얼굴의 두 남자에게 향했다. 화를 낸다면, 이 두 범죄자에게 먼저 내는 것이 맞았다.

 

 “저 여자를 죽였어?”

 

 남자들은 소장님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어쩌면 요 며칠 고생해서 더 삭아버린 것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소장님은 귀한 집 자식답게 이 안하무인적 태도가 묘하게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남자들은 소장님의 분노에 분노로 마주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소장님은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다 오해야? 대화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당히 얼굴을 마주하고 술 한 잔 하면 풀릴 만한 일이야? 당사자들도 술도 모두 여기 있으니 나는 그냥 저 문을 열어주면 돼?”

 

 당연히, 그럴 리는 없었다.

 키가 좀 더 작은 남자는 할 말이 너무 많거나 적은 듯, 목소리 대신 입을 움찔거리기만 했지만, 좀 더 덩치가 큰 쪽은 기겁을 하며 일어서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말했다.

 

 “아니, 안 돼 안 돼, 안 된다고, 안 돼, 우리를 다 죽일 거야.”

 “죽이고 싶을 만한 짓을 했어, 아니면 죽였어?”

 

 말을 좋아하는 소장님 치고는 꽤 짧은 질문이다. 하지만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었고, 그 태도는 고압적이었다. 두려움에 질려 있던 덩치가 큰 쪽은 둘 중에 어떤 것도 그럴싸하게 수긍하지 못하는 태도로, 하지만 충분히 안절부절하며 말했다.

 

 “주, 죽이다니, 나는, 아니 저는, 이 새끼가 시키는 것만 아니었으면, 그런 일은 하지 않았어요,”

 “김 형, 허튼 소리 하지 마!”

 

 뭔가 덩치가 큰 쪽이 정신 없는 태도로 아무 이야기나 주워섬기려고 할 때, 얼어붙어 있던 몸이 깨지기라도 한 것처럼, 작은 쪽이 벌컥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탁자를 짚은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붉게 핏발이 서 있었다. 자신의 범죄에게 추격당하는 살인범다운 모습이었다.

 덩치가 큰 남자는 발작적으로 작은 쪽을 돌아보며 노려보았다.

 

 “뭐, 뭐, 나는, 나는, 네 말을 들은 죄밖에 없어.”

 

 대충 눈치로는, 공포에 질려 이제 그만 발을 빼고 싶은 공범. 그리고 그런 공범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계획의 주도자. 그리고 둘 다 굉장히 발작적이고 불안정한 태도였다. 문으로 머리를 들이받고 있는 피해자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작은 남자는 색유리 뒤의 검은 그림자에게, 그리고 쿵, 쿵, 쿵, 하는 그 소리에 거칠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웃기지 마, 넌 공범이고 살인범이야! 저 미친년이 찾아다닌 건 너라고!”

 “네가 그렇게 내쫓아서잖아, 네가!!! 날 찾아오라고!!!”

 “난 죽이지 않았어!”

 

 불안정한 목소리로 고성이 오고갔다.

 나는 만약의 폭력 상황에 대비해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원망을 토해내는 동안 슬그머니 소장님의 곁에 섰다. 물론 적당한 긴장 수준이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위험하지만, 육체적으로까지 불안정하면 대단하게 위험해지지는 않는다. 폭력을 강하거나 오래 휘두르진 못할 것이다. 빠의 집기를 몇 개 부술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두 사람의 악다구니로 가득한 설전이 끊긴 것은, 소장님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치고들었기 때문이다.

 

 “죽이지 않았다고?”

 

 이제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증오하던 두 남자는 갑자기 자신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자신들의 행동은 감히 언성을 높일 수 없는 범죄였다는 사실도. 갑자기 한밤중처럼 조용해진 두 남자에게 소장님은 다시 물었다.

 

 “두 손이 묶인 여자가, 죽은 뒤에도 당신들을 찾아 온 동네를 뒤지고 돌아다녔는데? 무슨 짓을 하면 죽이지 않고도 그런 원한을 살 수 있지?”

 

 그 지적에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소스라친 것은 덩치가 큰 쪽이었다.

 

 “두, 두 손이 묶여서… 그걸…”

 “당신들도 봤잖아. 나도 봤어. 저 여인은 자신의 사인을 숨길 생각이 조금도 없어보이는데.”

 

 그리고 당신들에 향한 원한도. 하고 소장님은 말 마지막에 작게 덧붙였다.

 키가 작은 남자는 핏발 선 눈으로 소장님을 마주 쏘아봤지만, 덩치 큰 남자는 소장님의 시선이 달군 인두라도 되는 듯 흠칫 흠칫 피했다.

 

 그 때 문에서 다시 거칠게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덩치 큰 남자는 반사적으로 그 곳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 검은 그림자의 기이한 움직임을 마주하고는 신음소리 같은 것을 내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허물어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신음처럼 말했다.

 

 “그냥…”

 “그냥?”

 

 소장님은 그의 말을 반복했다. 남자는 거칠고 깊게 공포에 질린 숨을 몰아쉬다, 느리게 힘주어 말했다.

 

 “그냥 죽이는 것보다… 끔찍한 일을 하면 됩니다….”

 

 그는 입을 열었다.

 

 
작가의 말
 

 앗 오늘이 제일 짧은 화네요. A4로 6페이지 정도인데.

 원래 일일 연재분량을 7페이지정도 잡고 있었습니다만(글자수는 잘 모름), 호흡이 조금 더 긴 글이라 끊는 지점이 계속 길어지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쪼끔 짧은 건 하루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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